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갑자기 천사가
하이메 바일리 지음, 고인경 옮김 / 솔출판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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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렇게 잘나갈 때도 있었던 작가 훌리안은 지금은 매사에 모든 것이 귀찮기만하고 집안에서 나오것도 싫고 청소는 더 더욱 싫어하는 40대의 남자이다.

거미, 개미와 함께하는 동거(?)생활에도 그닥 불만이 없이 너무 지저분하다싶으면 휴지에 물을 묻혀서 주위만 슬쩍 닦아내는 아주 게으르고 대책없는 사람인 훌리안에게 서점에서 일하는 연인 안드레아가 청소를 하지 않으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는 엄포를 듣고서야 청소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안드레아는 세상과 대화를 할 수 있는 통로이며 일하는 서점에서 책을 훔쳐다주는 바람직한(?)연인이기도 하다. 그는 말한다. 그녀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그녀가 서점을 쉬는 월요일에만 만나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메르세데스 그녀는 슬픈 눈을 가진 쉰둘의 뚱뚱한 여성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인디오 여성이며 아주꼬맹이 적에 가난때문에 엄마에 의해 부잣집에 팔려 가 평생을 부잣집 하녀로 일했던 경력밖에 없다.

그런 그녀에게 훌리안은 직업 소개서에서 그녀를 선택하고 일주일 두번 청소를 하러 오게 한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그녀 메르세데스는 그런 삶에 낙담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받아들이고 있다.

불평불만에 가득했던 훌리안은 메르세데스를 만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며 용서를 할 때도 사랑할 때도 그 시기를 놓치지 말라고 이야기해준다.

메르세데스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메르세데스와 그녀의 어머니를 찾아가게 되는 과정을 걸치면서 십년동안 훌리안을 괴롭히던 가족간의 갈등도 자연스레 해결의 실마리를 가지게 된다.

자식에게 부모를 한 인간으로 받아들이기가 결코 싶지가 않다. 그들도 살면서 실수도 하고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자식들은 갈등하게 되고 서로 반목하게 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 부모님도 한때는 철없던 젊은이였고 가족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용서를 하고 용서를 받는 과정이 훌리안과 그의 아버지를 통해 절절하게 다가온다.

페루의 작가 하이메 바일리의 유모를 모델로 글을 썼다는 이 책은 따뜻하고 유머러스하며 때론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흐르는 정이 많은 책이다. 그러면서도 작가 특유의 냉소적인면이 곳곳에 보이고 하는 재치만점인 책이기도하다.

자기애가 강한 훌리안의 모습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운명이라 생각하며 체념하듯히 살아왔던 메르세데스의 모습에서도 나를 볼 수 있어서 배시시 웃음이 나오기도 했었고 어느 부분에서는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럽기 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준 책이라 기억하고 싶다.

어느 날 갑자기 메르세데스같은 천사가 다가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어 주었으면 싶었고, 그러면 그 손을 절대 놓치지 말야지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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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수다 - 나를 서재 밖으로 꺼내주시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진원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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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공중그네' 작가로 많은 팬을 보유한 오쿠다 히데오의 항구도시의 기행 에세이를 묶은 책이다.

교통편은 배로만 이용해서 다녀야하는 조건이 붙은 항구도시 여행은 고치, 고토, 미야기, 부산, 후쿠이, 니카타, 레분도로 이어지게 된다.

새로운 항구에 닿을 때마다 그곳의 특산물이나 향토요리를 소개하고 맛보는 오쿠타 히데오의 즐거움이 느껴진다.

편집자. 사진기자와 동행한 여행에서 선실과 호텔을 일등급으로 해주었을 때는 어린애처럼 좋아하다가도 다음번에 이등객실로 정해주면 툴툴거리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공중그네'를 읽으면서 괴짜 의사선생 이라부의 모습이 작가의 모습과 흡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나 그런 면모가 곳곳에 보여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여행을 좋아하기는 하나 누군가에 의해 떠밀려지기 전에는 결코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천성을 가진 작가는 귀찮아하는 척하면서도 항구도시 기행을 기다리고 옷을 준비하고 가방을 쌓고 읽을 책을 준비하는 모습이 나의 모습과 결코 다르지 않아 정겹다고나 할까...

부산에 도착해서 때밀이 체험과 비빔밥, 불고기를 먹는 일정을 보면서 아..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돌게 되는 일정이구나 싶어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고, 반은 독일차를 베끼고 반은 다른 디자인을 가진 한국 차에 대한 설명에서는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고치, 고토, 미야기, 후쿠이, 부산, 니카다 레분도를 돌면서 만나게 되는 그 지역의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울리고 싶어하는 마음과 말없이 방문하여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사라져가는 것, 그것이 여행하는 사람의 예의라고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어느 날 현지인들의 일상 속으로 불쑥 끼어들어 오만한 태도로 대한다면 그 모습은 참된 여행자의 자세가 아닐 것이며 그저 귀찮은 관광객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고 낯선 장소에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들 수있다.

허나 나역시 워낙 게으른지라 직접 찾아 나서는 여행보다는 집안에서 편안히 공상하며 읽어나가는 여행서를 더 좋아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쿠타 히데오 작가의 기행 에세이를 읽다보니, 낯선 장소에서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 스넥바에 들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도 하는 것을 보니, 최근에 여행을 다녀온 지도 벌써 일년 가까이 되어 가고 있구나 싶었다.

늦가을이나 겨울 쯤 가까운 곳에라도 훌쩍 떠나보고 싶다.

 '오! 수다'는 항구도시기행이라기보다 항구 맛기행이 더 맞지 않을까 싶으리만큼 일본 음식 향연에 가깝다.

각종 해산물요리, 된장국, 스넥바에서의 요리와 음료이야기는 군침을 돌게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 지형, 요리에 대한 지식이 없다보니, 작가의 느낌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데 아쉬움이 남지만, 가볍게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재미난 면모를 보고 맛기행, 항구기행을 둘러 본다면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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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천사 매티 - 지미 카터와의 아름다운 우정
매티 스테파넥.지미 카터 지음, 이진 옮김 / 예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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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천사 매티' 책을 첫장쯤 읽기 시작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도대체 매티 엄마는 아이를 셋이나 잃었으면서도 또 아이를 가지고 그 아이가 희귀병이 유전되게끔하는 이유가 뭘까하는 삐딱한 마음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부끄러워졌다. 매티가 곧바로 대답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엄마는 자신은 물론이고 아이들에게 심각한 병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이를 다 낳은 후에 '근욱성 이영양증'이라는 신경근육계통 병이 얼마나 심각하고 치명적인 줄을 알았다고 한다.
아마도 나처럼 좋지 못한 편견을 갖고 자신과 엄마를 바라보았던 사람들이 많았구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솔직히 뜨끔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이야기를 하고 바라보았으면 매티는 첫장과 두번째 장에 이러한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누나와 두 형을 잃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다는 것이 마냥 행복하고 하루하루의 삶이 축복이라고 느끼는 매티와 그런 매티를 사랑으로 감싸주고 있는 매티 엄마에게 세상을 다시 볼 수 있는 눈을 배울 수 있었다.
살아있음을 당연히 여기며 하루하루를 헛되게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나에게, 호된 야단이 아닌 부드러운 미소로 매티는 손을 내밀어 주고 있다.
존경하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함께 평화운동가로서 세상의 작은 빛이 되고 싶었던 매티는 너무 짧은 시간을 살아야 했지만 그의 평화에 대한 열망과 사랑의 정신은 계속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가장 악조건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요 를 이야기할 수 있는 대단한 용기를 가진 매티에게 삶의 소중함을 배운다.

이 책은 매티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함께 평화를 위해서 책을 만들기로 한 후에 시, 에세이, 서로 주고 받았던 이메일로 구성되어있다.
책이 출간되기 전에14살의 어린 나이로 생을 마감해야 했던 매티의 유작이다.
개인이 선택, 습관을 평화롭게 바꿀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바뀔 수 있고 전세계의 삶이 평화롭게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한다.
매티는 말한다.
평화는 멀지 않다고 우리의 자신의 마음의 평화부터 시작한다면 언젠가는 평화가 현실이 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했던 매티를 생각하며 우리의 삶을, 나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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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책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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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르한 파묵의 작품을 좋아한다.'

'나는 오르한 파묵의 진정한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생각해왔고 주위의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기도 했었다.

그만큼 이전에 읽은 '내 이름은 빨강'과 '하얀 성'(오래 전에 읽어 가물하지만)을 가슴 설레이게, 때론 먹먹해지면서 읽었기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다.

허나, 이 '검은 책'을 읽어나가면서 든 생각은 정말 내가 오르한 파묵작가를, 작품을 이해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만큼 읽는 동안 내내 혼란스러웠고 그의 이야기 속 미로를 헤매는 듯한 느낌이 강하기 조여오기 시작했다. 알듯 말듯한, 이해할 듯 말 듯함이 반복되면서 지치기도 했고 '검은 책'에 담긴 의미를 신호를 파악하지 못하는 내가 한심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은 책'을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작가가 오르한 파묵이고 그는 진정한 이야기꾼이기 때문이다.

동서양 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터키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터키의 영광스러웠던 시절과 지금의 어두운 상황을 이야기 속 컬럼 작가 제랄 살리크의 칼럼을 통해 보여주면서 변해가고 있는 터키의 문화, 생활상을 어둡고 쓸쓸한 색조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한 터키의 과도기적인 상황 속에 20여년의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지간인 컬럼 작가 제랄과 변호사인 사촌동생 갈립, 제랄과 의붓남매이면서 갈립의 아내인 뤼야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느 날 갈립은 아내 뤼야가 쪽지 한장 남겨놓고 집을 떠난 사실에 알게되고 사촌 형인 칼럼 작가인 제랄도 함께 사라졌음에 알수 없는 질투심과 자신만이 소외되었다는 서운함을 느끼게 되고 그들은 찾아 이스탄불을 찾아 헤매이게 된다.

갈립은 그들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제랄의 칼럼뿐이라는 사실에 매달리게 되고 그의 모든 기사와 기록들을 샅샅이 찾아 읽고 평생을 숭배해왔던 제랄의 모습을 자신에게서 찾게 된다.

갈립은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자신이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을 겪게 되고 수많은 추억과 혼란스러운 마음을 검은 책에 담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사라진 아내, 사촌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추리형식을 담고 있으면서 터키의 역사, 문화, 옛 영광의 상처가 가득한 이스탄불 미로 속으로 안내하고 있다.

안개 속을 손으로 더듬거리면 걸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고 수많은 이미지와 신호를 눈치채지 못하고 놓쳤을까봐 조바심들게 만든 책이었다.

다 읽은 후에도 여전히 반쯤 몽롱하고 미련이 남는 것을 보니, 후에 꼭 다시 재독해야겠구나 생각했다. 첫번째 읽었을 때와 두번, 세번 읽었을 때의 느낌이 다르게 오고 세월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올 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 그 자체가 가장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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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하는 물고기의 상상 - 오늘을 행복하게 하는 36가지 상상
케스투티스 카스파라비키우스 지음, 원지명 옮김 / 예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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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이름을 가진 작가 케스투티스 카스파라비키우스 는 발트해 연안의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나 일러스트레이터로 작가로 활동중인 분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상상력이 가득한 사물들의 이야기이다. 사람이 아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을 주인공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많은 에피소드를 담아내고 있다.
짧은 이야기 속에 담긴 가볍지 않은 진실된 이야기와 작가의 글을 더욱 더 돋보이게 하는 독특하고 정감있는 일러스트가 가득하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든 이야기를 소개한다.
제목은 '책 읽는 책' 이다.
<책꽃이에 꽃힌 세권의 책 중 한 권은 진지하고 슬픔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유쾌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무시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점차 슬프고 진지한 책 이마에는 주름골이 더욱더욱 깊어만 갔다. 이를 보다 못한 크고 박식하고 총명한 책은 우울증에 빠진 책을 번쩍 들어 마구 흔들어 놓았다. 그 순간 엉망진창으로 변해버린 생각들이 우르르 떨어져 나갔다. 그러자 진지하고 슬프기만 했던 책은 눈 깜짝할 사이에 쉬우면서도 이야기가 가득 담긴책으로 변했다> 요약
책을 뒤흔들어 놓는 그림과 함께 너무 마음에 드는 글이 담겨있다.

<지나친 고민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으면 새로운 생각이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머릿속도 가끔씩 대청소가 필요합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져 털어내고 싶은 욕구가 가득했을 때 이부분 글과 그림을 읽으니 웃음이 나온다. 그래, 가끔 털어내고 새로운 생각을 채워보자 싶었다.
단순하지만 지혜가 담긴 글과 그림이 36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우울하고 지칠 때 나에게 알맞는 부분을 찾아 글과 그림을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 상상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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