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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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는 12월 13일에서 14일로 넘어가는 비바람이 어지럽게 몰아치던 새벽에 일어난 후계자의 총기 자살사건으로 시작된다. 서둘러 자살사건으로 마무리하려 하지만 소문은 끝없이 퍼지기 시작했고 자살인가, 타살인가 하는 문제로 다들 조마조마한 심정이 되어 온 나라를 온 당원들을 집단 공포감에 물들게 한다.

후계자란 '나중에 오는 자' 이며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미리 지명된 자였다. 언젠가 지도자는 그 자리에 없고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미리 뽑아 존재할 것임을 알린다는 사실이 지도자 자신에게도 후계자에게도 질투가 섞인 공포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날의 후계자 총기 사건은 알바니아에서는 예정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다들 조마조마하며 기다리던 그 사건일지도 모르는 그 사건은 각기 다른 입장이지만 공포라는 이름아래 그 사건에 관계된 주변 인물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후계자의 죽음에 어떤 식으로도 연관되어 있을 거라는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도자이자 모든 이들을 공포라 이름으로 묶어두려는 질투와 광기어린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후계자에게 모멸감을 받은 후계자의 저택을 지도자의 저택보다 더 웅대하게 건축한 건축가의 비틀린 마음과 매번 사랑을 할 때마다 후계자인 아버지의 명령대로 헤어져야만 했던 딸 수잔나, 평생을 후계자와 함께 길고 긴 후계자의 삶을 함께 살아 낸 아내, 후계자의 죽음으로 이득을 보고자했지만 오히려 희생양이 되어버리는 내무부장관의 이야기까지 후계자의 죽음을 둘러싼 복잡 미묘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책을 덮는 그 순까지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에 대한 해답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아니,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공포에 젖은 집단적인 삶에서는.......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는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한다. 알바니아의 공산 독재자 엔베르 호자의 총애를 받던 후계자 메메트 셰후가 1981년 12월 14일 새벽에 총에 맞은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이다. 공식적으로는 신경쇠약으로 인한 자살이었지만 그후 이 죽음을 둘러싼 무수한 소문과 의혹이 나돌았고 공산정권이 무너진 뒤에도 미스터리로 남았다고 한다. 공포정치로 체제로 유지하고자 했던 그들에게는 진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진실을 감추고 그럴싸한 공포와 의심으로 포장한 채 거짓 평온을 유지하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알바니아 출신으로 공산독재정권에 의해 알바니아가 어떻게 암흑  속에서 역사를 이어왔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본다. 저자의 객관적인 시선을 바라본 독재정권이 만들어낸 실상을 본 것 같아 마음은 무거워지지만 그 실상이 결국에는 허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 같아 작은 안도를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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