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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미스터리를 밝히는 고대 DNA 이야기
애너 마이어 지음, 이한음 옮김 / 좋은생각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DNA 를 확실히 각인(?)하게 된 것은 당연 미드 시리즈 'CSI'를 통해서이다. 내가 움직이는 모든 것이 DNA를 남기는 행위라는 알게 되었고 '나'임을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알게 된다. 타액, 머리카락, 지문 등은 '나'인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아침에 일어나 머리를 만지면서 긁으면 죽은 세포 DNA가 머리카락과 함께 떨어지고 양치질과 세수를 하면서 또 한 번 쏟아지고 커피를 마시거나 음식을 마시면서 타액과 지문을 묻히며 사방 곳곳에 '나'임을 알리는 DNA 파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그런 행동들에 대해 무심히 지내게 되지만 범죄 드라마, 영화에서는 큰 증거를 남기는 행위이기에 완전범죄를 꿈꾸며 자신의 DNA를 숨기려 한다. 숨기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의 과학적 증거물과 두뇌싸움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과학의 힘을 받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 현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버젓이 일어난 사건들의 예들이 이 책을 통해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우선 너무나 유명하고 너무나 믿고 싶었던 러시아 마지막 황제의 막내 딸 아나스타샤의 존재일 것이다. 시체가 발견되지 않아 수많은 추측과 가설을 만들어내고 있는 그녀의 생존유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다. DNA가 중요한 과학적 증거가 되기 전, 오로지 외모와 기억만을 증거로 채택하던 시절에 자신들이 아나스타샤 공주라고 주장했던 무수한 여인들의 주장과 거짓이 난무하는 가운데 아나스타샤 공주와 아주 흡사한 외모를 가진 여인이 나타나 사람들에게 자신이 죽은 황제의 막내딸 아나스타샤라고 주장하는 사건이 있었다. 왕족 친척들과 측근들이 테스트를 해본 결과 진짜 아나스타샤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사건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녀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많은 추종자들은 그녀의 존재를 확신을 가지고 믿으며 그녀를 긴 세월동안 후원하며 죽을 때까지 보필을 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황제 내외와 죽은 세 딸의 유골이 발견되었고 생존해 있는 왕족과 비교 분석해서 진짜임을 확인했다 이제 아나스탸샤라고 주장했던 여인과 DNA가 일치하는 지가 중요한 사안이 되었다. 마침 그녀가 죽은 후 수술 중에 남긴 생체 표본이 남아 있어서 비교 분석을 해볼 수 있게 되었다. 결과는 경악 그 자체였다. 그녀는 황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임이 밝혀졌고 그녀를 진짜 아나스타샤 공주라고 믿고 보필했던 후원자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그녀가 진짜 아나스타샤 공주였다면 러시아 황실의 어마어마한 재산을 상속받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막대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
그럼 진짜 그녀는 누구일까? 그녀는 독일 시골마을에서 행방불명된 공장 노동자 프란치스카로 밝혀졌다. 그녀는 어떤 연유로 아나스타샤 공주라고 주장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게 된다. 왜 다른 사람임을 평생토록 주장하고 증명하려고 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아냐스타샤 공주뿐만 아니라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사이에서 태어난 비극적으로 네 살의 어린 나이로 감옥에서 죽은 루이 샤를 왕자라고 주장한 사람이 나타나 그도 죽을 때까지, 가족들한테까지 자신이 루이 샤를 왕자라고 주장했다. 그 역시 사후 DNA 검사 결과로 사기꾼이었음이 밝혀졌다. 이 모든 일들이 DNA가 중요한 과학적 증거가 되기 전에 일어난 사건들이라고는 하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믿고 그 오랜 시간을 지내왔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하다.
그밖에 고대 동식물들의 DNA를 축출하여 복제할 수 있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한다. 우리가 열광했던 영화 '주라기 공원'의 내용이 실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굳이 복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고대 조상들과 동식물들이 변화과정을 DNA를 통해서 알 수 있고 미래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살아 있거나 죽은 동물이나 식물, 세균 등은 모두 DNA를 남긴다. 우리가 살아 있었음을 증명하고 '나'임을 증명하고 존재의 영원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살짝 흥분되면서 읽었다. 앞으로도 DNA 연구가 더욱 더 발전되고 심화되어 놀라운 결과를 알려 줄 그 날을 기다려 본다. 팔을 살짝 긁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