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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김정운 작가, 화가, 교수, 방송인의 책은 화제의 중심에 있다. 적당히 깊이가 있고(그의 출신도 유학파 교수아닌가....), 적당히 현학적이고(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문맥상 대충 이해가 되는....), 적당히 유머러스하다.
이 책은 그가 조선일보에 기고했던 글을 다듬고 묶은 것이라 한다.
나는 '최인아 북클럽'에서 6월 추천 도서로 받아보았다.
조선일보 방향으로는 고개를 돌리지 않는 터라(이른바 나는 입진보다...) 이 글의 존재 자체를 모를 수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접하게 되어 음...뭐랄까 다행이나 안도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만한 내용이었다.
전체적으로 깊이가 있고, 완결성 있는 매우 좋은 글들이었다. 또 시종일관 '슈필라움'이라는 키워드로 얽히고 엮이는 구성이 괜찮았다. 그랬다. 괜찮았다. 조선일보 칼럼이지만 괜찮았다라고 말하는 내가 좀 그렇지만 괜찮은 것을 괜찮다고 하는데 그걸 또 색안경 끼고 바라보는 내가 있다는 사실이 조금 안 괜찮다.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이런 극우와 극좌의 이데올로기 싸움의 최전선으로 내몰렸나 생각하니 아득하기만 하다.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서 주고받기'다. 타인의 순서를 기다릴 수 있어야 진정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인간의 의사소통 방식이 다른 포유류와 구별되는 것은 바로 이 '순서 주고받기' 때문이다."
" 연구의 객관적 평가가 불가능한 인문사회 분야의 교수는 딱 두 종류다. '이상한 교수'와 '아주 이상한 교수'. 끝까지 우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교수가 은퇴 후를 걱정하며 정치권이나 기웃거리면 진짜 이상해진다"
이 외에도 미술과 건축에 대한 그의 열정 등이 진정성 있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담겨 있고, 인간관계에 질척거리지 않고,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 균형있는 자기 세계가 프로 뺨치는 입담으로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정운 작가는 때때로 행복하고, 때때로 슬프고, 때때로 우울하지만 대체적으로는 '괜찮게'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여겨진다. 인기를 얻은 그의 삶이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그에게 주어졌고 그는 그 일련의 귀찮음과 피곤함과 난처함을 무난하게 이겨내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을 누군가에게 권한다면 그 이유 중 하나로 '사진'과 '그림'을 들겠다. 그림도 좋지만 사진이...참 좋다. 김춘호 사진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면 유료 티켓을 구매해서 가보고 싶을만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