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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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 (Fair Trade) 커피

몇년전 스타벅스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팔고 있을 때, 그리고 그것을 마케팅 기법으로 삼고 있을 때, 직원이 공정무역 커피라서 좋은 커피라고 홍보할 때 과연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있가 의심이 갔다. 마크를 달았다고 해서 판매자에게 과연 10~20%를 더 주는 지, 그런데 커피 한잔에 들어가는 원산지 커피 콩 값이 10원이면 11원 내지 12원일텐데, 왜 500원에서 1000원을 더 붙여서 파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3000원짜리 커피가 공정무역 커피라면 3010원(3100원이라도 좋다) 해야 하는게 정당한게 아닐까, 왜 광고비, 가게세, 이윤도 똑같은 비율로 늘려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혹시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아닐까? 내가 잘못알았기를 진심으로 바랬지만 나의 직관이 사실에 훨씬 가깝다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이 책도 그 진실된 과정을 알리고 있다. 지금 현재의 공정무역은 새로운 마케팅 기법에 지나지 않는다. 일하는 사람 따로, 돈버는 사람 따로인, 이 자본주의의 본질은 원산지의 농부보다 훨씬 더 눈치를 봐야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다지 윤리적이지 못한 자본의 논리에 박자에 따라 춤추는 공정무역의 춤사위는 한계가 있다. 공정무역 마크는 ISO나 KS의 마크처럼 같은 물건을 경쟁력을 갖춰 더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약간의 돈을 더 지불하고도 소비하는 사람들로서, 빈곤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더 뿌듯한 기분을 들게 하는 이 공정무역이라는 단어. 순진한 사람들을 속여 돈을 빼앗는 기만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공정무역 마크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말았다. 생산한 생산자가 스스로 소비하고 남는 잉여 물건을 교환하는 것이 무역이라고 배웠는데, 과연 탄자니아의 커피 농장의 노동자들은 쉬는 시간에 스타벅스 커피를 사마실 수 있을까.

 

이 책 <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 주의를 만났다>는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의 다음 버전으로 전편에 비해 긴장감은 많이 떨어지지만 자본주의의 본질을 들여다 보고 공정무역 같은 어쭙잖은 기법의 진실을 폭로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책 p14의 내용을 보면 이 책을 쓰고자하는 동기가 담겨져 있다.

대기업들은 저개발국가에서 사들이는 상품의 규모가 수백조 원이 넘는데도 왜 정작 제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끼니를 해결하기에도 벅찬걸까? 그들이 일한 만큼 버는 것은 불가능한 걸까? 그들은 왜 목숨을 걸고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고, 제품을 조립하고, 광물을 캐야만 하는 걸까? 대기업은 막대한 이윤을 남기는데 왜 그들은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지 못하는 걸까?

즉 이 책은 전편과는 달리, 가난한 사람들은 왜 점점 더 가난해 지고 부유한 사람들은 왜 점점 더 부자가 되는지 파헤치고, 그 대안을 제시한 책이다. 현재 대다수의 기업이 나아가는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문제를 부각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윤리적 가치를 표방하는 인증로고나 메세지가 이미 강력한 마케팅 도구가 되었고, 더 나아가 인증활동 자체가 대형 사업이 되었다. 많은 다국적 기업들은 자신들이 윤리적인 기업이고 친환경이라는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인증을 제3의 기관으로 부터 증명하고 싶어한다. 마케팅적으로 볼 때, 경쟁우위와 차별화 전략의 일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언급된 윤리적 가치를 표방한 단체는,

1) 공정무역재단 (Fairtrade Foundation) http://www.fairtrade.org.uk/

2) 열대우림동맹 (Rainforest Alliance) http://www.rainforest-alliance.org/

3) 유럽농산물인증 (UTZ Certified) http://www.utzcertified.org/

4) 삼림관리협회 (Forest Stewardship Council) http://www.fsc.org/

 

전에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어떤 상점에 갔더니 무언가를 하나 사면 다른 어떤 것을 '서비스 차원'에서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다는 이야기 였다. 뭔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시에는 마땅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지금 생각에선 '마케팅 차원'에서 하나를 끼워 줬던 것이다. 상점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손해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 이것은 명제이다. 이들의 목적은 사회 봉사가 아닌 이윤추구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를 비슷한 공정무역 인증 마크를 다는 회사 역시 자선단체가 아니다. 이들은 기업이다. 그래서 이들은 '서비스 차원'이 아닌 '마케팅 차원'이 맞을 것이다.

 

여기에 잘못된 논리도 끼어든다. 슈퍼마켓에서 '1+1'같은 행사를 하는 것이 문제라는 논리다. 특별 할인을 위하여 유통업자와 도매업자는 생산자에게 낮은 가격을 제시해야 하고 그 때문에 생산자는 공정거래를 하지 못한다. 즉 슈퍼마켓에서 더 저렴한 상품을 요구하기 때문에, 제품을 생산하는 제3세계의 농부들이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제품을 팔아 넘긴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제 농수산물 가격은 국제 거래소에서 결정된다. 안타깝게도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의 의견은 여기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 차라리 홍수 가뭄등의 자연재해(로 인한 생산량 감소)가 가격 결정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더 준다.

 

사실 이 책은 읽어 가면서 속도를 붙이지 못했다. 그것은 주제에 대하여 흥미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자꾸 짜증이 나서 였다. 허구, 구호, 배 불리기, 속이기가 공정거래의 뒷면에 있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일례로 공정무역에서 제시하는 최저가격은 국제 커피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어차피 의미가 없다). 최저 가격을 정하는 데 대량 구매자의 입김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품이 인증 마크를 달고 소비자들을 현혹할 때는 의미가 달라진다. 약간의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같은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용의가 있는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공정무역 마크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제품의 몇 % 정도 공정무역의 마크 사용료를 받지만,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감독하는 행정비용이 절반. 나머지 절반은 이 인증마크 자체를 홍보하는 홍보과 광고비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책을 던지고 싶었다) 또한 지금과 같은 불경기로 소매상들이 자금 유통에 애를 먹을 때 <공정무역> 로고가 붙은 상품은 매년 20% 씩 증가하였다(책의 p72~73)는 부분을 읽다가 책을 찢어 버리고 싶었다.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작은 성공 사례와 대안이 제시될 때 좀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아프카니스탄에서 양귀비 대신 샤프란, 탄자니아에서 커피 품질관리, 코트디부라르에서 목화 기업 올람 등. 사실 이 책은 현지를 발로 뛰고 현지인들과 인터뷰에서 쓴 내용이라 더 현실감 있었다. 라오스의 고무나무 숲, 콩고공화국의 콜탄/주석광산, 중국의 폭스콘, 니카라과에서 바닷가재, 탄자니아에서 커피, 아프카니스탄에서 양귀비 등. 덕분에 더욱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았다. 돈을 쥐어주고 주는 자들이 마음의 평안을 얻고 끝나는 원조 말고.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의 제목만 보더라도 그가 제시한 대안의 일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에필로그 - 건강한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한 여덟 가지 방법

1. 좋은 일을 하는 것보다 나쁜 일을 안 하는 게 더 중요하다.

2. 홍보를 목적으로 좋은 일을 하지 마라

3. 채찍 - 대중을 속일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4. 당근 - 선행은 언제나 보상을 받는다

5. 밑바닥부터 땀 흘려 노력하라

6. 중국을 경계하라

7. 책임질 일은 책임져야 한다

8. 대기업은 스스로 착해지지 않는다

 

책의 p272의 일부를 옮겨 놓음으로 결론을 대신한다.

최근에 공정 무역 재단 같은 캠페인 그룹이 커피와 초콜릿 등 공급망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지만 그들의 성과는 냉정하게 말해 사람들의 의식을 고취하는 것뿐이었다. 그들이 현실적으로 영향을 미친 부분은 거의 없다. 그러나 분명히 이런 활동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마련했다고 할 수는 닜다.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과 이윤 창출이 결코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님을 알아 가는 중이다. '윤리'는 이제 단순히 '올바른' 일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마케팅에도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중략) 대기업이 의지하고 있는 투자 환경에서도 윤리적 요소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3조 달러(3500조 원)에 이르는 미국의 관리 운용 펀드는 현재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투자 전략을 따르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이야말로 대기업에게 어떻게 사회적으로 더욱 책임 있는 행동을 할 계획인지 묻기에 적당한 시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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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10-04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정말 공정무역이라면 기업에서 자기들의 마진을 깎아가면서 생산자에게 생산비를 더 줘야하는 것이지, 공정무역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소비자들에게 돈을 더 받는 것은 기업의 마케팅이지 공정무역은 아니다. 스타벅스의 공정무역 커피를 바라보면서 불편했던 이유입니다.

밀어준다 2012-10-04 17:2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앞으로는 선한척하면서 뒤에선 잇속을 챙기는 기만행위라는 것이 더욱 기분 나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