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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고 앉아있네 1 - 이정모의 공룡과 자연사 ㅣ 스낵 사이언스 Snack Science 시리즈 1
원종우.이정모 지음 / 동아시아 / 2015년 1월
평점 :
공룡에 대한 최고의 입문서이다.
아주 쉽게 공룡에 대한 부분,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공룡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은 유명한 과학팟캐스트를 책으로 만든 것으로 실제로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흔히들 공룡을 멸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한순간 사라진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공룡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지구상에 존재했고, 각 공룡들은 멸종하고, 새로 발생했다. 멸종이 단순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났다. 그리고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공룡은 멸종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대세다. 실제로 새의 골격구조와 공룡과 비슷하고 깃털 공룡의 화석들이 발견되고 있다.
공룡의 멸종에 대해 생각해야 할 게 세가지가 있는데, 첫째가 공룡은 실패의 상징이 아니라는 거에요. 공룡은 어쨌든 전체로 보면 1억 5,000만 년이나 지구를 지배하고 있었어요. 어떤 생명도 죽음을 피할 순 없지만, 지금 우리가 여태까지 지구상에서 살았던 생명의 종 가운데 99퍼센트는 과거형이거든요. 기껏해야 1퍼센트의 종밖에는 남아서 살고 있지 않단 말이에요. 그런데 공룡은 1억 5,000만 년 이상 지구를 지배하고 있었으니까 아주 성공한 존재라고 할 수가 있어요. 둘째로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공룡이 일시에 멸종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죠. 그러니까 백악기 말에 막판에까지 살았던 공룡들은 그들 가운데서도 1퍼센트에 해당하는 거죠. 나머지 99퍼센트는 차근차근히 죽었어요. 멸종하고 어떤 새로운 게 생기고, 하나가 비워주면 누군가가 채우고 해서, 모두 다 살아 있으면 새로운 종이 생길 수가 없죠. 세번째로는 공룡이 6,500만 년 전에 죄다 멸종한 게 아니라는 거에요. ... 공룡은 지금도 살아있죠. 뭐로 남아 있냐면 바로 새로 남아있는 거에요. (51쪽)
이 책은 공룡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점을 하나씩 설명한다. 하지만 이 책의 미덕은 단순히 그것에만 거치지 않고, 과학이라는 것, 자연사라는 것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 지구의 한 생명체임에도 너무 큰 힘을 가지고 있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고민한다.
이정모 : 그러니까 공룡이 소행성이 부딪혀서 멸종을 했잖아요. 사실은 그 위험성은 언제나 있거든요. 세상에 핵이란 것을 개발해 가지고 있잖아요. 핵이 터지면 소행성 터지는 거랑 똑같은 걸 우리가 경험할 수 있겠죠. 그래서 칼 세이건은 평생 동안 핵의 위험성을 이야기한 거거든요. "바로 핵폭탄 때문에 우리가 멸종될 것이다. 우주에 소행성이 떠다니지만, 그것은 우리가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외부의 소행성이 아니라 우리 지구 안에도 그것마큼이나 위험한 소행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해야 되냐?"는 것이었죠. 우리는 이것을 피하고 싶은데, 칼 세이건은 이미 죽었고, 여전히 우리는 핵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죠.
원종우 : 우리 힘이 너무 센거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신이나 어떤 인격적인 부분이나, 심지어는 스스로 생존을 위한 수위에 비해서 인간의 힘이, 주먹의 힘이 너무 세져버린 거죠. 그래서 제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조만간에 아주... 위험할 수도 있고, 지금도 실제 위험하다고 봅니다.
(79쪽)
그리고 공룡을 바라보는 눈을 이야기한다. 자연사라는 관점인데, 단순히 공룡이 어땠냐가 아니라 생태와 진화의 관점에서 현재와 시간의 흐름속에서 어떻게 인식해야 할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자연사의 요체는 두가지가 있거든요. 하나는 생태고, 하나는 진화에요. 생태라는 것은 지금 같은 시대 속에서의 생물을 보는 거고, 진화라는 것은 과거와 연결된 것이죠. 씨줄과 날줄로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생태는 에너지의 흐름을 보는 것이고, 진화는 정보의 흐름을 보는 것입니다. 이 둘이 합쳐져야 생명을 제대로 보는 겁니다. 어떤 생명체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지금 그 생명체가 생존하고 있는 생태속에서 어떻게 에너지의 흐름을 가져가고 있는가도 알아야 되고, 또 하나는 진화를 통해서 어떻게 정보가 이 생명체에 왔는가도 알아야되는 거죠. (108쪽)
공룡을 연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뙤약볕에서 빗질을 때로는 붓질을 하염없이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과학자들의 노고에 우리는 조금 더 과거 지구는 어땠는지, 그리고 그 때는 어떤 생명체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볼 수 있다. 묵묵히 시간과 싸우는 과학자들 덕분에..
사실 공룡을 연구한다는 게 돈이 많이 들 거 아니에요. 어디 멀리 가서 하고 거기에 필요한 돈을 누가 줘야 하는데, 공룡을 연구한다는 게 복리를 증진시키거나 경제발전하고는 관련이 전혀 없는 거잖아요. 거기다가 우리가 공룡 탐사라고 하면 낭만적인 생각이 들겠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 뙤약볕이 쬐는 사막에 그늘도 없는 데서, 전화기도 안 터지는 곳에서 몇 달 동안 그냥 아무도 없이 혼자서 그 땅을 빗질을 하고 있는 거라고요. (15쪽)
10년 후 또 새로운 공룡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하지만 의문들은 계속 남아 있어요 10년 쯤 지난 다음에 이야기하면, 오늘 했던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죠. 그게 바로 과학이거든요. 계속 선배의 업적을 배신해나가는 게 과학입니다. (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