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und the World in Eighty Days The Classic House 32
쥘 베른 지음 / THETEXT A YBM COMPANY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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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나온 The Classic House의 시리즈였는데, 영어공부로 정말 좋은 책이었다. 이와 유사한 책은 찾아보면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는 영어를 너무 어렵게 가르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몇번 시도해 봐서 잘 안되면 정이 뚝 떨어지게 만들거나, 혹은 영어=어려워 라는 고정관념을 심어주기에 딱 좋다. (이런 식으로 할거면, 초등학교 때 영어를 가르치고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게 뭐가 좋으냔 말이지... 우리가 언제 영어공부에 시간을 적게 투자해서 영어를 못했나, 아니면 문법위주의 콩글리시 교육을 좀 더 일찍 시키지 못해서 영어를 못했냐 말이지...)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목적은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함이지, 세익스피어를 논하거나 에머슨의 철학을 영어로 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물론 영문과 전공자들은 전공 공부를 위하여 읽을 필요가 있게지만, 대다수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 영어공부의 목적은 영어권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영어교육 6년을 받고서 영어권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How are you? I'm fine thank you, and you? Fine. 정도가 사실 아니겠는가. 그 결과 6년 동안 영어공부한 시간을 낭비한 것이다.

 

우리말로 의사소통의 성공률(물론 수치화된 정량적 척도를 만들수는 없다)이 90~95%라면(언어적 오해를 제외한 수치), 적어도 6년간 정규적인 영어 수업을 들었다면, 50% 이상은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50% 이상은 알아 들어야 할 것 아니겠는가. 모국어에 육박하는 정도(70~80%?) 혹은 그 이상으로 유창하게 하고 싶다면 상급학교로 진학하거나 영어학원 같은 보충 교육기관의 도움을 받으면 그정도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정규영어 과목은 그 정도에 한참 못미친다. 보습학원도 영어가 가장 많고, 투자 비용도 상당한데 잘 안되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어마을이나 영어유치원의 수를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수의 경제적으로 부유층은 선행학습의 입장에서 위안은 되겠지만.

 

영어는 언어이고 문화라서 얼마나 심정적인 시간을 투자하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재미있는 주제를 잡아야 한다. 그래야 오랜 시간 영어를 접하고 있더라도 지루함이나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집중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방법은 영어권 신문에서 관심사를 읽는 것이다. 절대 CNN이나 Time지를 잡지 말아야 한다. 어차피 관심없는 주제라면 그걸 이해하겠다고 오랜 시간 앉아 있으면 참을 인자 삼백개는 그려야 할 것이다. 영어는 문화라 고행이면 안된다. 마치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이 <월간조선> 이나 <한겨레21>로 한국어 공부한다고 생각해 보라.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 국민담화 가지고 한국어 공부한다고 생각해 보라. 이런 문장은 고급스런 한국어이긴 하지만, 이런 문장만 안다면 실생활에서 한국사람과 의사소통이 되겠는가? 그리고 능률이 오를까?

 

예를 들면, 축구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박지성 혹은 기성용이 뛰고 있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기사를 읽으며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 이제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뛰면 야구 기사를 영어로 봐야 한다. 패션에 관심있는 분들은 패션 잡지로 영어 공부를 해야 하고, 연예에 관심 많은 분은 연예인에 관한 신문,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영화 사이트로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

 

이 책 The Classic House의 시리즈 <Around the world in 80 days>가 영어공부용으로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단 쉽다. 활자도 크다. 몇 단어 몰라서 그냥 넘어 가더라도 큰 줄거리를 이해하는데 별 영향이 없다. 이미 큰 줄거리(역경과 고난을 헤치고 포그는 80일만에 세계일주 했는데 지구를 서에서 동으로 돌아 하루를 벌어서 내기에서 이겼다)는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짜임새 있는 줄거리 있는 이야기 소설이라 손에 땀을 쥐어가며 읽다보면 어느새 수페이지가 넘어가 있다. 영어가 능숙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것이 늘은 영어 실력이라고 보면 된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화장실에서 한 두페이지 읽어가며 뗀 두번째 영어책이었다. (참고적으로 첫번째 화장실 영어책은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였다.) 물론 영어도 많이 늘었다고 생각하고, 긴장감이 오르는 부분에선 볼일 다 보고 나와서도 그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했다.

 

또, 책의 뒷부분은 한글 번역판이 있어 영어로 줄거리를 놓치면 그 내용을 확인해가며 읽을 수 있었다. 책의 표지를 보면 이 내용이 MP3로 있다고 한다. 듣기 공부로도 좋은 책이다. 영어 공부로 정말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며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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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진 2013-03-07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글이에요 ! 책도 한번 읽어보겠어요
 
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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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 (Fair Trade) 커피

몇년전 스타벅스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팔고 있을 때, 그리고 그것을 마케팅 기법으로 삼고 있을 때, 직원이 공정무역 커피라서 좋은 커피라고 홍보할 때 과연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있가 의심이 갔다. 마크를 달았다고 해서 판매자에게 과연 10~20%를 더 주는 지, 그런데 커피 한잔에 들어가는 원산지 커피 콩 값이 10원이면 11원 내지 12원일텐데, 왜 500원에서 1000원을 더 붙여서 파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3000원짜리 커피가 공정무역 커피라면 3010원(3100원이라도 좋다) 해야 하는게 정당한게 아닐까, 왜 광고비, 가게세, 이윤도 똑같은 비율로 늘려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혹시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아닐까? 내가 잘못알았기를 진심으로 바랬지만 나의 직관이 사실에 훨씬 가깝다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이 책도 그 진실된 과정을 알리고 있다. 지금 현재의 공정무역은 새로운 마케팅 기법에 지나지 않는다. 일하는 사람 따로, 돈버는 사람 따로인, 이 자본주의의 본질은 원산지의 농부보다 훨씬 더 눈치를 봐야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다지 윤리적이지 못한 자본의 논리에 박자에 따라 춤추는 공정무역의 춤사위는 한계가 있다. 공정무역 마크는 ISO나 KS의 마크처럼 같은 물건을 경쟁력을 갖춰 더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약간의 돈을 더 지불하고도 소비하는 사람들로서, 빈곤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더 뿌듯한 기분을 들게 하는 이 공정무역이라는 단어. 순진한 사람들을 속여 돈을 빼앗는 기만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공정무역 마크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말았다. 생산한 생산자가 스스로 소비하고 남는 잉여 물건을 교환하는 것이 무역이라고 배웠는데, 과연 탄자니아의 커피 농장의 노동자들은 쉬는 시간에 스타벅스 커피를 사마실 수 있을까.

 

이 책 <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 주의를 만났다>는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의 다음 버전으로 전편에 비해 긴장감은 많이 떨어지지만 자본주의의 본질을 들여다 보고 공정무역 같은 어쭙잖은 기법의 진실을 폭로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책 p14의 내용을 보면 이 책을 쓰고자하는 동기가 담겨져 있다.

대기업들은 저개발국가에서 사들이는 상품의 규모가 수백조 원이 넘는데도 왜 정작 제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끼니를 해결하기에도 벅찬걸까? 그들이 일한 만큼 버는 것은 불가능한 걸까? 그들은 왜 목숨을 걸고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고, 제품을 조립하고, 광물을 캐야만 하는 걸까? 대기업은 막대한 이윤을 남기는데 왜 그들은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지 못하는 걸까?

즉 이 책은 전편과는 달리, 가난한 사람들은 왜 점점 더 가난해 지고 부유한 사람들은 왜 점점 더 부자가 되는지 파헤치고, 그 대안을 제시한 책이다. 현재 대다수의 기업이 나아가는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문제를 부각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윤리적 가치를 표방하는 인증로고나 메세지가 이미 강력한 마케팅 도구가 되었고, 더 나아가 인증활동 자체가 대형 사업이 되었다. 많은 다국적 기업들은 자신들이 윤리적인 기업이고 친환경이라는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인증을 제3의 기관으로 부터 증명하고 싶어한다. 마케팅적으로 볼 때, 경쟁우위와 차별화 전략의 일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언급된 윤리적 가치를 표방한 단체는,

1) 공정무역재단 (Fairtrade Foundation) http://www.fairtrade.org.uk/

2) 열대우림동맹 (Rainforest Alliance) http://www.rainforest-alliance.org/

3) 유럽농산물인증 (UTZ Certified) http://www.utzcertified.org/

4) 삼림관리협회 (Forest Stewardship Council) http://www.fsc.org/

 

전에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어떤 상점에 갔더니 무언가를 하나 사면 다른 어떤 것을 '서비스 차원'에서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다는 이야기 였다. 뭔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시에는 마땅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지금 생각에선 '마케팅 차원'에서 하나를 끼워 줬던 것이다. 상점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손해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 이것은 명제이다. 이들의 목적은 사회 봉사가 아닌 이윤추구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를 비슷한 공정무역 인증 마크를 다는 회사 역시 자선단체가 아니다. 이들은 기업이다. 그래서 이들은 '서비스 차원'이 아닌 '마케팅 차원'이 맞을 것이다.

 

여기에 잘못된 논리도 끼어든다. 슈퍼마켓에서 '1+1'같은 행사를 하는 것이 문제라는 논리다. 특별 할인을 위하여 유통업자와 도매업자는 생산자에게 낮은 가격을 제시해야 하고 그 때문에 생산자는 공정거래를 하지 못한다. 즉 슈퍼마켓에서 더 저렴한 상품을 요구하기 때문에, 제품을 생산하는 제3세계의 농부들이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제품을 팔아 넘긴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제 농수산물 가격은 국제 거래소에서 결정된다. 안타깝게도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의 의견은 여기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 차라리 홍수 가뭄등의 자연재해(로 인한 생산량 감소)가 가격 결정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더 준다.

 

사실 이 책은 읽어 가면서 속도를 붙이지 못했다. 그것은 주제에 대하여 흥미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자꾸 짜증이 나서 였다. 허구, 구호, 배 불리기, 속이기가 공정거래의 뒷면에 있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일례로 공정무역에서 제시하는 최저가격은 국제 커피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어차피 의미가 없다). 최저 가격을 정하는 데 대량 구매자의 입김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품이 인증 마크를 달고 소비자들을 현혹할 때는 의미가 달라진다. 약간의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같은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용의가 있는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공정무역 마크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제품의 몇 % 정도 공정무역의 마크 사용료를 받지만,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감독하는 행정비용이 절반. 나머지 절반은 이 인증마크 자체를 홍보하는 홍보과 광고비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책을 던지고 싶었다) 또한 지금과 같은 불경기로 소매상들이 자금 유통에 애를 먹을 때 <공정무역> 로고가 붙은 상품은 매년 20% 씩 증가하였다(책의 p72~73)는 부분을 읽다가 책을 찢어 버리고 싶었다.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작은 성공 사례와 대안이 제시될 때 좀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아프카니스탄에서 양귀비 대신 샤프란, 탄자니아에서 커피 품질관리, 코트디부라르에서 목화 기업 올람 등. 사실 이 책은 현지를 발로 뛰고 현지인들과 인터뷰에서 쓴 내용이라 더 현실감 있었다. 라오스의 고무나무 숲, 콩고공화국의 콜탄/주석광산, 중국의 폭스콘, 니카라과에서 바닷가재, 탄자니아에서 커피, 아프카니스탄에서 양귀비 등. 덕분에 더욱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았다. 돈을 쥐어주고 주는 자들이 마음의 평안을 얻고 끝나는 원조 말고.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의 제목만 보더라도 그가 제시한 대안의 일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에필로그 - 건강한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한 여덟 가지 방법

1. 좋은 일을 하는 것보다 나쁜 일을 안 하는 게 더 중요하다.

2. 홍보를 목적으로 좋은 일을 하지 마라

3. 채찍 - 대중을 속일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4. 당근 - 선행은 언제나 보상을 받는다

5. 밑바닥부터 땀 흘려 노력하라

6. 중국을 경계하라

7. 책임질 일은 책임져야 한다

8. 대기업은 스스로 착해지지 않는다

 

책의 p272의 일부를 옮겨 놓음으로 결론을 대신한다.

최근에 공정 무역 재단 같은 캠페인 그룹이 커피와 초콜릿 등 공급망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지만 그들의 성과는 냉정하게 말해 사람들의 의식을 고취하는 것뿐이었다. 그들이 현실적으로 영향을 미친 부분은 거의 없다. 그러나 분명히 이런 활동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마련했다고 할 수는 닜다.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과 이윤 창출이 결코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님을 알아 가는 중이다. '윤리'는 이제 단순히 '올바른' 일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마케팅에도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중략) 대기업이 의지하고 있는 투자 환경에서도 윤리적 요소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3조 달러(3500조 원)에 이르는 미국의 관리 운용 펀드는 현재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투자 전략을 따르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이야말로 대기업에게 어떻게 사회적으로 더욱 책임 있는 행동을 할 계획인지 묻기에 적당한 시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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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10-04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정말 공정무역이라면 기업에서 자기들의 마진을 깎아가면서 생산자에게 생산비를 더 줘야하는 것이지, 공정무역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소비자들에게 돈을 더 받는 것은 기업의 마케팅이지 공정무역은 아니다. 스타벅스의 공정무역 커피를 바라보면서 불편했던 이유입니다.

밀어준다 2012-10-04 17:2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앞으로는 선한척하면서 뒤에선 잇속을 챙기는 기만행위라는 것이 더욱 기분 나빴지요.
 
협상과 흥정의 기술 - 절대 손해 보지 않는 마력의 흥정 테크닉 50
스티븐 바비츠키 & 제임스 맨그래비티 Jr. 지음, 유지연 옮김 / 타임비즈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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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의 인생은 협상과 흥정의 연속이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 있는 단원의 제목이면서, 이 책의 주제를 단적으로 알려 준다. 우리는 항상 선택의 순간에 살고 있다. 사소하게는 점심은 무엇을 먹어야 할지, 아침 출근은 어떤 교통편으로 할 지, 하루의 시작을 어떤 일부터 할지 등의 선택부터, 집은 어디에 얼마 정도에 살지, 어떤 전공을 공부해야 할지, 어떤 배우자를 선택해야 할지 등의 인생의 중차대한 갈림길에서 선택해야 할 시간도 많다. 내 개인적으로 흔히 하는 말 중에 '인생은 딜이야'도 동일한 연장선에 서 있다.

 

이 책을 한 직원에게서 추천 받았을 때, 그냥 업무에 도움을 조금 줄 수도 있는 교양서적일 줄 알았다. 책의 몇 단원을 넘어가면서 책에 빠져들고 말았다. 지금 큰 계약을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회사의 직원으로서 (전문가 집단으로 기대되는) 거대 기업의 담당자와 상대해야 하는 것이 좀 버겁게 느껴왔던 것이 사실이다. 정보의 어느 정도 수준까지 공개해야 할지, 내부 일정이나 금액까지도 공개할 지 점차적으로 할지 한방에 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또한 회사의 보고라인에 따라 내가 공개하거나 합의한 내용이 인정이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Practical 부분에서 부터 Specific한 부분까지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첫 회사에 입사했을 때, 전산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몇 주에 걸쳐 MS DOS, 윈도즈 3.1, 엑셀, 파워포인트를 배웠다. 대부분의 내용이 어렵다, 중요하다, 나중에 해보면 된다로 이루어 졌다. 컴퓨터의 역사, 0과 1로 이루어지는 2bit의 개념도 배웠다. 하지만, 문제는 정작 내 자리에 앉아서 윗분이 시키는 보고서를 엑셀로 작성할 수 없었다. 내용은 머릿속에 있지만, 어떻게 문서화를 하는지 몰랐다. 숫자 계산과 쉬트의 자동 계산법은 알았지만, 막상 보고서를 꾸미는 방법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한번의 실패후 여직원이 문서 편집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 봤는데, 10분 만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전산교육 시간에 무엇을 가르쳤는지, 배웠는지 억울했다. 이렇게 10분이면 가능한데 말이다.

 

시중에 협상과 흥정하는 것에 대한 많은 책들이 나와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용될 수 없다면 별소용이 없다. 시중의 책들은 해야 한다는 당위성 혹은 윤리적인 잔소리로 가득 차 있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상당히 실용적이다. 마치 엑셀로 문서를 작성하는 여직원을 어께 너머로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이제 이 책의 내용을 정말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한두가지 실수를 보완하고 한두 걸음은 더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General한 부분에서 부터 Specific한 순서로 되어 있다. 상대방의 가격을 깍거나 정체된 협상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50 가지나 찾아내어, 실용적인 대화 테크닉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하나 그 실례를 들고,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심리적인 배경을 설명하고 심지어 대응 방법까지 알려 주는 것이 이 책의 최대 강점이다.

 

이 책은 그리 많이 팔리지 못했다. 어쩌면 그게 나에겐 유리 할 수도 있겠다. 지금부터 만날 많은 협상의 대상자들이 아직 이런 테크닉을 모를테니까.

 

에필로그 : 우리의 인생은 협상과 흥정의 연속이다

1. 연습하라

2. 준비하라

3. 협상력과 협상 수단은 많을수록 좋다

4. 정보를 얻고 관리하라

5. 권한이 가장 큰 사람과 상대하라

6.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하라

7. 강하게 시작하라

8.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마라

9. 교착 상태를 두려워하지 마라

10. 가격 흥정이 끝날 때까지 안심하지 마라

11. 내가 이기기 위해 상대방이 반드시 져야 하는 건 아니다

12. 상대방의 두려움과 욕심, 허영심을 유리하게 이용하라

13. 막판까지 기다리지 마라

14. ‘무엇을 묻느냐 만큼 어떻게묻는가가 중요하다

15. 아주 주의 깊게 듣고 상대방의 표정을 관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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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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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는 고객에게 자신의 상품을 구입하면 삶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전에 다녔던 회사의 미션(혹은 비젼일지도)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we) sell our customers peace of mind. 우리가 만든 물건을 사면 고객이 편안함을 느낀다... 그만큼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혹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겠지만, 이 정도의 자신감이 없다면 판매자가 자신을 갖고 팔기 힘들 것이다.

 

우리는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무역이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지 이미 배웠다. 국가간 무역에서 비교우위를 가진 제품을 교환할 때 동등한 가치의 재화 혹은 용역 교환될 때 동시에 비교우위에 있지 못한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물론 이상적이고 이론적인 경우에는 잘 돌아 가며, 그 저변에는 물건이 제때 도착할 것, 불량이 없을 것, 돈이 제때 지불 될 것 같은 신뢰와 약속을 바탕으로 한다.

 

이 책은 억대의 연봉을 받던 (하지만 바람난) 애널리스트 출신 저자가 자본금 5천만원을 들고 영국에서 출발하여 세계를 한바퀴 돌며 1억을 만드는 이야기 이다. 원저의 제목도 <Around the World in 80 Trades>이고보면, 줄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도 연상된다. 하지만 소설은 필리어스 포그가 하인 파스파르투와 80일간에 지구를 한바퀴 도는게 목적인데 반해, 이 책은 다른 나라를 돌며 그 곳의 상인을 만나고, 또 다른 나라에서 돈되는 상품을 개발하고, 또또 다른 나라의 상인들과 거래하며 때로는 이익을 남기지만 때로는 손해보며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간다. 일종의 모험담이기도 하고, 때로는 기행문이기도 하고, 무역의 거래 일지 이기도 하다.

 

공통적으로 이 세상의 장사꾼은 모두 장사꾼이었다. 상품의 품질을 따지고, 그에 따라 가치를 따지고, 손익을 따진다. 또하나 재미있는 것은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 이중곡선의 맞닿은 점만이 아니라, 스토리 텔링, 새로운 것, 수집가의 호기심, 시간, 욕심, 기회 등도 될수 있다는 것이고, 이 바탕에는 그 지역을 떠받치고 있는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 생활 행태 들도 포함된다. 예를 들면 행정절차와 게으른 관리들에 따른 시간 지체, 세금, 행정비용, 관세, 물류비용 같은 것이다.

 

그가 하는 일은 첫 거래를 트는 것이다. 이 나라에서 생산되면서 다른 나라에서 경쟁력을 갖을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을 발굴하고, 그 나라에서 거래처를 뚫는다. 장기적인 고객을 소개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을 납득시킬 수 있다면, 그에게서의 장점은 물건 값을 더 나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고, 공급자나 판매자에게의 장점은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하여(연락처를 서로에게 알려준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더 큰 이익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무역을 통한 상품 개발인데, 한정적인 시간내에 어려움이 되었다. 한가지 장점은 현장에서 발로 뛰었기 때문에(더군다나 탄탄한 이론을 바탕으로), 감각적으로 돈이 될 만한 제품을 개발 할 수 있었다. (스포일러가 되긴 싫지만 저자는 목표된 금액을 달성한다) 만약 첫 거래에 공급자와 판매자가 서로 만족하여 재구매의 의사가 있다면 직접 연락하여 거래량, 거래 조건을 조절하여 새로운 계약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자본주의의 최상부에 있었다. 물론 그 상부는 상거래의 기초 단계를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고, 수요와 공급과 그 외의 변수에 맞춰진 모델에 따라 막대한 자금력과 물퓸의 이동을 전제로 하여 수치적인 입력으로 모니터상의 수자만의 이동으로 거래를 대신하는 것으로, 실물경제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저자는 실물 경제에 뛰어들어 자신이 머리 속으로만 알고 있던 지식을 실제로 적용해 본다. 당연히 맞는 것도 있지만, 틀린게 더 많았다. (성공했으니까 성공사례로 이런 책이 나왔겠지만...)

 

책의 전반에 걸쳐 나오는 서양식 유머와 빈정거림, 외국인과 외국 문화을 평가하는 그들의 관점 등도 볼 수 있었다.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았다. 배울 점도 꽤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잘 모르는 시장은 들어가지 않는다 라는 것이었다. 저자는 우롱차로 돈을 잃는다. 또한 옥으로 조각은 잘 만들었지만 주인을 못만나 영국까지 들고 온다. 또한 제대로왼 전문가의 자문을 받으면 상당히 유리하다는 것도 새삼스레 알았다.

 

한가지 쬐금 아쉬운 점은 (줄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도 그렇지만) 한국은 빠져 있다. 중국도 가고, 대만도 가고, 일본도 가는데 한국만 빠져 있다. 그다지 매력적인 시장이 없어서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내수시장보다 수출위주로 드라이브를 거는 나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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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앤 F& 2012.8
F& 편집부 엮음 / sportalkorea(월간지)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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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는 축구 전문사이트 스포탈코리아(http://www.sportalkorea.com/index.php)에서 축구 잡지의 <씨네21>을 꿈꾸며 만든 월간지 면서, 정보를 온라인 상에서 오프라인으로 옮겨 놓은 프린트 판이기도 하다.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하고 4강, 올림픽 동메달을 딴 나라에서,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같은 훌륭한 축구 선수들을 배출하기 시작한 나라에서, 그래도 아시아권에서 최강의 리그를 운영하는 나라에서, 축구에 관한 변변한 전문지가 없는 현실에서, 축구 전문지로서 자리 잡길 원한다.

 

지난 8월에 창간했는데, 실은 별책부록이 맘에 들어 잡지를 지르고 말았다. <F& Player Dictionary>

 유명 선수의 포지션, 소속팀, 약력, 장단점이 정리되어 있다. (참고로 9월호의 별책부록은 2012/2013 시즌 프리미어리그-프리메라리가-분데스리가의 3대 리그 시즌 가이드북 이다) 마치 별책부록 가계부를 위해 여성지 12월호를 사는 주부들의 심정이라고나 할까, 부록 정품 게임CD를 위해 게임잡지를 사는 게이머들의 마음이라고나 할까.

 

축구는 가장 광적이고 가장 충성도가 강한 팬 층을 가지고 있는 스포츠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공을 발로 차서 상대방의 골대에 많이 넣은 팀이 이기는 경기이다. 원시적이고 다소 본능에 따른 스포츠 종목이지만, 여기에는 몇가지 제약이 존재한다.

- 11명이 하는 단체 경기이다

- 골을 오랫동안 소유한다고 해서 이기는 경기가 아니다, 또한 멀리 찬다고만 해서 이기는 경기도 아니다

- 한정된 공간과 시간이 있다

 

팀 경기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특별히 잘한다고 해서 이길 수 없지만, 한사람이 특별히 못한다면 이기기 힘들다. 많이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이 막는 것도 중요하다. 오프사이드 같은 규칙을 완전히 이해해도 좋지만, 잘 알지 못해도 경기 전체를 열광하는데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화려한 공격은 많은 팬을 가져다 주지만, 견실한 수비는 우승을 가져다 준다 라는 말이 있다. 2012 UEFA 챔피언스리그의 첼시를 기억한다면, 특히 2011 결승 <맨유:FC 바르셀로나>와 2012 준결승 <첼시:FC 바르셀로나> 2012 결승 <첼시:바이에르 뮨헨>을 기억한다면 축구의 승리가 무엇에서 기인하는지 볼 수 있다. (참고로 준결승의 볼 점유율은 90% 대 10% 였다, 첼시가 10% 였지만 이긴 팀은 첼시였다)

 

기존의 축구 잡지는 월드컵의 국가대표에만 관심사가 맞춰져 있고, 혹은 주로 잉글랜드 리그에만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 잡지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도 관심을 돌리고 있다. 이탈리아 세리에 A는 양념으로 끼워 넣은 정도 이다. 하지만 인터밀란의 몰락에 관한 분석기사는 아주 좋았다. 물론 주제 무니뉴가 맡은 팀들이 그가 떠난 이후, 공통적으로 후폭풍을 맞고 있긴 하지만, 아직 인테르는 그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비교 분석 기사도 좋았다. 두 팀 모두 돈을 더이상 쓸 수없어 못 쓸 정도의 돈지랄을 하며 선수 구성을 거의 '지구방위대' 수준으로 만들어 놓았다. 전통의 명문구단 맨유, 신흥갑부 첼시, 더 신흥갑부 맨시티의 공격진과 미드필드 진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 이다. 하지만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팀 구성과 경기 운영 면에서 성격이 많이 다르다. FC 바르셀로나는 유소년팀(Cantera)에서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선수들을 키워내 그들만의 숏패스 위주의 경기력을 완성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유소년팀의 유망주를 팔고 그 돈으로 지명도가 있는 선수들을 사와 구단을 꾸려 나간다. 참고로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선 한국 출신 유망주가 셋(백승호, 이승우, 장결희)이나 뛰고 있다.

 

고용의 유연성 면에서 유럽은 우리보다 유연하지만, 축구에서도 마찬가지 이다. 박주영이나 박지성 처럼 출전의 기회를 잡지 못해서 소속팀을 옮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얀펠레 카카의 경우가 그렇고, 베르바토프의 경우도 그렇다. 이들이 실력이 경쟁력이 없어서 이기도 하지만, 선수의 스타일이 팀의 성격에 안 맞는다거나 감독의 경기 운영 방식에 맞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오히려 실력의 부재보다 감독이 기회를 주지 않는 바람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기회가 없었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양박은 QPR 그리고 이름 기억하기 힘든 스페인 팀의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알렉스 퍼거슨이나 아르센 벵거의 전술이 안 맞았을 뿐, 혹은 선수 선발기준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또한 이 잡지 안의 부록 사진으로 한쪽엔 호날두가 골을 넣고 포효하는 모습 사진이, 다른 한 쪽엔 호날두의 애인 이리나 샤기(Irina Shayk)의 사진이 풍만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연습은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 일만시간의 법칙, 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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