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속을 걷다 - 이동진의 영화풍경
이동진 지음 / 예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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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속을 걷다>를 읽다보면 추억에 빠지게 된다. 15편의 영화가 소개되어 있고, 그 영화촬영지를 찾아가 영화에 대한 추억에 빠지기 때문이다. 책을 펴자마자 내가 과연 몇편이나 보았을까하는 궁금증에 찾아보았다. 15편중 9편을 보았으니, 아주 모르는 영화들만 가득한 것은 아니군 하는 안도를 해본다.
각 영화 속 배경이 된 나라를 찾아가 촬영장소를 찾아가 영화의 발자취를 찾아간다는 것 자체가 멋지게만 생각되어질지 모르지만 책을 읽어보면 실상 그렇지 못함을 알 수있다. 여행이란 예측 불가능한 일들로 가득하기에 '티벳에서의 7년'의 나라 티벳을 찾아 갔을 때는 아는 이 없는 곳에서 고산병에 시달려야 했고 다른 영화촬영지에서는 그 장소가 공사중이거나 문이 닫혀있어서 헛 걸음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사실은 더 실감이 난다.

소개되어진 영화 중 가장 좋아해서 DVD로 구입해놓고 날을 잡아서 연이어 보는 영화가 '비포 선셋'이다. 이 영화는 9년전에 제시와 셀린이 기차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했던 영화 '비포 선 라이즈'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영화에서의 아쉬움을 배우들 감독이 합심하여 9년만에 다시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두 영화를 연이어 보면 배우들의 나이듦과 성숙해진 모습을 볼 수 있고 그 세월만큼의 감정의 깊이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제시와 셀린이 9년만에 만나 커피를 마시는 까페도 작가된 제시가 책 홍보차 '저자와의 대화' 행사를 했던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을 둘러보게 되는 저자가 그리 부러울 수가 없었다.
'화양연화'에서 남자 주인공 양조위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유적지 석조 구멍에 대고 속삭인 후 구멍을 메우는 장면을 찾아 실제로 작년에 친구랑 앙코르와트에 가서 그 곳이 어딜까를 찾기도 했었다.
15편의 각 영화마다 느낌도 다르고 추구하는 색도 다르지만 좋은 영화라는 자체만으로 빛이 난다. 아직 보지 못한 6편의 영화도 꼭 보고 싶고 그 다음에 '필름 속을 걷다'를 다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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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230 Days of Diary in America
김동영 지음 / 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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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책은 참 예쁘다.
책 속에 가득 채워져있는 사진들도 작가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사진들로 가득하고 글도 곁에서 작은 목소리로 들려주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작가는 그 시절을 인생의 있어서 최고의 순간이자 또한 최고의 낭비라고 했다고 한다. 서른 살이 된 그에게 280여일에 걸친 길고 긴 미국여행은 외로웠지만 최고로 행복했을 시간들이 되었을 거라는 것은 책을 보면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낡은 차를 사고 미국전역을 자동차로 여행하면서 외롭고 막막했을 그 기분을 마음껏 느끼며 끝없이 펼쳐졌을 그 도로를 생각해본다.

가지고 갖던 여행경비가 떨어져 단기 아르바이트도 하고 몸이 많이 아파도 병원비가 많이 나올 것을 걱정하며 병원도 가지 못하고 앓았을 때의 마음을, 무작정 화가 났을때 한적한 도로를 달리며 소리를 질렀을 마음을 헤아려 본다.

그래도 역시 믿을 곳은 사람의 정밖에 없다라는 희망어린 결론을 내리게 해주는 마음씨 착한 친구들 덕분에 작가는 여행을 무사히 마쳤을 거라 짐작해 본다.

서른 살에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볼 시간을 가졌다는 게 가장 부럽고 가슴벅찬 일이라 생각한다. 그냥 그렇게 나이를 먹고 생활을 하다보면 세월은 이만큼 흘렀는데도 여전히 그대로인 '나'를 만나 화들짝 놀라게 되기 때문이다.

나를 되돌아 본다는 것은 현재를 기반으로 하여 두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미래를 만날 수 있을거라는 희망이 담겨 있는 것 같아 책을 덮고도 흐믓할 수 있었다.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라는 말을 음미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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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큼의 애정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노재명 옮김 / 다산책방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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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한다는 것...
그 자체가 빛나 보일 때가 있다. 사랑을 시작한 연인에게서, 사랑이 깊어지고 있는 연인에게서는 그들만의 친밀감이 형성되고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것만 같아 주위의 부러움을 사게 된다.
그러나 사랑이 식으면 세상에서 가장 냉정한 사람들로 변하는 것도 그 사랑했던 사람들인 것 같아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라는 말이 나오게 만든다. 세상의 모든 행복이 시작되기도 하고 또한 세상 모든 슬픔이 시작되기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는 것이 사랑인 것 같다. 

'얼마만큼의 애정'에서는 일년간 교제 끝에 여자친구가 배신했다고 굳게 믿고 5년동안 사랑의 상처를 일해만 온전히 쏟아 성공적인 사업가의 길로 들어선 마사히라가 있다.
5년전 마사히라에게 쓰디쓴 배신의 상처를 안겨 준 아키라가 있다. 그 둘은 그리 멀지않은 곳에서 살며 길거리에서 가게에서 자주 부딪히는 사이이지만 결코 아는 척을 하지 않는 헤어진 커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아키라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길에서 우연히 본 100회 기념일이라면서...
마사히라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게 되고 그녀를 찾아 나서면서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이별은 예측이 불가능하지 않은 고약한 면을 갖고 있어 이별은 더 슬프고 괴롭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헤어질만큼만 사랑했었나를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개인적으로 사랑의 완성이 결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헤어지게 되는 커플과 결혼을 하게 되는 커플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하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믿음일까? 아니면 정일까? 

책 속에서는 아키라가 행복해지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프로포즈를 한 마사히라의 사랑이 있다. 그러나 아키라가 내뱉은 거짓말을 그대로 믿고 확인해 볼 생각도 안한 마사히라의 사랑의 어리석은 모습도 있기에 사랑은 불안해 보인다.
아키라는 마사히라의 어머님의 반대와 자신의 복잡한 가족사때문에 마사히라를 놓아 버린다. 그러고는 그의 주위에서 한결같이 맴돌며 5년을 보내다 100회 기념 핑계로 전화를 하게 되면서 끊어질 뻔했던 사랑의 끈을 이어가게 된다.
결과적으로 보면 해피엔딩일 수도 있지만 결코 그들의 사랑이 쉽지만은 않을지도 모름을 암시하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하긴 누가 사랑의 앞날을 장담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사랑도 둘이서 노력하고 가꾸어 나간다면 이별을 물리칠 수도 있을거라는 희망적인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하듯이 사랑의 지속성에는 믿음과 노력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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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리의 트렁크
백가흠 지음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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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길지 않은 분량의 백가흠작가의 소설집을 일주일이상 걸려가며 읽었다. 사실은 읽어냈다 가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소설집 속에 내용들은 쉽게 읽혀지지가 않았다. 알고 싶지 않았던,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의 추악한 일면과 더불어 서글퍼지는 소외당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설집 속에 가득하기 때문이었다. 설마,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겠어.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했던 폭력, 납치, 유기, 살인 등의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는 나를 오히려 뭐..하면서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신문과 뉴스에서 매일같이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점점 무감각하게 느끼며 접하게 되고 나하고는 상관없는 사람들 이야기야 하면서 무관심해졌을 때 백가흠작가의 '조대리의 트렁크'는 모른 척 지나쳐가고만 싶었던 나를 불러세우는 역할을 한다. 내키지는 않지만 진짜 현실을 들여다 보라고, 세상에는 동화 속 이야기보다는 이리저리 깨지고 다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많다고 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실제사건을 다룬 뉴스를 들었을 때 무심했던 마음이 소설로 풀어낸 이야기를 읽고는 과잉반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소설 속 그들의 더 이상 버릴 것도 없는 인생 속으로 걸어들어 간다면 별반 다르지 않은 선택을, 후회를 하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랑은 상관없는 사람들 이야기야, 난 저렇게 안살고 있어 라고 하며 호들갑을 떠는 것일지도...

백가흠 작가의 소설집은 처음 읽었는데, 기대가 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하다 싶으리만큼 현실적이고 불편한 이야기들이 가득하지만 그의 글은 좋다. 독자로 하여금 이러이러한 느낌을 받아라 하는 강요(?), 교훈이 없다. 그저 담담하게 그러나 힘있게 현실을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소설집에는 9편의 단편이 실려있고 각기 다른 듯하면서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매일 기다려', '웰컴, 마미!', '조대리의 트렁크' 이다.

'매일 기다려'에서는 뻔뻔하리만큼 노인의 가진 것을 다 가져가버리는 어린 소녀 연주의 모습과 함께 그 장단에 맞춰주고 싶은 외로운 노인의 서글픈 정이 담겨있어 가슴이 뭉클했다.

'웰컴! 마미'는 가장 속이 상하고 화가 치밀었던 작품이기도 했는데, 철이 없는 애 엄마는 반지하방에 네살박이 아이를 가두고는 일을 나간다. 그러다 며칠만에 돌아와 아이를 안아주지도 밀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 생각해낸 것이 강아지를 사다주면 아이가 외롭지 않겠지하는 생각에 강아지와 아이을 지하방에 방치를 해둔다. 그후 어찌 되었을까하는 상상만으로도 화가 치민다.

'조대리의 트렁크' 는 가장 따뜻한 느낌을 받으며 읽었다. 물론 내가 생각했던 조대리가 아니고 트렁크가 아니었지만, 조대리의 트렁크에서는 가느다란 희망이라도 인간다운 숨결을 느낄 수 있어서 안도했던, 숨을 쉴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편하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조대리의 트렁크'에는 남다른 흡입력이 있다. 불편해지는 감정과 함께 그래도...하는 안도의 마음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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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헤 1
미카 왈타리 지음, 이순희 옮김 / 동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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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헤'는 이집트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민간전승 이야기 속 주인공이며 왕궁의 비밀을 우연히 엿듣게 된 죄로 죽음에 처해지자, 먼 이방의 땅으로 달아나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후 고국으로 금의환향 한다는 민간전승의 주인공이자 바로 이 책' 시누헤'의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는 갈대를 엮은 배를 타고 떠내려 온 갖난아이였고 가난한 의사부부가 데려다 자식으로 키워 의사가 되어 앞날이 보장되는 듯했던 젊은이이기도 했다. 그러나 운명은 그를 갖난아이적에 갈대 배에 태워 보냈을 때 정해졌던 것처럼 정처없이 이집트 시운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리며 많은 사건과 인물들 속에서 갈등하게 되는 인물이다.
때론 조국 이집트를 위해서라는 명분아래, 때론 자신의 처절한 복수를 위해, 이집트를 쥐고 흔들었던 권력자 친구들에 의해 많은 죄를 짓게 되고 또 철저하게 버려지게 되는 인물이 시누헤이다.
그는 가족을 이루고 평범하게 살고자하였지만 이집트의 운명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는 복잡해지기만하고 파라오가 된 아케나톤의 일방적인 종교개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게 된다. 하루아침에 종교를 개혁하고자했던 아케나톤과의 애증어린 관계와 야심으로 가득찬 호렘헵과의 관계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희생양이 되어버린채 굴곡 많았던 삶을 되돌아보며 유배지에서 이 글을 쓰고 글을 마친다.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던 이집트의 잊혀진 파라오 아케나톤을 중심으로 이집트에 불어닥친 종교개혁 속에서 왕궁의사 시누헤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책 '시누헤'는 한편의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이 들게한다. 어느 시대이건 권력자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고 가난한 자들의 모습 또한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서글프게 그려진다. 권력의 혼란 속에서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을 서슴치않은 전쟁의 실상과 그 속에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시누헤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일 것이고, 또한 나의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읽는 동안 답답하기도 했고 무능력한 느낌을 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마지막 글에서 위로와 공감을 받는다.

<왜냐하면 나 시누헤는 인간이니까. 나는 나보다 먼저 살았던 모든 사람들 속에서 살아 있었으며, 나보다 나중에 살아갈 모든 사람들 속에 살게 될 것이다. 나는 인간의 눈물과 웃음, 인간의 슬픔과 공포, 그리고 인간의 선량함과 사악함, 정의와 불의, 나약함과 강건함 속에 깃들어 살아갈 것이다. 나는 인간으로서의 인류 속에 영원히 깃들여 살아갈 것이다. 평생을 외롭게 살았던 이집트인 시누헤가 썼노라>
시누헤2권 37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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