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중 달리는 차 안에서 우연히 듣게 된 모르는 가수의 노래 두 곡에 난리를 쳤던 로드무비를
기억하시나요? 불과 사흘 전 일입니다.
두어 시간 전 MBC 홈페이지에 들어가 한참을 버벅거리다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저기 8월 17일 2시 50분에 라디오 방송중 '불행아'라는 노래와 밥 딜런의 곡을 멋들어지게 부른
가수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서 전화를 했는데요."
(내가 발음에 자신이 없어 차마 읊지 못한 그 노래 제목은 Knockin on Heaven's Door이다.)
"담당자가 지금 자리를 비우셨으니 나중에 전화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 정말 전화가 왔다.
"불행아, 부른 가수 말씀이지예? 박상운이라고 부산 지역에서 라이브 활동하는 가수입니다."
"혹시 음반을 내신 분인가요?"
"제가 알기론 그냥 라이브로 조그만 무대에서 노래부르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그분이 활동하시는 무대가 어딘지 알 수 있습니까?"
"아, 그건 잘 모르는데요. 필요하시면 알아봐 드릴까요?"
"아, 알고 싶긴 한데...돼 됐습니다. 그 정도로 하죠, 뭐."
"박상운 씨에게 꼭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나가다가 노래 듣고 너무 좋아서 전화를 걸어온 분이
계시다고..."
'예, 꼭 전해주세요. 너무 좋았다고...헤헤헤."
그러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당장 그의 팬카페라도 만들 듯 흥분했었다.
가수 박강성의 것 부럽잖은 팬카페를 만들어 선봉에 설 결심도 했다.
그런데 오늘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자기 귀로 들어가며 통화를 하다보니 점점 나의 집착이
눈에 띄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무얼 꼭 제것으로 하고야 말겠다고 난리를 피우는 일은
볼썽사납다고 머리속에 입력이 되어버린 나다.
도대체 사귄 지 15년도 넘은 베스트 친구를 사소한 일로 불같이 화를 내고 절교통보를 한 인간이
지나가다가 우연히 노래 두 곡 듣고 팬카페는 무슨 얼어죽을 팬카페란 말인가!
나는 그 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자신이 믿을 수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보다 더 무서운 상처가 세상에 또 있겠는가.
나는 어느 새 자신의 선택조차 의심을 품는 기분 나쁜 인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가수가 누구인지를 추적하는 일은 이쯤에서 끝낼까 한다.
생각해 보니 그날 단 한 번 들은 것으로 족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의 노래는 이미 내 마음속 턴테이블에서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으니까...
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