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의 연금술 - 생명과 죽음의 원소, 질소를 둘러싼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 이야기
토머스 헤이거 지음, 홍경탁 옮김 / 반니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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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질소를 비료로 만들어 낸 두명의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이자, 19세말 20세기 초 식량생산과 관련한 미시사이기도 하다.

 

맬서스의 이론 이후 급증하는 인류와 굶주림을 해결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비료의 발견으로 그 우려에서 해방된 듯 했다. 그런데 일차적으로 새들의 분뇨인 구아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초석이라 불리는 천연 질산염을 찾아냈지만, 질산염이 언제까지 공급될지는 모를 일이었다.

지금도 천연자원을 둘러싼 분쟁이 있던 것 처럼 19세기말 초석을 두고 페루, 칠레, 볼리비아가 질산염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인류를 굶주림에서 해방시킬 질산염은 질소화합물이다. 과학자들은 공기중에 흔한 질소를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프리츠 하버가 공기중에서 질소를 암모니아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발견했다. 그리고 바스프에 있는 보슈는 곧 그 가치를 알아채고 실제 생산에 들어간다. 공기를 이용해서 비료를 만들어 낸 순간이다.

 

하버와 보슈, 그들은 나중에 모두 노벨상을 수상하며 과학자로의 영예를 갖는다. 하지만 전쟁을 두고 둘은 자신의 과학에 큰 고민에 빠져든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정부와의 협정이 체결되면서 바스프는 이제 더는 단순한 화학기업이 아니라 방위 산업체가 되었다. 보슈는 이런 현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팀원들도 이런 역설적인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식량 생산을 위해 열심히 일해왔는데, 지금은 같은 기술이 사람을 죽이는 데 쓰이고 있었다. 보슈는 이에 대해 그다지 말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이런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보슈의 수석보좌관은 초석 협상과정에서 보슈가 "더러운 비즈니스"라고 표현했던 것을 기억했다. 거래가 마무리되자 보슈는 "내 인생에서 가장 취하고 싶은 날이다"라고 말했다.(179쪽)

 

보슈는 과학이 그리고 인류의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전쟁에 활용되는 것에 혼란을 느꼈다. 그래서 나치와 각을 세우기도 했지만, 그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보슈는 과학과 기술을 하도록 타고난 사람이었다. 결과는 이제 명백하다. 친구이자 동료인 반나치주의자 헤르만 뷔허는 보슈가 우울증에 빠져드는 모습을 절망적으로 바라보며 이렇게 썼다. "죽기 전 몇 년 동안, 비록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히틀러의 정책을 실현 가능하게 해주었다는 생각에 집착했다." 정확한 표현이었다. 보슈 평생의 사업, 과학적 발견과 공장들, 전 세계를 먹여 살리고 회사의 수익을 올리려는 시도들은 나치를 무장하고 나치의 연료를 공급하는 데 이용되었다.(319쪽)

 

반면 하버는 적극적으로 전쟁에 개입한다. 화학무기를 개발하는 선두에 서서, 화학전에 대해 조언하기도 했다. 화학가스에 의해 사람들이 죽는 것은 개의치 않았다. 전쟁의 승리에 목말랐단 것처럼 행동했다.

사람들은 훗날 제1차 세계대전을 화학자의 전쟁이라고 불렀다. 확실히 독일에게는 정확한 표현이었다.
....
하버는 충심을 다해 전쟁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하버의 연구소는 군사 연구에 전념하는 연구센터로 바뀌었다. 하버는 무엇이 필요한지 설명했고, 정책을 입안하려고 아이디어를 짜냈으며, 거래를 주선하고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리고 가능하면 늘 제복을 입었다. 하버는 군과 민간기업이 한 몸으로 합쳐진 집합체였다.
누군가 과학자를 비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면, 하버를 보면 그것이 오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하버는 승리만을 추구하는 냉혈한이었다. 하버의 동료에 따르면, "하버는 지식은 사람을 부드럽게 변화시킨다는 몽테스키외의 믿음을 계속해서 저버리는 행동을 했다. 하버의 야심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마치 혼자서 전쟁에 나가 이기려는 사람 같았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하버는 개종을 했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하버를 여전히 유대인으로 생각했다. 독일의 유대인들은 대체로 전쟁에 극도로 열성을 보였다. 다른 독일인과 같은 이유도 있었지만, 황제를 위해 싸워서 독일인으로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려는 생각 때문이었다.(196쪽)

 

1차 대전이 끝나고, 독일은 전쟁배상 등 책임을 져야 했다. 하버와 보슈가 만든 공정은 프랑스, 영국 등에 의해 감시당했다. 현명한 보슈는 비료 공장을 계속 돌릴 수 있기를 바라면 최대한 기술을 들키지 않기 노력했다. 반면 하버는 지속적으로 화학가스를 개발했다.

 

하버는 독가스개발을 시도하는 것이 독일의 미래를 보장하고 그 결과 다시 한번 위대한 나라로 부상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
하버는 연구실에 이프르에서 벌였던 최초의 독가스 공격 사진을 액자에 담아 걸어놓았다. 독일 국방부와도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다. 화학전에 대비하여 개발한 최소한의 일부 공법과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편, 평화 시에는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연합국 조사관들의 눈을 피할 수 있게 해주었다. 동시에 독일이 벌인 화학전에 깊은 인상을 받아 직접 화학무기를 개발하고 싶어하는 나라들에 은밀하게 조언을 해주었다. 불법 무기와 관련한 어둠의 비즈니스에서 일종의 중개인이 되어, 독가스전에 관한 고급 질문에 조언을 해주며 전쟁 중에 겨자가스 공장을 운영했던 사람과 연결해 주었다.(233쪽)

 

하지만 나치는 반유대정책을 펼쳤다. 하버가 아무리 독일인이었고, 독일의 승리를 위해 노력했지만, 나치가 보기에 하버는 유대인일 뿐이었다.

하버는 죽었지만, 그의 연구는 계속되었다. 하버의 연구를 이어 받아 독가스가 개발되었고, 그 독가스는 유대인을 죽이는데 활용되었다.

프리츠 하버가 연구하던 화학 살충제는 건물의 이를 잡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이어졌고, 다른 학자가 연구를 계속해 치클론B zyclon B라는 독가스를 개발했다. 나치는 이 독가스를 강제 수용소의 수감자를 죽이는 데 사용했다. (343쪽)

 

과학은 정치와는 상관없는 일일까? 하버는 공기중의 질소를 암모니아로 바꾸는 기술로 인류를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했다. 반면 화학가스 전쟁을 주도했고, 유대인 학살에 쓰인 독가스를 개발했다. 과학자는 정치적으로 윤리적으로 중립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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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로 빵을 만든다고요? - 인류 굶주림의 해결사, 프리츠 하버의 삶과 과학
여인형 지음 / 생각의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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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말 인류의 과제는 굷주림이었다. 인류는 계속 늘어나지만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 남미에서 질산나트륨, 구아노 등의 비료를 발견하면서 굷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질산나트륨과 구아노가 언제까지 공급될지 알 수 없었다.

 

비료는 주로 질소, 칼륨, 인 화합물을 혼합한 것으로, 칼슘, 마그네슘, 황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당시에 비료를 생산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질소화합물의 부족이었다. 질소는 대기의 약 80%를 차지하는 원소로, 공기 중에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고 있다. 또한 인체의 구성 원소에서 산소, 탄소, 수소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원소로, 인체 무게의 약 2.6%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생존에 필요한 단백질과 아미노산을 비롯한 생리 화학 물질에는 반드시 질소 원소가 결합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자연 상태에서 질소가 풍부함에도 왜 질소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일까? 그것은 생물체가 기체 질소를 직접 이용할 수 없고, 질소 원소를 포함하는 화합물로 변환되어야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체 질소를 질소 화합물로 변환시키면 되지만 질소는 매우 안정한 기체이기 때문에 격렬한 반응 조건이 아니면 변환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65쪽)

 

공기중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질소. 그 질소 화합물을 찾아내는 것이 과학자들의 중요한 임무 중에 하나였다. 질소화합물을 찾기 위한 화학자들의 노력을 끝없이 계속되었지만 그 문제를 해결한 것은 프리츠 하버였다. 프리츠 하버는 질소를 이용해 암모니아를 만들어냈다.

하버의 발명과 발견이 갖는 위대함은 그동안 공기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매우 안정한 질소를 사용해서는 질소 화합물을 생산할 수 없다는 개념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계를 연 획기적인 것이었다. 인공적인 질소 고정에 대한 서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85쪽)

 

그리고 전쟁이 일어난다. 하버는 유대인이지만, 기독교로 개종했다. 그리고 스스로 자랑스러운 독일인으로 생각했다. 그는 전쟁을 가장 빨리 끝낼 수 있는 방법이 화학전이라 생각하고 화학가스 개발에 앞장선다. 그래서 불행하게도 하버상수라는 것을 남겼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가스의 살상 능력을 추정하는 기준으로 하버상수를 사용하였는데, 하버 상수는 죽음에 이르는 시간과 가스의 농도를 곱한 양으로 엊의된다. 하버상수가 작으면 더 큰 독성을 지닌 물질이다.(110쪽)

 

1차 대전이 끝나고, 몇 년후 하버에게 노벨상이 수상된다. 질소화합물의 개발로 인류를 굶주림에서 해방시킨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하버의 삶은 편탄하지 않았다. 히틀러의 등장으로 반유대주의에 따라 독일인이라고 생각했던 하버 역시 독일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전쟁과 관련하여 하버의 잘못을 꼽으라면 그의 커다란 애국심이 윤리 의식에 너무 앞섰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아마도 과학 결과의 사용과 윤리 의식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결국 선택의 몫은 그것을 이용하고 활용하는 인간이지 과학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쟁 중에 화학전을 고안하고 적극 가담한 것은 그 시대를 살았던 독일의 하버를 비롯한 과학자, 그리고 연합국 과학자들의 숙명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숙명을 온몸으로 거부한 과학자들도 적지 않았다는 것은 역사적 기록이 말애 주고 있지만 말이다.(115쪽)

 

 

참고로 하버가 연구하던 시절은 화학분야의 발전이 태동을 이루고 있을 때였다.

하버의 관심분야는 물리화학 분야 중에서도 특히 전기화학 분야였다. 전기화학은 영국에서 다니엘(John Daniell, 1790~1845), 데이비(Humphry Davy, 1782~1829),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 등이 이미 오래전에 시작한 분야였다. 먼저 다니엘은 다니엘 전지를 만든 과학자로, 다니엘 전지는 아연(zn)의 산화와 구리(Cu) 이온의 환원 반응을 이용한 전지이다.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서 중고등학교에서도 시범용 실험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데이비는 패러데이의 스승으로 전기화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업적을 남긴 영국의 과학자이다. 특히 그는 나트륨, 칼륨, 칼슘과 금속을 전기분해를 통해서 분리하였는데, 칼륨은 전기분해를 통해서 처음으로 분리된 금속이다. 패러데이는 패러데이 상수 및 패러데이 법칙으로 유명한 화학자 겸 물리학자로, 초등학교의 학력으로 최고의 과학자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패러데이 법칙은 화학 반응 생성물의 양과 전하량과의 관계를 규정짓는 중요한 법칙이다.

전기화학과 연관된 전해질 및 이온의 해리 및 평형에 관한 연구는 스웨덴의 아레니우스(Svante Arrheniues, 1859~1927), 네덜란드의 반트호프(Jacobus Henricus Van't Hoff, 1852~1911) 등이 하고 있었다. 아레니우스는 이온 해리에 관한 기초 이론을 처음으로 세운 스웨덴의 화학자로서 1903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였다. 아레니우스는 당시에 이미 지구 평균 온도가 이산화탄소의 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과 지구의 온난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예측하였다. 반트호프는 삼투압, 화학 평형의 확립에 막대한 공헌을 한 과학자로, 1901년에 노벨화학상을 최초로 수상하였다.

독일의 전기화학 및 물리화학 분야에서는 앞서 이야기하였던 오스트발트와 네른스트(Walther Nernst, 1864~1941) 등이 활발하게 연구활동을 하고 있었다. 오스트발트는 질산을 생산하는 공정을 처음 개발한 과학자로, 그 공정을 오스트발트 공정이라고 하며 1909년에 촉매와 평형에 관한 업적으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단. 네른스트는 열역학 제3법칙을 주창한 과학자로, 1920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이름이 붙은 네른스트 방정식은 화합물의 활동도와 전위 관계를 나타내는 식이다.

이와 같이 하버가 전기화학에 관심을 가질 당시에는 근대 전기화학 및 물리화학의 기초를 세운 유명한 과학자들이 전기화학의 기본 원리와 실험 방법 등과 같은 뼈대를 다듬어 가는 중이었다.(36-37쪽)

 

 

 

 

 

 

 

 

인류의 굶주림을 해결한 위대한 과학자이자 격량에 휘말렸던 독일을 진정한 조국이라고 착각하여 새로운 전쟁 무기까지 개발한 유대인 천재의 말로는 쓸쓸하기 그지 없었다. 한편으로는 인류에게 커다란 기여를 하였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폐해를 남긴 과학자 하버의 이중성은 그가 만든 암모니아가 비료의 원료로 사용되거나 또는 폭약의 원료로 사용되는 이중성을 지닌 것과 매우 닮아 있다. (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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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공룡 열전 - 여섯 마리 스타공룡과 노니는 유쾌한 공룡 입문
박진영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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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시중에 나와 있는 공룡 책들을 보면 참으로 놀랍다. 마치 책의 저자가 직접 공룡을 보고 온 것처럼 이들을 묘사하기 때문이다. 어는 공룡이 싸움을 잘했고, 어느 공룡이 성질이 온순했으며, 어느 공룡이 동료들과 잘 어울렸는지, 마치 공룡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양 소개를 한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잘못된 사실이다. 일종의 사기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실 공룡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7쪽)

 

공룡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100여년이다. 그리고 지금 알려진 연구들의 대부분의 최근에 연구된 것들이다. 그말은 공룡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공룡을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공룡에 빠진 젊은 연구가 박진영의 공룡열전을 읽는 것이다. 박진영의 공룡열전은 대표 공룡 6종을 들어 공룡을 설명한다. 6종으로 어떻게 설명이 되냐고? 실제 우리가 아는 공룡은 많지 않고, 대표 공룡들을 통해 공룡 전체를 아우를 수 있다.

 

공룡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티라노사우루스이다. 최고의 육식공룡, 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가 최고의 공룡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오랜기간동안 난관이 있었다. 최고의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는 한동안 느림보 시체청소부로 여겨졌다. 최근 연구결과에서 티라노사우루스가 뛰어난 시각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 사냥을 한 화석드리 나오고 실제로 왠만한 초식공룡보다 빨랐을 것이라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다시 공룡의 제왕으로 귀한을 한 것이다.

 

티라노사우루스와 관련된 이슈 중 하나는 바로 팔이다. 사냥에 사용했을 것으로 생각하기에 힘든 짧은 팔의 용도였다. 요즘은 그 팔이 연애(?)를 하는데 사용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

 

생김새로 관심이 가는 공룡중의 하나가 바로 트리케라톱스이다. 트리케라톱스는 세개의 뿔(프릴)을 가졌다. 흔히 그 뿔로 티라노사우루스와 싸웠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뿔의 구조상 싸움을 하기는 어렵고 종족내 과시용이었을 것이다라고 최근 연구는 말한다. 현재의 뿔동물들의 뿔이 대체로 구애용인것을 감안하면 말이다. 사실 생존도 중요하지만 각 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종족번식이고, 그를 위해서는 각 공룡들 나름의 성선호를 위한 전략을 가졌을 것이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룡은 브리키오사우루스일 것이다. 브리키오사우루스는 목이 긴 공룡이다. 아기공룡 둘리도 브리키오사우루스와 유사하다. 브리키오사우루스를 읽으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긴 목을 가지고 어떻게 호흡한 산소가 폐에 도달하고, 심장에서 내보내는 혈액이 머리까지 도달했겠냐는 것이다. 이를 위해 특수한 형태의 조직이 발달했다.

브리키오사우루스에게는 한가지 대안이 있었다. 바로 뼛속까지 확장된 폐 구조였다. 브리키오사우루스를 포함한 모든 목긴공룡은 척추에 플로로실이라는 빈 공간이 있다. 이 구조는 오늘날의 새한테서도 관찰되는 구조인데, 이 공간 안에는 폐와 연결된 공기주머니가 있다. 이 공기주머니는 폐로 전달할 산소를 미리 받아 놓은 다음, 공룡이 다음 숨을 내쉴 때 폐로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 주었다. 게다가 이 구조는 몸 구석구석으로 산소를 전달해주는 역할 도 해주었을 것이다. 이처럼 특수한 폐 구조 덕분에 목긴공룡들은 끊임없이 신선한 공기를 온 놈으로 보낼 수 있었다. (150쪽) 

 

 

이구아나와 닮아 이구아노돈(이구아나의 이빨)이라는 이름이 붙은 공룡이 있다. 이구아노돈은 파충류와 닮아 공룡에 있어서는 인기가 없는 편이지만, 공룡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보통 공룡이 100여년전에 발견된데 비해 이구아노돈은 200년전에 발견되었고, 파충류와의 차이점으로 공룡이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이구아노돈의 뼈가 도마뱀의 것과 비슷하면서도 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이구아노돈의 다리 구조는 도마뱀과 많이 달랐는데, 일반적으로 몸의 옆으로 뻗는 도마뱀의 다리와는 달리 이구아노돈의 다리는 포유류처럼 아래로 곧게 뻗어 있었다. (169쪽)

 

공룡이라는 이름도 갖게 되었다.

서로 다르게 생긴 화석파충류들은 모두 다리가 아래로 곧게 뻗어 있었고, 골반에 추가적인 뼈들이 있었다. 이러한 특징들은 다른 파충류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오언은 1842년에 이 사실을 학계에 발표했고, 이 세 동물들을 묶어 '무서울 정도로 대단한' 또는 '무서운' 이란 뜻의 그리스어 '데이노스deinos'와 '도마뱀'을 뜻하는 '사우로스sauros'를 합친 '디노사우르dinosaur'란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 이름이 나중에 중국으로 넘어가 恐(두려울-공), 龍(용-용)으로 번역되어 '공룡'이 되었다. (171쪽)

 

데이노쿠스는 사나운 육식공룡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단독으로 사냥을 즐겼는지, 아니면 집단사냥을 했는지도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무엇보다 데이나쿠스가 중요한 것은 새와 공룡의 연관성을 찾게 된 공룡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특징적인 공룡은 스테고사우루스이다. 등에 삼각형 모양의 골판을 가지고 있는 스테고사우루스는 처음부터 그 삼각형 골판의 위치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이 걸렸단. 처음에는 일렬인 줄 알았지만 두줄에 서로 어긋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골판 역시 종족번식을 위한 과시용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공룡과 새와의 연관성을 연구하기에 공룡과 새의 분류법이 달라 서로를 엮기가 힘들다. 현재상태로만 분류한 린네식은 진화관계를 나타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1950년 독일의 생물학자 빌리 헤니히는 린네식 분류법의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분기분류법cladistic taxonomy을 만들었다. 분기분류법은 공통된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생물 그룹끼리 묶어서, 마치 나무의 가지를 그려나가는 것 처럼 일종의 가계도를 그리면서 각 생물들의 진화적 관계를 보여주는 매우 획기적인 분류기법이다.(267쪽)

 

새로운 분류법으로 말미암아 이제 새는 공룡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공룡은 멸종된게 아니다. 아직도 인간과 함께 살고 있다.

이 새로운 분류법에 따르면 새는 공룡이란 그룹안에 포함된다. 그러니까 티라노사우루스, 브라키오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와 함께 펠리컨, 타조, 펭귄, 칠면조가 모두 공룡이라는 것이다. 사람, 고래, 코끼리, 그리고 박쥐가 모두 다르게 생겼지만 포유류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공룡은 아직 멸종한 게 아니다. 우리가 그저 이들을 공룡이 아닌 새라고 부르고 있을뿐.(268쪽)

 

새를 공룡이라고 생각한 과학자 오스트롬은 공룡과 새의 손에 주목했다.

오스트롬이 가장 주의 깊게 관찰한 부위는 바로 데이노니쿠스와 시조새, 그리고 새의 손목이었다. 티라노사우루스, 알로사우루스 등 당시에 알려져 있던 대부분의 육식공룡들은 손이 앞으로 뻗어 있었으며, 마치 해병대 박수를 치는 군인들처럼 손바닥이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하지만 데이노니쿠스와 시조새, 그리고 새들은 반달 모양의 특수한 속목뼈를 가지고있어서 손목을 좌우로 움직여 손을 옆으로 접을 수가 있었다. (229쪽)

 

게다가 최근에는 깃털을 가진 공룡화석이 계속 발견된다.

2004년, 중국에서 굉장히 이색적인 이름의 공룡이 보고되었다. 그 이름은 바로 딜롱Dilong. ... 이 화석을 본 고생물학자들은 바로 이것이 티라노사우루스의 조상뻘 되는 동물임을 알 수가 있었다. 게다가 딜롱의 뼈화석 가장자리에는 놀랍게도 원시깃털의 흔적이 보존되어 있었다.(33쪽)

 

(1996년) 깃털공룡 화석의 발견은 시노사우롭테릭스로 끝나지 않았다. 시노사우롭테릭스가 발견된 그 다음해에는 긴 손가락을 가진 깃털공룡 프로타르카이옵테릭스, 1997년에는 닭처럼 생긴 카우딥테릭스가 연달아 보고되었다. 1999년에는 데이노쿠스의 가까운 친척인 시노르토사우루스가 보고되면서 데이노니쿠스를 포함하는 드로마이오사우루스류 공룡 또한 깃털을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247쪽)

 

브리키오사우루스에서 보여준 페구조 역시 공룡과 새의 연관관계를 보여준다.

저산소 환경에서 효과적인 호흡활동을 하기 위한 폐 구조는 목긴공룡만의 특허는 아니었다. 뼛속까지 침투하는 이 폐구조는 사실 육식공룡한테도 발견되고 있어서 아마 이 둘의 공통조상 때부터 이러한 구조가 나타났을 것으로 여겨진다. 재미있는 사실은 육식공룡과 목긴공룡의 이러한 공기주머니 폐 구조가 오늘날 이들의 후손인 새들에게서도 관찰된다는 것이다. 이 구조를 가리켜 우리는 '기낭'이라 부른다. 이 기낭을 이용해 새들은 몸을 가볍게 해서 하늘을 날 수 있고, 산소가 상대적으로 희박한 높은 고도에서도 잘 날아다닐 수 있는 것이다.(152쪽)

 

뼈구조에서도 공룡-새 연관성이 증명된다.

오늘날 새한테서만 찾아볼 수 있는 이 창사골(주.V자모양의 가슴뼈)은 새의 어깨뼈를 비롯한 나머지 가슴뼈들과 인접해 있으며, 위팔뼈와 가슴을 이어주는 강한 힘줄이 붙어 있다. 이 강한 힘줄은 새가 힘차게 날개를 아래로 내렸을 때 힘들이지 않고 날개를 올리도록 도와준다. 결국 이 창사골 덕분에 새는 힘찬 날개짓을 할 수 있는 것이다.

... 사실 공룡의 창사골은 1924년에 진작 발견되었다. .. 데이노쿠스를 포함한 다양한 드로마이오사우루스류 공룡부터 닭을 닮은 오비랍토로사우루스류, 그리고 가장 오래된 육식공룡 중 하나인 코일로피시스까지 다양한 육식공룡한테서 창사골이 발견되었다. 심지어 티라노사우루스에게도 이 뼈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고생물학자들은 깜짝 놀랐다.(244쪼)

 

책은 단순히 공룡을 설명만 하는 것이 아니라 100년전에 공룡화석을 발견한 과정, 연구하는 과정, 그리고 현재의 의견까지 충실하게 설명한다. 되도록 쉽게. 그리고 그 와중에 연구자들의 고뇌와 갑질 등까지도 보여준다.

 

이 책 한권이면 공룡의 세계에 들어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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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고 앉아있네 1 - 이정모의 공룡과 자연사 스낵 사이언스 Snack Science 시리즈 1
원종우.이정모 지음 / 동아시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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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에 대한 최고의 입문서이다.

 

아주 쉽게 공룡에 대한 부분,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공룡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은 유명한 과학팟캐스트를 책으로 만든 것으로 실제로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흔히들 공룡을 멸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한순간 사라진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공룡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지구상에 존재했고, 각 공룡들은 멸종하고, 새로 발생했다. 멸종이 단순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났다. 그리고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공룡은 멸종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대세다. 실제로 새의 골격구조와 공룡과 비슷하고 깃털 공룡의 화석들이 발견되고 있다.  

공룡의 멸종에 대해 생각해야 할 게 세가지가 있는데, 첫째가 공룡은 실패의 상징이 아니라는 거에요. 공룡은 어쨌든 전체로 보면 1억 5,000만 년이나 지구를 지배하고 있었어요. 어떤 생명도 죽음을 피할 순 없지만, 지금 우리가 여태까지 지구상에서 살았던 생명의 종 가운데 99퍼센트는 과거형이거든요. 기껏해야 1퍼센트의 종밖에는 남아서 살고 있지 않단 말이에요. 그런데 공룡은 1억 5,000만 년 이상 지구를 지배하고 있었으니까 아주 성공한 존재라고 할 수가 있어요. 둘째로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공룡이 일시에 멸종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죠. 그러니까 백악기 말에 막판에까지 살았던 공룡들은 그들 가운데서도 1퍼센트에 해당하는 거죠. 나머지 99퍼센트는 차근차근히 죽었어요. 멸종하고 어떤 새로운 게 생기고, 하나가 비워주면 누군가가 채우고 해서, 모두 다 살아 있으면 새로운 종이 생길 수가 없죠. 세번째로는 공룡이 6,500만 년 전에 죄다 멸종한 게 아니라는 거에요. ... 공룡은 지금도 살아있죠. 뭐로 남아 있냐면 바로 새로 남아있는 거에요. (51쪽) 

 

 이 책은 공룡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점을 하나씩 설명한다. 하지만 이 책의 미덕은 단순히 그것에만 거치지 않고, 과학이라는 것, 자연사라는 것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 지구의 한 생명체임에도 너무 큰 힘을 가지고 있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고민한다.  

이정모 : 그러니까 공룡이 소행성이 부딪혀서 멸종을 했잖아요. 사실은 그 위험성은 언제나 있거든요. 세상에 핵이란 것을 개발해 가지고 있잖아요. 핵이 터지면 소행성 터지는 거랑 똑같은 걸 우리가 경험할 수 있겠죠. 그래서 칼 세이건은 평생 동안 핵의 위험성을 이야기한 거거든요. "바로 핵폭탄 때문에 우리가 멸종될 것이다. 우주에 소행성이 떠다니지만, 그것은 우리가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외부의 소행성이 아니라 우리 지구 안에도 그것마큼이나 위험한 소행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해야 되냐?"는 것이었죠. 우리는 이것을 피하고 싶은데, 칼 세이건은 이미 죽었고, 여전히 우리는 핵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죠.

원종우 : 우리 힘이 너무 센거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신이나 어떤 인격적인 부분이나, 심지어는 스스로 생존을 위한 수위에 비해서 인간의 힘이, 주먹의 힘이 너무 세져버린 거죠. 그래서 제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조만간에 아주... 위험할 수도 있고, 지금도 실제 위험하다고 봅니다.
(79쪽)

 

그리고 공룡을 바라보는 눈을 이야기한다. 자연사라는 관점인데, 단순히 공룡이 어땠냐가 아니라 생태와 진화의 관점에서 현재와 시간의 흐름속에서 어떻게 인식해야 할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자연사의 요체는 두가지가 있거든요. 하나는 생태고, 하나는 진화에요. 생태라는 것은 지금 같은 시대 속에서의 생물을 보는 거고, 진화라는 것은 과거와 연결된 것이죠. 씨줄과 날줄로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생태는 에너지의 흐름을 보는 것이고, 진화는 정보의 흐름을 보는 것입니다. 이 둘이 합쳐져야 생명을 제대로 보는 겁니다. 어떤 생명체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지금 그 생명체가 생존하고 있는 생태속에서 어떻게 에너지의 흐름을 가져가고 있는가도 알아야 되고, 또 하나는 진화를 통해서 어떻게 정보가 이 생명체에 왔는가도 알아야되는 거죠. (108쪽)

 

공룡을 연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뙤약볕에서 빗질을 때로는 붓질을 하염없이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과학자들의 노고에 우리는 조금 더 과거 지구는 어땠는지, 그리고 그 때는 어떤 생명체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볼 수 있다. 묵묵히 시간과 싸우는 과학자들 덕분에..

사실 공룡을 연구한다는 게 돈이 많이 들 거 아니에요. 어디 멀리 가서 하고 거기에 필요한 돈을 누가 줘야 하는데, 공룡을 연구한다는 게 복리를 증진시키거나 경제발전하고는 관련이 전혀 없는 거잖아요. 거기다가 우리가 공룡 탐사라고 하면 낭만적인 생각이 들겠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 뙤약볕이 쬐는 사막에 그늘도 없는 데서, 전화기도 안 터지는 곳에서 몇 달 동안 그냥 아무도 없이 혼자서 그 땅을 빗질을 하고 있는 거라고요. (15쪽)

 

10년 후 또 새로운 공룡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하지만 의문들은 계속 남아 있어요 10년 쯤 지난 다음에 이야기하면, 오늘 했던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죠. 그게 바로 과학이거든요. 계속 선배의 업적을 배신해나가는 게 과학입니다. (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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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고 앉아있네 3 - 김상욱의 양자역학 콕 찔러보기 스낵 사이언스 Snack Science 시리즈 3
원종우.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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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앞으로 두어시간 동안 양자역학이라는 이름을 가진 어처구니 없는 미로속에서 헤매다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나가게 됩니다." 과학같은 소리하네의 양자역학편에서 사회자 파토 원종우는 이렇게 시작한다. 유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조차 양자역학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한 것이 바로 양자역학이다.

 

양자역학이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기존 물리학의 법칙들이 부정되기 때문인데, 문제는 인간이 양자역학을 이해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양자 역학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이 모양으로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인간의 뇌가 진화해 온 오랜 시간동안 그것의 용도는 포식자를 피해서 먹고 싸고 자고 또 매력적인 이성을 만나서 번식을 하는 것이었죠.

이런 인간의 뇌를 가지고 머리카락의 수십만분의 1보다 작은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겠죠. (138쪽, 과학수다1)

 

인간의 두뇌라는 것이 자연법칙을 잘 이해하도록 진화한 건 아니거든요. 우리의 뇌는 맛있는 것을 찾거나, 아니면 예쁜 여자, 멋진 남자를 찾거나 하는 그런 것을 잘하도록 진화해왔죠. 우리가 이해를 못한다고 자연이 이상한 게 아니라, 잘못은 우리한테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잘못이라고 보기도 힙든 것이 두뇌는 그냥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도록 진화된 겁니다. 그래서 모르는 게 너무 당연하니까,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27쪽) 

 

사실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을 만든 과학자들은 '우주는 문제가 없고, 이걸 이상하다고 느끼는 인간한테 문제가 있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중성을 지니는 파동과 입자는 원래 하나인데, 인간의 언어가 파동과 입자라는 걸 따로 기술한다는 거죠.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 그 개념이 그렇게 따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거지, 우주에서는 그것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것이고 문제가 없다는 거에요.(55쪽)

 

사실 양자역학에 대한 부분을 몇 번 본적이 있다. EBS다큐 '빛의 물리학'에서도 몇 번 봤고, 책으로도 봤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이건 내 잘못이 아닌 것이다. 인간이 양자역학을 이해할 수 없도록 진화했으니까.

 

책은 물리학의 기본 법칙부터 설명을 한다.

유닛의 위치를 시간에 따라 기술한 것이 바로 운동이죠.(13쪽)

 

속도라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한 위치, 지점을 알 때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 위치가 얼마만큼 변하는지에 대한 정보입니다.(15쪽)

그리고 이것은 수학으로 표현할 수 있다.

속도가 변하는 것, 즉 가속운동에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는 힘이라고 부르자 하는 게 바로 운동법칙입니다. 이것을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수식으로 굳이 쓰면 'F=ma'가 됩니다. (20쪽)

 

이제 이 식으로부터 속도의 시간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속도와 위치를 끄집어 낼 수 있다면 우주를 다 이해하는 거죠. 'F=ma'로 부터 속도와 위치를 끄집어내는 수학적 과정을 적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전 세계에 모든 이공계 학생들은 이 적분을 배워야 돼요. 'F=ma'는 미분방정식입니다. 우주의 법칙은 미분으로 쓰여 있고, 이로부터 위치를 추출하는 과정이 적분입니다. 미분을 알려면 극한을 알아야 하고, 극한을 알려면 수열을 배워야 하죠. (21쪽)

 

그럼 양자역학이 무엇인가. 양자역학이란 이런 물리학의 법칙이 뒤엎어진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원자라고 부르는 똑같은 걸로 되어 있다는 겁니다. 모든 것은 원자로 되어 있죠. 물리학은 모든 것을 운동으로 이해합니다. 결국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원자의 운동을 이해하는 겁니다. 원자가 어떤 식으로 운동하는지를 기술하는 분야가 바로 양자역합입니다. ... 한마디로 양자역학은 원자를 기술하는 학문입니다. (36쪽)

 

이제 양자역학의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가 등장한다.

전자는 하나다. 그런데 두개의 구멍을 통과한다. 전자는 하나뿐인데,

그리고 그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두 상자안에 고양이와 독극물이 있다. 한상자가 괜찮다면 다른 상자는 독극물 병이 깨져야 한다. 고전역학, 고전 물리학의 세계에서는 한마리의 고양이는 살고, 다른 고양이는 죽어야 하지만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살아있으면서도 죽어있는 상태다. 음 모르겠다.

 

하여간 책을 좀 더 읽어보면,

양자역학은 근본적으로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예측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즉, 뉴턴역학의 결정론을 포기하는 겁니다. 그리고 확률론의 세계로 들어서게 되죠.

....

사실 이렇게 확률이 도입되었을 때 물리학자들의 저항이 굉장히 거셌습니다. 왜냐하면 물리법칙이라고 하면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 가능하게 해주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고 믿어왔기 때문이죠. 특히 저항의 선봉에 선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아인슈타인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죽을 때까지 양자역학을 거부한 이유의 하나가 바로 이 확률 해석 때문입니다.(60쪽)

 

전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려고 하면 더욱 큰 에너지의, 즉 짧은 파장의 빛을 써야 하고, 그러면 전자가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되지요. 이 말은 전자의 속도가 불확실해진다는 겁니다. 하이젠베르크는 이것을 불확정성원리라고 불렀습니다. (72쪽)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가 갖는 중요한 의미는 고전역학의 결정론이 양자역학에서는 왜 통하지 않느냐는 것을 설명한다는 겁니다. 고전역학에서 꼭 필요한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아는 것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죠. 이 때문에 확률이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이 틀렸다, 불완전하다며 공격을 할 때 그 공격의 가장 중요한 타깃이 바로 불확정성원리였습니다. (73쪽)

 

 

양자역학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양자역학이 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양자역학은 세상을 뒤엎어 버렸다. 지금 우리는 이해도 되지 않는 양자역학의 헤택을 보고 있다.

양자역학이 없으면 우리는 19세기로 돌아가야 합니다. 19세기와 20세기는 과학기술의 관점으로는 양자역학이 있느냐 없느냐로 나눌 수 있습니다. 19세기에도 열역학과 전자기학이 있었죠. 내연기관과 전기기기가 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19세기에 없었던 것의 하나가 양자역학입니다. 그래서 반도체 같은 걸 이해하지 못했죠. 양자역학이 없으면 전자를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따라서 양자역학이 없으면 단연코 컴퓨터는 없습니다. 반도체도 없고, 스마트 폰도 없습니다. 지금 스마트폰이 있을 수 있는 것은 1920년대 양자역학을 이해해서 전자를 제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자를 제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나온 학문이 전자공학입니다. 양자역학이 없으면 전자공학이 없어요. 전자의 운동을 기술하는 게 바로 양자역학이거든요.(108~109쪽)

 

이해는 안가지만 하여간 양자역학은 기존 물리학과는 다른 세계라는 것이고, 우리는 그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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