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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을 초,중반부를 읽어나가기 시작하면서 들기 시작한 마음속의 나만의 혼란은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나를 놔주지 않았었다. 그 혼란스러움의 원인은 바로 분명 그 시대를 알고 있는데도 나에게는 너무나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주인공인 '나'와 '정민'처럼 그 혼란스러웠던 90년대를 온 몸으로 부딪히며 살아오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끝까지 방관자로 있었기에 나는 왜 그 시대를 이렇게 소설 속에서 보면서 '나'는 그 때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를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혼란스러움이었다. 왜 나는 실제 그 시공간에 있었던 순간에는 낯설고 무관심했던 시대상이 오히려 소설 속에서 더 생생하게 느껴지고 가슴이 아픈 것인지에 대한 생각들 때문이기도 하다.
주인공인 '나'는 그 누구라도 죽을 수 있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죽음보다도 더 우연적인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또 그 누구라도 1985.8.15 광주 도청 앞에 있었다면 죽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라는 글에 가슴이 저릿했다.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었던 나역시 그 순간에 광주에 있었다면, 그래서 그들과 함께 말로 다할 수 없는 폭력이 자행되던 순간에 있었다면 삶보다 죽음이 가까웠을 것이다. 우연히 다른 장소에 있었고 그래서 미팅을 하고 재미있는 소설책을 읽으면서 그 장소에 있었던 일들을 단지 뉴스에서 동기들 입에서 전해들었을 뿐이었고 잠깐의 멍함만을 느끼고 일상으로 돌아가 우연처럼 그 시대를 지나쳐 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대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자기가 할 일에 대한 명확했던 정민보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는 소설 속 '나'에게 혼란스럽고 괴기스러웠던 사회정세의 희생자가 되어버린 이길용에게. 또 강시우의 모습에서 연민이 생긴다.
처음에는 이길용이 한기복의 죽음을, 강시우가 한 학생의 투신하던 장면을 사진으로 이용하는 것 같아서, 구차하게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치는 모습이 얄밉기도 했었다. 하지만 점차 이길용이든, 강시우든, 그 누구라도 그 순간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누구의 슬픔도 아닌 자였던 그가 살아남고 또 살아남아야 했던 이유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할아버지의 유품에서 나온 한 장의 누드 사진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이길용, 한기복의 절대적인 애국심에서 정민의 삼촌이 겪었던 폭력에서. 우연히 혼란을 겪던 '나'가 학생예비대표로 베를린에 가서 천재 혁명적인 문화운동가로 변신한 강시우를 만나게 되면서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우연히 삶이 송두리채 변해버린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한 장의 사진으로 남겨지게 된다.
마음 속 동요에서 시작한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의 책읽기는 특히 '그 누구의 슬픔도 아닌' 이 그 누구라도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슬픔과 조금 깊은 연민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