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눈치 안 보고 빈둥거리기 가장 좋은 곳은 도서관이다.

도서관의 물리적 공간은 한정되어 있으나,

정신적 공간은 거의 무한하다.


깊은 바다를 어슬렁거리는 물고기처럼,

또는 막막한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인처럼


모든 움직임이 무의미하고 자유롭고 또 아름답다.



뚜렷한 목적도 없이 서가(書架) 사이를 이리저리 거니는 모습은

마치 해초들 사이를 하릴없이 헤집고 다니는 물고기 같다.

그곳에서 꼭 책을 만나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래된 책의 곰팡이 냄새를 맡아도 좋고,

높고 낮은 책의 키들과 그 색깔, 두께 등이 만들어내는 음악을 즐길 수도 있다.



또는 책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책등의 제목들에서 흥미로운 단어들을 만날 수도 있다,


마치 자갈밭에서 예쁜 자갈들을 줍듯이.


보르헤스 만나러 가는 길』, 이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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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12-03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하필 제목이 보르헤스일까요? 이 시를 쓸때쯤 이 사람이 보르헤스랑 사귀고 있었을까요? ^^ 아 저도 보르헤스든 누구든 상관없으니 하루종일 저렇게 도서관에서 만나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