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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메리 앤 셰퍼.애니 배로우즈 지음, 김안나 옮김 / 매직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다보면 내용은 정말 힘든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정작 읽는 사람들은 그 안에서 슬며시 지어지는 미소와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책들이 있다. 바로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처럼 말이다.
건지 섬은 영국의 남단과 프랑스 노르망디 사이 채널제도에 있는 섬으로, 영국왕실 소유의 자치령이다. 2차 세계대전 중에 건지 섬은 영국 점령을 꿈꾸던 독일에 의해 전쟁이 끝날 때까지 5년 동안 외부와 차단된 채 고립 속에서 독일군의 지배를 받아야만 했다. 모든 일상을 감시받던 건지 섬 주민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고발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다. 어느 날 독일군의 감시를 피해 몰래 돼지구이 파티를 하던 사람들은 엉뚱한 사건으로 인해 졸지에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이 결성되었고 졸지에 그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문학회 회원들이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평생 책을 읽지 않던 사람들이었고 농사와 생계를 위해 하루 종일 일해야만 하는 사람들이었다. 졸지에 문학회 회원들이 된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책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고 토론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던 중 전쟁은 끝이 났고 우연히 영국 작가 줄리엣은 건지 섬에 살고 있는 한 남자로부터 편지를 받기 시작했고 그와 작가 찰스 램을 매개로 편지 교환을 시작하게 된다. 곧이어 건지 섬 문학회 회원들 모두하고 편지 교환을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타임지에서 의뢰한 글을 쓰기 위해 줄리엣은 건지 섬을 방문하게 되고 편지를 교환했던 모든 사람들하고 친구가 되고 새로운 사랑에 눈뜨게 되어 섬에 정착하게 된다.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은 두 여자 주인공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건지 섬 마을 사람들에게 독일 지배하에 마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문학회를 급조하여 위기를 모면하게 했던 진정한 주인공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삶 자취에 이끌리던 작가 줄리엣은 건지 섬에 정착하면서 엘리자베스의 죽음을 알게 되고 그녀의 딸 키티, 남자 주인공 도시와 함께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이다.
혹독한 전쟁을 겪었던 건지 섬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둡거나 무겁지 않다. 분명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어려움을 꿋꿋하게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쟁 중에도 전쟁 후에도 따스함을 전해준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상황에도 희망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은 또 다시 좌절해도 일어나 새로운 희망을 가질 것이기에 그들의 삶이 아름답다. 그러한 밝고 따스한 희망을 엘리자베스에 이어 도시, 줄리엣, 엘리자베스의 딸 키티에 의해 이어질 것이다. 또한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도 따스한 봄볕 같은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고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고 믿고 싶게 만든다. 아니, 믿을 것이다.
편지로만 이루어진 아날로그 스토리가 가슴에 뭉클하게 다가와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많은 독자들과 나에게 '빠름' 에 취해 무엇을 놓치고 살고 있는지 알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보면 여러 관점에서 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쟁 전후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고, 또 다른 면에서는 자신의 선택을 믿고 휘둘리지 않았던 여성들 엘리자베스와 줄리엣의 삶과 사랑의 시각에서 읽을 수 있다. 이러한 두 이야기를 절묘하게 잘 어우러지게 한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을 읽을 수 있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