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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날 


                                  


                   어떤 날은
                   아무 걱정도 없이
                   숲의 소리를 듣고 있었으면
                   바람이 그칠 때까지 듣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집착을 버리듯 근심도 버리고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나뭇잎을 다 만나고 올 때까지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소쩍새 소리를
                   천천히 가지고 되 오는동안 밤도 오고
                   별 하나 손에 닿는 대로 따다가
                   옷섶으로 닦고 또 닦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나뭇잎처럼 즈믄 고뇌의 나무에서 떠나
                   억겹의 강물 위를 소리없이 누워 흘러갔으면
                   무념무상無念無想 흘러 갔으면......

/ 詩 도종환






J'aime(그대를 사랑해) - Salvatore Ada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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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3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05-09-13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 오려고 하늘이 우중충합니다. 캬아! 이런 날 쏘다니면 정말 좋은데..아..정말 좋습니다.

숫자도 환상적입니다^^

2217111


물만두 2005-09-13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917118

숫자편식마셈~


2005-09-13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들려요, 들려..아이가 스피커를 어찌 손을 보아 놓았네요. 소리가 조금 작긴 하지만 헤드셋끼고 들으면 충분한 정도..바람이 불어 어디라도 쏘다니고 싶은데, 시어머님 오실 거라 청소해야 되어서 나가지도 못하고..헤헤 바람 불고 좋은 사진에 시에 음악이 있으니 굳이 안가나도 되겠습니다.ㅅ.ㅅ

책읽는나무 2005-09-1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랑 시랑 그리고 음악이 참 잘 어울리네요!
그 뭐랄까?
스카프를 둘러쓰고...긴 바바리 코트에(요며칠 더운날씨라 이건 좀 실감이 안나지만 말입니다...ㅠ.ㅠ).....알 큰 까만 썬글래스를 끼고서.....저 갈대밭을 거니는 여인네가 생각나네요....ㅋㅋㅋ

음악 잘 듣고 갑니다..^^

Laika 2005-09-13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잘 듣고 갑니다. 에잇...잘 참았는데, 커피 한잔 마셔줘야겠어요..^^

merryticket 2005-09-13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깻잎과 김을 반찬으로 씩씩대며 점심 먹고 있는데, 이 웬 우아한 음악입니까..
입은 맵고, 귀는 호강하고,,,

진주 2005-09-13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참나님, 흐느끼듯 크게 들어야 하는데..그래도 들으셨다니 다행이에요^^

책읽는 나무님, 오늘은 우중충해서 폼 좀 내도 어울릴 거 같지요.

라이카님, 커피가 왠지 땡기지라요^^ 흐음~~커피...

올리브언니, <그대를 사랑해>사랑하는 사람이 전해 주는 노래랍니다. 뭔 말인지 알아 들을 수 없지만...그들의 애틋하고도 비장한 사랑이 전해 와요. 흠..키타 반주 좋구~

플레져 2005-09-13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다모의 떨림... 저릿저릿하게 느껴지옵니다...슬픔.

진주 2005-09-13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이 참에 생각하자구요...슬픔 속에 갇힌 사랑같은거요..^^;;;
 

참깨를 털며

 

 산그늘 내린 밭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대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갱이들

도시에서 십년을 가차이 살아본 나로선

기가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

휘파람을 불어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낸다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번만 기분좋게 내리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되느니라'

할머니의 가없어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이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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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24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24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24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검둥개 2005-08-25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깨 한 번 털어봤음 좋겠네요. 시 좋아요 ^^

진주 2005-08-2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만 보이시는 08-24 12:33 빠트리는 거 없이 꼼꼼하게^^;
제게만 보이시는 08-24 13:31 저 도시태생이라 한 번도 못해 봤어요. 참깨 털고 싶다고 하면 농부들이 화 내려나....
검정개님, 그렇죠? 저도 그래요.

2005-08-25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05-08-25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만 보이시는 08-25 11:49님, 양은요????

2005-08-25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에 대한 예배

 

학교 뒷산 산책하다, 반성하는 자세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이 地表 위에서 가장 기품 있는

建木 ; 소나무, 머리에 눈을 털며

잠시 진저리친다.

 

-황 지 우-

 

***********

오늘, 아이들과 시를 읽었다. 원고지에 시를 베껴 쓰고 느낌을 나누면서 황지우시인이 느꼈던 소나무에 대한 경외심같은 존경을 우리도 느끼었다. "오. 날마다 진저리쳐지는 살아 있음의 모욕이여."라던 김용택 시인처럼 우리도 마음 속엔 끊임없이 용서해 주어야 할 한 사람을 품은 가혹한 삶이다.

"자, 우리가 용서해야 할 한 사람을 생각하며 다시 읽어보자."

한 여름에 앉아, 매서운 겨울날 눈을 뒤집어쓴 소나무의 기품있는 모습에 우리는 예배드리는 자의 심정으로 다시 낭랑한 목소리로 시를 읊조렸다. 시를 읽는 아이들 목소리가 차분하다못해 자못 침통하다. 나도 가슴 속 짱돌로 눌러 두었던 억한 감정이 울컷 솟구치려는 순간이다. 저 겨울 눈을 털며 진저리치는 소나무를 마주 대하면 내가 품은 미움도,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련다,하며 순순히 녹아지려는가.

......

낭송이 끝나니 지표 위에서 가장 기품있는 건목 사이로 후두끼는 눈발도 끝났는지 고요만이 우리를 에워싼다. 그런데 나는 어쩌자고 그 기품있는 분위기를 깨뜨리는 파한집에나 실릴 말로 침묵을 깼는지. 학생들이 누굴 닮겠는가 선생닮지. 그 선생의 그 학생. 내가 한 말? "흠.......너희들.......용서할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닌가보구나. 너무 침통해." 한 마디 했을 뿐인데 방금까지 내면 세계에서 힘들게 용서의 작업을 하던 숭고하며 진지하던 아해들은 얼굴이 벌개지며 쓰러지며 웃어제꼈다. 이런.

/050820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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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20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웁...^^

날개 2005-08-20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진주님한테 수업 듣고 싶어요..! 머리에 쏙쏙 들어가겠다..ㅎㅎ

진주 2005-08-20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님,시를 읽더니 그 순진한 녀석들이 맘 속에서 "용서했다, 말았다,했다 말았다"하느라 번민이 가득하더라구요.번민이.. 후후후...
만두님도 찔리시는 거죠..용서하세요-제가 비싼 책 고른 거, 참 오늘 받았어요. 사진 찍어 올릴 게요.
날개님, 수업료가 쬠 비쌉니다. 별로 갈촤 주는 것도 없음시롱. 머리에 쏙쏙 들어가는 것 보단 뒤집어져 웃다 배만 아플 텐데요..^^*

검둥개 2005-08-2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진주님, 아, 이 시 참 좋으네요. ^^

진주 2005-08-2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정개님 반가워요.
이 시 참 좋지요? 황지우 시인은 참 당당한 분인 거 같아요. 나이를 먹더라도 저런 당당한 패기는 잃지 않고 살고 싶어요...

잉크냄새 2005-08-22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네요.

진주 2005-09-2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에..잉크님..^^
 



비가 와도 젖은 자는

 

                                          -오규원

 

비가 와도 젖은 자는

강가에서 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

대신 추녀 밑에 멈추었었다

그 후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

다시 한번 멈추었었다 비가온다,

비가 와도 강은 젖지 않는다.

오늘도 나를 젖게 해놓고,

내 안에서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 가는 시간은

우리가 떠난 뒤에는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혼자 가리라,

강물은 흘러가면서

이 여름을 언덕 위로 부채질해 보낸다.

날려가다가 언덕 나무에 걸린 여름의

옷 한자락도 잠시만 머문다.

고기들은 강을 거슬러올라

하늘이 닿는 지점에서 일단 멈춘다.

나무, 사랑, 짐승 이런 이름 속에

얼마 쉰 뒤 스스로

그 이름이 되어 강을 떠난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

늘 젖어 있는 저 강물을 좀 보라지. 그는 늘 젖어 있기에 비가 와도 더 이상 젖지 않는다. 그래서 그에게 두려움이 없는 거지.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갈 시간, "내 안에서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 옮겨 가는 시간" 역시 비에 젖지 않는다.

젖지 않는 그들 속에서 비만 오면 젖어버리는 나는, 그들을 사모하기 그지없지만 비만 오면 추녀 밑으로 숨어버린다. 나무, 사랑, 짐승의 이름으로 얼마간 쉰다면 나도 더 이상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까. /050715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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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7-15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잉크냄새 2005-07-1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젖고... 마르고... 젖고... 마르고...
젖는 것이 두려워 계속 젖어있기보다는... 젖고 마르고....그렇게 살아가는 삶인가 봅니다.

돌바람 2005-07-15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은 이제 '비가 와도 그림자는 젖지 않는다'로 옮겨간 듯 합니다. 근데 그 그림자가 젖은 자에게 가 붙지 않고 바람에게 가버리면 어쩐다지요. 그 사내는...

부리 2005-07-15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이런 거죠? 비맞으면서 "내일 뭐입지?'라며 걱정하는 거...

진주 2005-07-15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해한 시에 난해한 감상, 게다가 난해한 댓글들....^^;
부리님 거 꼭꼭 확인하지 마시고 저마다 수용하는 만큼만 이해하자구요 히히

부리 2005-07-16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제야 알았습니다. 방수가 되는 옷을 입자는 거죠?

진주 2005-07-16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은 젖기를 거부하시는...군..요?
 

열심히 산다는 것

...안도현...

산서에서 오수까지 어른 군내버스는
400원입니다

운전사가 모르겠지, 하고
백원짜리 동전 세 개하고
십원짜리 동전 일곱 개만 회수권함에다 차르륵
슬쩍, 넣은 쭈그렁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걸 알고 귀때기 새파랗게 젊은 운전사가
있는 욕 없는 욕 다 모아
할머니를 향해 쏟아붓기 시작합니다
30원 때문에

미리 타고 있는 손님들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운전사의 훈계 준엄합니다 그러면,
전에는 370원이었다고
할머니의 응수도 만만찮습니다
그건 육이오 때 요금이야 할망구야, 하면

육이오 때 나기나 했냐, 소리 치고
오수에 도착할 때까지
훈계하면, 응수하고
훈계하면, 응수하고

됐습니다
오수까지 다 왔으니
운전사도, 할머니도, 나도, 다 왔으니
모두 열심히 살았으니!

---------------------------------------------------

나는 시내버스 속에서 살기에 분주한 사람들의 모습을 엿봅니다.저마다의 생활궤도에 충실하여 타야할 곳에서 타서 내려야 할 곳에 정확히 내립니다. 우리의 궤도가 언제쯤 교차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운 좋으면 당신과 제가 한 차에 동승하는 순간도 있겠지요.

때로는 아기를 등에 업고 손잡이에 간등간등 매달린 당신과,
때로는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흥얼거리는 힙합옷을 입은 당신과,
때로는 피곤에 겨운 안경이 코끝에 걸쳐지고 차창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든 당신과,
때로는 산사에서 오수까지 가며 30원쯤 모자라는 동전을 차르르르 쏟아 넣는 당신과만날 수도 있겠지요.
어떠한 모습이든지 열심히 살고 계시는 당신은 아름다울 것입니다.

2002.05.16. 찬미
귀때기 새파랗게 젊은 운전사가 있는 욕 없는 욕 다 모아 할머니께 쏟아 붓는 장면을 읽을 땐 속으로 "이런~싸가지!!"했었습니다.
그런데요, 안도현시인 참 멋지지 않습니까? 그런 싸가지 운전사도, 철판 할머니도 "열심히 사는"모습으로 따스하게 바라보는 눈이 참 멋집니다./2005.2. 19.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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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2-19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버스타고 종점 왔다 갔다하는 게 취미였는데... 사람 구경하는 게 좋았거든요^^

깍두기 2005-02-19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도현이 참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옛날에 그의 시를 몇편 읽으며 느낀 적이 있었는데 그래도 전 제가 그 버스에 있었다면 아, 왜 이리 시끄러 하고 둘 다 속으로 엄청 욕했을 게 거의 확실해요. 시를 읽을 때 마음 다르고 막상 복닥복닥한 세상과 부딪히는 마음 다르고^^

날개 2005-02-19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에.. 그렇군요.. 참 따뜻한 분이네요..^^
나랑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볼 때면 문득문득 제 자신이 작아지는 것 같습니다..

icaru 2005-02-19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항.. 안도현의 이 시 참 멋지네요....
사람 사는 게....그렇지요..흐흐흐흣...

진주 2005-02-19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친구랑 종점까지 왓다갔다하며 이야기한 경험이 있네요^^
깍두기님, 그게..저..시인과 우리의 차이점일지도 몰라요. 저는 "이런 싸가지"하며 열받았을거라구 했잖아요 ㅋㅋ
날개님이 작아신다니 에구...저는 아예 쪼그라들겠습니다 ㅎㅎ
복순이 언니님, 시에서 사람 사는 구질구질한 풍경이 그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