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님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말은 '글쓰기'에 관한 것이었다.
-계속 써야해요. 글은 써야 늘어요. 쓰지 않으면 금새 멈춰요. 계속 써야합니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논문을 쓰며 학문적 열정을 다해야 할 시기에 교육의 수장으로서 본연의 직무를 다하다보니 자연 책을 읽고 글 쓰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 그게 가장 아쉽다는 교육감님...그래서 차로 이동하는 틈틈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페이스북 글을 직접 작성한다는 말씀에서 무엇인가 절실함마저 느껴졌다. 그렇게 쓰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꽤 괜찮은 표현과 문장들이 나와 뿌듯할 때가 있다고도 하셨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며서 나는 나에게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항상 글을 쓰고 살았었는데....
매일매일 일기장이 차고 넘치게 글을 써서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지경까지 지치도록 썼었는데...이제는 A4용지 반장을 넘기기가 힘든 지경이 되었다. 그 기점이 어디서라고부터 딱 부러지게 말하지 못하겠지만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나 스스로 글쓰기를 포기했던 것 같다. 무미건조한 논문의 용어들....한 문장이 딱 하나로만 해석되어야 하는 그 상황을 무려 3년 넘게 버티고 버텼다. 누구보다 빨리 그리고 잘 해내고 싶어서 시, 소설, 수필 등은 아예 곁에 두지도 않았다. 진심으로 읽고 싶은 책이 있을 때 '엄마 몰래 지갑에 손대는 아이의 마음'이 되어 읽곤 했다. 그 때 나는 나의 가장 중요한 무엇인가를 확실히 손상시킨 것 같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그런 데이지를 적극적으로 입혔다고 확신한다.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학위 받은 이후 전혀 나를 돌보지 않았다. 그런 결과가 오늘 이 모습 이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여겨진다.
환경 문제를 논하는 사람들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환경 문제는 20~30년 전에 우리가 했던 일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의 생각과 태도가 중요한 것은 우리의 20년 뒤가 지금 나의 행동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나의 삶을 놓고 봤을 때 20년까지는 아니고 약 5년 내외의 시간 단위로 큰 그림의 내 모습이 결정되는 것 같다. 이슬아 작가는 무슨 일이든 3년은 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한 번 시작할 때 신중하게 결정하되 딱 3년은 해보자고...직장이든 연애든 3년은 해보는 것이 맞다고 그녀는 말한다. 나도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어떤 사람은 딱 1년만 해보자고 하는데 그 1년을 버틸 힘이면 3년도 얼추 가능할 것 같다.
나는 2021년 6월 4일 금요일 저녁에 모 프로그램을 보고 굉장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거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므로 자극과 변화이 필요성 등에 대해 감흥이 없었는데 그 프로그램을 연속으로 10회 이상 이어보는 순간 '변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겼다. 생물학적으로 스무살로 돌아갈 순 없지만 정신적으로는 스무살 언저리로 돌아가 나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자신감 있게 인생을 꾸려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망이 생겼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나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나를 보는 일은 기적같은 일이다.
'남들 보기에 괜찮은 나'로 만드는 일조차도 관심없었는데 지금은 남들과 상관없이 '내가 좋아하는 나'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건 참 괜찮다. 그 프로그램 덕분이다. 이렇게 일기 비슷한 글도 다시 쓰고 있으니 언젠가는 다시 글쓰는 일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나를 믿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