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코쿠 여행에 관한 책은 별로 없는데, 시코쿠 카가와현내 우동집 109군데를 다닌 책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게다가 순례길을 다룬 책의 경우는 여행참고서적 보다 많다.
연말에 시코쿠를 다녀오면서, 식사는 우동으로 하려고 했다. 첫날 공항근처에서 한끼를 마쳤지만, 의외로 가족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여행기간 동안 한두끼가 아니라, 매일 한두끼씩 먹자는 내 의견에 반대했다. 소바는 연속으로 잘 먹더니만, 결국 셋째날 시코쿠무라 근처의 유명한 야마다야에 가서 먹었을 뿐이다. (야마다야는 국내에도 분점이 있다.)
사실 시코쿠무라 출구에는 에도시대 가옥을 복원한 와라야가 있었지만,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노려보기로 했다.
고속도로 휴게소 우동 맛에 익숙함에서 벗어나, 이번에 제대로 된 우동을 먹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사누키 우동의 진수를 입안에 가득 담아, 나만의 우동 기준을 만들고 싶었지만, 아쉬움은 뒤로 하고, 국내 우동집을 좀 찾야 다녀야 겠다.
시코쿠의 카가와현의 옛 이름은 사누키현이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사누키우동이 이곳에서 시작했다. 실제로 사누키라는 시가 존재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마루가메제면의 마루가메가 카가와의 도시 중에 하나이다.

김효선의 책 <사누기 우동 순례 109>는 시코쿠 여행시 우동을 소재로 삼기에 좋은 책이다. (저자는 또한 시코쿠 순례 88개의 절을 모두 다룬 책을 펴내기도 했다.) 우동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고,(*아래에) 무려 109개 식당을 다루고 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일본을 다루고 있는 허영만 화백의 책 <이토록 맛있는 일본>에서도 카가와 현을 다루는데, 바로 우동을 다룬다.
사누키 우동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하루키의 여행법>으로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의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이다. 우동을 거론하는 책마다 그의 '우동 맛 기행'을 이야기한다. <사누키 우동 순례 109>도 '우동 맛 기행'에서 소개된 식당에는 하루키를 꼭 등장시킨다.
하루키가 생각하는 사누키 우동이다.
미나베 교수는 현재 사누키 우동에 쓰이는 밀은 호주산의 ASW(오스트레일리아 스탠더드 화이트)라는 품종이라고 했다. 이것은 호주인이 우동용으로 품종 개량을 해서 일본시장을 대상으로 특별히 생산하고 있는 밀이라고 한다. 향기가 있고 끈기가 있으며 맛이 순한 상품 이다. 게다가 국내산 밀보다 원가가 월등히 싸기 때문에 눈 깜짝할 사이에 일본 시장을 석권해버렸다. 그것이 1970년대 중반의 일이다.
나도 여러 우동집에서 우동의 원료인 밀가루 포대를 점검해 봤는데, 어느 집이나 전부 같은 브랜드의 밀가루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한다면, ASW 도입 이전의 ‘사누키 우동’과 그 이후의 ‘사누키 우동’은 맛이 변한 것이다. 실제 야마시타 우동집, 주인은 "물론 옛날 우동이 더 맛있었다" 로 고 말했다.
그러나 마나베 교수는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맛이라는 건 기억에 따르기 때문에 어느 쪽이 맛있다든가 맛이 어떻게 달라졌다든가 딱 부러지게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분명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런 문제는 가가와 현 내에서도 여러 가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화제가 아닐까? 어쩌면 자치단체장 선거의 논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간에 일본 내의 어느 곳에서나 우동 맛이 똑같다면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하고 나는 생각해본다. 가가와 현에서 사용하는 밀의 품질이 한 단계 높은 상품이라는 것이 사실이더라도 역시 '사누키 우동’에는 ‘사누키 우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한 맛이 있어야만 한다. 이처럼 깊이, 어쩌면 두터운 신앙심 같은 열정을 가지고 우동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은 일본 전체를 찾아보아도 절대로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157-159쪽)
<이토록 맛있는 일본이라면>의 카가와 편에서는 우동을 이렇게 소개한다.
우동 순례에 동참하여 맛을 본 결과 사누키 우동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은 면의 탄력이다. 우리는 치아가 살짝 튕겨져 나올 정도의 탄력을 좋아 하지만 사누키 우동 면의 탄력은 지그시 눌러 끊어 먹는 정도다. 즉 부드럽게 눌리지만 살짝 탄력을 느낀 후 끊어진다는 뜻이다. 일본인들에게 우동 국물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므로 사누키 우동 이 유명해지는 데에는 오묘한 면의 탄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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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에서 우동 좀 먹는다는 사람들은 사누키 우동의 목 넘김이 좋다고 극찬한다. 일본말로 노도고시(喉越し)라고 하는데 일본인들은 면을 씹지 않고 꿀떡꿀떡 목으로 넘기는 것이다. 어떤 이는 쾌감을 수반하는 감동이 라고 표현한다.(이토록 맛있는 일본이라면, 170-171쪽)
걸어서 세계속으로 우동편이다.
* <사누키 우동 순례 109>에서는 우동의 종류에서 부터 우동전문점의 특징들까지 잘 설명한다. 그리고 간닫한 여행정보를 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