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에 방영했던 드라마 김과장을 재미있게 봤다. 사회의 이슈들을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다뤄냈는데, 인상깊은 장면 중에 하나가 바로 편의점 알바생과 관련된 일이다. 

*며칠전 페이스북이 1년전에 올린 글을 상기시켜 줬다.  


 트렌드 관련 책들을 읽다 <라이프 트렌드 2018>과 <2018 20대 트렌드 리포트>에 어른에 대한 부분에서 드라마 김과장이 생각났다. 



드라마에 등장한 알바생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어딜 가든 가관이에요. 당신네 어른들요. 하는 짓이라곤 애들 돈이나 떼어 먹고, 희롱하고 때리고, 맨날 어설픈 충고질이나 하고, 자기네들도 그렇게 못 살았으면서. 결론은요, 이 세상엔 진짜 어른보다 나이만 처먹은 사람들이 더 많구나, 나는 그렇게 나이들면 안되겠구나. 그거에요"


그리고 나중에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준 김과장(남궁민)과 윤대리(남상미)에게 알바생은 이렇게 말한다.

"두 분이 저한테는 진짜 어른이에요"


<라이프 트렌드>에서는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한다. 금천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 자체 소방서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몇 차례 소방서를 건설하고자 했으나, 해당 지역 주민들이 소음과 교통혼잡을 들어 반대하느라 작년엔가야 통과가 되었다. 옥수동에서는 정보고등학교(옛 상고?)를 이전하고 그곳에 초등학교를 지으라는 주민들의 민원이 심각했다. 원래 2,000세대가 넘으면 초등학교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1,700세대씩 쪼개 3세대를 지었다. 그리곤 원래 있던 학교를 이전하고 그곳을 초등학교로 바꾸라는 생떼를 부린 것이다. 최근에는 군 위수지역의 문제, 한양대 기숙사 건립 반대 시위 등 사회에서 같이 살아가는 것이 아닌 개인의 돈에만 눈먼 나이든 사람들이 많다. 그리곤 그렇게 사는거야 라고 되도 않는 충고들..


왜책임을 다하는 어른에 주목해야 하는가.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 에게 요구되는 시티즌 오블리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는 물리적 어른, 사회적 기준에 따른 어른에만 집중해 왔다. 그러다 보니 책임 있는 존재로서의 진짜 어른은 점점 줄어들고 단지 나이만 먹은 이기적이고 철없는 애어른이 많아지고 있다. 사실 늙은 이가 되긴 쉬워도 어른이 되기는 어렵다. 물리적인 나이란 시간이 지 나면 저절로 먹는 거라서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아도 언젠가 노인이 된다. 하지만 그 나이가 진짜 어른을 만들어 주는 건 아니다. 


책임 있는 존재가 된다는 건 무얼 의미할까? 기성세대 중에는 이를 잘못된 의미로 사용하며, 다음 세대에게 강요하는 이들도 많다. 이를 테면 자신들이 믿어 왔던 가치관, 자신들이 이룩해 온 성과 자신들이 지향하는 목표를 지키는 것이 책임이라 믿으며, 이를 절대적인 진리인 양 수호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하지만 정말 책임 있는 존재가 된다는 건 자신이 쌓아 온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과거에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것의 책임 있는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방식이고 책임 있는 CEO가 기업을 경영하는 방식이며, 책임 있는 정치적 리더가 구성원을 이끄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참된 어른 이 자기 자신을 책임진다는 것은 지켜야 할 것과 변화해야 할 것 사 이에서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면서도 스스로의 중심을 지킨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중심을 지킨다는 것은 자신의 이익과 아집을 고수한다는 의미사 아니다. 도덕적,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굳건한 자아를 형성하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시대 시티즌 오블리주의 실천은 진정한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 진정한 어른이 많아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라이프 트렌드124-125쪽)

* 저자의 시티즌 오블리주의 대한 의견은 클릭 ☞ http://blog.aladin.co.kr/rainaroma/9959456


드라마 김과장에서는 알바생이 김과장과 윤대리에게 '두분이 저 한테는 진짜 어른이에요'라고 말한다. 

<2018 20대 트렌드 리포트>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나온다. 


이제껏 “답이 없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어른은 없었다. 우리가 사는 이유는 성공하기 위해서고 성공하려면 쉬지 않고 노력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조금 힘들어도 이 순간을 참고 견디면 인생의 정답에 가까워진다고들 말했다. 그 말을 믿고 좇았던 20대, 정답을 향해 늘 똑바로 걸어 가야, 아니 뛰어가야 했던 20대는 차츰 숨이 가 빠옴을 느낀다.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말을 귀 아프도록 듣고 자랐지만 현실은 훌륭한 사람도 될 수 없고 노력과 성공이 비례하지도 않음을 깨닫는다. 그때, 답이 없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제동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죄인 같다고 말하는 스무 살 청년에게 “아무것도 안 하면 쓸모없는 사람입니까?"라고 되물어 환호를 받았다. 이효리는 길 가다 만난 초등학생에게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라고 쿨하게 조언했다. 직전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당연한 듯 말했던 이 경규와 대조를 이뤄 더욱 주목받았다.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발언은 잠시 멈춰 서서 현실을 직시할 기회를 만들어줬다. (2018 20대 트렌드 리포트, 62쪽)


김과장이나 <트렌드 리포트>를 보고 놀랐다. X세대 불린 40대 초중반. 생각해보면 내가 20대일 때 40대는 어른처럼 보였다. 그리고 지금 내가 그런 자리에 있는데, 과연 나는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 물론 어른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다르다. 예를 들어 산업화, 민주화 세대가 꽉 잡고 있는 사회에서 실제 X세대에게 기회나 발언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내가 처음 직장생활을 했을 때 40대 초반 임원들이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빨라야 40대 후반, 대체로 50대 임원이 나온다. 딱 그 세대사람들이 기득권을 잡고 놓치 않는다. 정치 역시 다르지 않다. 386이란 말이 처음 나왔을 때 30대 후반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대거 입성했다. 지금은 초선 평균 연령이 50대라고 한다. 그냥 산업화세대와 민주화세대가 기득권을 쭉 가지고 간다고 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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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3-19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 우향님의 트렌드 관련 글을 읽다보니, 「라이프 트렌드」는 다른 트렌드 관련 서적들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는 것 같네요. 소비 트렌드를 만들기 위한 트렌드 책이 아닌 시대 변화와 문제점을 다룬 책이라 우향님께서도 비교적 긍정적으로 읽으신 듯 합니다^^:)

雨香 2018-03-20 08:15   좋아요 1 | URL
네, 이 책은 트렌드를 중심으로 다룬 사회비평칼럼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두 책 모두 가볍게 읽었는데요. 공교롭게도 페이스북에 1년전에 올린 글이 뜨더라구요. 김과장에서 어른이라는 부분이 좀 인상깊었는데요. 그 어른과 연결되는 내용이 <2018 20대 트렌드 리포트>에 있더군요. 솔직히 제가 어른이라는 생각은 가져본적은 없지만, 일종의 책임감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