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깃들여
나무들은
난 대로가 그냥 집 한 채
새들이나 벌레들만이 거기
깃들인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까맣게 모른다 자기들이 실은
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
...정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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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이 짤막한 시를 우리는 두번 세번....연거푸 감상하였다.
처음에는 넓직한 벌판에 당당하게 선 아름드리 나무가 심상으로 그려졌다.
그 다음엔 나무에 깃들인 새들이 즐거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릴 듯 말듯 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또 낭송했을 때는 코 끝에서 상큼한 풀 냄새가 아련히 묻어나고 꼬물꼬물 벌레들도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우리는 우리가 그 속에 들어가 나무로 말미암아 숨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쓰읍.........휴우..........................................
쓰으읍..........휴우......................................................
시험공부에 찌들린 조그만 어깨들이 펴지며 크게 크게 심호흡을 하는 것을 보았다. 비로소 우리는 몸도 마음도 나무에 깃들여졌다. 시 한 편의 기적.
060417ㅂㅊ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