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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군대 육아 - 지랄발랄 하은맘의
김선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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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맘 김선미씨의 <불량육아>의 후속편 쯤 되는 책이다. (<불량육아>는 안 읽어 봐서 잘 모르겠음, 서문에 비슷한 내용이 있어서)

 

<언니의 독설> 김미경씨의 책을 보는 느낌이었다. 육아에 특화된 어설픈 김미경씨랄까. 김미경씨의 강연 내용이 남 눈치보지 말고 자신있게 살자쯤의 이야기라면, 이 책은 남 눈치보지 말고 애 잘 키우자 쯤 될 것이다. 호불호가 나눠지는 반말로 내용이 진행되는 것도 유사성도 있다.

 

구어체로 된 책이다.(마치 녹취록 보는 느낌) 책 전체가 계급장 떼고 야자로 진행된다. 속어와 비어도 난발된다. 평소에 잘 알던 사람이 바로 옆에서 이야기 하는 생동감도 느낄 수 있고, 반대로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도 있겠다. 고상함은 버리자, 아니지, 고상함은 개나 줘버려... 뭐 이런 식이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약간 무례해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책 내용은 절대 무례하거나 천박하지 않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p139  하단 ps형태로 나온다. "진정한 육아란 내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키우며 내 자식을 따뜻하게 바라만 보면 되는 것" 뼈는 발라내고 살은 먹으면 그 뿐이다. 내가 필요한 내용만 받아 들이면 되는 것이다.

 

작가는 직접 군대 생활은 안해봤을 텐데(한국 여성은 지원해서 가니까) 책 제목과 형식으로 유사점을 잘 반영했다. 육아와 군대 훈련소는 유사점이 있을 것 같다. 군대는 어찌됐건 시간 지나면 제대하면서 끝나지만, 육아는 더 길고, 끝이 없으며, 결과로 돌아 온다는 것이 좀 다른 점이다.

 

3살된 아이의 아빠로서, 우리 아이도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보다 행복한 아이로 키우려고 하는데, 유명하면서 언변도 수려한 동지가 있어 다소 안도가 된다. 책 육아도 방향이 일치한다.

 

옥의 티도 있다. 작가가 이혼했으니 부부생활은 일단 실패로 보겠다. 하은이가 잘 큰다니 육아는 성공, 책 판매도 성과가 있으니 작가로도 나름 성공이지만, 강연은 더 재미있게 진행할 듯 보인다. 인기몰이 성공. 요리 부분 같은 내용도 있다. 필요 없으면 건너 뛰면 그 뿐이다.

 

진정한 육아란 내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키우며 내 자식을 따뜻하게 바라만 보면 되는 것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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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이들은 왜 말대꾸를 하지 않을까
캐서린 크로퍼드 지음, 하연희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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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 순간 사랑스런 내 딸은 없고, 괴물 아기가 하나 있을 뿐이다.

 

이 책에서 부모는 사령관이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사령관이 뭐냐, 하인들만 있을 뿐이다. No 라고 말 하지만, 울음 소리가 커지면 바로 Yes가 된다. 나 라도 그러겠다. 울면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고, 더 크게 울면 더 빨리 얻을 수 있는데, 뭐하러 참고 뭐하러 기다리겠는가.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부모인 우리의 교육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다짐을 하지만 실제론 잘 되지 않는다. 나는 그래도 좀 나은데, 애기 엄마는 잘 버텨내지 못한다. 어린이집에 떼어 두고 직장을 다니는 원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선 산부인과 의사 외엔, 주변 사람들과 블로그에게 육아 방식에 대해 묻지 말라고 한다. 동의 한다. 책이나 블로그의 정보는 (일부 쓸모있는 정보를 제외하곤-제한적이다) 많은 부분 과장되어 있다. 아마 마케팅과 접목이되어 운영되기 때문일 것이다. 겁을 잔뜩 줘야지 물건을 살테니까. 그러다 보니 피해망상을 불러 일으키기 딱 좋은 조건이 된다. 또한 경험자라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한번 걸러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경험상 육아 전문가는 그리 많이 않은 듯하다. 섣부른 전문가는 넘쳐 난다. 한 두명의 아이를 낳고 길러본 엄마들이 정답일까? 그들은 자신의 경험이 맞다고 주장한다. 아줌마의 특성상 자신이 아는 것만 맞다고 단호하게 단정지으며, 때로는 인정하기를 강요한다.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듯, 진리에 이르는 길은 이세상에 딱 한가지 방법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육아의 경우 특히, 어떤 사항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데, 정답으로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다. 이 책이 바로 그 증거이다. 이 책을 보면, 미국식 육아 전문가는 전부 틀렸고, 미국 아이들은 전부 잘 못 자라고 있다. 우리는 미국의 영향력을 가장 많이 받는, 일종의 문화적 사회적 식민지가 아닌가. 우리의 육아 방식도 이 책에서 묘사되는 '버릇없는' 아이들의 형상을 그대로 따라간다. 프랑스 아이들은 안 그렇다고 한다.

 

아이들은 어른의 <미니미>가 아니다. 그들은 작지만 (우리 어른들처럼) 스스로의 완전한 인격체이다. 아직 육체적으로 완성되지 않아서 도움이 필요할 뿐이다. 엄마가 뒤를 졸졸 따라 다니면서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없다. 세상은 젖과 꿀이 흐르기만 하는 곳이 아니며, 쵸코렛으로 가득차 있지도 않다. 세상은 때로는 차갑고, 때로는 단단하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스스로 단단해 질 필요가 있다. 아주 어린 아이가 아니라면 말이다. 면역력, 과잉보호, 오냐오냐, 그냥 혼자할 수 있게, 혼자 찾아 갈 수 있게 내버려 둬!

 

우리 어른들은 아이의 인생에 과도하게 껴드는 경향이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우리 아이들은 아기고래가 아니다. 아이들도 다 알고 있다. 입에 발린 칭찬 쯤은 구별할 줄 안다. 무뎌지게 된다. 혹은 반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만 행동하기도 한다(좋은 점수를 맞기 위해 부정한 방법을 쓰기도 한다, 그래야 부모가 좋아할테니까).

 

장난감도 돈으로 해결하려 든다.(이 책의 예에서 처럼) 어차피 장난감은 몇 번 가지고 놀다가 구석에 처박힐 것이다. 그것이 비싼 장난감이든, 싸구려 장난감이든 동일하다. 하지만 아이기 커갈 수록 금액이 큰 장난감을 요구할 것이고, 비싼 장난감으로 대체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선물과 장난감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부모들의 자기만족이나, 대리만족을 위한 이유가 더 클 것이다. 아이들이 커서 풍성한 장난감이 있었던 것을 만족해 하며 고마워 할 것을 기대하는것 아니겠나.

 

현대 가정에서 어린아이에 대한 교육의 목적은, 어떠한 댓가를 치루고라도 아이를 만족하게 해줘야 한다고 모아진다. 여기서 근본적이면서 심각한 두가지가 한계가 나온다. (1) 그 다음엔, (2) 언제까지. 사실, 아이들의 만족은 커녕, 물욕만 키우게 되고, 만족을 모르게 될 것이다. 우리 스스로를 돌이켜 보면, 우리가 언제 돈과 쾌락에 대해 만족을 오랜기간 동안 느낀 적이 있었나. 점점 더 많은 재물과 쾌락을 기대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아이들은 만족할 것이라고 착각하는지 모르겠다. '안분지족'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덕목이 절대 아니다. '돈의 가치' 역시 교육의 범주에 들어간다 (교황의 종교는 천주교다 만큼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기 전, 돈의 가치를 모르는 상태에선 교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겐 물건으로 직접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역할 모델은 무엇보다 어른이고,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부모이다. 부모가 주관을 갖지 못하거나 규칙을 정해 놓은 후 흔들어 대면, 아이들 역시 그 규칙을 따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가정의 중심에 어른이 제자지를 잡고 서 있어야 한다.

 

프랑스식 교육이 능사는 아니다. 미국식 교육도, 한국의 전통적인 교육 방식도 마찬가지 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좋은 참고는 될 수 있다. 사안에 따라 내 아이에게 가장 알맞은 항목을 뽑아 '내 것'을 만드는 것이 최고일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교육(양육이라고 해두자)은 항상 현재진행형이다.

 

나는 내 딸에게 성인이 되면 더 많은 자유를 주려고 한다. 우리 집은 어렸을 때 무한정의 자유를 누렸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운신의 폭이 점점 줄어 들었다. 그것이 우리 형과 나를 숨막히게 했다. 그래서 나는 그 반대로 할 것이다. 그래서 내 딸이 어릴 때는 엄격하게 하려고 할 것이고, 성인이 되어 갈 수록 더 많은 자유를 줄 것이다. 자아가 자라는 만큼 책임감도 자라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차피 그 나이가 되면 훈육은 먹혀들어가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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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1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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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작가가 원래 여행작가였다는 것을 그동안 몰랐었다. 미국 출신으로 영국에 사는 작가가 1990년대 초 유럽을 여행하고 쓴 책이다. 그는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시골인 아이오와주 출신이다. 얼마나 시골인지는 네브라스카에서 얼마간 지내본 기억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잘 알고 있다.

 

혹시 여러분들은 서양식 유머를 좋아 하시는가? 서양식 유머가 sarcasm과 어루어져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아무리 농담과 유머, 위트, 비꼬기를 좋아한다고 한 권 전체를 관통할 만한 분량을 만들기 쉽지 않을텐데, 이를 이뤄낸 기념비적인 책이다. 주옥같은 농담이 책의 페이지 마다 가득하며, 책의 전체를 덮고 있다. 심지어 겹치는 농담도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쓰기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어 가는 내내, 내가 왕년에 말이야~로 시작하는 구라꾼 아저씨의 무용담을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끝날 듯 끝날 듯 하면서 도무지 끝나지 않을 듯한 이야기가 재미있게 페이지가 넘어가며 몰입하는 사이에 390페이지의 책 한권이 끝났고, 약간 아쉽기 까지 하다. 나는 대부분 출퇴근 하는 전철안에서 읽었는데, 소리를 죽여가며 웃음을 참아야 한 시간도 있었다.

 

사실 이 책은 1990년대 초반에 쓴 책이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을 여행한 경험이 있는 내 또래의 사람들만 재미 있을 수도 있겠다. 심지어 이 책은 2008년 우리 글로 번역 되었으며, 2015년에 내 손에서 읽혔다. 어쩌면 이 책에서 언급되었던 몇몇 카페나 호텔은 지금은 없을 수도 있겠다. 25년 쯤 지났으니 책에서 묘사되었던 상황이 많이 변했있음은 당연할 것이다. 그래도 읽을 가치가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 책은 여행 정보에 관한 책이 아니라, 여행하는 한 사람의 눈으로 보노 느낀 내용을 적나라하게 직설적으로 표현한 글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원래 예측불가능을 경험해서 기억으로 기록하는 과정이다. 때로는 여행서적이나 나의 이쪽 세상에서의 경험이 다른 쪽의 상황에 직접 적용 할 때 그 결과가 맞아 떨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이를 <다른 문화>라는 전가의 보도 처럼 쓰이는 단어로 해석이 가능하며, 적응해 나가면서 해결하며 하루를 버텼다는데 묘미가 있다. 그렇다고 내일의 일도 해결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니, 평상시의 긴 시간의 인생을 여행이라는 기간에 몰아 넣은 축소판이기도 하다. 이를 알면서 모르면서 반복하는 것을 볼 때,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결국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 기능도 있는 듯 하다. 

 

가끔 시간도 공간도 다르지만, 동일한 감정을 느낄 때도 있다. 작가 역시 지나간 기억 속에서 꺼내올 때 정감이 뚝뚝 묻어 나온다. p107-108 <Y Not Grill>의 기억이라던가, 나라간 문화를 비교할 때의 이야기, 역사 속에서 적용하는 이야기 들이다. 한 상황을 묘사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에 대해 감탄하면서 책을 읽었다. 여러분도 유쾌하면서 직설적이지만, 글 쓰는 방식에서도 좋은 작가라는데 동의 할 것이다.

 

참고로 38일간의 유럽 여행 후, 나도 내 인생을 바꾸기로 했다. 결심은 선택을 필요로 하고, 다른 선택하지 않은 것을 포기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그 결정은 맞았다. 당시의 결정 덕분으로 지금 충분히 만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 만일 당시 선택의 기로에 선다면, 역시 동일한 결정을 할 것이다.

 

또한 새로운 소식이 있는데, 몇일 후에 있을 토익헌터 박병재 선생이 주관하는 독서 토론회에 이 책을 들고 나가기로 방금 전 결정하였다.

 

(p216) 이탈리아 인들이 일본 사람 같은 노동 윤리를 갖췄더라면 이들은 지금쯤 지구의 종주국이 되어 있을 터다. 그렇지 않으니 천만다행이다. 이들은 넘치는 에너지를 일상의 유쾌한 대소사, 그러니까 아이들이나 식도락, 카페에서 언쟁하는 데 쏟아 붓느라 바쁘다. 삶이란 원래 그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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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 Caffe - 커피 & 카페
가브리엘라 바이구에라 지음, 김희정 옮김, 로잘바 조프레 조언, 박종만 감수 / 예경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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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다 시원해 지는 사진첩 같은 책이 일품이다. 물론 책은 올칼라에 크고 무겁고 두껍고 비싸다. 그 안에 커피의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커피의 역사, 문화, 생산/운송, 품종, Roasting/Blending, 에스프레소 내리기, 커피와 어울리는 요리 레시피 까지. 사진을 함께 담아 이해도도 높아지고, 책을 보는 동안(읽는게 아니라) 커피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책 자체가 멋있어 소장 할만한 하다. 가끔씩 약간 어색한 번역이 달리는 차의 과속방지턱 처럼 눈에 거슬리지만, 바로 옆 사진을 감상하다 보면 금방 잊고 넘어갈 만 한다. 이탈리아 사람이 쓴 책의 번역본이라 이탈리아인 시각으로 설명되어 있어 약간의 시각차를 두고 보면 된다.

 

커피는 크게 두 종류로 각각의 생산량은, 아라비카 종이 75%(뉴욕 선물시장에서 거래), 로부스타 종이 나머지 25%(런던 선물시장에서 거래) 차지한다는 것을 알았다. 로부스타종이 아라비카에 비해 약간 길이가 짧고, 카페인은 두배쯤 더 들어있다는 것도 배웠다.

 

커피의 역사를 보다가 교황 클레멘트 8세에게 감사했다. 16세기 유럽에 이슬람에서 건너온 커피(성경에는 커피가 없음)가 한동안 악마의 음료로 불린 적도 있었다는데, 몇몇 사제들이 금지 시키자고 청원을 하자 이 교황이 맛보고 마셔도 된다고 했다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았으면 종교상의 이유로 술처럼 숨어서 마실 뻔 했다.

 

한 잔의 커피엔 인생이 담겨져 있다. 인생처럼 단 맛, 쓴 맛, 뜨거운 맛이 한 잔에 녹아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한잔을 마셔줘야 하루를 시작할 권리를 얻을 수 있다. 몇 년 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한 시골 마을에서 마신 커피는 진짜 맛있었다. 플라스틱 잔에 굵게 빻아, 좋이 필터 없이 정제하지 않은 고체 설탕 만 넣어 마신 코삐는 맛에 탄복하고 향에 탄복하였다. 커피가루가 입에 묻어 나왔으나 전혀 개의치 못한 최고의 커피로 기억된다. 지금 이 책을 보니 로부스타 종을 직접 볶아 내린 커피였다. 깊고 짙은 맛, 정신이 번쩍 드는 맛이었다. TV 여행 프로에서 볼 수 있는, 아랍의 유목민들이 직접 볶아 내린 커피는 보기만 해도 시각적인 맛이 느껴지고, 그 무리 안에 은글슬쩍 껴들어 앉아 한잔 얻어 마셨으면 하는 유혹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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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 반짝하고 사라질 것인가 그들처럼 롱런할 것인가
이랑주 지음 / 샘터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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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남은 것이 강한 것이 아니라, 강한 자가 살아 남는다

우리가 흔히 들어왔던 것과 정반대인데, 이 책의 주장대로라면 그렇게 부르는 편이 낫겠다.

 

보세 옷 가게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랜드)의 성공사례를 소개한 후 한 상인으로부터 질문을 받는다. ‘80년도에 옷 가게를 시작했는데, 난 왜 다 망해 가는 상가에 있는 걸까요’(p6) 이에 대한 대답이 궁해지자, 이에 대한 해답에 대해 스스로 설득시킬 필요성을 새롭게 발견한다. 상풍가치 연출 전문가(VMD, 비주얼 머천다이저)인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세계 여러 곳의 시장을 방문하기 위해 부부가 생업을 그만두고 1년간 세계일주를 떠나고, 그 결과물로 33군데의 성공한 시장을 이 책에 소개한다. 성공한 시장에는 특별한 성공한 이유가 있었다. 진열을 창의적으로 잘한다 던지, 상인의 열정이 높다 던지, 옛 것을 유지한다 던지 같은 각각의 이유가 있으나, 근본적인 이유로는 좋은 상품인 것을 발견한다.

 

이 책은 시장에 대한 기행문인지, 시장 마케팅 분석에 관한 책인지 헷갈린다. 둘 다 아닌 것 같다. 그냥 특이한 성공한 시장의 소개와 나열인 듯하고, 정답은 없고, 성공사례의 나열이므로 그 중에서 자신의 업태에 맞게 선택 적용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하지 못할 것이다.

 

(p172~177) 필자의 직업 이름이 VM가 맞는지 VMD가 맞는지 시작한 이야기가 기능인이 될 것인지, 전문가가 될 것인지 설명이 나오는데, 이에 대해선 곰곰이 따져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기능인으로서 그냥 시간만 맞춰 내가 할 일을 때울 것이 아니라, 내 것을 만들고 관심을 부여하고 열정을 부여할,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책의 형식은 다채롭다. VMD의 직업의 작가의 글처럼 시각적 효과가 극대화 되어 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새롭게 나오는 사진의 화려함은 보는 이의 눈을 자극한다. 그런데 필력은 조금 딸리는 것 같다. 화려함 속에 공허함이랄까. 수채화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기대를 하지 않고 보는 편이 좋겠다. SNS로 점철되는 21세기에 알맞은 편입이다. 글씨만큼 사진이 많다. 대신 사진이 많은 것을 설명한다. 언어의 한계 때문에 아무리 적절한 묘사라도 다 설명할 수 없으니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수월하게 넘어가고, 사진만 봐도 재미있는 화보집혹은 그림책같은 도서이며, 인쇄에 꽤 많은 돈이 들어갔을 것이나, 그만한 가치가 있다.

 

나도 개인적으로 여러 곳을 다녀 봤고, 가는 곳마다(전부는 아니지만) 시장을 둘러 보곤 하는데, 놀라운 건 이 책에 소개된 시장 중에 내가 가본 시장이 없었다. 기억을 가만 뒤져보니 뮌헨의 빅투알리엔 마르크는 가 본 곳 같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을 보니 길에서 맥주 마시는 것 외엔 내 시선을 잡아 끌 별 특징이 없었던 것 같다.

 

그 나라에서 가장 성공하고 특이한 시장과 우리의 장사 안되는 몇몇 전통 시장을 절대 비교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예를 들어 인도의 바라나시 시장에는 영국의 시장과 독일의 시장과는 별다른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그래도 모두 이 책에 소개될 정도로 잘 되지 않는가. 어쩌면 작가는 우리의 것은 이미 많이 알고 있어서 특장점을 놓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명동과 압구정에선 화려한 트렌드를 볼 수 있고. 남대문 시장에선 다양한 상품을, 동대문 시장에선 거대한 도매 시장을, 가락 농수산물 센터에선 다양한 농수산물을, 자갈치 시장이나 노량진 수산시장에선 수산물을 놓치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집필하면서 흔히 발생되는 오류 중에,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비교 대상을 필요 이상으로 깔아 뭉개는 경향이 보인다. (성공사례인) 어떤 시장에선 어떤 점이 좋다를 강조하기 위해, 중간중간 우리의 성공하지 못한 재래 시장의 잘못된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뉴욕시의 첼시 마켓인 경우 성격은 압구정동이나 가로수길과 유사해 보이는데, 굳이 전통시장을 끌어 들여 비교한다. 그냥 그 도시의 유명한 시장을 소개하고 응용 부분은 독자의 선택에 맡겨 두고 마쳤으면 더 좋지 않았나 싶다.

 

책을 읽어 가면서 특이하게 발견한 것은 매일 밤새워 영업하는 시장은 없었던 것 같다. 소개된 많은 시장들이 일요일엔 문을 닫고, 토요일엔 단축 영업을 한다. 즉 상인들이 충분히 쉬는 것이다. 우리의 시장은 명절 때만 몇 일 몰아 쉬는 것과 비교된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우리의 이야기에선 대기업의 거대 매장인 대형마트가 격주에 하루 쉬는 과정을 정착시키기 위하여, 당사자와 어중떠중 언론들이 그 난리 피지 않았던가. 책의 첫머리로 다시 돌아가서, 주변을 돌아보지 못할 정도로 여유 없이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렸다는 문제 제기에 대한 한가지 대답이 될 수도 있겠다.

 

통신회사에 다니는 오종택 친구가 추천해서 읽은 책이다.

80년도에 옷 가게를 시작했는데, 난 왜 다 망해 가는 상가에 있는 걸까요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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