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
안토리오 솔레르 지음, 김현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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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런 날이 있다.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이과 주변 상황이 저절로 각인이 되는 날 말이다.  그래서 그런 비슷한 기분과 분위기를 느낄 때마다 무심코 예전의 그 날의 기억을 불러오게 만든다.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는 네명의 십대후반의 청년들이 청춘의 마지막 여름을 보냈던 그 시간으로 되돌아간다. 작고 보잘 것 없는 지방 바닷가 소도시 '영국인 거리'에서 희망도 없고 덧없는 시간을 보내던 그들에게도 청소년에서 어른으로 넘어가야 하는 시간은 왔고 그들은 불안해한다. 결코 변할 것 같지 않던 자신들의 앞날에도 작고 큰 변화가 생길 것이고 각자의 길을 가야 하는 선택의 시간들이 다가온다. 미겔 다빌라는 한쪽 신장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고 옆 침대 환자에게 받았던 단테의 '신곡'을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외우기 시작하면서 좀 다른 녀석으로 변해가며 시인이 되고자하는 열망을 갖게 된다. 그의 영원한 베아트리체는 발레리나를 꿈꾸지만 가난때문에 발레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소녀 롤리이다. 그 둘은 미겔의 친구 파코, 살덩어리, 멧돼지 등과 어울려 여름 밤을 파코 아버지의 딸기 크림색 자동차를 타고 달리며 그 시절이 계속될거라 생각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시간은 흐르고 예기치않은 방향으로 그들의 삶을 몰아가게 된다. 꿈도 희망도 안 보이는 삶에서 벗어나고픈 미겔, 롤리, 화자인 나는 발버둥치지만 벗어날 길 없어보이는 삶에 좌절한다. 그러다 미겔은 시를 이해해주는 투구아가씨를 만나 유혹에 빠지게 되고 롤리는 무용학원을 다니게 해주겠다는 외판원 루비로사의 제안에 솔깃해지면서 이야기는 슬픈 나락으로 빠지게 된다.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이 멈추어 버린 것 같던 시절도 변하고 주변의 친구들도 변하고 세월은 흘러 파코와 화자인 나는 그 시절을 추억한다. 그들에게 멈추어버린 듯한 그 십대의 마지막 여름날들을......

우리에게도 그런 시간들이 있다. 하루하루가 길게 느껴지고 혹시 시간은 이대로 정지해버리는 것은 시간들이... 그러나 시간은 가고 세월은 흐른다. 영화배우  라나 터너 같던 멧돼지의 고모의 모습도 금발에서 퇴색한 은발로 변해갔고 그 시절을 회상하는 파코는 대머리의 변호사가 되어 작가인 화자와 함께  젊은 날, 잊을 수없는 그 여름날을 추억하듯이 우리에게도 그런 추억들이 있다. 지금의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도  혹은 푸른 하늘을 보았을 때 예전의 그 날을 기억하게 한다. 각인되어 있던 그날의 친구들의 웃음, 내가 짓던 표정들이 하나하나 기억되고 되살아나는 그 순간을 말이다.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는 그러한 날들을 회상하고 기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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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아이들 - 인권을 빼앗긴 채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 이야기
김정연 외 지음, 김준영 그림, MBC W 제작진 / 아롬주니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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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른들의 희망이라고들 이야기한다. 자식때문에 어려움도 참고 후세에게 좀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노력한다고... 그렇다고 믿고 있었고 또 믿고 싶었다. 물론 대부분의 부모님과 어른들은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실천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도 가난과 무지와 편견으로 인해 아이들의 미래를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어른들이 있기에 세상은 참 무섭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이들의 체념어린 모습은 암담함을 넘어서는 것 같아 참 답답했다. 하지만 점차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변화시켜주고자 노력하는 세계 많은 분들로 인해 좀 더 나은 삶을 아이들이 꿈꿀 수 있게 되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쏟아져 나오던 한숨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세계각지에서 아이들의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가난과 악습에서 허덕이는 이야기를 다섯편으로 모아 놓은 글이다.  아프리카에서의 마녀 사냥은 아직까지도 이러한 악습이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더구나 힘없는 약자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 씌우고 강요한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태국의 꽃 파는 아이들은 거리로 아이들을 내몰고 건강한 자신들은 집에서 비교적 쉬운 일을 하면서 아이들이 부모를 봉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는 이야기 속 아버지의 말 속에서 눈물이 났다. 가난과 악습은 이리도 질기게 이어지는구나 싶어서 말이다. 빚의 노예, 인도 아동 담보 노동은 적은 돈을 빌려주고 아이들을 담보로 아주 싼 값에 노동력을 사는 것이고 그것은 대대로 이어지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베네수엘라의 시스테마는 가난해서 무지하고 희망없던 아이들에게 악기를 배우도록 도와주고 자존감과 자신감을 이끌어준 단체덕분에 아이들의 삶이 달라진 이야기를 다룬다. 케냐의 조혼 풍습은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오랜 세월 겪어야 했던 일 같아 소피아의 결단력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이렇듯 이야기 다섯편으로 아이들의 고통어린 삶을 다루고 있지만 실상은 더 끔찍한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아직까지도 수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어두운 삶을 살아야하고 그곳으로부터 벗어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짐작이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으면서 한숨이 다소 가벼워질 수 있었던 이유는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삶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자신의 한계는 자신이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고통스럽게 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 반면에 더 좋은 사람들이 세상에는 더 많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면서 힘을 내기를 바란다. 사실은 가슴 아퍼하면서도 아무런 실천도 안하는 방관자들이 그 아이들에게는 더 무서운 사람들일 수도 있겠다라는 뼈아픈 현실을 깨닫게 해준다.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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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데이트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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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는 최근에 나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작가이다. 대표작으로는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시리즈로 유명해지셨다. 하지만 나에게 얼마 전 읽고 가슴이 묘하게 뛰었던 작품이 있었다. 북유럽 신화 속 인물인 꿈의 신 앵거스가 주인공이었던 '꿈꾸는 앵거스' 였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그의 글 속에 살아 숨쉬는 여러 명의 앵거스를 그리워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로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사실 '꿈꾸는 앵거스'가 좋았기에 이번 작품에서 다소 실망을 하게되면 어쩌나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데이트를 주제로 한 9편의 단편들을 읽고는 역시 하는 생각을 했다.
그의 작품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나름 독특한 면모들을 지니고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친구의 모습을 가지고 있고 또한 나의 별난 모습도 갖고 있다. 그래서 낯설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우리가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는 본연의 매력으로 읽는 이들로 하여금 책 속으로, 주인공에게로 빠져들게 한다. 9편의 단편들 역시 각기 다른 시대, 환경, 상황 속에서 데이트를 매개로 이어진다. 그러나 결코 하나의 작품으로 연결되는 느낌은 없다. 그만큼 단편들 하나하나가 개성있고 묘한 매력을 지닌다. '원더플 데이트'에서는 상류층 중년들의 작은 일탈이 그려지고 '작고 어여쁜 데이트'에서는 한숨 한번 쉰 후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게 되고, 가장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게끔 해주는 '블라아요에서' 는 앤이 안전하지만 더 나아질 게 없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되어서 숨을 쉴 수 있었다. 앤과 제임스가 떠나는 마지막 그 순간을 기억하자고 약속했던 것처럼 나 역시 그 장면을 기억하고 싶다. '칼와라에서' 는 다른 사람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고 사고를 당하게 되는 어리석은 남자로 인하여 짧은 시간 고달펐던 여자의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어리석은 데이트가 이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싶어 심히 답답했다. '뚱뚱한 데이트' 는 우스운 상황임에도 커다란 소리로 웃을 수 없게 한다. 그저 작은 미소로 그들을 바라보고 싶다. '어머니의 영향력'은 실로 현대판 '마녀'가 나오고 그 세계를 탈출한 십년 늦게 독립한 나이든 소년의 이야기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이자 가장 기이한 이야기일 수 있는 '천국의 데이트'가 있다. 어쩌면 작가의 독특한 스타일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다. 기이한 이야기를 결코 기이하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느껴지지 않게 한다.
그저 그래 그럴 수 있어. 그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고 그렇게 계속 이어질 거야 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어떠한 판단도 감정도 강요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전해주는 듯한 그의 글이 좋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놀랍고 극적인 일은 드물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삶이 독특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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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 헐리웃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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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저자이자 일본 SF소설의 아버지라 불리 우는 츠츠이 야스타카의 작품을 <헐리웃 헐리웃>으로 처음 읽게 되었다. 31편의 단편이 그야말로 빽빽하게 담겨있는데, 더 놀라운 것은 작품의 다양한 주제이다. 때론 기발하고 엉뚱한 상상력에 동조하게 되고 때론 정곡을 찔린 듯한  아픔에 찔끔 놀라기도 하게 된다. 31편이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작가의 무한 상상력은 짧은 단편 속에 집약된 모습으로 각기 다른 색채를 띠면서 다가온다. 특히 <타조><어떤 죄악감><나비>가 더 마음을 끌었는데, 인간의 근원적인 두려움과 이기심을 다루고 있어서 어느 부분에서는 섬뜩한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그밖에 다른 작품들도 무한 상상력이라고 할 정도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다. <다다미 도깨비><보고 싶어>는 일본 호러소설의 느낌도 나면서 재미있다. 31편 단편이 각각 색다름을 주어 가볍게 또는 무겁게 생각할 주제의식을 던져주고 있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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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 브루더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운비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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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릭 모디아노의 작품 속에는 항상 자신의 존재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걸친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에서도 그랬고 '작은 보석'에서도 그러하다. '도라 브루더' 역시 작가는 옛날 신문을 들추다가 1941년 12월 31일자 <파리 수아르>에서 우연히 3면 기사에 난 열다섯 살 소녀 실종기사를 읽게 된 후의 그녀의 흔적을 찾아 나서게 된다. 

파리
여자 아이를 찾습니다. 도라 브루더. 15세. 1미터 55센티미터.
갸름한 얼굴, 회갈색 눈, 회색 산책용 외투, 자주색 스웨터, 감청색 치마와 모자, 밤색 운동화. 모든 정보는 브루더 부부에게로 연락바람. 오르나노 대로 41번지, 파리

작가는 짤막하게 난 실종기사를 토대로 자신의 과거와 도라 브루더의 과거의 좌취를 따라가며 그녀가 걸었던 파리의 거리, 자신이 젊은 시절 걸었던 거리들을 다시금 걸어보며 그녀의 행적과 자신의 흔적을 함께 찾아 나선다.  1941년 1943년에 파리에 있던 유대인들은 독일에 의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잃게 되고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의심받고 추격을 받게 된다. 그 시기에 유대인 소년, 소녀들은 아무 이유도 없이 짐짝처럼 끌려다니게 되면서 자신의 존재를 지워가야만 했다. 도라 브루더 역시 기숙학교에서 여러번 가출을 감행 후 길가에서 독일인들에 의해 붙잡혀 사라져 버리게 된다. 그녀는 아직 생존해 있을까? 아님 많은 유대인들처럼 수용소에서 의미없는 죽음을 맞이해야 했을까? 기록은 철저하게 지워졌고 그녀가, 그들이 살아왔던 흔적들은 바람에 사라져 버린 듯이 몇 조각의 짧은 문서로만 존재하게 된다.
시대를 잘못 타고 난 그들의 슬픔 운명이었을까...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들은 이해하기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 나라의 이권에 따라, 인종차별에 따라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뒤바뀌어 버리는 삶을 살아내야 했던 그들의 심정을 말이다. 전쟁에 휘몰아쳤던 그들의 젊음도 희망도 고통도 모두 다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한 개인의 기록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그린 '도라 브루더'는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를 되돌아보면 출생부터 지금까지의 삶의 문서 몇 페이지로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을 것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다 사라진 후의 기록은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도라 브루더'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작가가 나치 점령시기에 실종된 어린 소녀의 기사를 보고 추적해나가는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작품들은 읽고 있는 중에도 읽고 난 후에도 자꾸 '나'를 바라보게 만든다. 나라는 사람은 누구일까. 기억하고 있는 내 과거의 모습들이 정말 맞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몇장의 사진과 짧은 기록으로 남겨진 도라 브루더의 모습은 결코 낯선 모습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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