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일본에서 이런 사진을 봤다. 급하게 지나가느라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다. 우연하게 이곳이 시라카와고白川郷 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지난 연말 이곳에 다녀왔다.
3년 전 겨울, 남자친구는 이 세상에 없는 듯한 마을 사진 하나를 나에게 내밀었다. 뽀족한 지붕을 한 나무집 서른 채 정도가 산 속에 모여 있었다. 지붕 위에는 30센티미터도 훨씬 넘어 보이는 두께의 눈이 쌓여 있었다. 남자친구는 여기에 함께 가자고 했다. “이거 그림이야 사진이야? 이런 데가 있단 말이에요?” 나는 이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135쪽, 오후를 찾아요)
원래 아래와 같은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인데, 돌아다니기 힘들정도로 많은 눈이 내렸다.
실체를 알게 된 순간 이기도 했다 . 단순히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된 예쁜 마을이라 생각했는데 사진을 통해 본 마을은 그 이상이었다 . 벚꽃속에 파묻힌 시라카와고의 봄과 모내기가 한창인 초여름 , 마을 사람 모두가 나서서 벼를 수확하는 가을 , 눈 덮인 겨울 , 그리고 축제인 도부로쿠 마쓰리와 전통 혼례를 올리는 예쁜 신부의 모습 등 시라카와고의 사계절과 이 지역의 각종 행사를 담은 사진들을 모두 보자면 한 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 았다 . 그중에서 나의 시선을 사로 잡은 사진은 시라카와고의 겨울 풍경이었다 . 뾰족한 장식 지붕에 두껍게 쌓인 하얀 눈과 노란 불빛이 박힌 창문 이곳의 겨울 풍경은 현실 세계에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동화 속의 한 장면이었다 . (29쪽)
드디어 2008 년 1 월 1 일 새해 아침이 밝았다 . .... 여전히 눈이 내리는 새해 첫날 , 여관 방 창밖을 보니 연못 주변의 소나무 가지는 금세라도 부러 질 것 같았고 , 두껍게 쌓인 눈은 지붕에서 흘러 떨어지며 육중한 소리를 내 깜짝 깜짝 놀라게 했다 . 아 , 오늘도 눈이구나 . 오랄 때는 안 오고 그만 왔으면 할 땐 멈추지 않는 것이 눈이고 만남이고 인생이었다 . (39쪽, 아시아시골여행)
시라카와고의 가옥은 갓쇼즈쿠리合掌造り라 불린다. 합장한 손과 비슷한 모양이라는 뜻인데, 눈이 많이 오는 기후 때문이다. 고립된 지역적 특징 때문에 오랫동안 이런 전통 가옥이 남아있다.
시라카와의 갓쇼즈쿠리는 에도시대 후기부터 메이지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일본의 옛 정취와 문화를 접해 볼 서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 정부나 관에서도 일본의 훌륭한 문화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와 함께, 현재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게 지원울 아끼지 않고 있다. 갓쇼즈쿠리라는 독특한 지붕 양식은 '유이(結)‘ 에 의해 공동으로 지붕을 올리고, 30-40년 마다 한 번씩 이엉을 교체하기 때문에 개인이나 가족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유지할 수가 없다 . 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마음과 기술을 합해 옛 방식 그대로 독특한 민가를 세월로부터 지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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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갓쇼즈쿠리는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의 가옥 형태로 겨우내 내린 눈이 지붕의 볏집 위에서 얼어 붙고 그 위에 계속 눈이 쌓이기 때문에 눈을 치우지 않으면 하중을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 시라카와코 갓쇼의 진수를 보려면 오기마치 진자마에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와다가에도 들러 보자 . 이곳은 시라카와 최대 규모의 갓쇼즈 쿠리 가옥으로 , 300년 전부터 촌장이나 관청의 관리를 지낸 명문가다 현재는 국가 중요 문화재 로 지정돼 당시의 정취가 그대로 보존 되어 있다 (238,239쪽 일본소도시여행)
4월말 이곳을 다시 찾았다. 봄의 시라카와고가 보고 싶어서. 그러나 4월말 5월초는 일본의 연휴, 골든위크다. 시라카와고IC에서 나오자마자 차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길 4km.
다음엔 아무것도 없는 평일에 와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핸들을 돌렸다.
시라카와고에 대한 동영상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래 걸어서 세계속으로는 시라카와고 주변에 있는 또 하나의 갓쇼즈쿠리다. 집들의 규모에서는 시라카와고는 많은 차이가 나지만 가옥 구조는 동영상과 유사하다.
아쉽게도 시라카와고를 별도로 다룬 책을 찾기는 힘들다. 단순한 에피소드를 다루거나 여러 관광지 중 하나의 꼭지로 넘어갈 뿐이다. 물론 시라카와고만을 다루기는 힘들겠지만, 주변지역을 엮어서(가나자와+시라카와고, 시라카와고+도야마) 책을 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단순히 여기에서 뭐 했다. 어느 지점에서 사진 찍으면 좋다 이런 블로그성 내용 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