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이 태어난 뒤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보낸 간단한 편지가 가장 앤의 마음에 들었다. 아기가 정말 예쁘다고 말하는 젊은 어머니의 자부심이 넘치는 편지였다.
아기가 잠들었을 때 가장 사랑스럽고,
아기가 깨어 있을 때는 더 사랑스러워요.
버사 셜리는 추신에 그렇게 적었다. 아마 생전에 마지막으로 쓴 문장이었으리라. 마지막 날이 아주 가까웠으니까.
그날 밤 앤은 필에게 말했다.
"내 일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루였어.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아 냈으니까. 그 편지 덕분에 부모님을 현실로 느끼게 되었어. 이제 나는 더 이상 고아가 아니야. 마치 책을 펼쳤는데 어제의 장미가 예쁘고 사랑스런 모습 그대로 거기 있는 것을 발견한 기분이야."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레드먼드의 앤 中(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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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이 볼링브록의 자신의 태어난 집을 찾아간 장면이다.버사 셜리는 앤의 어머니이고, 그녀가 남긴 편지를 읽는 앤이 감격했다. 평생을 고아로 살아온 이 소녀가 '나는 더 이상 고아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다. 그래, 부모님이 누군지도 모르는 것과 돌아가신 것은 차이가 있다. 앤의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비록 곁에 없지만 앤은 어머니의 편지 한 장에서 어머니를 되찾은 것이다. 이제 부모님은 앤의 가슴에 살아계신다.
/2004. 8. 29. 讚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