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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시계 - 개정판
앤 타일러 지음, 장영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4월
평점 :
결혼한지 28년된 부부(매기와 아이러 모우런)가 친구(세레나) 남편(맥스 길)의 장례식에 가기 위해 자동차 여행을 하는 어느 하루의 이야기 이다.
시간이 지나 지금껏 개정판이 여럿 나온 모양인데, 나는 이렇게 생긴 책을 읽었다. 오랫 동안 책꽂이에 꽂아 놓았던 책이었고, 여러번 시도 했지만, 실패했었다. 부부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화로 시작해서 대화로 마치는 이러한 형식의 소설에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나도 이런 책을 읽고 공감할 정도의 나이가 먹었고, 꾸준히 읽을 만한 진득함을 가졌다. 어느 정도의 결혼 생활과 소설 속의 매기의 나이와 동갑이라 그런점도 있었다(책이 출간된지 30년 쯤 된 것은 잊자). 또한 열흘전 아버지가 돌아 가셨기에 장례식을 가는 도중으로 시작하는 부분에서 개인적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매기와 아이러의 부부의 이야기, 가족 간의 이야기(주로 아들 제시와 며느리 피오나, 그들에게서 난 리로이), 이로 파생되는 지인들의 이야기와 그 소소한 에피소드로 이 책은 시작하고 마친다. 매기의 관점(1부), 아이러의 관점(2부), 다시 매기의 관점(3부)로 소설의 관점은 이동하며, 이 두 주인공의 현재 왜 이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지 그들이 걸어온 과거에서 찾는 타당함의 근거가 된다.
매기와 아이러는 매기의 고등학교때의 친구 세레나 남편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토요일 아침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매기는 장례식 참석 이외에, 장례식 장소의 근방에 살고 있는, 아들 제시와 헤어졌던 며느리 피오나와 손녀 리로이를 만나고 데려오고 재결합을 바라고 있다. 처음 사랑은 잊고 정으로 사는 중년 부부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잡담과 대화의 불일치성, 대화가 딴길로 새기(이야기가 새는 것으로도 부족해, 줄거리 자체가 다른 곳으로 샌다) 등으로 말의 성찬이 책 한권이 되었다.
매기는 작은 일을 부풀려 과장하는 경향이 있고, 한 사실을 두고 자신의 일에 결부시켜 해석하는 경향이 있고, 지나치게 다른 사람의 일에 껴드는 경향이 있다(라디오방송, 요람, 비누곽). 매기는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제시와 피오나의 재결합)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설사 좋은 목적을 두고 있더라도,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고, 사실을 밝혀지는 순간 매기의 힘들게 좋게 이야기하여 아슬아슬하게 이어졌던 관계는 파국을 맡게 된다.
이에 반해, 남편 아이러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판단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고지곧대로 말하여 매기가 어렵게 끌고 왔던 일들을 단순하게 끝장내 버린다. 하지만 여러 사건이 지나고도 모두들 제자리도 돌아가고 그들 부부는 남는다.
이 소설의 원제는 숨쉬기 연습(Breathing lessons)이지만, 앤 타일러의 추천으로 한국어 판은 종이시계로 제목이 바꾸었다고 밝히고 있다. 숨쉬기 연습은 피오나가 아기 리로이를 배었을 때, 출산 준비를 위해 숨쉬는 연습하는 장면에서 나오고 있다. 매기는 자신이 제시를 낳을 때 이런 연습이 있으면 좋아겠다며 피오나를 돕지만, 정작 피오나는 거절하며 자신의 방식을 고수한다(매기와 피오나의 관계). 한국어판의 제목 종이시계는 매기가 아이러에게 결혼 1주년 기념 선물로 종이시계를 준비하지만 만들다가 실패하여 버렸다(매기와 아이러와의 관계). 종이시계는 버려 아이러에게 전달되지 못했지만, 부부의 관계는 지속되고 있다. 종이시계가 더 적절한 제목인 듯 하다.
* 번역은 서강대 영문과 장영희 교수로, 그녀의 이른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장애로 인한 편견에서의 승리, 그 결과 이처럼 좋은 결과를 볼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