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북 두 번째 이야기
서은영 지음 / 시공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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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서은영이 두번째로 내놓은 스타일 북은 다소의 어리둥절함과 거부감을 주는 한편 그녀의 스타일 실패담과 성공담을 읽다보면 아, 나만 이런 일들을 무수히 겪고 실패하고 때론 성공하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을 동시에 들게 하는 책이다.

우선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은 스타일 북 2에 소개된 제품들이 거의 다 외국 명품 제품들이었고 그나마 나처럼 패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명품들이었기에 아무리 저자가 잘 설명해주어도 사진이 없는 이상 도대체 어떤 스타일을 말하는 것인지에 대한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저자가 나에게 안도감과 함께 용기를 준 부분은 스타일에 대한 무수한 실패를 거듭하고 지금의 스타일을 완성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 잡지, 책 속에서 저자의 모습은 항상 완벽해보이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도 가끔은 충동적인 쇼핑에 속상해하고 그래서 구입할 옷을 옷장 속에서만 걸어놓고 보아야하는 실수를 한다는 사실에 큰 공감과 느꼈다. 분명 그 옷을 구입할 때는 최고로 멋진 내 모습과 잘 활용해서 입게 될 거라는 큰 기대가 있었건만 집에 돌아와 막상 옷을 입고 나가려면 항상 망설여지고 여기에도 저기에도 구색이 안 맞아지는 옷이라는 발견하게 되면 참으로 난감하고 속상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거금을 들여 산 옷이라면 마음 속 깊은 곳에 상처로까지 남는다.

20대에는 유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한 1, 2년 지나면 유행이 지나 못 입게 될 옷들도 엄마를 졸라서 백화점에서 구입하고는 한 해 입고 옷장 속에 쳐 박아 둔 옷들이 꽤 있었고 그래서 눈총을 받아었던 적도 많았었다. 옷장 안에 옷은 그득한데 입고 나갈 옷은 없는 것 같은 상황이 계속 반복이 되었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현실적이 되어서 유행 탈 옷들은 비교적 싸게 구입하고 기본적으로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 입을 옷들은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좋은 것을 고르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스타일에 있어 실패를 거듭하고 배워가는 중이다. 스타일이란 자신을 표현해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항상 변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 때는 공주풍으로 옷을 입고 다니면서 좋아라한 적도 있었고 또 한 때는 스스로 중성적인 스타일이라 착각하여 소년처럼 옷을 입고 다닌 적도 있었고 지금은 절충 중이다. 워낙 원피스를 좋아해서 원피스만 입고 다닐 때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겉으로만 튼튼해지는 엄청난 상황이 생기기 시작해서 한동안 그토록 좋아하던 원피스를 포기하고 살았었다. 그러다 요즘 겨우 좀 입기 시작했고 아직까지도 보이시한 옷을 좋아하는 지라 그 두가지를 내 나이에서 그리 튀지 않으면 입고 싶었던 스타일로 다 하면서 살고 싶다.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나이가 있는데, 이렇게 입어도 될까, 이런 스타일을 해도 될까하는 갈등이 잠시 생겼었다. 하지만 스타일이란 자신을 표현해나가고 가장 자신이 행복해하는 부분이라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은 그러한 우려를 벗고 내가 하고 싶은 스타일대로 표현하고자 한다. 이런저런 눈치를 보거나 자신 없어 한다면 우리가 놓치고 갈 수밖에 없는 많은 나만의 스타일이 있기에 자신 있게 도전해보는 것도 행복해지는 길이라 생각해 이 책은 나름 도움이 되고 즐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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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만찬 - 공선옥 음식 산문집
공선옥 지음 / 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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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2학기 때 아버지께서 전주로 발령이 나셔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던 오빠들은 서울에 남고 막내인 나만 부모님을 따라 전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처음 가보는 전주는 나에게 너무 낯설면서 동시에 설레이는 곳이기도 했다. 어딘가 먼 곳으로 이사를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들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전주는 나에게 가장 행복하고 찬란했던 어린 시절 2년을 선사해주었다. 순박한 사람들, 풍성한 음식들이 나를 금새 서울 깍쟁이 아이에서 시골아이로 바꾸어 놓았다. 동네 아이들하고 산딸기도 따먹고 정말 시골 전주비빔밥도 먹을 수 있었던 시절이었고 그 곳의 음식은 다 정갈하고 맛깔스러웠다. 워낙 먹는 음식에 용감한 나는 거의 모든 음식을 망설여지 않고 먹는 편이라 쉽게 잘 적응할  수 있었고 마냥 행복했던 어린 시절이었다.

공선옥 작가의 '행복한 만찬'은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행복했던 추억들을 새록새록 생각나게 만든다. 하루하루가 즐거워서 빨리 밤이 오고 빨리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던 그 날들을 추억하게 한다. 책에 실린 글과 음식사진을 보면서 엄마와 그 행복했던 추억과 음식을 이야기 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아홉 살 때 동네 근처 절에서 스님들께서 직접 만드신 유과를 먹어보았을 때, 그래서 두고 두고 먹고 싶었을 때의 그 마음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공선옥 작가는 말한다. 계절 음식이었던 음식들이 지금 버젓이 사계절 식탁에 오른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말이다. 일 년 내내 구할 수 있는 음식 시스템에 익숙해져있던 나에겐 새삼 알게 된 사실이기도 했다. 마트에서 무심코 보고 무심코 구입했던 음식들은 사실은 계절 음식이었고 그 제철에 먹어야 가장 맛나다는 사실을 말이다.

육식을 좋아하는 다른 가족들에 비해 나물, 채소, 생선을 좋아하시는 엄마는 항상 조금씩, 꾸준히 밥상에 나물, 시래기 국을 올리셨고 매번 엄마 혼자서 다 드시고 하셨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식성이 조금씩 변하는 지 나 역시 엄마가 만들어 주시는 제철 나물들을 좋아하기 시작했고 가끔 드시고 싶다던 추어탕도 둘이서 먹으러 다닌다. 음식에 들어가는 향을 좋아하는 편이라 젬피(초피)도 넣어서 먹는다. 어릴 적에는 물컹거려서 먹지 않았던 메밀 묵은 지금은 제철마다 먹고 메밀 국수도 좋아해서 잘 해 먹는다. 그러고보니 만들 줄 아는 음식은 없어도 못 먹는 음식은 없는 것 같다. 다음엔 배우고 직접 만들어보는 용기를 내보리라 마음을 먹는다.

행복한 만찬 속에 담긴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음식에 대한 추억을 읽다보니, 음식에 얽힌 추억이 참 많구나 생각했다. 행복한 만찬은 행복한 추억을 기억하게 하고 바로 그 순간을 또 추억하게 할 것이라 생각하니 미소가 절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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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6 10: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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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6 11: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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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실 비치에서
이언 매큐언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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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으로 인해 우리의 삶은 변하게 되고 사랑 역시 변하게 된다. 가끔 생각한다. 사랑이 다가왔을 때, 이별의 순간이 보였을 때 내가 전과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떻게 변했을까를 생각해본다. 때론 아쉽고 아쉬워서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의 나 보다는 더 나은 모습으로 살고는 있지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한다. 또 때론 만약 그 순간으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예전과 똑같은 선택을 하는 내 모습을 볼 것 같아 우습기도 하고 질리기도 한다. 아마도 지나 간 선택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그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없기에 더 회한으로 남는 것 같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젊은 두 남녀가 있다. 플로렌스와 에드워드는 자라 온 환경과 가치관은 달랐지만 함께 있으면 따뜻함과 달콤함을 공유할 수 있기에 결혼을 결심하고 아름다운 결혼식을 치르게 된다. 하지만 남녀의 사랑에 대해 서툴고 무지했던 그들은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게 되고 체실 비치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 후 그들은 각자 서로에게 무관한 삶을 살아가게 되고 60대가 된 에드워드는 그날을 회상하게 된다. 자신이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해서......

'체실 비치에서'는 다른 환경과 가치관을 가진 두 남녀가 성장하면서 서로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결혼식과 신혼여행지에서 하룻밤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들이 믿었던 사랑이 인내와 배려가 없다면 얼마나 깨지기 쉬운 유리알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저자 이언 매큐언은 두 사람의 내면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읽는 동안에도, 읽은 후에도 내가 가지 않은 길과 내가 선택하지 못했던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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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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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를 읽는 내내 완득이를 속으로 연신 불러댔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속 마음을 삭일 줄 아는 완득이와 입은 거칠어도 마음 따뜻한 똥주때문에 연신 웃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청소년 책이라 가볍게 읽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 그 가벼움이 배가 되어 나에게 돌아왔다. 옆집사는 담임을 똥주라 부르며 하나님께 똥주를 죽여달라고 기도를 드리는 완득이도 예사롭지 않고 연신 욕을 입에 달고 살면서 완득이를 괴롭히는 것 같던 담임 똥주의 마음도 와 닿고 난쟁이라서 살기가 녹녹치 않았던 아버지, 몸은 완벽한 스타일인데 말을 더듬고 정신지체가 있는 민구 삼촌, 먼 가난한 나라 베트남에서 조금 더 부자인 나라로 잘 살아보고자 왔던 베트남인 어머니, 또 매니저를 자청한 반에서 일등하는 여자친구 정윤하, 싸움이 아니라 킥복싱으로 완득이를 세상에 나오게끔 해준 관장님 등 모두모두 마음에 고운 비수처럼 꽂히는 인물들이다.

완득이는 그저 밝히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숨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숨어지던 아이였다. 장애를 가진 아버지를 놀리는 사람들한테는 말보다는 몸이 먼저 반응하던 고1 완득이는 처음으로 싸움이 아닌 킥복싱 운동으로, 똥주의 특이한 제자사랑 덕분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킥복싱을 배운 지 일 년여밖에 안되어 TKO 패가 세 번이지만 언젠가는 TKO 승 세 번을 해서 멀리 떠나신 관장님을 찾아뵙고자하는 마음을 가진 멋진 완득이다.

'완득이'를 읽으면서 맘껏 웃을 수 있었고 똥주와 완득이를 생각하며 시침과 분침처럼 어김없이 만나 하나를 이루게 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이든 찾다 힘들면 '못찾겠다, 꾀꼬리'를 외쳐 쉬엄쉬엄 살고 작은 하루가 모여 큰 하루가 된다는 이치를 알게 된 완득이한테 나 역시 씨익 웃어주며 삶의 소소한 즐거움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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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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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는 12월 13일에서 14일로 넘어가는 비바람이 어지럽게 몰아치던 새벽에 일어난 후계자의 총기 자살사건으로 시작된다. 서둘러 자살사건으로 마무리하려 하지만 소문은 끝없이 퍼지기 시작했고 자살인가, 타살인가 하는 문제로 다들 조마조마한 심정이 되어 온 나라를 온 당원들을 집단 공포감에 물들게 한다.

후계자란 '나중에 오는 자' 이며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미리 지명된 자였다. 언젠가 지도자는 그 자리에 없고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미리 뽑아 존재할 것임을 알린다는 사실이 지도자 자신에게도 후계자에게도 질투가 섞인 공포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날의 후계자 총기 사건은 알바니아에서는 예정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다들 조마조마하며 기다리던 그 사건일지도 모르는 그 사건은 각기 다른 입장이지만 공포라는 이름아래 그 사건에 관계된 주변 인물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후계자의 죽음에 어떤 식으로도 연관되어 있을 거라는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도자이자 모든 이들을 공포라 이름으로 묶어두려는 질투와 광기어린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후계자에게 모멸감을 받은 후계자의 저택을 지도자의 저택보다 더 웅대하게 건축한 건축가의 비틀린 마음과 매번 사랑을 할 때마다 후계자인 아버지의 명령대로 헤어져야만 했던 딸 수잔나, 평생을 후계자와 함께 길고 긴 후계자의 삶을 함께 살아 낸 아내, 후계자의 죽음으로 이득을 보고자했지만 오히려 희생양이 되어버리는 내무부장관의 이야기까지 후계자의 죽음을 둘러싼 복잡 미묘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책을 덮는 그 순까지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에 대한 해답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아니,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공포에 젖은 집단적인 삶에서는.......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는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한다. 알바니아의 공산 독재자 엔베르 호자의 총애를 받던 후계자 메메트 셰후가 1981년 12월 14일 새벽에 총에 맞은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이다. 공식적으로는 신경쇠약으로 인한 자살이었지만 그후 이 죽음을 둘러싼 무수한 소문과 의혹이 나돌았고 공산정권이 무너진 뒤에도 미스터리로 남았다고 한다. 공포정치로 체제로 유지하고자 했던 그들에게는 진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진실을 감추고 그럴싸한 공포와 의심으로 포장한 채 거짓 평온을 유지하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알바니아 출신으로 공산독재정권에 의해 알바니아가 어떻게 암흑  속에서 역사를 이어왔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본다. 저자의 객관적인 시선을 바라본 독재정권이 만들어낸 실상을 본 것 같아 마음은 무거워지지만 그 실상이 결국에는 허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 같아 작은 안도를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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