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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으로 사라진 아이들 ㅣ VivaVivo (비바비보) 5
엘리자베스 레어드 지음, 이승숙 옮김 / 뜨인돌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사막으로 사라진 아이들'은 빈민국가 아이들이 겪고 있는 아동노동력착취가 심한지, 값싼 임금으로 아이들을 노예 부리듯이 부리며 자신들의 이익과 여흥만 챙기는 이기적인 어른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우리가 깊이 생각하고 적극 나서야 하는 것은 그들이 받을 마음 속 깊은 상처치유라고 생각한다. 냉혹한 세상에 대해 미처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던져진 아이들은 순진한 어린 눈빛에서 차츰차츰 말수가 적어지고 표정이 사라지며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차게 되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들이 아무런 죄도 없이 세상 밖으로, 인간다운 삶 밖으로 내몰리게 되었는지 그저 답답하고 화가 난다.
파키스탄 시골에 살고 있는 라시드네 가족은 얼마 전 아빠를 잃고 살 길이 막막해 있는 상태로 엄마가 아이들 셋을 돌보며 어렵게 살고 있다. 그러던 중 겉멋만 잔뜩 들은 열아 홉살의 비랄 삼촌이 낯선 남자 가만 칸과 나타나 삶에 지친 엄마에게 막내 네 살배기 샤리를 두바이로 보낼 것을 돈과 달콤한 미끼로 종용한다.
"걸프 지역에 사는 부자 아이들은 여기 애들처럼 집 밖에 나가서 신나게 뛰어놀지 못해요. 늘 집 안에서 보호를 받지요. 하지만 애들이 어떤지 알 겁니다. 다른 애들과 함께 뛰노는 일보다 더 행복한 게 없잖아요. 그래서 아랍의 부자들은 자식들을 위해 놀이친구를 데려옵니다. 그 애들은 자기 자식처럼 대해 주고요. 자전거와 장난감 차를 주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뭐든 먹어 줍니다. 돈까지 주면서요."
악덕상인 가만 칸과 철딱서니 없는 비랄 삼촌의 감언이설에 속아 엄마는 여덟 살의 라시드와 네 살 샤리를 두바이로 보내게 된다. 라시드는 장난감 자동차를 갖고 놀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두바이로의 여행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달콤한 꿈은 여지없이 깨지고 두바이에서 샤리와 라시드는 낙타막사에 도착하고 되고 각기 다른 막사로 보내지게 된다. 졸지에 낙타기수가 되어버린 아이들은 모진 학대와 폭력, 굶주림에 처하게 되고 낙타 막사에서 사귀게 된 친구들과도 낙타 경주 결과에 따라 서로를 질투하고 반목하게 되는 불안한 생활이 이어지고 아이들의 삶은 차츰차츰 생기를 잃어가게 된다.
일부 부호들의 여흥을 위해, 값싼 임금으로 인해 수많은 빈민국가 아이들은 지금도 열악한 노동 현장으로 납치 혹은 부모에 의해 팔려가고 있는 실정임을 작가는 생생한 현장 취재와 경험으로 세상에 알리고 있다. 작가에 의하면 낙타 경주가 금지되고 1000여명은 고국으로 돌아갔지만 남은 2000여명의 아이들의 생사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조카보다도 더 어린 아이들이 겪었을, 겪고 있는 현실이 참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몇 년 전 다녀 온 캄보디아에서 관광객들에게 조악한 팔찌와 엽서를 내밀던 그 순진한 커다란 눈망울 지녔던 어린 소녀가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난다. 그 소녀 뒤에 엄마로 보이는 여인이 서서 아이를 종용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사막으로 사라진 아이들' 주인공 라시드와 샤리, 이크발, 살만 등 많은 고통스런 삶을 겪어야 했던 아이들의 아픔을 되새겨 본다.
'사막으로 사라진 아이들'은 어른, 아이 구분 없이 읽고 같은 2008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소외받는 이웃들과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관심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진정한 마음의 소리를 들으라고 일깨워주고 있다. 실천할 수 있는 용기와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서 한 발 더 내딛어야 한다고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