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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앤 F& 2012.8
F& 편집부 엮음 / sportalkorea(월간지)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F&>는 축구 전문사이트 스포탈코리아(http://www.sportalkorea.com/index.php)에서 축구 잡지의 <씨네21>을 꿈꾸며 만든 월간지 면서, 정보를 온라인 상에서 오프라인으로 옮겨 놓은 프린트 판이기도 하다.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하고 4강, 올림픽 동메달을 딴 나라에서,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같은 훌륭한 축구 선수들을 배출하기 시작한 나라에서, 그래도 아시아권에서 최강의 리그를 운영하는 나라에서, 축구에 관한 변변한 전문지가 없는 현실에서, 축구 전문지로서 자리 잡길 원한다.
지난 8월에 창간했는데, 실은 별책부록이 맘에 들어 잡지를 지르고 말았다. <F& Player Dictionary>
유명 선수의 포지션, 소속팀, 약력, 장단점이 정리되어 있다. (참고로 9월호의 별책부록은 2012/2013 시즌 프리미어리그-프리메라리가-분데스리가의 3대 리그 시즌 가이드북 이다) 마치 별책부록 가계부를 위해 여성지 12월호를 사는 주부들의 심정이라고나 할까, 부록 정품 게임CD를 위해 게임잡지를 사는 게이머들의 마음이라고나 할까.
축구는 가장 광적이고 가장 충성도가 강한 팬 층을 가지고 있는 스포츠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공을 발로 차서 상대방의 골대에 많이 넣은 팀이 이기는 경기이다. 원시적이고 다소 본능에 따른 스포츠 종목이지만, 여기에는 몇가지 제약이 존재한다.
- 11명이 하는 단체 경기이다
- 골을 오랫동안 소유한다고 해서 이기는 경기가 아니다, 또한 멀리 찬다고만 해서 이기는 경기도 아니다
- 한정된 공간과 시간이 있다
팀 경기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특별히 잘한다고 해서 이길 수 없지만, 한사람이 특별히 못한다면 이기기 힘들다. 많이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이 막는 것도 중요하다. 오프사이드 같은 규칙을 완전히 이해해도 좋지만, 잘 알지 못해도 경기 전체를 열광하는데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화려한 공격은 많은 팬을 가져다 주지만, 견실한 수비는 우승을 가져다 준다 라는 말이 있다. 2012 UEFA 챔피언스리그의 첼시를 기억한다면, 특히 2011 결승 <맨유:FC 바르셀로나>와 2012 준결승 <첼시:FC 바르셀로나> 2012 결승 <첼시:바이에르 뮨헨>을 기억한다면 축구의 승리가 무엇에서 기인하는지 볼 수 있다. (참고로 준결승의 볼 점유율은 90% 대 10% 였다, 첼시가 10% 였지만 이긴 팀은 첼시였다)
기존의 축구 잡지는 월드컵의 국가대표에만 관심사가 맞춰져 있고, 혹은 주로 잉글랜드 리그에만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 잡지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도 관심을 돌리고 있다. 이탈리아 세리에 A는 양념으로 끼워 넣은 정도 이다. 하지만 인터밀란의 몰락에 관한 분석기사는 아주 좋았다. 물론 주제 무니뉴가 맡은 팀들이 그가 떠난 이후, 공통적으로 후폭풍을 맞고 있긴 하지만, 아직 인테르는 그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비교 분석 기사도 좋았다. 두 팀 모두 돈을 더이상 쓸 수없어 못 쓸 정도의 돈지랄을 하며 선수 구성을 거의 '지구방위대' 수준으로 만들어 놓았다. 전통의 명문구단 맨유, 신흥갑부 첼시, 더 신흥갑부 맨시티의 공격진과 미드필드 진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 이다. 하지만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팀 구성과 경기 운영 면에서 성격이 많이 다르다. FC 바르셀로나는 유소년팀(Cantera)에서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선수들을 키워내 그들만의 숏패스 위주의 경기력을 완성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유소년팀의 유망주를 팔고 그 돈으로 지명도가 있는 선수들을 사와 구단을 꾸려 나간다. 참고로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선 한국 출신 유망주가 셋(백승호, 이승우, 장결희)이나 뛰고 있다.
고용의 유연성 면에서 유럽은 우리보다 유연하지만, 축구에서도 마찬가지 이다. 박주영이나 박지성 처럼 출전의 기회를 잡지 못해서 소속팀을 옮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얀펠레 카카의 경우가 그렇고, 베르바토프의 경우도 그렇다. 이들이 실력이 경쟁력이 없어서 이기도 하지만, 선수의 스타일이 팀의 성격에 안 맞는다거나 감독의 경기 운영 방식에 맞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오히려 실력의 부재보다 감독이 기회를 주지 않는 바람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기회가 없었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양박은 QPR 그리고 이름 기억하기 힘든 스페인 팀의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알렉스 퍼거슨이나 아르센 벵거의 전술이 안 맞았을 뿐, 혹은 선수 선발기준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또한 이 잡지 안의 부록 사진으로 한쪽엔 호날두가 골을 넣고 포효하는 모습 사진이, 다른 한 쪽엔 호날두의 애인 이리나 샤기(Irina Shayk)의 사진이 풍만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연습은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 일만시간의 법칙, 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