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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ㅣ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이 시대 화두 중의 하나는 바로 '88만원 세대'이다. 대선 등 여타 이슈들이 넘쳐나는 2007년의 후반기이지만 '88만원 세대'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을 보면 현재 20대의 취업의 문제와 비정규직의 문제는 곧 사회기반을 흔들 문제라고 모두들 인식하고 있다.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란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의 10대들은 교육 장치에 의해서 완벽하게 통제되어 있고, 마케팅 장치에 의해 극단적으로 착취 당하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70쪽 1318마케팅 : 인질경제의 등장) 이는 비단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바로 오늘 외고 입시문제와 관련되 드러난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입시부정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교육장치에 의해 부정의 경제학까지 그대로 답습하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흥미롭게 책에 다가서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 '인질 경제(hostage economics)' 우리나라 10대에게 어른들이 행하는 것은 바로 이런 모습이다.
사실 '88만원 세대'와 관련된 방송 및 기사들을 읽으면서 그 세대에 대해서 솔직히 '당해도 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주의화된 사회, 아무런 비판없이 보수층을 지지하는 20대, 더 이상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없는 대학생들, 주식투자와 부동산에 관심있는 이십대, 도서관에서는 공무원공부만 하는 미래없는 학생들. 그들 스스로 만들어놓은 무덤 속에 빠져버린 세대라 생각하여 솔직히 무지비한 감성을 비쳤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주 중요한 지적을 한다. 바로 세대간 갈등. 앞선 세대들은 지금의 88만원세대와 어떤 바리케이트도 공유하지 않고 있었다.
사회의 의사결정력을 가지고 있는 유신세대는 사회적 협의나 대화의 방식보다는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고 한다. 그러한 유신세대는 '88만원 세대'에게 경쟁을 강요하는 역할을 한다. 갈등관계가 형성이 된다고 하더라도 의사결정력을 가지고 있고 인적 네트워크와 지식 그리고 기술을 가지고 있는 유신세대와의 갈등은 이미 결정의 추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유신세대는 20대가 누려야 할 경제적 몫을 가장 많이 노리는 약탈자이면서도 가정에서는 부모 관계로 협력할 수 밖에 없지만 결국은 부모라는 이름으로 그들에게 경쟁을 강요한다.
유신세대를 대체할 만한 세력으로는 '386세대'이다. 이미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이들은 이제 곧 사회의 결정권을 가질 세력으로 등장할 것이다. 정치적인 이슈를 통해 사회적인 해결을 갈구했던 이들의 결집력과 영향력은 프랑스의 68 세대 보다도 더 강력하다. 그러나 프랑스의 68세대가 대학교육의 사회화를 통해 세대간 소통의 길을 열었던 것과 달리 우리의 '386세대'는 세대간 소통을 위한 아무런 비전이 없었다. 오히려 학벌주의와 경제엘리트주의를 낳았다. 게다가 사회구조의 변동으로 인해 다음세대에 대한 의무가 없는 '386세대'는 정치적 무관심과 개인주의를 이유로 지금의 20대를 경멸하고 있다.
'88만원 세대'와 가장 경쟁할 세대는 바로 그들의 이전 세대인 2이다. 'X세대'는 90년대 초반 대학에 들어와 IMF라는 경제위기를 겪어냈던 바로 그 세대이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는 등 정치적 변화기와가장 힘들었던 취업의 시기를 보냈던 세대이다. 그러나 'X세대'는 그런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여러 기제들 벤처투자 붐 등의 혜택을 받았던 시대이다. 나름의 경력과 실패라는 자기 경험이 자산이 되어 지금은 회사의 기본중추가 되는 자리를 잡고 있다. 교육의 혜택이라는 면에서 '88만원 세대'에 뒤지지 않고 사회적 안정성으로 소비구매력의 차이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나타낸다. 지금의 '88만원 세대'가 'X세대'와의 갈등을 버텨낼 여력은 없어 보인다.
문제는 바로 '88만원 세대'내 갈등이다. 이미 이들 사이에서는 배틀로얄, 적자생존의 원칙이 기본적인 삶의 원리가 되어 버렸다. 상호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놈이 이기는 이런 승자독식의 사회의 원리가 자리잡아 버렸다. 이는 굉장히 불공정하고 불행한 게임이다. 특히 이런 게임에서 고졸이나 여성과 같이 아직은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은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책의 해법은 이런 문제 지적에 나와있다. 즉 세대간 갈등에서 세대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유럽의 여러나라들이 사회적 협의를 통해 미래세대들과의 공존의 길을 모색했듯이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먼저 20대를 바라보는 꼰대의 눈길을 벗어던져야 한다. 각 세대마다 사회구조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피'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들과 소통의 길을 열어내야 한다. 경멸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사회문제를 풀어내야 할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20대 스스로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바리케이드와 한 발이라도 자신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짱돌이 필요하다.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당당하게 스스로의 일자리를 강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 개별화된 입사준비와 경쟁력은 '88만원 세대'를 파편화시킬 뿐이다.
책을 읽고나니 한편으로는 뜨끔하고 한편으로는 강한 아쉬움이 남았다. 결국 결론으로 내세우는 것이 보다 인간적인 자본주의를 형성하는데 모두가 힘쓰자 식의 구호같아서이다. 게다가 세대간의 협력의 길이 열린다 할지라도 20대 스스로 바리케이드와 짱돌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반대로 '88만원 세대'가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자신들의 행동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기성 세대가 그들을 여전히 경멸의 눈초리로 바라볼 경우 이 문제는 해결하기가 힘들다.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성립되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그 두가지는 해결하기 힘든 공염불에 지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구호성 해결책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갖는 의미는 바로 '88만원 세대'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해냈다는 점이다. 특히나 '세대간 갈등'을 지적해 낸 부분은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대안성 1세대' 같은 해결책이 달성하기 힘든 구호같지만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현실적으로 대안을 찾아낼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해결의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희망마저 저버려서는 안된다. 이제 '88만원 세대'가 갖는 문제가 보였으니 문제를 해결할 '희망'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