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생명에 대한 이론적 배경과 실체에 대해 설명하는 긴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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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대한 그 어떤 리뷰도 보지 않고 쓰는 글이라 완전 헛소리일 수도 있음을 전제로 한다.

일단 처음 시작부터 서 대리가 이 선생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난 그리 촉이 좋지 못하지만 서 대리가 자꾸만 '상대방이 저랑만 연락해요' '나랑만 이야기 해요'등등 나만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뉘앙스가 풍길 때마다 확신은 강해졌다. 일부러 그랬을 수도 있고 실수였는지 알 수 없지만 확실히 긴장감이 떨어졌다.

조진웅의 연기력이 좋았고, 김주혁의 싸이코 연기는 진짜 같았다.
류준열은 이성적인 싸이코패스(그런데 싸이코 패스가 이성적일 수 있나?) 역을 자기만의 해석을 거쳐 연기했다. 차승원이 이 선생에게 응징받는 장면이 조금 더 끔찍했으면 어땠을까싶다.

마약이라는 것을 왜그리 하고 싶어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식이조절에 매번 실패하는 이유와 금사빠가 이별 뒤 다시 사랑에 빠지는 이유 그리고 언제 한 번 잡아야하는 내 방 청소하는 날 잡기가 무지막지 어려운 이유 등의 맥락에서 이해를 해봐야겠다.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유쥬얼 서스팩트도 생각나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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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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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쓰기를 하고 싶은 걸까

1. 독서, 영화감상, 여행 중 가장 자주 접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2. 픽션과 논픽션 중 어떤 쪽을 주로 읽으시나요? 이유는?

3. 어떤 경험에 대해 누구와, 어떻게 이야기하시나요? 블로그에 정리한다든가, SNS로 공유한다든가, 인터넷 서점이나 영화 별점 앱에 평을 쓴다든가, 가족이나 친구에게 들려준다든가.

4. 누구에게라도 누구보다도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다는 작품이 있다면 제목을 알려주세요.

5. 스물세 살 이전에 경험한 책, 영화,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나 장소는 무엇/어디인가요? 관련해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적어주세요.

6. 책, 영화, 여행 중 가장 글로 써보고 싶은 테마는 무엇인가요?

7. 이 사람처럼 글을 써보고 싶다는 작가가 있으신가요? 누구인지 알려주세요.

8. 당신이 한 권의 책이라면, 그 책의 목차는 어떻게 구성될까요? 10개의 챕터로 나누어 써주세요.

'다혜리'(이다혜 작가의 필명이라고 해야하나....씨네21에서 '다혜리 요즘 뭐 읽어?'라는 글꼭지에서 따온 말이다. '다찌마와 리'와 처음과 끝이 같아서 뭔가 영화적이다. 무엇보다 종성 받침이 없는 이름이라 미국식으로 부르기가 좋다^^) 의 책 237~238쪽에 나와 있는 질문이다. 글쓰기 수업에서 항상 나눠주는 문진표란다. 나는 이 책을 감상한 내용을 주저리주저리 쓰기보다 위 여덟 가지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갈음하려 한다.


<닥터 리의 글쓰기 문진표 체크>_의뢰인 : 김주연

1. 독서


2. 49대 51의 비율로 픽션을 조금 더 읽는 것 같다. 문학과 문학가, 문학이 걸쳐 있는 모든 것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다른 한 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보낼까...(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말하는 것 제외하고) 등등이 궁금하다. 소설 속에는 내가 살고 싶은 삶이 꽤 많이 등장하는 편이고, 시를 읽는 동안에는 살짝 벗겨진 매니큐어를 싹싹 지우는 느낌이 든다. 그 느낌을 사랑한다.


3. 주로 가까운 지인들에게 말하는 편이다. 예전에는(결혼하기 전) 주로 블로그에 썼다.


4. '자기 앞의 생'


5. 센스 앤 센서빌리티/ 이안 감독의 작품

  문학적 감성이 풍부한 둘째의 삶이 인상적이었고, 첫째 딸이 가난 속에서도 품위를 지키고자 하는 것을 보면서 마치 나인 것처럼 느껴졌다. 부모의 무능...특히 먹을 것도 없는 처지에 이제는 더 이상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 것에 대한 한탄을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는 분노가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윌라비가 사랑인 척 속이는 것을 저주했고, 휴 그랜트가 답답해서 뭔가 마땅치 않았다.

  무엇보다 영화의 배경인 중세가 마음에 들었고, 절제하는 대화가 취저(취향저격)였다.

  그 당시 난 어렸던 것 같다.


6. 책


7. 시인은 진은영, 문장은 신형철, 소설은 김애란

-> 쓰고나니 음...불경한 짓을 저지른 듯 얼굴이 화들짝....


8. 열 챕터

1) 두 사람(엄마와 아빠의 연애사)

2) 프로이트 학파와 나(세 살 이전에 나는 어떤 경험을 했었을까? 현재 나의 모습으로 유추하는 세 살 이전의 내 삶)

3) 조숙했던 아이(8~10세 무렵 조숙한 애어른이었던 나)

4) 공부, 그게 뭐라고(공부벌레)

5) 인생 멈춤 (수능 대재앙 이후 대학 졸업까지)

6) 연애라 부르고 신부상승의 꿈이라 쓴다(실패했던 연애사들)

7) 아주 흔한 김 선생( 초등교사로서의 나)

8) 조금 모자란 엄마 (두 딸을 키우며)

9)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일까?(남편 칭찬 코너-이런 건 좀 마련해야지)

10) 사모곡 (엄마! 엄마! 그리고 엄마!)

맺는 말에 '꿈 따위 버린 지 오래다'라고 반복해서 쓸거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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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도도군 일공일삼 48
강정연 지음, 소윤경 그림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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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로 비룡소는 민음사 출판그룹의 브랜드 중 하나다. 이 책은 제13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이고, 강정연 작가는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황금도깨비 이외에도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왜이렇게 구구절절 사소해 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일까? 음...최근 아동 대상 출판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소위 '낚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훔치거나 헐값에 사들여 특정 분야를 독식하는 일들이 만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출판업계도 업계의 생리를 지니고 있어 앞서 설명한 주요 대형 출판사 독식 구조가 점점 더 견고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송인 서적 부도를 목도하며 일이 이렇게도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잠시 멍~해졌던 기억도 난다. 송인 서적 부도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문체부에서 실시한 '도깨비책방'이 제2회째를 맞이하며 연일 성황이다. 전화위복을 논하기엔 우리 출판계에 어마어마한 충격적인 사건이지만 그래도 도깨비책방과 같은 신선한 마케팅으로 영세한 출판사와 동네서점 그리고 국내 출판업계의 공존을 모색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 참....건방진 도도군의 스펙에 대해 말하고 있었지...

 한마디로 강정연 작가는 믿고 볼 수 있는 작가라는 말을 하고싶어서이고, 비룡소 역시 신중한 아동서적 전문 출판사라는 말을 하고 싶다. '분홍 문의 기적'이라는 책도 유유자매에게 읽어주려 한다. 듣기를 통한 정보 습득은 읽기를 통한 정보 습득보다 상당히 높다. 그래서 '아무리 읽어도 뭔 말인지 모르겠는 경우'는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게 진리이고(단, 그것을 잘 설명해줄 것이라 믿음이 갈만한 신뢰로운 이를 피질문자로 선택해야 한다), '누군가의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다'라면 죽이되든 밥이되든 심지어 그 대상을 엉망진창으로 부술지라도 이리저리 시행착오를 거쳐 해보는 수밖에 없다. 즉 들어서도 이해가 안 되는 일은 간접체험으로는 도저히 습득할 수 없는 지식이나 기술이라는 것! 듣기는 읽기보다 더 직접적이며, 듣기를 통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학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나는 유유자매에게 매일 밤과 아침에 책을 읽어주고 있다. 오늘 아침 바로 도도군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도도군...아니 초롱이...

 도도군은 '도도,레레,미미,파파,솔솔,라라...'에서 따온 '도도'다.

 그러나 도도하다의 그 도도하고 우아한 성품과 자태를 지니고도 있다.

 사람 따위는 자신의 주인으로 행세할 수 없다고 믿으며, 자신을 필요로하고 자신도 그를 필요로하는 '동반자'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선다. 우연히 들어가게 된 유기견 동물보호소의 비참한 환경과 유기견의 무기력하고 힘겨운 삶을 목도한 도도는 삶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마치 사람과 같다.

 맹인견이 아닌 보청견이라는 다소 특이한 소재도 재미있었고, 강아지를 통해 인간 세상을 풍자하는 작가의 위트도 매력 넘쳤다. 무엇보다 문장의 깔끔함과 속도 조절을 적절히 하는 짜임새가 딱! 좋았다. ㅎㅎ

 

 가끔 동물의 영혼에 대해 생각한다.

 유민이와 유현이는 '닭답게 살 권리 소송'을 읽으며 실험 대상 동물들과 학대되는 동물들의 참상을 깨닫게 되어 이 책에 대한 애정이 컸다. 나 역시 인간도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 동물일 뿐이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던 터라 유유자매와의 연대감은 더 끈끈해졌다.

 

 '엄마...얼른 정말 뛰어난 로봇이 개발되었으면 해'

 무작정 분노를 터뜨리는 둘째에 비해 속이 깊고, 독서량이 많은 첫째가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그 로봇은 우리나 동물처럼 그렇지 않아야 할 것 같아. 엄마 사용 설명서처럼 되면 또 맘 아프잖아'

 

 여기서 깜짝 놀란 것은 유민이와 유현이의 대화가 주로 '책'을 바탕으로 진행된다는 점이었다.

 책 읽는 가족이 왜 활짝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서로 각자 다른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인지라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5분 이상 이어나갈 대화 소재가 없기 마련인데 같은 책을 읽으면 그렇지 않다. 엄마,아빠,자녀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 목록을 널리 알리고 또 같이 읽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홍보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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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무라카미 하루키.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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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가 일갈하였듯 '어떤 일을 오랫동안, 그것도 꽤 성공적으로 해온 사람에게 노하우를 묻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좌절하게 되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경우도 그랬다. 미에코가 열심히 준비하여 '과거 이 작품에서는 이렇게 하셨었잖아요...'혹은 '옛 인터뷰에서는 그렇게 말씀하셨었잖아요...'등으로 말했을 때 하루키는 '아...제가...그랬던가요?'라든가 '아..그랬다니 흥미롭군요' 식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오래 된 이야기라는 것이다.

 작품은 작가보다 더 많은 것들을 말해줄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더라도....(이는 마치 엄마,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딸이지만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많은 것과 비슷한 이치 아닐런지) 부모된 자가 자녀의 면면을 기억하지 못한다거나 아..제가 부모였지요?라는 식의 반응이 요즘 말로 '힙스터'의 멋짐으로 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나는 읽었다.

 제목도 참 다채롭지.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지혜를 뜻하는 부엉이다. 수리부엉이는 영명한 존재기도 하다. 황혼이라함은 곧 들이닥칠 밤을 암시하면서도 찬란했던 한 낮과 나른했던 오후의 찰짐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하루의 어느 때다. 수리부엉이가 황혼에 날아오른다는 것은 그래서 절묘한 타이밍과 선택받은 자들의 아우라 번짐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적어도 나는 그렇다는 이야기다.


 하루키 작품에 열광하는 것이 한 때 생각없이 유행을 좇는 이들로 치부된 적이 있었다. 90년대에 토이, 이승환, 김동률 등으로 대표되는 음악을 즐겨 듣는다는 이유만으로 뭔가 있어보인다 믿었던 이들...나도 아니었다고는 못하겠다. 실제 그런 음악들이 좋았기도 했지만 어쩐지 좋아해야만 할 것 같은 사회적 분위기도 아니 동시대를 살아가는 비슷한 또래의 압력도 있었다. 이십 대 후반에 갑자기 '싸이'의 가사가 너무 좋아 싸이 음악을 무한 반복해서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마음에 두고 있던 어떤 이가 '설마 그 음악 네가 고른거야?'라고 정색하고 물어 무안했던 적이 있었다. 

 하루키는 과연 김동률일까 싸이일까..

 음...누군가는 뭘 그런 걸 고민해라고 말하며 당근 김동률 아니야?라고 하겠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면 과연 그럴까 싶다.


 기사단장 죽이기를 단숨에 읽으며 이 책들을(두 권이었으므로) 다시 한 번 읽을 날이 오겠군...이라는 생각을 했다. 읽기는 했으나 약 80% 내외의 이해도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한 것은 하루키 본인도 자신의 소설에 대해 액 80~90% 정도 밖에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어쩐지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고, 그 선물로 인해 나는 또 용기를 내서 어려운 책들을 한 권두권 사고, 읽고, 꽂고를 반복할 수 있다는 힘을 받았다. 


 하루키는 그냥 글을 잘 쓰게 태어난 사람이다.

 하루키는 그냥 자기 관리도 잘 하면서 글도 잘 쓰게 태어난 사람이다.

 하루키는 그냥 일흔이 되는 나이까지도 마라톤을 하며 글도 잘 쓰게 태어난 사람이다. 

 하루키는 그냥 꾸준히 성실하게 글을 잘 쓰게 태어난 사람이어서 소설가가 된 것이었다.


 약간 배두나를 닮지 않았나 싶은 가와카미 미에코는 하루키가 인터뷰를 흔쾌히 허락했을만큼 영민하고 매력적인 소설가이자 인터뷰어다. 그녀의 작품 세계도 기대해본다. 혹은 평론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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