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을 추모하며 두권의 책을 주문했다.
<제주4·3을 묻는 너에게>와 <나무 도장>이다. 그리고 집 어디엔가 현기영의 소설이 있다.
역사를 접하면서 제주4·3에 대해서 파편적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어서, 체계적으로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제주4·3을 묻는 너에게>를 주문했고, <나무 도장>은 아이들에게 제주4·3을 어떻게 설명할까에 대한 고민으로 주문한 책이다.
올해는 제주4·3 70주년이다. 12년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추모사를 읽으며 가슴이 찡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국민들께 호소하고 싶습니다.
아직도 4·3의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대한민국엔 낡은 이념이 만들어낸 증오와 적대의 언어가 넘쳐납니다.
이제 우리는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불행한 역사를 직시하는 것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만 필요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도 4·3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낡은 이념의 틀에 생각을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보수와 정의로운 진보가 ‘정의’로 경쟁해야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공정한 보수와 공정한 진보가 ‘공정’으로 평가받는 시대여야 합니다.
정의롭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면 보수든 진보든, 어떤 깃발이든 국민을 위한 것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삶의 모든 곳에서 이념이 드리웠던 적대의 그늘을 걷어내고 인간의 존엄함을 꽃피울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 나갑시다.
그것이 오늘 제주의 오름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이효리씨는 추념식에서 이종형 시인의 시를 낭송했다.
바람의집
이종형
당신은 물었다 봄이 주춤 뒷걸음치는 이 바람 어디서 오는 거냐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섬,4월 바람은 수의 없이 죽은 사내들과 관에 묻히지 못한 아내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은 아이의 울음 같은것
밟고 선 땅 아래가 죽은 자의 무덤인줄 "봄 맞이하러 온 당신"은 몰랐겠으나
돌담 아래 제 몸의 피 다 쏟은 채 모가지 뚝뚝 동백 꽃의 주검을 당신은 보지 못했겠으나
섬은 오래전부터 통풍을 앓아온 환자처럼 살갗을 쓰다듬는 손길에도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러대는것
4월의 섬 바람은 뼛속으로 스며드는 게 아니라 뼛속에서 시작되는것
그러므로 당신이 서 있는 자리가 바람의 집이었던 것
제주에 다녀온 게 십여회가 넘는다. 막상 4·3을 떠올린 건 아이들이 생기고 나서인데, 아이들과 4·3 평화공원을 가고 싶었지만,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그리고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자신이 없어 주저한 면이 있다.
언젠가는 아이들도 역사와 마주해야 할 것이다. 다음에는 평화공원에 다녀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