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꺽다리 기사와 땅딸보 기사 ㅣ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16
비네테 슈뢰더 지음, 조국현 옮김 / 봄봄출판사 / 2009년 8월
평점 :
이 작품은 <개구리 왕자>를 비롯하여 <플로리안과 트랙터 막스>, <보름달의 전설/미하엘 엔데 글> 등의 작품을 통해 몽환적인 화풍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작가 '비네테 슈뢰더'의 그림책이다. 사이좋게 지내던 두 부부가 작은 싹이 피워낸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독점하기 위해 욕심을 부리다 결국 꽃을 잃고 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발견한 사람이 누구인지, 가꾸거나 지킨 이가 누구인지 옥신각신하다 소중한 것을 잃게 되는 이야기는 전래동화 등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형식의 내용.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외모, 개성,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 '다름'을 극대화하기 위해 신체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인물을-부부는 닮는다고 아내 쪽도 비슷한 체형~ ^^- 등장인물로 설정하지 않았나 싶다.
이웃해 있는 두 성에 살고 있는 꺽다리 기사와 아내 로네, 땅딸보 기사와 아내 리네는 두 성 사이의 벽을 허물고 먹을 것을 나누어 먹을 만큼 사이가 좋다. 그런데 어느 날 작은 싹이 자라 아름다운 자태를 지닌 꽃을 피우자 즐겁고 행복했던 이들에게 문제가 발생한다. 자고로 과욕은 화를 부르는 법! 꽃이 자기네 성 쪽만 보게 하기 위해 두 기사가 번갈아 가며 꽃봉오리 둘레에 밧줄을 걸어 성 쪽으로 끌어당겨 묶는 것으로도 모자라 대판 싸움이 벌어진다.
이 두 부부가 뱉어내는 온갖 괴물 같은 욕설들을 형상화 한 그림이 재미있다. 그냥 두었으면 함께 볼 수 있는 꽃이었거늘 나 혼자만의 것으로 독점하려는 괜한 욕심을 부린 탓에 두 부부는 기분 좋게 바라보던 꽃도 잃고, 두 성 사이에는 두꺼운 얼음벽만이 자리하고 말았지 무언가... 좋은 것, 아름다운 것, 비싼 것에 욕심이 생겨 혼자만 가지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맨 처음 욕심을 낸 사람을 여자(아내)로 설정한 점은 불만스러워~.- 그런 욕심이 겉으로 드러날 때 다툼이 일고, 서로 간에 차갑고 두꺼운 벽이 생긴다.
비네테 슈뢰더의 화풍을 보면 대개 그림 전반에 걸쳐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색채를 감각적으로 사용하여 몽환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이번 작품에서는 꽃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배경을 땅과 하늘로 나누어 다양한 색채로만 채워 넣어 간결함을 주고, 그림의 핵심적인 부분이 두드러지게 한 점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뒤쪽에 위치한 인물이나 사물은 간략하게 묘사하고 앞 쪽에 배치한 대상은 선명하게 그려 공간적인 입체감을 살렸다.
표지나 면지가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담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 그림책 또한 표지를 넘기면 펼쳐지는 면지의 그림을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 앞, 뒤면지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보지 않고 넘어갔다면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놓치는 우를 범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이 책에서는 앞면지에 두 기사가 손 인사를 하며 서로를 향해 걸아가고 있고, 그 위를 날아가던 새가 씨앗 하나를 떨어뜨리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두 성 사이에 있는, (무너진) 성벽이 있던 자리에 난 작은 싹은 바로 이 씨앗이 싹을 틔운 것이다. 뒤 면지에서는 새가 또 다른 어딘가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울 씨앗 하나를 물고 날아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로네가 새싹을 발견하는 내용이 나오는 부분의 그림이 눈길을 끄는데, -길쭉한 꽃봉오리 형태, 꽃잎들이 벌어지고 있는 형상, 꽃잎이 활짝 펼쳐진 모습- 세 송이의 꽃이 자라고 있는 듯한 광경이 양쪽 책장에 걸쳐 그려져 있다. 이 장면은 새싹이 점차 자라 꽃이 피는 모습을 한 화면에 담아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이시동소) 기법이 적용된 그림이다. 그리고 두 부부가 꽃을 뿌리째 뽑으며 대판 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자세히 보아야 마지막 장면에 양쪽 정원에 핀 일곱 송이의 꽃들은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다. ^^
뿌리 뽑힌 꽃이 사방에 흩뿌린 씨앗에서 자란 꽃들이 두 부부를 화해로 이끈다. 이 책은 욕심으로 인해 벌어진 싸움과 이들이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공유하거나 나누면서 누리는 행복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도 장난감이나 인형 같은 것을 자신만의 것으로 하고 싶은 소유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욕심은 친구 간에 다툼을 벌이고,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 (때로는 욕심쟁이라는 눈총과 핀잔을 받기도 하고~) 혹 다툼이 있었다면 친구에게 먼저 사과하고 화해하여 우정이라는 아름다운 꽃을 사이좋게 함께 가꾸어 나가는 행복을 누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