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하루여행
대단했던 여행
<1>담양 버스투어, 좋은 여행?
8월 28일 토요일 광주만남이벤트,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8월 7일 서울만남이벤트에 변수가 생기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어 광주만남이벤트라도 꼭 가야겠다고 했는데 다행이 남편은 흔쾌히 광주행을 지지해주었다.
전날 그러니까 금요일, 집에서 저녁 먹고, 씻고 친정에 가서 아이들을 재웠다. 다음날 아침 엄마가 없어도 울지 말란 얘기를 미리하고 재우는데 아이들도 뒤척뒤척 잠을 잘 못 잤다. 그래서 옆에 누워 토닥토닥하며 이른 잠을 청했다. 하지만 밤새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여행에 대한 설레임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알람 시간은 5시에 맞추었는데 새벽 4시 30분 더이상 잠을 잘 수가 없다. 세수하고 가볍게 화장하고 준비를 마치고는 남편이 일어나길 기다렸다. 남편이 전철역까지 태워다주어 첫차를 타고 용산역으로 출발했다. 첫차가 5시 22분이었는데 이 시간에 꽤 많은 사람들이 전철을 타고 있었다. 나는 매일 이 시간에 자고 있을 시간이라 깜짝 놀랐다. 전철은 어느새 용산역에 도착했고, 일찍 도착한 나는 커피 한잔 마시고 가져갔던 책을 펼쳤다.
남도 테마 11가지를 싣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며 조선시대의 사림, 정자문학에 대해 생각하며 여행길에 올랐다. 국가와 지역을 올바르게 세우려는 대의정신, 남도 정체성, 광주 정체성을 생각하길 바라는 저자의 얘기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대의를 향한 용기와 예술적 기지가 결합된 곳, 남도는 상당히 매력적인 곳이 틀림없다.
오랜만에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한다. 그러니까 이제야 KTX도 타본 것이다. 기차에 올라타고 출발하니 남편에게 전화가 온다. KTX탄 소감을 들려달란다. 정말 빠르더라. 하지만 공간이 좀 좁게 느껴졌고 옆 사람과 거의 밀착된 느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전체적으로 좁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광주로 내려가는 3시간동안 옆사람에게 폐가 될까봐 화장실 한번 다녀오지도 못했다. 화장실도 좀 봤어야했는데 도무지 화장실 갈 엄두를 못냈다.
책을 읽다 문득 고개들어보니 창문으로 빗방울이 부딪친다. 그리 많이 오진 않았지만 호남지역 비가 많이 올거라는 뉴스가 끊임없이 나오고 불안한 마음이 살짝 들었지만 비가 와도 여행은 계속 되어야한다는 생각은 늘 변함이 없다.
아차, 기차타고 출발할때 순오기님의 문자를 받고 깜짝 놀랐다. 이른 새벽에, 잠도 안주무시고 챙겨주셔서 새벽부터 감동이었다.
8시쯤 현수가 운다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로 현수를 안심시키고 현준이에게도 잘 돌봐주길 당부했다. 돌아와서 물어보니 하루종일 잘 지냈단다.
광주역에 도착해서 밖으로 나오니 햇빛이 비친다.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일행을 찾으려 순오기님께 전화했더니 프레이야님과 택시타고 오신단다. 나비님을 먼저 만나라고 말하신다. 순간 후애님과 만치님은 어찌 되신거지? 여하튼 패셔너블하단 마고님의 말씀 덕분에 한눈에 알아봤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아름다운 늘씬하고 경쾌한, 유쾌한 나비님을 만났다. 후애님과 만치님은 끝내 오지 못하셨단 얘기를 들으니 너무 서운했다. 결국 후애님을 만나지 못하고 말았다는 생각에 서울만남의 아쉬움이 생각났다. 이번 만남의 주인공이신 후애님이 아프시단 얘기에 걱정도 되고 아쉽기도 하고 결국 우린 주인공없는 이벤트를 치르게 되었다.
후애님의 빈자리를 나비님의 배려로 극복했다. 대신 순오기님이 버스에 혼자 앉게 되어 죄송한 마음이 컸다. 나름 내려가며 누구와 앉게 될까 설레였는데 말이다.
프레이야님도 멀리서 혼자 왔다는 이유로 배려해주셨고 순오기님은 말할 나위없이 챙겨주셨다.
순오기님은 배고프고 목마를 우리를 위해 꿀떡, 증편, 감자떡, 쑥떡 등 떡을 골고루 사오셨다. 게다가 얼음물도 인원수대로 얼려 오셨다. 순오기님의 세심한 배려와 정성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담양시티투어버스를 타고 담양을 둘러보는데 참가비에 비해 너무도 알찬 여행이었다. 비가 왔기에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그런 여행이었다.
대통밥, 보기만해도 힘이 불끈 솟았다. 영양만점의 식단이었다. 맛도 좋아 순식간에 밥을 먹었다. 순오기님과 나비님의 대통까지 3개를 챙겨왔다. 현준이 현수가 무척 좋아한다. 해설사님은 맥주잔으로 순오기님은 화분으로 쓰라고 주셨는데 과연 무엇으로 쓰게 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한옥집 대청마루에 앉아 비오는 소리를 듣는 것도 즐거웠다. 마당은 질척거렸지만 마음은 청량했다.
고재선 가옥에 있던 자물쇠, 예전의 자물쇠가 참 보기 좋았다. 그리고 나무의 결이 고스란히 느껴지던 기둥.
명옥헌에 앉아 뒷뜰을 보며 산새소리를 들었다. 옆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경쾌했다. 뒤를 돌아보니 N군이 맞은편에 서있었다. 얼른 한장 찍었다. 의젓하고 멋지게 생긴 N군. 꽃미남, 완소남이란 말이 저절로 붙여진다.
상다리가 휘어질 수랏상을 받아들고 이른 저녁 생각없다했지만 막상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으니 허기가 느껴졌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밥과 국, 따뜻한 온기가 오래갔다. 어릴적 제사때마다 놋그릇 닦던 추억까지 불러 일으켰다. 모든 반찬이 맛있었다. 한그릇을 다 비우고 보리밥도 더 먹었다. 사실 더 많이 먹고 싶었지만 먼길 올라가다 병날까 걱정되어 절제를 좀 했다. 남기고 싶지 않은 밥상이었다. 순오기님 정말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요.
광주역과 터미널로 가기 위해 두대의 택시로 나누어 탔다. 기차 시간에 늦지 않게 열심히 달려주신 택시기사님께도 감사했다. 올라가는 KTX에서는 아이들은 9호차에, 나비님은 내 옆자리에 타고 올라왔다. 대전 가까이 갈때가지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여태 나비님에 대해 얌전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생각했는데 정말 유쾌하고 경쾌하신 분이셨다. 또한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으신 분이였다. 프레이야님과 순오기님은 서재 이미지 그대로였다. 또 함께 했던 세 아이들은 어쩜 그리들 착한지 날이 궂어도 싫은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즐겁게 다녔다. 우리 아이들도 그리 자라주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담양 기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소쇄원은 엄청난 폭우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유유자적 즐기지도 못하고 여기 소쇄원이 있었구나 발도장만 꾹 찍고 왔다. 나비님과 H양은 맨발로 다니셨으니 제대로 발도장 찍으셨을 것이다. (인증샷은 있으나 초상권 침해 운운하실까 걱정되어 올리지 않겠다.) 가사문학관에서는 영상물을 보고 전시실은 대충 살펴보았다. 질척거리는 운동화를 끌고 돌아다니는게 쉽지 않았다.
다음에 다시 담양을 둘러 보고 싶다. 가을에 둘러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언젠가 가을에 다시한번 가보면 좋겠다.
많은 얘기 나누지 못했지만 함께 하루를 보낼 수 있었던 프레이야님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첫인사에서 마지막 인사 나누기까지 내내 유쾌했던 나비님의 배려도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순오기님 이번 기행의 기획부터 명옥헌 아래의 수랏상까지 정말 고마웠습니다. 잊지 못할 담양 여행이었습니다. 비가 와서 오히려 꼭 붙어 우산도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순오기님 팔짱 끼고 걸었떤 메타세쿼이아 길, 우산이 하도 비를 맞아 비가 줄줄 흘러 우산을 쓰나마나한 상태가 되었어도 웃음 잃지 않고 즐겁게 돌아다녔던 우리들의 모습 하나하나 기억 속에 꼭 남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하지 못했던 후애님,
우리 언제 다시 만날까요? 보고 싶은 후애님, 아프지 않고 건강하시길 늘 기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