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넘긴 일이 하나 있다. 나로서는 처음으로 편저자가 되는 일이었다. 고전을 새로 엮는 아동물인데 아무튼 내 이름으로 책이 나온다는 사실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고 가슴 설레기도 했다.

아무튼 내 딴에는 청계천 헌책방에 나가 자료도 구하고 대학원 다니는 후배에게 부탁해 관련 논문들도 구해 보고 열심히 했다. 일을 의뢰한 사람이 아는 사람이어서 그가 계약서를 가지고 집으로 와 사인을 했는데 계약금이 좀 늦어진다고 해도 그런가보다 하고 재촉 한 번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7월까지만 근무하고 출판사를 그만둔다는 소식을 남편 편에 전해들었다. 사실상 해고를 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아이고, 애가 둘인데...그러면 어떡하지?" 그가 걱정이 된 나머지 내 원고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계약금은 왜 안 주느냐는 항변전화를 하지 못했다. 다행히 8월까지 한달 더 근무하기로 했다 하여 그래도 직장에 다니는 동안 새 직장을 알아보는 것이 여러 모로 좋다고 전화를 걸어 훈수까지 두었다.

어제 출근하는 남편이 아침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내게 신신당부를 했다.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일 진행상황을 알아보고 원고료를 달라고 독촉하라고.

그런데 세상에 계약금 100만 원, 중간에 또 100만 원 해서 이미 2백만 원이 내게 지급되었다는 것이다. 이름을 들어보니 낯이 익은데 곰곰 생각해 보니 그의 아내 이름이다. 나는 모르는 이름이네요, 하고 일단 전화를 끊었다.

오늘아침 출판사에 전화했더니 그가 내게 직접 200을 부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내 보기에 그 돈은 이미 날아간 돈인 것 같다. 또 이렇게 뒤통수를 맞다니! 어리숙하고 흥청망청한 나라는 인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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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rsta 2004-09-08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뭐에요오 이건...!!!!! (버럭,버럭,버럭,,,!!!)

조선인 2004-09-08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 그럼 전혀 받을 수 없는 건가요?
아, 게다가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감이라니.

sandcat 2004-09-08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사람이라니..정말 속상하군요.
이를 어쩐답니까?

하얀마녀 2004-09-08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럴 수가... -_-

플레져 2004-09-08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진짜 너무하다....ㅠㅠ

물만두 2004-09-08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일이... 황당하시겠요...

chika 2004-09-08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뒤통수? 이건 배신이예요. ㅠ.ㅠ

2004-09-08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水巖 2004-09-08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그런 일도 다 있군요. 자기 마누라 이름까지 동원해서, 그렇게라도 해서 살어야 했을까, 그래도 무슨 문화사업에 종사한다고 다녔겠죠?

stella.K 2004-09-08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가 막이네요. ㅜ.ㅜ

밥헬퍼 2004-09-08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참 속상한 일이군요. 그런 돈은 끝까지 받으세요.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그리고 늘 그런 마음이듯이 사람은 이해하고 용서하심이..

superfrog 2004-09-08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그럼 편집자가 부인 이름으로 님 페이를 받아 챙기고 8월까지 다닌 담에 자취를 감춘 건가요? 흠.. 어딘가에서 다시 만날 텐데 말이죠. 그 편집자도 참.. 그런 바보짓을. 님 책도 잘 나오고 빼돌린 돈도 다시 받을 수 있기를 바랄게요. 힘내세요!!

진/우맘 2004-09-08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끙.......으으으....로드무비님, 제가 다 배가 아픈데....오죽 답답하실까.TT
돈도 신의도, 둘 다 안 되면 하나라도 꼭 건지게 되길....

sooninara 2004-09-08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 사기죄 아닌가요? 사람이 무서버라..큰돈도 아니고 돈이백에...
사기치려면 몇억은 되야할텐데..쯧쯧..
로드무비님 잘 해결되시길 빕니다..사람에 대한 배신감이 더 크시겠어요..

로드무비 2004-09-08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겠습니까만, 조금은 고의성이 보여서 말이죠.
걱정 끼쳐드려 죄송스럽습니다.
하긴, 제 잘못도 있습니다. 믿거라 하고 게을러서 체크해보지 않은 점 등등.
출판사와의 계약이었으니 나중에 안되면 출판사에서 받아내야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거예요.^^

깍두기 2004-09-08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뭐라 할 말이 없네요.
그나저나 로드무비님이 만드신 책 꼭 보고 싶네요^^

어디에도 2004-09-08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의성이라... 슬퍼지네요. 그래도 씩씩한 로드무비님. 책 나오면 꼭 얘기해주세요.^^

로드무비 2004-09-08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나오면 한 권씩 사주세요.^^
그래야 다음 일거리가...

2004-09-08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돈을 못 받더라도 항변은 하셔욧! 불끈!그런 방법으로 또 다른 사람이 당할 수도 있구요. 어쨌거나 책 나오면 광고^^하세요..

숨은아이 2004-09-08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 출판 동네에 그, 그런 사기꾼이... 좁디좁은 출판 동네에서 잘도 살아남겠다! 로드무비님, 꼭 받아내시길!

불량 2004-09-08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책 나오면 말씀만 하세요..^^
그 분과의 일도 잘 해결되기를 빌어 봅니다.

바람구두 2004-09-08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남의 일 같지 않네요. 출판계, 특히 아동물 쪽에서 종종 그런 일들이 있다고 하더니...
증말... 벌컥 화가 납니다.

로드무비 2004-09-08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돈 받으면 이벤트 한판 벌일게요.
얘기 털어놓길 잘했네요.
제 이야기가 객관적인 사례가 되면서 어떻게 해야겠다 하는 것이 보여요.^^

반딧불,, 2004-09-08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것 받을 수 있다고 한 것 같은데요.
음..뭐드라...
쫌 껄끄러운 분들을 하루만 동원하면 된다는군요ㅠㅠ

반딧불,, 2004-09-08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너무하군요.
어떻게 그런 일을...

경찰서 가면 된다던데요.
부인이름까지 있으니 아주 확실하군요.
사기죄로 당장 들어가야 될 걸요??
지급 내역있으니 변제 안하면 바로 영창감이랍니다.

비로그인 2004-09-08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유, 참...

내가없는 이 안 2004-09-08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사이인데도 그럴 수가 있나요? 참, 세상에 이해못할 일이 너무 많아... ㅠ.ㅠ

호랑녀 2004-09-08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원래 아는 사람한테 이런 일이 생기죠. 모르는 사람이라면 꼼꼼하게 일처리를 했을 테니까...
아마 사정이 좀 어려워서 빌려갔겠죠. 곧 갚을 거에요. 이자까지 쳐서...
안 되면, 그냥 출판사에 얘기해서 받고, 그 사람과의 관계는 출판사에서 해결하라고 하죠, 뭐...
(그나저나 세상에... 책 한 권 원고를 돈 한 푼 안받고 썼단 말예요?)

아영엄마 2004-09-09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야 봤어요. 그사람에게는 전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인가 보죠? 남의 돈을 중간에서 가로채다니... 제가 그런 일 겪었으면 뒤통수 맞은게 아니가 뒤로 넘어가서 머리 깨질 일 같습니다. 꼭 받아 내시고, 책도 잘 팔리시길 바랍니다. 아, 아동물이라고 하셨지..

2004-09-09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4-09-17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놀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