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정체성은 표지 띠지에서 드러난다. '120조 경제력을 가진 1인 가구를 잡아라'이다. 기본적으로 소비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이 책 뿐만 아니라 <트렌드 코리아> 역시 같은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 소비의 대상, 즉 지갑을 털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접근을 하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물론 그런 관점이 잘못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대체로 연구들이 사회학적으로, 과학적으로, 경제학적인 틀안에서 분석을 하기 때문인데, 소비의 주체를 볼때는 뭐랄까,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떨어진다고나 할까.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혼자, 홀로, 솔로이다. 혼밥, 혼술에서도 부터 혼자 여행, 그리고 1인가구까지 어떤 형태를 보이는 것인가이고, 그로 인해 어떤 사업기회가 있을지이다. 다양한 분야를 하나의 주제로 잘 엮었다고 봐야 한다. 다만, 원인 분석이나 문제해결책은 대학때 Ctrl C, Ctrl V 했던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다만, 몇 가지 읽어볼 만한 부분이 있다. 그중에 주거문제에 대한 지적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 핀란드 등 북유럽 4개국의 1인 가구 비율 은 40퍼센트에 달한다. 특히 스웨덴은 1인 비율이 47퍼센트에 달하고 수도 스톡홀름은 60퍼센트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 가구를 위한 주거, 복지, 조세 등의 사회시스템이 매우 잘 정비돼 있기 때문에 고독사 등의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다. 유럽에는 무엇보다 1인 가구를 위한 주거정책이 체계적이다. 


유럽은 사회시스템이 가족보다는 개인 소득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저소득층 지원에 중점을 둔다 유럽의 1인 가구 지원정책에서는 무엇보다 코하우징Co-Housing이나 컬렉티브 하우스Collective House 등의 공동주택정책이 대표적이다. 스웨덴 스톡홀름시 소유의 '페르드크네펜’ 은 혼자 살지만 공동체 삶을 원하는 40세 이상의 시민을 위해 시설을 만들었다. 7층 규모로 마흔세 가구를 수용하는데 도서관 , 컴퓨터실 , 세탁실 수예실 목공실 취미활동 공간이 마련돼 있고 공용 정원도 있다. 각 가구에는 침실·거실·주방 등이 갖춰져 있지만 입주자 대부분은 공용 식당을 이용한다. 입주자들은 6주에 한 번꼴로 요리와 청소를 돕는다. 


우리는 1인 노인가구의 무연사, 고독사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는 2015년 1,245명으 로 4년 전인 2011년(693명)보다 179퍼센트 늘었다 무연고 사망자가 늘어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1인 고령 가구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증가한 1인 가구 수의 44퍼센트인 43만 9,000가구가 60대 이상인 것은 이러한 현상을 잘 설명한다. 혼자 사는 노인이 외롭게 죽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새로운 주거 공동체가 필요하다. 이러한 대안이 바로 ‘코하우징’, '커뮤니티 하우스’, ‘컬렉티브 하우스’다. 혼자 살지만 연대와 공동체의 장점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스웨덴은 청년 대학생을 위해 1인 주택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정책 을 내놓기도 했다. 이 주택은 대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영국 도 청년 및 노인 1인 가구를 위해 소형 임대주택, 노인보호주택 등을 공급한다. 25세 이하 청년들에게는 독립된 침실과 욕실, 화장실, 주 방 등으로 이루어진 숙소를 제공해준다. 


이들 선진국에 비해 1인 가구를 위한 우리나라의 주택정책은 거의 전무한 형편이다. 실제로 오피스텔, 기숙사, 고시원 등 주택 외 공간에 사는 가구 중 59퍼센트가 1인 가구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청년들이 고시원이나 옥탑방, 반지하 쪽방을 전전하는 일명 '주거난민’의 신세다,  2016년에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실시한 대학생 원룸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소재 전월세 세입자 대학생 70.3퍼센트가 최저 주거 기준보다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의 주거공간도 선진국에 비해서 턱없이 좁은 수준이다. 특히 청년 싱글족의 주거공간은 매우 좁다. 싱글족 가운데 29세 이하 청년 가구의 주거면적은 30.4제곱미터에 불과해서, 이는 영국 청년 싱글족(63.2제곱미터)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다. 미국에 비해서로 1/3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의 주택 공급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국내에 신규 공급되는 주택 중 40퍼센트 이상이 전용면적 60~85제곱미터로 지어지는 반면에 60제곱미터 이하 소형 주택은 20퍼센트 안팎에 불과하다. 소형 주택 수요는 점점 커지는데 주거 공급은 엉뚱한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싱글족 증가에 맞춰 국민 주택 규모를 수요에 부합하게 조정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1인 가구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고 월세 거주 가구 비중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주거비 비중이 높다. 결국 1인 가구의 높은 주거비 부담은 소비여력을 낮춰 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저출산과 고령화의 부작용을 심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향후 구조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1인 가구를 위한 주거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91-95쪽)


사족. 저자는 문제들에 대한 대책을 내놓는데, 사실 그냥 단순한 수준이다. 소형 주택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하는데, 딱 대학생 수준의 답이다. 소형 주택 정책에 선뜻 나서는 건설사도 없고, 민간 건설사에 강제했다가는 사회주의 정부라는 식으로 경제신문, 보수신문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는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