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일본에서 이런 사진을 봤다. 급하게 지나가느라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다. 우연하게 이곳이 시라카와고白川郷 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지난 연말 이곳에 다녀왔다. 

3년 전 겨울, 남자친구는 이 세상에 없는 듯한 마을 사진 하나를 나에게 내밀었다. 뽀족한 지붕을 한 나무집 서른 채 정도가 산 속에 모여 있었다. 지붕 위에는 30센티미터도 훨씬 넘어 보이는 두께의 눈이 쌓여 있었다. 남자친구는 여기에 함께 가자고 했다. “이거 그림이야 사진이야? 이런 데가 있단 말이에요?” 나는 이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135쪽, 오후를 찾아요)

  

원래 아래와 같은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인데, 돌아다니기 힘들정도로 많은 눈이 내렸다. 


실체를 알게 된 순간 이기도 했다 . 단순히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된 예쁜 마을이라 생각했는데 사진을 통해 본 마을은 그 이상이었다 . 벚꽃속에 파묻힌 시라카와고의 봄과 모내기가 한창인 초여름 , 마을 사람 모두가 나서서 벼를 수확하는 가을 , 눈 덮인 겨울 , 그리고 축제인 도부로쿠 마쓰리와 전통 혼례를 올리는 예쁜 신부의 모습 등 시라카와고의 사계절과 이 지역의 각종 행사를 담은 사진들을 모두 보자면 한 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 았다 . 그중에서 나의 시선을 사로 잡은 사진은 시라카와고의 겨울 풍경이었다 . 뾰족한 장식 지붕에 두껍게 쌓인 하얀 눈과 노란 불빛이 박힌 창문 이곳의 겨울 풍경은 현실 세계에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동화 속의 한 장면이었다 . (29쪽)

드디어 2008 년 1 월 1 일 새해 아침이 밝았다 . .... 여전히 눈이 내리는 새해 첫날 , 여관 방 창밖을 보니 연못 주변의 소나무 가지는 금세라도 부러 질 것 같았고 , 두껍게 쌓인 눈은 지붕에서 흘러 떨어지며 육중한 소리를 내 깜짝 깜짝 놀라게 했다 . 아 , 오늘도 눈이구나 . 오랄 때는 안 오고 그만 왔으면 할 땐 멈추지 않는 것이 눈이고 만남이고 인생이었다 . (39쪽, 아시아시골여행)

시라카와고의 가옥은 갓쇼즈쿠리合掌造라 불린다. 합장한 손과 비슷한 모양이라는 뜻인데, 눈이 많이 오는 기후 때문이다. 고립된 지역적 특징 때문에 오랫동안 이런 전통 가옥이 남아있다.

시라카와의 갓쇼즈쿠리는 에도시대 후기부터 메이지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일본의 옛 정취와 문화를 접해 볼 서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 정부나 관에서도 일본의 훌륭한 문화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와 함께, 현재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게 지원울 아끼지 않고 있다. 갓쇼즈쿠리라는 독특한 지붕 양식은 '유이(結)‘ 에 의해 공동으로 지붕을 올리고, 30-40년 마다 한 번씩 이엉을 교체하기 때문에 개인이나 가족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유지할 수가 없다 . 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마음과 기술을 합해 옛 방식 그대로 독특한 민가를 세월로부터 지키고 있다 . 
....

또한 갓쇼즈쿠리는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의 가옥 형태로 겨우내 내린 눈이 지붕의 볏집 위에서 얼어 붙고 그 위에 계속 눈이 쌓이기 때문에 눈을 치우지 않으면 하중을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 시라카와코 갓쇼의 진수를 보려면 오기마치 진자마에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와다가에도 들러 보자 . 이곳은 시라카와 최대 규모의 갓쇼즈 쿠리 가옥으로 , 300년 전부터 촌장이나 관청의 관리를 지낸 명문가다 현재는 국가 중요 문화재 로 지정돼 당시의 정취가 그대로 보존 되어 있다 (238,239쪽 일본소도시여행)

4월말 이곳을 다시 찾았다. 봄의 시라카와고가 보고 싶어서. 그러나 4월말 5월초는 일본의 연휴, 골든위크다. 시라카와고IC에서 나오자마자 차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길 4km.

다음엔 아무것도 없는 평일에 와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핸들을 돌렸다. 


시라카와고에 대한 동영상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래 걸어서 세계속으로는 시라카와고 주변에 있는 또 하나의 갓쇼즈쿠리다. 집들의 규모에서는 시라카와고는 많은 차이가 나지만 가옥 구조는 동영상과 유사하다. 


아쉽게도 시라카와고를 별도로 다룬 책을 찾기는 힘들다. 단순한 에피소드를 다루거나 여러 관광지 중 하나의 꼭지로 넘어갈 뿐이다. 물론 시라카와고만을 다루기는 힘들겠지만, 주변지역을 엮어서(가나자와+시라카와고, 시라카와고+도야마) 책을 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단순히 여기에서 뭐 했다. 어느 지점에서 사진 찍으면 좋다 이런 블로그성 내용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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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는 1월말 2월초 벚꽃이 필 무렵 다녀왔다. 2013년에 이어 두번째




(이전 패이퍼에도 남겼듯이) 불과 서른시간 전에 예약했기 때문에 계획없이 호텔을 중심으로 동선을 짰다. 


  
* 왼쪽 동선이 2013년, 오른쪽 동선이 2019년

오키나와를 한번 더 다녀올 생각인데, 그 때는 남부를 둘러볼 생각이다. 남부에도 볼 만한 자연경관이 있고, 거기에 더해 평화공원 등 오키나와의 아픈 역사가 담긴 공간이 있다. 

지금까지는 다소 오키나와를 다룬 가벼운 책을 읽었는데, 그 때는 조금 무거운 내용을 읽을 생각이다. 

마침 시사인 에 참고할 만한 기사가 있다. <두 섬>이라는 책을 펴낸 이명원 평론가와 여행작가 전명윤의 글이다. 

환타(전명윤) :<두 섬>에도 나오지만 당시 오키나와 전쟁에서 조선인 1만명이 죽었다(당시 오키나와에는 강제로 끌려온 조선인 1만5000명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오키나와 남부에 있는 평화공원 위령비에 보면 대한민국(82명)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364명) 출신의 이름이 분리되어 새겨져 있다. 사망자에 비해 인원이 너무 적었다. 단순히 유족들이 비극적인 죽음을 기록하는 걸 반대했기 때문은 아니었던 것 같더라.


이명원:자민당 계열 지사가 등장한 뒤 예산 지원을 끊어버렸다. 보수화된 오키나와 정부가 추가 발굴 작업을 지원하지 않았다. 시신을 수습할 때도 일본군은 유족과 시신의 DNA를 비교해서 발굴했지만, 조선인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았다. 보상 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에 아예 원천 배제했다. 그래서 대다수 조선인은 실종자가 되어 있다.


환타:오키나와 평화공원에 가면 미군에 쫓기던 사람들이 집단 자결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영상을 보면 사람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절벽에서 몸을 던진다. 마치 삼단뛰기 하듯 뛰어내린다. 수학여행 온 일본 학생들은 그걸 보고 운다. 당시 일본 군부가 미군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며 오키나와인들에게 집단 자결을 강요했다. 나이 든 오키나와 사람들을 만나보면 일본 본토에 대해 가지는 감정이 한국인의 그것보다 더 적대적인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그 장면을 보고 이해했다.


이명원:오키나와 평화공원의 딜레마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름이 다 섞여서 새겨졌다는 점이다. 모두가 희생자가 되면서 역사적 맥락이 휘발됐다. 원래 일본군이 오키나와 주민을 총으로 겨누는 조형물이 있었는데, 자민당 쪽에서 (총구 방향을) 바꾸도록 했다. 오키나와에 있던 조선인 문제는 아직 조사할 게 많이 남아 있다. 일본 정부 산하의 전쟁자료실에 오키나와에 대한 웬만한 자료가 다 있다. 당시 일본 군부가 오키나와에서 전쟁 증거를 제대로 소각하지 못했다. 우리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새로운 사실을 파헤칠 수 있다.


환타:나는 가이드북 작가치고는 역사적 배경에 분량을 많이 할애하는 편인데, 그런 점에서 기존 가이드북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어떤 가이드북은 오키나와 평화기념공원은 소개하지 않으면서 일본 우파들이 좋아하는 히메유리 탑(일본 전쟁에 앞장선 학생을 기리는 탑)은 소개해놓았다.


http://v.media.daum.net/v/20171016085713830


(시사인 해당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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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페이퍼에서 오키나와 미군 비행장을 잠깐 이야기했다. 집밥이라 할 만한 식사를 했는데, 후텐마비행장 근처.

후텐마비행장은 이전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이전이 반갑지만은 않다. 예정지가 듀공의 서식지로 알려진 헤노코 지역인데, 이로 인한 갈등이 만만치 않다. 

듀공 , 소송 을 걸다 


고래 상어로 유명한 추라우미 수족관을 돌아 다니다 매너티 를 만났습니다 매너티는 물에 사는 포유동물로 귀여운 풍선 같이 생겼습니다. 느릿 느릿 부드럽게 물을 유영 다 가슴 지느러미 - 실은 앞발 이에요 - 로 물에 뜬 양상추잎을 잡고 입으로 뜯어 먹기도 합니다 


매너티 와 비슷하게 생겨 옛날 선원 들이 매너티 와 함께 인어로 착각했다는 듀공이란 동물도 있습니다. 오키나와에도 인어가 있었다면 지금 이 수조 안의 아메리칸 매너티가 아니라 듀공이 그 주인공이어야 합니다. 듀공은 실제로 오키나와에 살고 있는 일본의 천연기념물 국제 멸종 위기종이거든요. 그리고 그 오키나와 의 듀공이 미국의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는 이야기가 들려 온 지도 십여 년이 지났습니다.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이 현재 그들의 해병대 비행장인 후텐마의 대체 부지를 헤노코 앞바다로 계획을 정하면서 듀공의 서식 지이자 희귀 생물의 보고 , 아름다운 산호초 바다인 헤노코를 지키려는 오키나와 현민들의 저항에 부딪힌 것 입니다.당시 미국 국방부 장관이던 럼즈펠드와 듀공의 대결이 됐던 소송 은 듀공의 승리 로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대치된 상황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익 소송에 관련된 기사중에서 가고시마 대학 평화학의 키무라 아키라 교수의 인터뷰 중 인상적인 부분을 옮겨봅니다. 


"오키나와 는 미국과 일본 본토의 이중 식민지입니다 . 미국은 일본 본토와 불평등한  관계 를 맺고 , 다시 일본 본토는 오키나와를 국내 식민지로 삼는 것 입니다." 


여전히 오키나와의 인어 듀공은 미국과 일본 정부 오키나와 사이 의 불편한 관계 를 나타내는 안타까움의 상징이 되고 있습 니다 아름다운 류큐의 바다 추라우미 수족관에서 듀공의 사존 매너티를 바라보는 여행자의 마음도 안타깝고 복잡 할 수밖 에 없습니다.( 231-233쪽, 다 잘될거라고 오키나와)



별 기대없이 읽었던 책 <다 잘될거라고>는 문득문득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 북플에서 작성 후 PC에서 수정

  

(추라우미 수족관에서 바라본 전경. 좌측 앞에 보이는 낮은 건물이 매너티 특별관으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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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초 다녀온 오키나와에서의 첫 식사는 집밥이었다. 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책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에 나오는 곳이다. 이른 비행편이라 간단하게 때운 김에 점심이나 제대로 먹자고 생각했고, 입국 후 차량 렌트까지 마친 후 보니 대충 11시쯤 이 식당에 들어설 수 있을 듯 했다. 

식당은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우리나라도 산업화 시절 집들을 카페나 레스토랑으로 바꾼 경우가 많고, 집 밥 유행도 꽤 있으니까. (항상 하는 말이지만, 문화적으로 여전히 우리는 일본에 많은 것을 기대고 있다. 도시 재생사업이나 오래된 산업화 도시가 문화예술, 카페 거리로 바뀌는 것, 버려진 창고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것 모두 십여년 전 부터 일본에서 유행하던 것이다.)

 살면서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쌀 농가인 본가 의 쌀을 선물하곤 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 쌀을 나누어 주다 보니 다음에는 사고 싶다는 말까지 듣게 된 것 . 어느새 아는 사람들이 창구가 되어 주문 수가 점차 늘어갔다. 그렇다면 제대로 해볼까 싶은 마음으로 자택에서 주문 판매를 시작했다 . 가게 이름은 본가 뒤에 있는 마쓰쿠라 산에서 따와서 고메아( 쌀가게 ) 마쓰쿠라 

....

논 상태를 보면서 필요한 최소한의 양만 생산한다. 그러다 보니 수확률이 낮지만, 손님이 좋아할 만한 일등미 만을 꼼꼼하게 포장한다. 부모가 만드는 쌀을 아들이 직잡 판매하는 것, 자신은 카페 주인도 아니고 쌀가게 주인도 아니고, 생산부터 판매까지 하고 있는 아사노 가라는 농가의 일원이라고, 늘 생각한다. (66-67쪽)



그런데 뒤늦게 지도로 이 식당의 위치를 찾다가 오른쪽에 낯익은 지명을 발견했다. 후텐마 비행장.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비행장이다. 앞 서 올린 페이퍼에도 언급되었지만*, 이번(2월초) 오키나와 여행에서는 옛 성을 둘러 보았다. 그 때 기노완시를 지나갔고, 운전중에 거대한 미군 비행장을 왼편에 두고 한참을 달렸다. 

*http://blog.aladin.co.kr/rainaroma/10773640


이것이 실재하는 오키나와의 현실이다. 주일미군의 상당수가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고 , 미국에 있어 오키나와는 동아시아 군사전략의 요충지다. 그러나 오키나와 주민들의 의견은 묵살되고 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지속적으로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반대한다. 때로 물리적 충돌마저 있다. 그럼에도 일본 정권은 특히 현 아베 정부는 오키나와 주민과는 전혀 다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사실 이 책은 오키나와 관광에 큰 정보가 되리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조금 특색있는 카페, 식당 들이 소개된다. 몇 몇 유명한 곳도 있지만, 그냥 동네 카페, 식당인 경우가 많다. 관광용 책자로 참고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관광과 상관없이 그 곳은 어떤 일들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 관광과 상관없이 읽어 볼 만한 책이다. 조금은 다른 여행을 생각하는 사람들오 참고할 만하다.   


* 오키나와는 2월초, 설전에 다녀왔다. 곧 일본에 한번 더 다녀올 생각이라, 오키나와를 주제로 두 개 정도의 페이퍼를 더 정리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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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챙겨둔 기사를 오늘에야 올린다. 이번주 신문과 잡지는 일요일(내일) 쭉 훑어볼 생각이다. 이전에도 페이퍼에 언급했듯이 올해는 1919년을 중심으로 근대사를 집중적으로 읽을 생각이다. 19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자,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4월 11일) 임시정부에 대해서는 다소 비판적으로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비판적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 절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임시정부 자체를 부정하는 집단과 임시정부를 이승만으로만 엮으려는 세력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역사를 왜곡했던 세력들이다.)


3.1운동 전에 몇 권의 책들을 준비했는데, 올해는 지속적으로 관련 책들을 준비(구매)할 생각인데, 그러다 상해까지 다녀오자고 할지 모르겠다. (중국은 전혀 선호하지 않는 곳이라)




지난 주 전세계 이슈 중 하나는 블랙홀 사진이다. 정확하게는 블랙홀 그림자를 관측한 것으로 전세계 8대 전파망원경을 사용해서 관측해냈다. 

블랙홀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읽은 기억이 있다. 스티븐 호킹 사후 동아시아에서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이라는 책을 출간한 것인데, 쉽게 썼다고는 해도 두어번 읽었는데도 잘은 모르겠다. 시간 여유가 나면 블랙홀에 대해서도 좀 챙겨읽어야 겠다.(올해는 주기율표 150주년이라 화학책을 좀 읽고 있고, K-mooc에서도 두 개의 강좌를 듣고 있는데 블랙홀까지 시간이 날지 모르겠다.) 뉴턴하이라이트에서도 업데이트 버전이 나올 듯 한데, 그 때 쯤


      


4월 16일은 세월호 5주기다. 5주기를 기록하는 책이 나왔다. 언제나 기록되어야 한다. 흔적을 남겨야 하기도 하지만, 자체가 역사가 되어야 하고, 지속적으로 기억하기 위해서다. 이번 책에서는 조금 더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물론 차마 읽어낼 엄두는 나지 않는다.)


지난 5년, ‘세월호의 시간’을 따로 또 같이 겪은 참사 유가족과 생존 학생 가족들의 육성을 기록한 책이 나왔다.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는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 3년 만에 다시 내놓은 ‘세월호 프로젝트’다.

...

책을 보면, 유가족들의 연대가 한결같이 아름답지만은 않았다는 점을 알게 된다. “아픈 사람들끼리 연대하는 게 더 힘들어요. (…) 저도 자기 새끼 잃었으니까 서로 다 힘들어요.” “우리도 유가족이 처음이니까. 다들 생각이 다르고 치유하는 방법도 다르고 화풀이하는 방법도 다르다는 걸 몰랐어요.” 아이들이 잊히는 게 두려운 건 모든 부모가 마찬가지인데 어떤 아이는 많이 알려지고 나머지 아이들은 잘 알려지지 않아 마음 아픈 시간을 보낸 부모도 있었다.


‘유가족의 상’을 강요하는 색안경 때문에 웃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만날 울고만 있을 수도 없었다. “안 먹고 살고 싶더라고요. 그래놓고도 너무 배가 고프니까 나도 모르게 밥통을 끌어안고 먹다가 배가 좀 차면 막 울어요….” “울기만 한다고 뭐라고 그래서 웃었더니 웃었다고 다시 뭐라고 하니까, 결국 이런 말이 나왔다니까요. ‘간간이 울어.’” “제가 그랬어요. 어차피 진실규명 길게 가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웃으면서 싸우겠다. 세월호 이름을 달고 가지만 우리를 시민으로 봐달라. 동네 주민으로 봐달라.”


각자의 시간은 너무 달랐다. 누구는 떠나고 누구는 남았다. 어떤 가족에게는 ‘세월호’ 문제에 배타적인 보수교단까지 찾아가 지지 서명을 받아오며 “끝까지 싸우라”고 격려해주는 친지가 있었지만, 어떤 이들은 친척 사이 왕래가 뚝 끊겼다. 부부 사이가 좋아진 집도 있고 이혼한 집도 있다. 참사 초기가 가장 힘들었을 것 같은데 팽목항이나 광화문 분향소 등 ‘장소’가 사라져가는 지금이 오히려 “굉장히 헷갈린다”는 가족들도 많다. “싸움의 시간인지, 기다림의 시간인지” 알 수 없고 더 조바심이 나면서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89768.html


북섹션 하단에는 또 하나의 기록을 담은 책이 소개된다. 


책은 고도성장기 한국 사회가 어떻게 소년들을 외면했고, 노예처럼 착취했는지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경찰이 어떻게 그랬냐는 말이에요… 경기도가 운영하고 국가가 관리하면서 그렇게 할 수 있었느냐는 말이에요….” 1963년 13살 때 경찰 손에 강제로 선감학원에 끌려갔다 2년 만에 탈출한 김성민씨의 토로는 국가가 가난을 숨기기 위해 얼마나 손쉽게 한 사람의 소년기를 파괴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시설로 잡혀간 아이들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각종 노역과 모진 고문, 폭력에 노출됐다. 소년들은 선감학원에서 노예처럼 부려지다 쓸모를 다하면 사회에 다시 버려지거나 형제복지원, 삼청교육대와 같은 다른 시설이나 수용소로 끌려갔다. 책은 “쟤는 뭐하는 놈인데 선감학원도 가고 형제원도 갔느냐고 할까 봐” 말을 아꼈다는 생존자의 증언을 통해 사회가 얼마나 손쉽게 불량의 낙인을 찍고 이들을 소외시켜 왔는지 보여준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89750.html



         


지난번 바우하수를 다룬 기사를 올린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바우하우스를 조망한 책을 소개하는 기사가 나왔다. 바우하우스가 예술(특히 건축)에 미친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에 독일을 중심으로는 바우하우스를 꺼내고, 재해석하는 행사, 기획, 도서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벨기에 건축가 반데 벨 데가 이끌던 ‘바이마르 그랜드 두칼 예술공예학교’와 ‘바이마르 미술아카데미’를 통합해 만들어진 바우하우스는 유럽을 휩쓴 혁명과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생겨나 운명을 같이했다. 1918년 11월 혁명으로 바이마르 공화국이 발걸음을 뗀 시기에 생겨났고 나치의 부흥과 함께 정치적 탄압과 재정난에 시달리다 나치가 집권해 히틀러의 제3제국이 수립된 1933년 문을 닫았다. 당시는 1차 대전 전후 궁핍한 시기였으나 러시아 혁명의 물결과 사회주의적 이상, 진보에 대한 갈망이 넘치던 시기였고 바실리 칸딘스키·파울 클레 등 각국의 뛰어난 교수진이 포진했다. 비록 학생들이 학교 작업실에서 기숙하고 채소밭을 가꾸며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조건이 열악했으나 요하네스 이텐-라슬로 모호이너지-요제프 알베르스 등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기초교육, 창의적 예술교육과 실습을 결합한 공방 중심의 운영, 브라운과의 제품디자인 계약 등 성공적 산학협력의 모델을 구축했다.



관심이 가던 다른 책은 최근 이슈가 된 승리의 버닝썬과 함께 주목받은 클럽 아레나를 다룬 책이 나왔다. SNS에서 본 책 소개기사를 보면 책을 준비하던 때는 버닝썬이 있기 전이었으니, 단순히 급조된 책은 아니다. 천운인지 책이 나올때 쯤 버닝썬 사태가 터졌으니.. 사실 버닝썬 사태를 보면서 소설가 주원규의 <메이드 인 강남>이다. 


내부에선 ‘신분 구도’가 명확하다. 테이블 게스트와 스탠딩 게스트로 나뉜다. 테이블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손님이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는 경매 방식으로 예약한다. “남녀 스탠딩 게스트들이 각자를 ‘동적 자산’으로 치장하듯, 아레나에서의 테이블은 ‘부동산’과 다름 없다. 수백만,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자릿세가 1평짜리 공간에 대한 임대료다.” 가장 눈에 띄는 조명은 주문한 술을 가져다줄 때 술병에 부착한 불꽃이다. “수십 개의 술병에 불꽃을 꽂아 지나가는 모습을 술 이름을 본떠 ‘아르망디 열차’ ‘돔페리뇽 열차’라고 부른다.” 일부는 ‘돈 자랑’을 하기 위해 마시지도 않는 술을 계속 시켜 불꽃 행렬을 만든다. “누가 5천만원어치 주문을 하면, 이에 질세라 6천만원, 7천만원을 주문한다. 이 경쟁은 2017~2018년 비트코인 열풍이 불던 시기에 유행했다.”

....

책은 홍대 및 이태원 클럽과 강남 클럽의 차이, 아레나 주변 지역의 특징 등을 살피고, 테이블 예약과 ‘입밴’(입장과 거부를 뜻함) 정책, 남녀관계, 운영시간 등 아레나의 작동시스템을 설명한다. 아레나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음악, 춤, 패션, 술과 함께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다룬다. “이른바 ‘광질’이라고 불리는 이곳에서의 몸짓은 춤이라기보다는 퍼포먼스라고 부르는 편이 알맞아 보인다.” 남들에게 ‘과시’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



주원규 작가는 가출청소년들의 상담을 하다가 강남 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글을 쓰기 위해 잠입 취재한다. 방송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종의 대리기사를 했다. 


-6개월 동안 잠입해 수많은 범죄를 목격했다. 신고나 제보를 하지는 않았나?

“물론 했다. 취재한 내용을 가지고 경찰과 기자를 찾아갔지만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리고 나 또한 한계를 느꼈다. 여전히 그 계통에서 일하던 당사자들(취재원)이 원치 않아 르포나 에세이로 쓰는 것도 힘들었다. 공익제보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소설로 쓰기로 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86797.html


두 권의 책을 엮어서 읽어본다면 강남 클럽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있는지, 한국사회를 어떻게 대변하는지를 볼 수 있을 듯 하다.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 있었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큰 장점 중에 하나는 그림책, 아동문학에 내가 먼저 빠졌다는 사실이다. 그림책과 아동문학을 한번 제대로 읽어보겠다고 몇 권의 책들도 장만해 두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이 마음에 드는 책들도 적지 않다. 딱히 어떤 형태를 정하지 않고 좀 독특하다 싶으면 구매해서 내가 먼저 읽는다. 이 책도 그런 책이다. 책가도가 소재인 초등 저학년 책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민화인 '책가도'가 그림에 등장한다. 아이의 취향과는 상관없이 내가 킥킥대며 읽을 듯 하다. 


사실 이 책은 민화가 변주된 그림책이라 할 만하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10여년간 민화 작업을 해온 지현경 작가는 격자문양의 책이 빚는 민화의 현대적 미감에 주목했다. <책가도>는 한 구도에 모든 걸 담는 서양 입체파의 세련미를 지녔다. 전통적인 해학미가 풍기는 <화조도> <접묘도> 등에 나오는 새와 꽃, 개와 고양이, 나비가 두 주인공과 어우러지며 민화의 아름다운 세계로 이끈다. 지 작가는 민화의 느낌을 잘 살리려고 “한지에 커피로 물을 들였다”고 한다. 사각형을 이루는 책과 책장은 파란색 외곽선으로 처리해 깔끔한 추상미를 더한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897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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