요즈음 국내를 둘러싼(싸고) 여러 사태를 보고 있다 보면 분노와 짜증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외면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들이 노리는 것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싶어 주먹을 불끈 쥐고 두 눈을 부릅뜨며 이성을 차린다.


눈이 절로 가는 일들이 있다. 기사를 보더라도 주목하게 되는 기사들이 있는 것처럼. 이는 내가 관심을 거기에 둔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1923년 9월 1일 꼭 100년 전 간토대지진(관동대지진)이 발생했다. 일본은 중부 간토 지방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해서 국내 여론을 의식하여 구실이 필요했고 이에 일본 내각부는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키고 있으니 경계하라"는 전문을 전국에 보냈다. 이 때 그곳에 발을 붙이고 살던 조선인 구학영은 경찰서에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그런데 자경단이 경찰서에 난입하는 바람에 그는 죽창에 60여차례 찔린 후 ‘벌 일본 무죄(罰 日本 無罪)’라는 글을 바닥에 쓰고 눈을 감았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83109490002450


일본 군경과 자경단은 조선인 6600여명을 무참히 학살했다(그 때 조선인이 잘 하지 못하는 일본어를 발음하게 해서 학살 대상자를 골라냈다는 사실은 이제 국내에도 제법 알려져 있다). 사실 저 통계가 믿을만한지는 모르겠다(더 많지 않을까). 심지어 당시 일본 내무성과 조선총독부는 사상자 규모를 축소하였고 현재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전문가들의 의견일 뿐 일본 정부 견해는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조선인 폭동을 일으켰다'가 유언비어라는 것이 드러나자 일본 정부는 조직적으로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시신은 불태워지고 강에 버려졌다). 그리고 매년 일본 우익은 학살을 부정하는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올해는 추모비 바로 앞에서 감행한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 와중에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제대로 된 해명 조차 요구하지 않고 있는 현실은 분노를 일으킬 수밖에 없게 만든다.








<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는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추진위원회와 민병래 작가가 함께 쓴 책으로 지난 수십 년간 간토대학살의 진실을 규명하고 알리기 위해 노력해 온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백년 동안의 증언>은 일본의 시인 쓰보이 시게지(1898~1975)의 장시 '15엔 50전'이 최초로 번역돼 실렸다. '15엔 50전'은 일본어로 발음했을 때 '쥬우고엔 고쥬센'으로 읽히는데, 학살 당시 탁음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조선인을 분별하는 데 쓰였던 어구였다. 


<1923 관동대학살>은 다큐 시집으로 관동 대학살의 참상을 표현한 시를 모은 것이다. 200여 명 자료와 생존자의 실화와 증언을 바탕으로 책을 저술하였기 때문에 시지만 참상이 드러나 읽는 것이 무척 참담할 것으로 생각된다.


<관동대지진, 학살 부정의 진상>은 하버드대학 존 마크 램지어 교수가 2019에 발표한 논문 「경찰 민영화: 일본의 경찰, 조선인 학살 그리고 민간 경비 회사」에서 ‘관동대지진’의 혼란에서 조선인을 학살한 일본 자경단은 기능부전의 사회가 만들어낸 경찰 민영화의 한 사례라고 주장하며 이는 정당한 방위 행위였다고 강변했다. 저자는 그의 ‘학살 부정론’을 검증하기 위해 책으로 펴냈다.





토지 10권에도 관동대지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소설가는 현실을 무시해도 되는가에 대해서 관련하여 대화를 나누다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를 비롯해서 관동대지진(책에서는 '관동대진재'로 자주 표현됨)은 다른 권에서도 인물들의 대화 속에 수시로 튀어나오는 걸 보면 이것이 조선인들의 기억 속에 뿌리 박힌 사건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떼죽음을 당했는데 어찌 참혹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마침 8월 1일부터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간토대학살 관련 전시를 진행 중이다.

https://youtu.be/sIle_nh1eTs?si=XDlvcfWadhuKpimm



'기억해야 한다'라는 말이 '지겹다'라는 말로 변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건을 잊기는 너무나 쉽고 일본이 원하는 것은 이런 것일지 모르니까 말이다. 



더불어 홍범도 장군 관련해서도 책을 읽어볼 참이다. 집에 평전이 있었는데 그것을 읽을지 올해 한길사에서 새로 나온 책을 읽어볼지 고민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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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9-01 13: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격렬하게 동의하는 바입니다.

아예 보고 싶지도 않게, 외면
하게 만드는 게 그들의 전략
이 아닌가 싶을 정도네요.

평전을 이미 보유 중이시군요.
전 오늘 아침에 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09-01 18:00   좋아요 3 | URL
가면 갈수록 국민을 분노의 시험대로 몰고 가는 것인가 싶습니다.

홍범도 평전은 집에 가서 책 확인하고 새로 구입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소설은 상호대차로 신청해놓은 상태입니다. 매냐님이 나눠주실 소감이 기대가 되네요. 이렇게 우리는 계속 읽고 공부하며 투지를 불태워야할 것 같습니다^^

미미 2023-09-01 15: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램지어 교수 친일 망언 전문가네요? 분노의 에너지를 모아모아 더 읽고 공부해야겠습니다! ^^

2023-09-01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란공 2023-09-01 16: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아야 할 일, 알고 싶은 일들이 참 많네요!
<주전장>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다가 존 레논의 부인 오노 요코가 미국 내 우익의 자금이나 활동에 상당히 관여한 정황을 이야기해서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일본의 언론 조작은 국내외로 꽤나 조직적인 듯 합니다.

거리의화가 2023-09-01 18:04   좋아요 2 | URL
네 맞습니다. 애써 찾지 않으면 가려진 진실을 발견하기 쉽지 않지요. 일본의 정치, 외교, 언론 플레이는 예나 지금이나 혀를 내두를만합니다. 우리는 그에 비해 너무 허술한 것 같고요.
초란공님 덕분에 알라딘 서재 내에 홍범도 장군의 관련 책 읽기에 불이 붙을 것 같습니다. 저도 참여하겠지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려요^^

희선 2023-09-02 0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간토대학살이 100년이 됐군요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니... 지진이 일어난 걸 기회로 조선 사람을 죽이려 하다니... 그때 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그걸 숨기려 했다니... 일본이 숨기려는 건 그것만이 아니겠습니다 기억해야 할 일을 지겹다고 하면 안 되겠습니다

거리의화가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9-03 07:58   좋아요 1 | URL
많은 분들이 보호를 받지도 못한 채 허망하게 떠나신 만큼 지속적으로 일본에 사과 및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해야하겠습니다. 희선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호시우행 2023-09-02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동대지진과 조선인 참살, 이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역사적 팩트이자 일본 극우 세력의 조작과 선동정치였음을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지요. 조작과 선동정치는 정말 악귀들이나 하는 잣이지요.ㅠㅠ

거리의화가 2023-09-03 08:01   좋아요 0 | URL
진실을 왜곡하고 은폐하는 그들의 행태 때문이라도 우리의 논리적인 대응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주는 흐리고 비 올 날이 많을 모양이다.

지난주부터는 아침에 걸어도 덥지 않아서 이제는 주중에 점심 먹고 걸어도 괜찮겠다 생각했다. 




토요일에는 저녁을 먹고 나서 걸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족발&소주를 먹는 바람에 그 계획은 무산되고 대신 실내자전거를 미친 듯 탔다. 자전거는 못타지만 실내자전거는 탈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외국 나갈 때마다 자전거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자전거 도로가 참 정비가 잘 되어 있음) 옆지기에게 가르쳐달라고 하는데 가르쳐줄 생각을 안하네ㅠㅠ

아무튼 안동소주에서 17도짜리 술이 나왔다고 해서 먹어봤는데 증류식 소주라 그럴싸하다. 먹다 보니 은근 취했다는 후문.



토요일에 걷지를 못한 탓에 일요일에는 눈 떠서 누룽지를 끓여먹은 후 바로 집밖을 나왔다.

공원 길가에 코스모스가 올라온 걸 보니 가을을 느끼게 했다. 아직은 더위가 가신 것 같지는 않지만 조금씩 가을이 오고 있는 것이겠지.





지난 주 <암컷들> 대여 페이백이 떴다는 소식을 보고 대여해야지 생각했는데 까먹고 잊다가 오늘 부랴부랴 했다.

아침에는 대여 버튼이 안되고 ‘판매중지’로 떠서 1:1 문의했는데 어느새 다시 대여 가능해졌더라(담당자의 실수?). 아무튼 구매하려고 하셨던 분들은 오늘까지니 까먹지 마시고 꼭 대여하시길!ㅎㅎ



주말에는 책을 한 권만 읽고 실상 더는 읽지 못했다. 이상하게 피곤해서 읽어도 집중이 안 되길래 좀 쉬었다. 이럴 때도 있는 거지 하면서 드라마도 보고 멍도 때리고 했다.


어느새 8월도 금새 흘러가버려서 이번주로 끝이다.

남은 8월 잃시찾 8권과 크리티크 M 정도만 완독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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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8-28 1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땅 넓은 유럽에서 자전거 실컷 타고 싶어요.
몇 년이나 안타다가 그래도 당연히 몸이 기억할 줄 알고 따릉이 빌려 시도했는데
처음에 안되더라고요? 급하게 그 자리에서 동영상 몇개를 찾아봤는데
이 영상대로 하니 바로 됐습니다. 화가님께도 도움될지 몰라 남겨요^^
https://www.youtube.com/watch?v=M9vqn0R9HmE

잠자냥 2023-08-28 12:25   좋아요 3 | URL
잠자냥 자전거 교실이라도 열고 싶은 마음...ㅋㅋㅋㅋㅋ
그리고 다같이 자전거 국토종주 ㅋㅋㅋㅋㅋㅋ

미미 2023-08-28 12:36   좋아요 2 | URL
좋아요!!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8-28 12:58   좋아요 1 | URL
미미님은 그래도 자전거 잠시 쉬신 거네요. 저는 전혀 탈 줄 몰라서ㅠㅠ 몇 차례 시도했다가 몸뚱아리가 잘 안 움직여서 결국 포기!ㅋㅋ 균형 잡는 게 왜 이리 어려운 거죠?ㅎㅎ

잠자냥님. 자전거 교실 열기만 하면 폭발 반응일듯!ㅎㅎㅎ

잠자냥 2023-08-28 12: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안동소주 17도 궁금합니다!
아니, 화가님 자전거 못 타심요? 제가 가르쳐드리고 싶군요........

거리의화가 2023-08-28 13:27   좋아요 3 | URL
안동소주 17도 괜찮았어요. 맛도 참이슬 오리지널이나 처음처럼과 별반 차이 없었습니다. 알콜향은 좀 부드러운 느낌?

ㅋㅋㅋ 자전거는 몇 차례나 시도했는데 균형 감각이 전혀 없는지 아직 배우질 못했네요(전정기관에 문제가?)
자전거 가르쳐달라고 했더니 아는 사람에게는 뭐 가르쳐주는 거 아니라면서 계속 회피하는!ㅋㅋ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3-08-28 13:02   좋아요 3 | URL
자냥님!
저도 학생으로~~

책읽는나무 2023-08-28 23:09   좋아요 1 | URL
저도 자전거 못 탑니다.^^

서곡 2023-08-28 1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벌써 코스모스가...! 며칠 안 남은 이 달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2023-08-28 13:00   좋아요 1 | URL
화사한 코스모스를 보니 기분이 좋더라구요^^ 얼른 가을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ㅎㅎ

페넬로페 2023-08-28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자전거를 못 타요 ㅠㅠ
얼마 전에 공원에서 남편에게 자전거 배웠는데 계속 자전거 꽁무니 잡고 뛰어다니는 남편 모습보고 사람들이 다들 웃었어요.
지나가는 할아버지들이 저에게 훈수 한마디씩 하고 가시는 모습도 정겨웠어요.
코스모스가 넘 예뻐요.

거리의화가 2023-08-28 13:16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 자전거 배우기 시작하셨군요. 자전거 탈 때 두 발 떼는 것 자체가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겠더라구요. 이왕 결심하신만큼 꼭 배우기 성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무섭지만 자전거는 꼭 배우고 싶어요^^
코스모스를 보니 가을 느낌이 나는 것 같습니다.

단발머리 2023-08-28 2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자전거 탈 줄 아는데 싸이클 비슷하게 안장 높은 것도 탈 줄 아는데... 저는 차 없는 곳에서만 탈 수 있어서요 ㅋㅋㅋㅋㅋㅋ 자전거 전용도로에서도 자전거를 못 타는 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님 자전거 꼭 배우셔서 알라딘 자전거 정모 만들어지기를.... 바래봅니다^^

거리의화가 2023-08-29 09:09   좋아요 0 | URL
아니 자전거 탈 줄 아시고 자전거 전용도로인데 왜 못 타십니까?ㅋㅋㅋ
자전거는 어떻게든 저도 꼭 배워보고 싶어요^^;

책읽는나무 2023-08-28 23: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자전거 타기 정말 무서워서...어떻게 탄대요?ㅜㅜ
저는 어릴 때 자전거 배우다가 넘어지고 무서워서 그 후론 트라우마가 생겨 못타겠더군요. 자전거 못 타니까 운전이라도 해봐야지! 하며 면허증은 어떻게 땄는데 평소 몰지 않으니까 갑자기 운전하려면 넘 무서워서...ㅜㅜ
며칠 전만해도 딸에게 잔소리 들었어요. 고딩되면 엄마가 운전 배워서 학교에 태워주겠노라 큰 소리 떵떵 치더니 이게 뭐냐구 하네요. 내년에 벌써 졸업반이라면서...ㅜㅜ
전 겁이 넘 많은 게 문젭니다.
발이 땅에서 떨어지면 죽을 것 같달까요?
그래서 무조건 발을 땅에 딛고 있어야 하는..ㅋㅋㅋ
서울은 벌써 가을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이곳은 한여름의 열기까진 아녀도 오늘 해도 그닥없고 바람도 선선해서 오후에 좀 걸었거든요. 땀이 비오듯 하더군요.^^;;;

페넬로페 2023-08-28 23:37   좋아요 2 | URL
아!
생각보다 저와 동지가 많아 넘 위로가 되어요.
저는 장롱면허로 1종 운전 면허까지 소지한 사람이예요.
무사고라서 준다네요 ㅋㅋ
한 번씩 제가 바보같다는 생각도 해요.
왜이리 못하는게 많을까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3-08-28 23:51   좋아요 2 | URL
ㅋㅋㅋ
저는요. 운전면허증 갱신하러 갈 때 제가 넘 바보같다고 느낍니다.
한 번은 추운 겨울이어 찬바람 맞고 가 얼굴 뻘개져 들어갔구요. 또 한 번은 장마철이라 비에 맞아 옷이 좀 젖어서 갱신하고 오면서 이게 뭐하는 건가? 현타가 와서 동네 언니한테 얘길 했더니 빵 터져선 그러니까 운전 해!!!! ㅜㅜ
페넬로페 님.
그래도 제가 못하는 게 더 많을걸요?
전 수영도 못하고 놀이기구도 못 탑니다.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것들이라서요.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8-29 09:13   좋아요 1 | URL
근데 생각해보면 비행기도 타는데 왜 자전거는 못 탈까요?ㅋㅋㅋ
저도 겁이 많아서 투명 엘베 같은 것도 무서워하거든요. 예전에 중국 갔을 때 꼭대기층에 바닥은 투명이고 사람들이 인증샷 남긴다고 바닥에 누워서 사진 찍는데 저는 식겁해서 도저히 못 찍겠더라구요. 그래서 포기하고 그냥 왔는데 나중에는 후회했어요. 그러면서도 막상 이런데 가면 절대 못 하겠더라구요ㅠㅠ 또 에버랜드 티익스프레스 타러 올라갔다가 온 몸에 퍼런 멍 들어서 내려온 사람 저입니다. 그러고 보니 물도 무서워하네요. 못 하는게 왜 이리 많지?ㅋㅋ
나무님 이 중에 하나만이라도 시도해봐요 우리^^:

거리의화가 2023-08-29 09:14   좋아요 2 | URL
두 분 모두 면허를 따셨군요! 저는 면허 있으신 분들이 대단해보여요. 제가 겁이 무척 많다는게 여기서 바로 탄로가 나네요!ㅎㅎㅎ

책읽는나무 2023-08-29 13:39   좋아요 1 | URL
사실 전 비행기도 좀 무서웠어요.ㅜㅜ
면허는 20대 때 갑자기 면허 비용이 오른다기에...급한 맘으로 땄었는데 지금 따라고 하면 절대 못하지 싶어요.
면허는 있지만 운전은 무서워서 못 하니 면허 없는 거나 똑같아요.ㅋㅋㅋ

희선 2023-08-29 0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전거 타기 어렵지 않은데... 저는 어렸을 때 혼자 탔어요 집에 작은 자전거가 있어서 조금 넘어지기도 했겠지만 균형 바로 잡았습니다 자전거는 한번 타면 시간이 흐르고 나서 타도 잘 타요 로드 레이서 같은 안장 낮은 건 못 타요 안장이 아니고 핸들이 낮은 걸지도... 그건 정말 가볍고 잘 달리면 아주 빠르기도 하더군요

일찍 핀 코스모스도 있지만, 지금 보는 코스모스는 가을을 느끼게 해주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8-29 09:16   좋아요 0 | URL
희선님 멋지시네요! 어렸을 때 잘 모를 때 배웠어야하나봐요ㅠㅠ 그때 집에 자전거가 있었으면 배웠을 수도 있는데 그때 자전거도 없어서요. 자전거 타고 도로 위를 달릴 때 자유로움 저도 느껴보고 싶습니다!

코스모스 색이 참 화사하죠^^

자목련 2023-08-29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비가 와서 그런지 화가 님이 담아주신 하늘과 코스모스가 더욱 예뻐보이네요!

거리의화가 2023-08-29 16:28   좋아요 0 | URL
어제도, 오늘도 날이 흐려서인지 코스모스 잎색이 유난히 더 쨍해보이는 것 같아요^^ 파란 하늘은 지난주 비가 오다가 잠시 개었을 때 찍은 사진이에요. 요즘 맑을 때 노을이 지는 시간에 사진 찍으면 그림 같이 나오더라구요^^
 

원서 읽기를 거북이 걸음처럼 진행하고 있다. 


중국어와 영어 원서를 매일 조금씩이라도 읽어나간다는 게 쉽지가 않다.

어떤 날은 너무 피곤해서 중국어 원서만 1쪽 읽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영어 원서만 몇 페이지 읽곤 한다. 

그렇게 느리게 거북이처럼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놓지 않고 읽고 있다.


현재 읽고 있는 중국어 원서는 '미샤오췐'이라고 하는 이름을 가진 아이,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학생의 나이가 쓴 일기다. 이 책은 학년별로 나와서 가족 이야기, 학교 생활, 반려 동물 등 어릴 적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비슷하게 경험했던 것들이라 읽다 보면 미소가 지어진다.

장난기도 있고 엉뚱하기도 하고 소소한 것에 기뻐하는 그런 아이다. 


하루 분량의 일기를 모두 읽으면 투비 홈(https://tobe.aladin.co.kr/t/roadpainter)에 꾸준히 올리고 있다. 올려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니 더 열심히 읽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뭔가 파이팅을 외치지 않으면 원서는 놓게 되니까. 




오늘 읽은 분량에 나오는 이미지이다. 반려견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다행히 부모님께서 집안일을 하면 돈을 주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어 그 후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후 결말은 예상대로 흘러갈 것 같다가도 그렇지가 않아서 놀랍다. 


아무튼 재미나게 읽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 하이드님 소개로 DK Life Stories 시리즈를 샀었다. 이 중에서 Anne Frank 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앤의 일기에만 익숙하다가 막상 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했고 당시에는 어떤 역사적 사건들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 더 흥미로웠다.

읽기 수준도 어렵지 않아서 거의 매일 한 챕터씩 읽어내려가고 있다.


이런 삽화 이미지들이 많이 포함되어 글을 읽는데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경험이 되고 있다. 

어느덧 6일차까지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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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8-23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국어와 영어가 어순이 같죠? 외국어 두가지를 같이 공부하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도 저는 엄두가 나지 않는데... 화가님~♡

거리의화가 2023-08-23 13:10   좋아요 1 | URL
맞아요 미미님^^ 사실 그래서 영어도 중국어도 어순 그대로 읽어야 좋을텐데 매번 해석할 때 앞뒤로 왔다갔다거리네요. 어순이 같으니 중국인들이 영어 공부할 때 훨씬 편하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드라마 보는 것에 재미를 붙이면서 중국어도 하면 좋겠다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근데 드라마는 드라마로만 보고 듣는 것은 EBS로 들어요. 원서를 꾸준히 읽는다는게 쉽지는 않은데 일주일 이상 빼먹으면 언어는 바로 티나더라구요. 그래서 힘들더라도 매일 읽는 것을 습관으로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미미님^^

희선 2023-08-24 0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느리게 읽더라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 많이 늘겠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8-24 08:58   좋아요 1 | URL
네^^ 그렇게 생각하고 꾸준히 읽고 있어요. 희선님의 일본어 책 읽기도 응원합니다!ㅎㅎㅎ

그레이스 2023-09-04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우와 !
저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잘 참고 지내다 적립금, 쿠폰 야금야금 모아서 8월 책을 장만했다. 

책 한 권이 다음주 중에나 준비된다고 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다행히 출고가 바로 되었는지 어제 잘 도착했다. 백석 시 백 편은 얼마 전 펀딩한 책인데 주중에 왔지만 묵혔다 함께 책탑 사진에 슬쩍 끼워 넣었다.


최근에는 땡투를 계속 하고 있었는데 구매한 책 올릴 때 매번 언급을 못했다. 앞으로는 까먹지 말고 꼭 언급하는 것으로^^



다음 달 여성주의 함께 읽기 책이다. 언어 속 젠더의 불평등함을 파헤친 책이다. 평소 말과 글 속에 교묘하게 숨은 여성혐오의 기제가 많다고 느꼈다. 이미 읽으신 분들이 좋은 평을 해주신 책이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 다락방님께 땡투!


루쉰 정선. 말 그대로 루쉰의 작품들 중 엄선해서 뽑은 글들이 들어가 있다. 루쉰은 중국 근대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비단 문학만이 아니라 중국 근대 사상 전반에 영향을 끼쳤고 한국, 일본의 지식인들에게도 많은 감화를 미쳤다. 루쉰 입문서로 탁월한 책이라고 하여 기대가 된다. scott님께 땡투!


지난 달 주안에 대한 평전을 읽었기도 했고 이제는 여러 모로 루쉰 작품을 읽을 때가 되었다 느끼던 찰나 루쉰 소설 전집은 이만한 것이 없다고 하기에 함께 구매했다. 아마도 '아큐정전'과 '광인일기' 정도만 읽었을 것 같은데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 그가 생각한 근대의 코드들을 만나보고 싶다.


어느덧 하버드 중국사 읽기도 제법 진전이 되어 원 명까지 왔다. 중국의 역사를 읽을 때 자연스레 이 때 한국은 어떤 시기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연스레 떠올려보는 일을 하게 된다. 원과 명은 과거의 왕조보다는 더 많은 자료가 남아 있기 때문에 좀 더 촘촘한 자료를 바탕으로 쓰여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국전쟁 역사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전달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책이 나왔다. 내가 기대하는 바는 소련에 대한 기록이 보충되었으면 하는 것인데 과연 어떨지 모르겠다. 어쨌든 와다 하루키의 기존 북한현대사도 유익하게 읽었기 때문에 이 책도 기대를 해 본다.


백석 시 100편이 담겨 있다. 해설에 의지하여 도전해보려고 하는데 과연 잘 될지는 모르겠다. 



요즘은 산미 있는 원두만 나오는 것 같아 결국 예전에 사 먹었던 것으로 재탕하기!





하루가 멀다 않고 흉흉한 소식들이 들려오는 요즘이라 여러 모로 마음이 좋지 않다. 

아무튼 구매는 이제 다음 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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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0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21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3-08-20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은 루쉰인가요? 예전에 산문집 한권과 단편집 한권정도 읽었던거 같은데 화가님 구매글 읽으니 또 땡기네요. ^^ 커피는 저는 점점 산미 있는게 좋아지더라구요. 입맛도 자꾸 변하는듯요. 이번달도 커피와 책이 함께하는 평안한 날 되시길요. 진짜 요즘 너무 흉흉해서 마음이 자꾸 짠해져요.

거리의화가 2023-08-21 09:08   좋아요 2 | URL
그동안 루쉰 작품 읽는 것을 미뤄두고 있었는데 지난 달 주안 평전을 읽고 나니 이제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커피도 기호가 변하는군요!ㅎㅎ 저는 고소한 걸 좋아하지만 남편은 산미 있는 걸 좋아해요.
사회가 흉흉한데 개인만 살 길을 찾는다고 이게 나아질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공동체가 모두 노력해야 겨우 움직일까 말까 할 것 같은데 말이죠.

미미 2023-08-20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루쉰 소설 전집은 저도 사두어 반갑네요! 화가님이 쌓아둔 책들이 아주 멋있습니다 ^^
저희 엄마가 호신용품을 사야겠다고 하시더군요. 요즘 외출하면 자꾸 두리번 거리게 됩니다.

거리의화가 2023-08-21 09:10   좋아요 2 | URL
오 미미님 잘 사두셨네요. 루쉰 소설 전집은 여러 편이 들어가있는것이라서 짬날 때 조금씩 읽으면 좋겠더라구요.
저 농담이 아니라 산에 혼자 가는 거 이제 힘들겠다 생각했습니다ㅜㅜ 아무리 동네 뒷산이라도 이제 어찌 다닐까 싶네요. 미미님도 언제나 안전 조심하십쇼!

은오 2023-08-21 0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 그럴 때 있더라고요. 출고예정일에 며칠 걸린다고 써있는데 그날 출고되거나 바로 다음날 출고되거나 하는 일 ㅋㅋㅋㅋ 그럴때 괜히 기분 좋아요!
역시 오늘도 알찬 화가님의 책탑❤️ 멋있어서 설레고 갑니다

거리의화가 2023-08-21 09:12   좋아요 2 | URL
은오님도 그런 적 있으셨군요! 이거 은근 기분 좋더라구요. 뭐 물론 바로 읽는 것은 아니지만 책 구매하고 나서 책탑 쌓으면 그게 그렇게 흐뭇하잖아요ㅋㅋ
은오님의 칭찬은 언제나 절 기분 좋게 합니다. 활기찬 한주 보내세요!

다락방 2023-08-21 0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만 한 권 겹치네요. 아놔 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8-21 09:13   좋아요 1 | URL
ㅋㅋㅋ 다락방님 땡투 잘 받으셨죠! 원래 책 구매 페이퍼는 다양한 것을 보는 맛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학술의 분류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 생기거나 사라지면서 변화해왔습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이러한 분류는 우리에게 처음부터, 즉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서부터 당연한 것으로서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당연한 것‘이 있으면 ‘왜 그렇게되었는가‘라는 내력을 잊어버립니다. 그런데 내력을 알지 못하면 그 필연성도 잃게 됩니다. - P21

오늘날 대학은 취업문을 위한 길로 전락해버린지 오래다. 학과는 문과와 이과로 분리되어 있어 서로 간 교류가 자유롭지 않다. 학생은 전공에 따른 전문화된 공부만 한다. 교양 수업이 있기는 하지만 학점을 따기 위해서 선택해서 듣는 그런 가벼운 수업인 경우가 많다. 오래전부터 반복되어온 고질적인 대학의 문제를 타개할 방법은 없는 걸까. 더 배우기 위한 학생을 받는 곳이 대학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대학이 취업문이 되어서는 더 이상 희망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게다가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전공만 배운다면 잘하면 취업은 하겠지만 향후 자신이 더 배우고 싶다고 해도 다시 배워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일본이 서양 문화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고자 움직이기 시작한 에도 막부 말기부터 메이지 시대에 걸쳐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각종 학술 영역과 학술을 위한 말도 이입∙번역되었습니다. 대학의 학부 학과와 그 분류 등의 기초가 모색되고 정착된 때도 이 시기입니다(P457). 다른 언어와 모어를 대응시키는 사전이 주변에 없다면, 다른 말로 쓰인 책을 앞에 놓고서도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메이지 시대에 걸쳐 서양 문화와 조우하여 이를 소화하고자 했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그런 도움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학술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니시 아마네는 서양 학술을 문자 그대로 몸으로 받아들이고 기존의 한문 고양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그러나 그에만 머무르지 않는 지식과 발상에 대해 새로운 일본어를 창조하고, 때로는 이를 다듬고 수정하는 노력을 통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계속 사용되고 있는 말의 기초를 구축했습니다. ⌜백학연환⌟의, 특히 ⌜총론⌟은 그러한 행위의 정수가 담긴 매우 드문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P458).



일본 근대 시기 빼놓을 수 없는 학자 하면 후쿠자와 유키치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서양사정⌟이라는 책을 통해 미국과 유럽에 갔던 경험을 바탕으로 수집한 자료들을 가져와 직접 번역하여 책을 펴냈다. 'right'의 번역어를 '통어'로 정하는 등 당시 일본인들에게 생소했던 서양 문명의 이론과 실제에 대응하는 개념을 다양하게 소개했었다. 그를 비롯하여 다양한 일본 근대 학자들이 서양 문명을 배우고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재배치하여 자국민들에게 내놓았다. 

⌜백학연환⌟이라는 문서는 메이지 3년경에 쓰였습니다. 서기로 말하자면 1870~1871년경, 지금으로부터 150여 년전입니다. 니시 아마네는 에도 시대 말기부터 메이지 시대에 걸쳐 활약한 인물입니다. 에도 막부와 메이지 신정부의 일원으로 일하면서 기존의 일본의 지를 바탕으로 삼으면서도 당시에는 아직 아무도 당연한 것으로 알지 못했던 서양의 지를 이해하고 흡수하여 번역, 강연, 저술을 통해 공공에 알리는 활동을 계속했습니다(P18). 원래 ⌜백학연환⌟은 니시 아마네가 사숙에서 했던 강의를 기록한 글인데, 강의를 들었던 나가미가 필기한 것입니다. 왜 150년도 더 된 강의록을 굳이 지금 읽으려고 할까요? '학술' 때문입니다. 학술의 전체상을 어떻게 파악할까,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하는 큰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P20). ⌜백학연환⌟은 니시 아마네 전집 제4권에 수록되어 있으므로 마음만 먹으면 도서관 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덧붙이자면 제4권은 중고책도 쉽게 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주석 없이 술술 읽을 수는 없는 책입니다. 가능하다면 이 글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하면서 오늘날의 독자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고 싶었습니다(P462).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학술 관련 용어 번역은 대부분 근대 일본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니시 아마네는 당시 그런 학술 용어의 번역을 담당했던 대표적인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때 늘 사전을 사용한다. 지금의 한국인들에게 순우리말은 번역어보다 오히려 덜 사용하고 어색한 단어가 아닐까. 이름에는 예쁘라고 순우리말을 사용할 뿐 대부분은 번역어인데 그 기원은 제대로 알아보려고 한 적이 없다. 예를 들어 Politics 가 왜 '정치'라는 단어로 번역되었을까.
니시 아마네는 ⌜백학연환⌟이라는 문서에서 학술의 전체상을 파악하며 분석하는 작업을 했다. 백학연환은 총론과 본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론에는 학문의 경계, 학술, 학술의 방략, 신치지학, 진리의 총 6항목으로 본문에 들어가기 전 개요를 담고 있다. 본편 제1편은 보통학을, 제2편은 개별학, 즉 심리, 물리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의 앞 표지에 보이는 학술 영어 단어 중 특히 Science, Theory, System, 영어와 한문,번역어를 비교했을 때 고개를 갸웃거릴 법하다. '왜 서로 안 맞는 것 같지?' 왜냐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Science는 과학이고 Theory는 이론이고 System은 체계이기 때문이다. 하나만 설명을 해보면 System은 우리가 생각하는 체계가 맞다. 단지 규모라는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크기의 규모가 아니고 짜임새나 구조, 기획이나 구상을 뜻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그 체계가 맞는 것이다. 이 책을 끝까지 읽다 보면 아래 단어들을 비롯한 학문 체계와 방법론에 관련된 용어의 기원을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Practice 實際 실제
Science 學 학
Arts 術 술
Theory 觀察 관찰
System 規模 규모
Induction 歸納法 귀납법
Liberal Art 藝術 예술
Literature 文學 문학
Deduction 演繹法 연역법
Mechanical Art 技術 기술



근대에 학문 분류가 세워지기 이전까지는 전공을 배우기 전 기초 학문인 Liberal Arts라는 교육 과정이 있었다. 모티머 애들러는 '평생공부 가이드'라는 책에서 나는 인간 학식의 분야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기예'를 주로 앎의 한 종류, 즉 생산 기술이나 실행 기술('그것'과 '무엇'과 '이유'의 앎과 구별되는 '어떻게'의 앎)이라는 뜻으로 사용할 것을 독자들에게 요청한다. 나는 기예를 예술적 기예와 유용한 기예로 나누었다. 예술적 기예는 우리를 즐겁게 하는 작품을 창작하는 데 쓰이고, 유용한 기예는 기술자와 수공업자가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데 이바지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유용한 기예의 영역에서 우리는 두 부류를 살펴봐야 한다. 한 부류는 예로부터 자유기예라 불렀다. 이 기예는 문법, 수사학, 논리학(쓰고 읽고, 말하고 듣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기예)을 말한다. 요컨대 언어를 사용하는 모든 사고 형식의 기술을 뜻한다(P178, P179).라고 했다. 여기서의 자유기예가 Liberal Arts이다. 이 책에서는 예술로 표현했다. '평생공부 가이드'는 교양인이라면 갖춰야할 평생학습 지도를 그리는 방법을 제시하는 아주 유용한 책이다.

현재 Encyclopedia(엔사이클로피디아)라고 하면 거의 즉각적으로 ‘백과사전‘이나 ‘백과전서‘라고 번역됩니다. 오늘날의 용법으로서는 문제가 없지만 이 번역어 그대로 중세나 고대에 대입하면 문제가생깁니다. ‘백과사전‘이라는 의미는 좀 더 현대에 가까운 용법이기 때문입니다. 마루는 EyKUKAIOS TALSEL의 EyKUKANOG라는 말이 고대 그리스에서는 ‘둥근 고리를 이룬다‘라기보다 ‘보통‘ ‘일상의‘라는 의미였다고 지적합니다. 즉, Evkukios Talla 기본적인 교육과정‘을 의미했습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일반교양‘이랄까요. 이것이 로마 교육에 편입되고 중세를 거쳐 ‘자유학예 (artes liberales)‘라고 불립니다. 영어에서 말하는 Liberal arts 입니다. 자유학예란 의학, 법학, 신학 등 한층 고도의 학문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초를 쌓는 공부였습니다. - P59

학술을 어떻게 분류하느냐에는 시대와 문화의 세계관, 학술관이 반영됩니다. 자유학예에는 대략 절반 가량이 말을 배우고, 말을 더 잘 사용하기 위한 학술에 할당되어 있으므로 그 비중이 크다는 사실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이처럼 ‘기본적인 교육과정‘을 의미하는Eykuk入Los maidela의 이념이 ‘자유학예‘에 계승되고, 이윽고 오늘날 대학의 ‘일반교양‘에까지 이어집니다. - P60



저자는 니시 아마네가 가져온 원문의 출처를 위해 웹에서의 검색 방법 등 추적을 장시간 하는데 그 부분은 따라가기가 좀 버거웠다. 그러니까 이 출처가 어느 논문 또는 사전, 사전이면 몇 년도 버전인지까지 추적하는 과정이다. 당연히 구글 검색을 동원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꽤나 지난한 과정이다.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을 때 이런 수고로운 과정을 거친다면 분명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과연 대부분의 독자가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논문을 쓴다던지 어떤 특정 이유가 있으면 그렇게 해야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책에서 대부분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는 것은 '학술'에 대한 개념이다. 학과 술은 이렇게 엄밀히 구별되는 개념이라 설명하고 있다.

학學자의 성질은 원래 동사動詞다. 도를 배운다, 혹은 글(文)을 배운다 등 모두 동사의 문자로서 명사로서 쓰이는 일은 적다. 실명사實名詞에는 많은 경우 도道 자를 쓴다. 중국(漢) 태고에는 도예라는 두 문자로 나타냈으며, 나중에 이르러 도를 행한다는 행자에서 생겨난 술자를 사용했다. 학과 도란 같은 종류로서 종래 일본에서는 와카和의 학이라고 하지 않고 ‘와카의 도라든가 ‘글짓기(學)"의 도‘라고 해왔다.
(백학연환] 문단 3 문장 1~5) - P98

‘학‘과 ‘술‘을 구별하기 위한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여기에 한사람의 병자가 있다. 전쟁에서 다리에 총을 맞았다고 한다. 고로 의사(醫者)를 불러 치료(療治)를 하는데, 의사가 인체人體의 근육과 뼈, 피부와 살, 오장육부의 구조를 아는 것이 학이요, 총에 맞은 다리를 치료할 때는 이렇게 근육과 뼈의 구조를 잘 알고 있기때문에 총탄(丸)을 어떻게 빼낼까를 궁리하여 치료를 하는데, 이것이 곧 ‘술‘이다.(『백학연환」‘을본‘에서) - P160



한 가지 놀랐던 것은 철학이라는 단어가 본래는 '희철학'이었다는 사실이다. '희'라는 동사가 빠진 것은 역시 행위가 빠진 것이므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희철학'은 주렴계의 '사희현'에서 온 개념이다. '중국철학사 하' 책에서는 '사희현'이라는 명확한 개념은 나와 있지 않은 것 같고 '명철'에 대한 개념이 들어가 있다. 마음이 밝으면 통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성인의 경지는 배워서 도달할 수 있습니까?"
"그럴 수 있다."
"요체(핵심적 방법)가 있습니까?"
"하나가 요체이다. 하나란 무욕이다. 사욕이 없으면 고요히 비어 행동이 직각적이다. 고요히 허심하면 밝아지고 밝으면 (사리에) 통철한다. 행동이 직각적이면 공명정대하고 공명정대하면 널리 미친다. 밝고 통철하고 공명정대하고 널리 미치면 아마 성인에 가깝다."

니시 아마네가 Philosophy에 대한 '철학'이라는 번역어를 만들 때 참조한 말이 바로 주렴계의 통서에 나오는 '사희현士希賢', 즉 '선비는 현명함을 사랑하고 희구한다'입니다. 여기에서 '현철함을 사랑하고 희구한다', 즉 '희철학希哲學'이라고 번역했고 이윽고 맨앞의 '희'가 떨어져나가고 '철학'이 되었음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 의미를 보존한다는 점에서 '희'라는 동사적인 말이 떨어진 것은 생각할수록 안타깝습니다. 왜냐하면 '희'는 원어 philo 즉 '사랑한다' '좋아한다'라는 부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철학'만으로는 단순히 Sophia, '지知'의 학문이라는 뜻이 되어버립니다. 플라톤이 묘사한 소크라테스는 지를 희구하여 그러한 지를 가졌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대화하기를 원했습니다. 이 동사가 빠진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 P278~279


이 책의 장점은 사례가 많다는 사실이다. 원문인 고대 그리스어를 제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영어로 번역한 사전의 내용, 그리고 관련 서양 철학자들의 이론에 대한 인용 뿐 아니라 동양 철학자들의 이론까지 소개하고 있어 비교 확인하며 볼 수 있다. 가능하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이 책을 읽는다면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개인적으로 이 책이 좋았던 점이 하나 더 있다면 학문을 배우는 데 있어서 교훈적이거나 실용적인 지침이 많았던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소리일 수 있는데 실천하고 있지 못하는 것들이 많았다. 특히 나는 어떤 것이든 당연시하지 말고 내력과 상황을 확인하는 것, 이 경계선이 유효한가 묻는 것이 유용했다.

번역어를 읽을 때 ‘내가 만약 이 말을 번역한다면 어떻게 할까‘ 하고 생각해보는 것도 언어 사용 훈련이 될 것입니다. 물론 오늘날의 사전을 펼치면 encyclopedia 항목에는 ‘백과사전‘이라든가 ‘전문사전‘이라는 번역어가 나옵니다. 그러나 누군가 애써서 만들어 놓은 번역어를 그저 빌려 쓰지만 말고, 내 지식의 범위 내에서 이를 번역한다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는 겁니다. - P48

여기서 니시 아마네와 동시대 사람이기도 한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이 생각납니다. 그는 교양 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대학 교육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학생이 대학에서 배워야만 하는 것은 지식의 체계화다. 즉, 각각 독립된 부분적인 지식 간의 관계와 이들과 전체 사이의 관계를 고찰하고, 그때까지 다양한 곳에서 얻은 지식의 영역에 속하는 부분적인 견해를 연결하여 이른바 지식의 모든 영역의 지도를 만든다. (J. S. 밀, 『대학 교육에 대하여 Inaugural address delivered to the University of St.Andrews, Feb. 1st 1867』, 다케우치 잇세이竹內 옮김, 이와나미문고, 2011,p.15/원서 p.8) - P79

이미 그어져 있는 경계선을 당연시하지 말고 그렇게 된 내력과 현 상황을 확인할 것. 나아가 그러한 경계선이 타당한가를 검토해볼것. 필요하다면 다시 선을 그을 것. 지금 「백학연환」을 다시 읽는 데는 여러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수많은 학문을 보면서 학역간의 차이, 현재와 과거의 차이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 P90

사람은 툭하면 좋은(좋다고 간주되는) 것만을 알고 싶어하며 나쁜(나쁘다고 간주되는) 것은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좋은 것'만을 알고자 하는 태도는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나쁜 것'과의 대비를 통해서만 비로소 한층 더 '좋은 것'을 판별할 수 있으며, 거꾸로 참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생각할 때 정말로 '합리적'인가 의심할 수 있습니다. - P188

무언가에 대해 내 생각으로 그것이 선인가 아닌가라고 판단하는 것은 반드시 타당한 판단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지 말고 내가 감각으로 느끼는 것, 경험하는 것에 기초한 지가 있을 것입니다. 니시 아마네가 생각하는 '실재적인 앎'은 실제 경험, 경험과 실중에 기초한 앎이었습니다. - P307

'진리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한문에서 예를 가져온다'라는 식으로 문제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때 기억 속에서 '아, 맹자의 그 대목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즉 연상 작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내가 임하고 있는 문제와 어울리는 한문을 떠올린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그 글이 기억에 새겨져 있을 만큼 거듭 읽었고, 자유자재로 떠올려서 언제나 쓸 수 있을 만큼 숙지하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에도 시대의 교육 방법을 조사해보면 그렇게 해서 한문을 익히는 모습이 엿보입니다. - P332~333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니 포기하자는 사고방식은 언뜻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나중에는 모르기 때문입니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좀 더 정확히 바꾸어 말하자면 '지금 내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일 것입니다. - P353

학문에서 과거의 시행착오를 안다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반대편에는 최신 지식만 알아도 충분하고, 잘못임이 판명된 과거의 지식은 의미가 없다는 사고방식이 있습니다. 우리가 초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산수나 수학이 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수학 수업에서 수학의 역사를 가르치는 경우는 드뭅니다. 과연 누가 어떤 과정을 통해 피타고라스의 정리 등을 발견했을까, 왜 확률과 미적분이라는 발상이 생겨났을까,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 우리가 아는 수학의 모습이 생겨났을까, 그리고 어째서 mathematics가 '수학'으로 번역되었을까(mathematics에는 '수'라는 의미가 들어 있지 않은데도), '기하'는 어떤 의미인가 등의 역사적 경위는 수학에서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그 대신 수학의 정리나 공식만 외우고 이를 구사한 계산과 증명을 하는 것이 수학 과목에서 받는 인상 같습니다. 즉, 여기에는 '왜 이런 것들을 생각했는가?'라는, 학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만한 동기나 질문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질문과 동기를 결여한 채로, 성과만을 알고 활용하려는 일종의 공리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과연 수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지 의문입니다. - P380

백학을 조망하겠다는 시도는 장기나 체스에서 상대방의 수나 말이 놓인 판을 보는 것, 어떤 단어를 다른 단어와의 관계 속에서 살피고자 하는 데 해당합니다. 어떤 학술의 위치나 가치를 알려면 학술 전체의 모습, 다른 학술들과의 차이를 확인해보는 것 외에는 더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 P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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