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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 믿을까 말까? - 날씨 뒤에 숨어 있는 재미있는 생활과학
크리스토프 드뢰서 외 지음, 유영미 옮김, 박정규 감수 / 뜨인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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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내일(혹은 오늘) 날씨 어때요? 우산 가져가야 돼요?"
 일기 예보를 봐두지 않은 탓에 우산을 안 가져가서 비를 맞고 오거나 학교까지 데리러 가야 하는 일을 가끔 겪고 난 뒤로 아이들도 일기 예보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곤 한다. 그런데 근래 들어 일기 예보가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겨 신뢰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비가 온다고 했는데 안 온다거나 태풍이 예보와 달리 다른 경로가 가버리기도 하고, 예상보다 빠르게 내륙에 상륙하거나 예기치 않은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미처 대비를 못해 큰 피해를 입기도 한다. 양치기 소년도 아닌데 믿었다가 발등 찍히고, 안 믿었다가 더 낭패를 보게 되는 일기 예보를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날씨 예측이 어려워진 것은 기상 이변이 심해지는 탓이겠지만 그래도 참 공감이 가는 책 제목이다.  날씨와 관련된 과학 상식을 담고 있는 이 책은 날씨와 관련된 다양한 속설들에 대해 알아보고 , 다음날 날씨를 짐작해 볼 수 있는 전조 등도 알려 준다. 기상 현상을 주제별(비, 구름, 바람, 번개 등)로 나누어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하는 형식 등으로 날씨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과학적으로 설명해주며, 날씨에 관해 한 번쯤 가져보았을 법한 의문점들을 풀어주기도 한다. 전공서적처럼 전문적인 지식을 다룬 것이 아니라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본문에 언급된 전문용어는 각 글의 말미에 설명을 기재해놓았다.




 얼마 전에 기후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잠깐 시청하였는데, 컴퓨터가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분석 시스템으로 24시간 후의 날씨를 예측하는데 24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에 웃음이 나왔다. 컴퓨터의 성능이 급속도로 향상된 오늘 날에야 기술적으로는 일 년 뒤의 날씨도 예측 가능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100% 정확한 예보를 하기 힘든데, 이는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하여 이론적인 예측과는 다른 기상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01 파트의 [04 일기 예보, 얼마나 믿으세요]에서 보면 기온은 90퍼센트 이상의 적중률을, 구름에 대한 예보는 70퍼센트 정도의 적중률을 보인다고 한다.(저자가 살고있는 독일의 통계인 듯) 


 
 우리나라 속담을 보면 달무리가 지면 비가 온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 등과 같이 날씨와 관련된 것들이 있다. 이처럼 동물이나 기상 현상과 연관된 속설들이 정말 근거가 있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 해답을 얻었다. 곤충이나 동물들이 인간보다 기상 현상에 좀 더 민감하긴 하겠지만 개구리가 사다리를 오르는 것이나 다람쥐가 도토리를 저장하는 것 등을 날씨를 예측하는 능력과 결부시키기는 어려운 것 같다.




 02 파트에서는 '비'에 관한 과학 지식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미웠다 고왔다 하는 비]라는 제목을 보니 어머니가 두 아들로 인해 비가와도 걱정이요, 안 와도 걱정을 한다는 "짚신 장수와 우산 장수"라는 우화-이야기의 핵심은 생각하는 관점을 바꾸라는 내용이긴 하나-가 생각난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비가 내리면 나는 냄새는 어떤 성분 때문인지, 우리가 흔히 그리는 것처럼 빗방울의 모양이 위가 뾰족한 형태인지, 그치기 직전의 비가 웅덩이에 거품이 일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강아지가 풀을 먹으면 비가 온다는 주장은 별 근거가 없는 반면, 햇무리가 보이면 비가 오게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번개'를 다룬 04 파트는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필요한 지식이라 할 수 있겠다. ^^ 천둥 번개가 칠 때는 나무 아래 숨지 말아야 하고, 옥외 피뢰침과 접지를 하는 것과 더불어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모두 뽑아 놓은 것이 좋다는 정도는 널리 알려진 상식~. 05 파트는 알아 두면 큰소리를 칠 수 있는 날씨에 관한 여러 가지 상식들을 담고 있다. 남극과 북극 중 어느 곳이 더 따뜻한지, 계절이 생기는 까닭은 무엇인지, 적도가 가장 더운지 등을 알려준다. 그리고 저기압권과 고기압권의 날씨와 남반구와 북반구의 회전 방향에 관한 지식도 습득할 수 있다. 

 뉴스나 신문 등에서도 일기 예보는 하루도 빠지지 않는 것을 보면 날씨가 우리 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비가 계속 오면 우울한 기분이 들고, 청명한 하늘을 보면 기분까지 해사해지는 등 때로는 웃게도 하고 울상을 짓게 만들기도 하는 날씨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큰 것 같다. 일기 예보를 100 퍼센트 믿을 수 있는 날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날씨에 관한 과학 상식을 풍부하게 해 주는 이 책 덕분에 다음날 날씨가 궁금해져서라도 자연 현상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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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10-11-23 0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세요?^^ 그리워요...
 
평양프로젝트 - 얼렁뚱땅 오공식의 만화 북한기행
오영진 지음 / 창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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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70, 80년대 반공 교육을 받아서인지 경직된 사회 체제 속에서 국민들 모두가 획일화된 삶을 살아가는 나라로 각인되어 있는 '북한'의 이미지를 털어버리게 해 준 만화이다. 내가 무관심한 탓이 크겠지만 북한에 대해 떠올려 보면 생각나는 것이라곤 '통일 전망대'라는 프로그램이나 다른 영상 매체로 가끔 보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한복을 입은 여자 아나운서가 '조선 인민민주주의' 와 '경애하는 수령님'을 시작으로 전 인민이 목표 달성을 위해 매진하자고 부르짖는 모습이나, 무슨 행사 때면 팔과 다리를 각 맞춰 움직여가며 행진하는 군인들의 행렬 모습 등으로 기억하는 북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쳐서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이 만화는 남북이 교류 협력 차원에서 남한의 작가가 북한으로 파견 나가 생활상을 취재하는 형식으로 변모하고 있는 북한 사회의 여러 면을 담아내고 있다. 가상의 설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긴 하나 저자 자신이 북한에 일 년 반 정도 지내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북한 사회의 실제 모습을 엿볼 수가 있다. 등장인물로는 북한의 생활상을 취재하기 북한에 파견된 남한 측 작가 오공식을 비롯한 북한 쪽의 인물- 남북교류협력단 분과 책임자인 조동만과 부하직원 김철수, 협력단에 파견 나온 리순옥(중학교 교원), 이 네 명의 인물이 내용을 이끌어 가고 있다.  북한에 가서도 뺀질거리는 오공식을 비롯하여 고지식하긴 하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등장인물들의 돌출 행동과 북한 말투 등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리순옥 동무를 흠모하는 노총각 김철수 동무의 애정 전선도 작품의 양념 역할을 하고 있다.

  인상 깊은 내용 몇 가지를 적어보자면 우선 북한 사회의 신랑감 선호도 순위를 다룬 "군.당.대.기.실"에서는 북한에서도 부의 가치를 비중있게 생각하는 쪽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각 지방의 말투나 행동 등 지역적인 특성을 빗대어 지칭되는 특이한 별칭 설명이 나오는 "지역색"도 재미있었는데 타 지역 사람들이 '깍쟁이'로 칭하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은 어디일까? 그리고 '북측 당국의 단속 대상이 되는 옷차림새'는 어떤 것일까?

 '장마당'에 관한 내용이 종종 나오는데 나들이옷을 걸친 전문 모델들이 시선을 붙드는 등 상술이나 호객 행위 등도 하고, 자신이 만든 상품을 팔기도 하고("태풍 머리 염색물감"), 심지어 기업소에 일정한 돈을 지불하고 장마당에 물건을 팔러 나오는 사람들("8.3 로동자")도 있다고 한다. "중학교 6학년 규환이"에서는 북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진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 수 있으며, 북한의 청소년들 수업이 끝난 후에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궁금하다면 "기철이의 하루 따라잡기"나 "키 크기 운동", "토요 학습" 등을 보라. 그리고 북한에서도 자식을 위해 뒷거래("치맛 바람")를 하기도 하고, "몰아주기" 등과 같은 문제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 책 덕분에 '꾹돈' 이나 '그루빠', '가대기' 같은 생소한 북한 말도 알게 되었으며 사회, 문화,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 등을 접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책에서 묘사한 것들이 북한 사회 전체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한 민족이지만 긴 세월 동안 살아 온 체제와 방식이 다른 탓에 많은 차이를 보이는 남한과 북한이 통일이 된다면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처럼 한동안 서로를 낯설어 할지도 모르겠다. 그 간극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남북이 함께 모색하고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와 같은 모습 그리고 우리와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이 책이 저자의 바람대로 동질성 회복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 남쪽과 북쪽이 서로에게 한걸음 다가서는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화풍에 대해 언급하자면 인물의 기질이나 성격을 반영한 모습이긴 하나 오공식의 인물상이 개인적으로 그다지 호감이 가질 않았다. 북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이 책을 우리 아이들(초등학생)과 함께 보았으면 싶었는데 책을 보니 독자들의 연령대를 청소년 이상으로 잡아야 할 것 같다. 독자 대상을 어린이 층까지 잡는다면 조금 더 순화된 화풍과 대화의 선을 아이들 수준에 맞추어 주었으면 싶다. 

- 20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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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 이마고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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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기억은 뚜렷하나 현재는 단 5분전의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
젊음이 다시 찾아 온 것처럼 기운이 넘치고 무작정 행복한 88세 생일이 갓 지난 백발의 노부인.
자기 다리를 자신의 신체의 일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
자기도 모르게 무심코 '개자식', '젠장할' 같은 욕설이 튀어나오는 틱 장애를 가진 사람

 인식불능증, 틱 장애, 신경매독, 투렛증후군, 자폐증 등의 병력을 지닌 다양환 환자들의 야기를 접할 수 있는 이 작품은 병에 대한 연구서이자 임상보고서이며, 저자 자신이 접한 환자들을 관찰하고 치료하면서 그들에게 느낀 경이로움과 심경을 담은 이야기책이다. 단지 병의 본질만을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병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주체성을 지키려고 애쓰는 한 인간을 마음에 둔 의사가 임상체험을 기록으로 남긴 인간미 넘치는 글인 것이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뇌나 신경에 문제가 있는 환자를 접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말처럼 "상상을 뛰어넘는 나라를 여행한 사람들"의 세계에 조금이나마 가까이 가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는 모 영화채널에서 방영하는 <닥터 하우스>라는 의학 드라마를 즐겨보는데 이 책에 그 드라마에 나왔던 환자와 같은 유형의 환자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지라 깜짝 놀랐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자폐증 환자(더스틴 호프만 분)로 쏟아진 성냥의 개수를 순간적으로 알아맞히는 등 보통 사람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특별한 능력을 선보이는 <레인맨>의 한 장면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 외에도 몇 개의 영화가 생각이 났는데 저자가 질병 자체보다는 환자를 고통 받고 병와 맞서 싸우는 인간 그 자체로 주체로 보고 신경 장애 환자들을 치료하고 관찰하면서 남긴 임상기록이 의학 관련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이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상실', '과잉', '이행', '단순함의 세계' 등의 4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부의 소단원에서 특이한 병력을 보이는 환자들의 증상과 발병 요인, 치료과정, 뒷이야기 등을 들려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저자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에게 판단과 느낌을 배제하면 어떤 능력을 상실하게 되는지, 뇌기능 장애로 인식을 상실하거나 과잉이 될 경우 나타나는 특징이나 그로 인해 야기되는 아이러니한 증상 등을 알려준다. 그리고 기억이나 인식이 무엇인지,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기억이 어떤 식으로 뇌에 기록되어 있을지, 과연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인간으로서의 주체는 어떤 것인지 고민하고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결함을 가진 사람들을 볼 때 그들의 결함에 주의를 기울이느라 그들에게 남아 있는, 또는 우리가 가지지 못한 능력은 알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환자를 인간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점으로 보고 다가서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이는 것 같다. 년 수에 상관없이 정확하게 요일을 맞추는 쌍둥이 자폐아를 연구한 학자들은 판에 박힌 접근방식이나 상투적인 질문, 자신들이 의도한 결말에 맞추려 했을 뿐이지만 저자는 그들의 내면에 좀 더 접근하려 노력하고 관찰한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소수 놀이를 즐기는 형제들의 취미를 알게 되고 이들에게 이십 자리 소수까지 짚어내는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가끔 특정 분야-피아노 연주, 설계, 계산-에서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자폐아의 이야기를 접할 때가 있는데 그들의 능력에 놀라고 호기심을 가지면서도 '자폐'라는 병이 지닌 그 사람의 인생이 어떨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책은 우리에게 놀라움을 선사할만한 특별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단순히 흥미거리로 읽어 넘길 책이 아니라 그런 환자들도 영혼을 지닌 고귀한 인간임을 깨닫게 해준다. 저자가 환자에게 기울인 애정과 관심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20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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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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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지배 이데올로기나 대중매체에서 떠드는 것 이상을 알기 어렵다. 알려는 노력, 세상에 대한 애정과 고뇌를 유보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35쪽

이제까지 유일한 것으로 군림해 온 목소리가 조금 낮아질 때, 비로소 다른 목소리가 들리게 된다. 남성과 여성의 조화를 파괴하는 것은 가부장제지, 여성의 '직설적인' 목소리가 아니다. 다른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회는, 갈등없는 사회가 아니라 가능성이 없는 사회다.-43쪽

우리 사회의 아줌마에 대한 혐오 담론은 그들이 모성(남을 보살핌)과 섹슈얼리티라는 핵심적인 여성상을 상실한 집단이라는 인식에서 온 것이다. 젊음과 미모라는 여성의 가치를 상실한 섹슈얼리티가 이미 훼손된, 따라서 아무나 '건드릴 수' 있는, 아무나 건드릴 수 있지만 스스로 성적 욕망을 표현해서는 안되는, 집안의 정숙한 중산층 여성이 아니라 집 밖에서 노동하는 여성이라는 이미지에서 기인한다.-64쪽

가정 폭력의 경우, 아내를 구타하는 남편들은 자기가 아내를 '힘들게 가르쳤다'고 생각하고, 아내에 대한 폭력을 남편의 성역할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가해자인 남편은 '부부싸움 후 섹스로 화해'했다고 만족하지만, 피해자인 아내는 '구타후 강간'당했다고 생각한다.-96쪽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 권리를 가진다."라는 말은, 당위적인 진리가 아니라 추구해야 할 희망적인 가치이다. 불행하게도 현실에서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인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범위는 자연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계급차별주의, 인종주의, 서구중심주의, 가부장제, 비장애인 중심주의, 이성애주의 등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권력 관계의 역동 속에서 결정된다.-151쪽

같음의 기준이 남성의 경험에 근거한 것일 때 여성은 남성과 같음을 주장해도 차별받고 다름을 주장해도 차별받는다. 이것이 소위 '차이와 평등의 딜레마'이다. 예를 들어, 여성이 남성과의 차이를 주장하면 남성사회는 그것을 차별의 근거로 삼고, 같음을 주장하면 사회적 조건의 다름을 무시한 채 남성의 기준을 따르라고 요구한다. 양성 평등을 "여자도 군대가라.", "숙직해라."로 이해하는 것이다.-179쪽

목소리와 침묵에 과한 이슈들은 여성주의 이론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이다. 우리는 정치적 의제 설정 과정에서, 누구를 배제하고 누구와 토론할 것인가, 누가 말하고 누가 들을 것인가, 어떤 주제를 토론하고 토론하지 않을 것인가는 모두 권력 관계의 결과임을 알고 있다. 때문에 특정한 질문에 대한 논쟁이 일시적으로라도 폐쇄된다면 진보는 불가능하다. -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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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평전 - 212개의 이야기와 하나의 특별한 인생
재키 울슐라거 지음, 전선화 옮김, 김상욱 감수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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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덴마크의 작은 한 마을에서 가난한 구두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나 부단한 노력 끝에 유럽 여러 나라에 자신의 작품과 이름을 알린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특별했던 삶과 정신,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평론집이 나왔다. 재키 울슐라거는 안데르센 작품의 원전과 집필 과정을 그의 삶과 연관시켜 상세히 소개한 <안데르센 평전>을 집필한 공로로 안데르센의 고향 오덴세 시에서 수여하는 안데르센 특별상을 수상했다.

 한 작가의 작품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삶과 함께 작품이 씌어진 시대의 특성과 문화적인 사고방식 등을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안데르센의 탄생과 어린 시절, 신분 상승을 위해 애쓴 코펜하겐에서의 생활에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삶과 덴마크보다 다른 나라에서 더 인정을 받았던 그의 고뇌와 애증과 이상과 고통 등이 투영된 다양한 작품 등을 면밀하게 다루고 있다. 또한 여러 나라를 여행한 경험이 그의 내면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의 작품이 번역되는 과정에서 본래 의미가 어떻게 훼손되었는지도 알 수 있다.

 안데르센은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자기 삶에서 나왔다고 말하였는데, 이 평전에서는 안데르센의 조부모, 부모를 비롯하여 그에게 영향을 끼친 주변 인물들-후원자였던 콜린의 가족들과 에드바르 콜린, 예닌 리드, 디킨스 등등-에 대해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또한 안데르센의 삶에만 국한하지 않고 1820년대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나 코펜하겐이라는 특별한 토양 위에서 출현하고 키워진 많은 인재들도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일기나 편지에서 발췌한 글들을 통해서 기쁨과 좌절, 혼란과 건강에 대한 염려스러운 마음 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재치와 시적인 감수성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작품 속의 글들에는 그의 천재성이 드러난다.
 
 여위고 우스꽝스러운 외모를 지니긴 했으나 노래에 재능을 보였던, 그리고 자신의 특별함을 드러내는 방법을 알았던 안데르센은 평생에 걸쳐 병적일 정도로 끊임없이 인정받고 칭찬받기를 열망했으며, 신분 상승을 꿈꾸었다고 한다. 그가 주변의 비판에 한없이 절망하였다가도 주위 사람들의 칭찬과 관심에 금새 기뻐하기도 하였던 것은 신분에 대한 위축감과 지나치게 예민한 성격과 풍부한 감수성, 불확실한 성 정체성 등의 기질을 지닌 탓일 것이다.

 안데르센은 알려진 동화들과 '어린이를 위한 동화작가'로 기억되고 있지만 그 자신은 어린이에게 국한되지 않는, 어른까지 아우르는 작품을 쓰고자 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가리켜 "내가 쓴 이야기들은 어린이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어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은 단지 내 이야기의 표면만을 이해할 수 있으며 성숙한 어른이 되어서야 온전히 내 작품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슬픈 결말때문에 가슴 아파하고 눈물을 지었던 작품들에 안데르센이 담고자 했던 열망과 아픔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좀 더 다른 시선으로 그의 작품을 읽어 보고 음미해 보게 될 것이다.

 본문에 실린 몇 점의 안데르센의 초상화와 사진을 통해 한 여름에도 격식을 갖춰 옷을 입었던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그 외에 주변 인물들의 초상화, 풍경화, 안데르센 동화의 삽화 등이 실려 있다. 그리고 <옮긴이 후기> 뒤에 실린 참고문헌 목록 및 주제별 색인은 관련 항목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만 해도 약 100여 쪽에 달하는 분량이다. 마지막으로 안데르센은 종이 오리기 실력이 탁월하여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는 내용이 종종 나오는데 이 책에 실린 종이 오리기 작품(p 764)을 보니 어떻게 가위 하나로 그런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한 인간의 생애를 다룬 책이기에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읽었다. 동화작가라고만 인식하고 있던 안데르센을 동화 외에도 시, 여행기, 희곡, 소설 등 다양한 작품을 쓴 세계적인 문학가로 인지하게 해 준 이 평전은 나에게도 기념비적인 책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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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8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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