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넘긴 일이 하나 있다. 나로서는 처음으로 편저자가 되는 일이었다. 고전을 새로 엮는 아동물인데 아무튼 내 이름으로 책이 나온다는 사실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고 가슴 설레기도 했다.
아무튼 내 딴에는 청계천 헌책방에 나가 자료도 구하고 대학원 다니는 후배에게 부탁해 관련 논문들도 구해 보고 열심히 했다. 일을 의뢰한 사람이 아는 사람이어서 그가 계약서를 가지고 집으로 와 사인을 했는데 계약금이 좀 늦어진다고 해도 그런가보다 하고 재촉 한 번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7월까지만 근무하고 출판사를 그만둔다는 소식을 남편 편에 전해들었다. 사실상 해고를 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아이고, 애가 둘인데...그러면 어떡하지?" 그가 걱정이 된 나머지 내 원고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계약금은 왜 안 주느냐는 항변전화를 하지 못했다. 다행히 8월까지 한달 더 근무하기로 했다 하여 그래도 직장에 다니는 동안 새 직장을 알아보는 것이 여러 모로 좋다고 전화를 걸어 훈수까지 두었다.
어제 출근하는 남편이 아침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내게 신신당부를 했다.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일 진행상황을 알아보고 원고료를 달라고 독촉하라고.
그런데 세상에 계약금 100만 원, 중간에 또 100만 원 해서 이미 2백만 원이 내게 지급되었다는 것이다. 이름을 들어보니 낯이 익은데 곰곰 생각해 보니 그의 아내 이름이다. 나는 모르는 이름이네요, 하고 일단 전화를 끊었다.
오늘아침 출판사에 전화했더니 그가 내게 직접 200을 부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내 보기에 그 돈은 이미 날아간 돈인 것 같다. 또 이렇게 뒤통수를 맞다니! 어리숙하고 흥청망청한 나라는 인간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