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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수다 - 나를 서재 밖으로 꺼내주시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진원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 '공중그네' 작가로 많은 팬을 보유한 오쿠다 히데오의 항구도시의 기행 에세이를 묶은 책이다.
교통편은 배로만 이용해서 다녀야하는 조건이 붙은 항구도시 여행은 고치, 고토, 미야기, 부산, 후쿠이, 니카타, 레분도로 이어지게 된다.
새로운 항구에 닿을 때마다 그곳의 특산물이나 향토요리를 소개하고 맛보는 오쿠타 히데오의 즐거움이 느껴진다.
편집자. 사진기자와 동행한 여행에서 선실과 호텔을 일등급으로 해주었을 때는 어린애처럼 좋아하다가도 다음번에 이등객실로 정해주면 툴툴거리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공중그네'를 읽으면서 괴짜 의사선생 이라부의 모습이 작가의 모습과 흡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나 그런 면모가 곳곳에 보여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여행을 좋아하기는 하나 누군가에 의해 떠밀려지기 전에는 결코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천성을 가진 작가는 귀찮아하는 척하면서도 항구도시 기행을 기다리고 옷을 준비하고 가방을 쌓고 읽을 책을 준비하는 모습이 나의 모습과 결코 다르지 않아 정겹다고나 할까...
부산에 도착해서 때밀이 체험과 비빔밥, 불고기를 먹는 일정을 보면서 아..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돌게 되는 일정이구나 싶어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고, 반은 독일차를 베끼고 반은 다른 디자인을 가진 한국 차에 대한 설명에서는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고치, 고토, 미야기, 후쿠이, 부산, 니카다 레분도를 돌면서 만나게 되는 그 지역의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울리고 싶어하는 마음과 말없이 방문하여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사라져가는 것, 그것이 여행하는 사람의 예의라고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어느 날 현지인들의 일상 속으로 불쑥 끼어들어 오만한 태도로 대한다면 그 모습은 참된 여행자의 자세가 아닐 것이며 그저 귀찮은 관광객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고 낯선 장소에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들 수있다.
허나 나역시 워낙 게으른지라 직접 찾아 나서는 여행보다는 집안에서 편안히 공상하며 읽어나가는 여행서를 더 좋아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쿠타 히데오 작가의 기행 에세이를 읽다보니, 낯선 장소에서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 스넥바에 들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도 하는 것을 보니, 최근에 여행을 다녀온 지도 벌써 일년 가까이 되어 가고 있구나 싶었다.
늦가을이나 겨울 쯤 가까운 곳에라도 훌쩍 떠나보고 싶다.
'오! 수다'는 항구도시기행이라기보다 항구 맛기행이 더 맞지 않을까 싶으리만큼 일본 음식 향연에 가깝다.
각종 해산물요리, 된장국, 스넥바에서의 요리와 음료이야기는 군침을 돌게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 지형, 요리에 대한 지식이 없다보니, 작가의 느낌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데 아쉬움이 남지만, 가볍게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재미난 면모를 보고 맛기행, 항구기행을 둘러 본다면 괜찮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