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신현림

 

울음 끝에서 슬픔은 무너지고 길이 보인다

 

울음은 사람이 만드는 아주 작은 창문인 것

 

창문 밖에서

한 여자가 삶의 극락을 꿈꾸며

잊을 수 없는 저녁 바다를 닦는다

 



 

 

 

 

 

 

 

 

 

 


/어느 해 겨울 끄트머리쯤. 내 주방의 작은 창으로 은행나무 새순을 찍으려 했나보다(많이 흔들렸다-그래서 차마 '찍었다'라고 말 못 한다.)

 신현림이 그러했던 것처럼 울음 끝에 무너진 슬픔이 한 줌 흘린 희망 하나, 작은 창은.
 비록 나는 울지는 않았지만 켜켜이 쌓인 슬픔의 무게에 갇혀 있었다.
 설거지하며 바라보는 내가 만든 아주 작은 창문-은행 새순.

 

# 이골나서 다시는 안 하려고 했는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또 다시 아이들과 마주 앉았다. 다른 점이라면 무료로.

목소리 가다듬고 차분하게 읽어 주었다.

눈만 꿈뻑꿈뻑...내 그럴 줄 알았다. 뇬석들~

시인에 대해 잠깐 언급하고 늬놈들 가슴패기를 울릴 때까지 나는 읽고 또 읽을거라고 했다.

두 번, 세 번....

그 후, 우리들은 '울음'과 '슬픔', '좌절', 등에 대한 경험들을 나눴고

'희망'과 '길'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으며

'여자'와 '싱글맘' 또 '최진실' 이야기까지 나눴다.

 

아...난 이래서 또 빠져들고 만다.

흑머루같이 새카만 눈동자가 반들반들하다가 촉촉하게 잦아들던 그 녀석들에게...

 

2008.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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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11-22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음 끝에 길이 보이는 것, 알 것 같아요. 길이 보이는 것 같을 때, 그 때가 울음을 겨우 그치는 때 아닐까요.
까만 눈동자들 사이에 저도 앉아 있고 싶으네요.

진주 2008-11-25 15:01   좋아요 0 | URL
울고싶은만큼 실컷 울어보자구요, 뭔 길이 열리려나..^^

Mephistopheles 2008-11-22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픈내용이건 기쁜내용이건 배춘몽여사님의 글은 이기적인 마음으로 반가울 뿐입니다.^^

진주 2008-11-25 15:03   좋아요 0 | URL
진짜로 반가우신 겁니까? ㅎㅎ
저는 영 힘들어요. 마음이 아주 편하지만은 않아요...
하기사, 무엔들 안 그럴까요...
오프라인에서나 온라인에서나 내 맘에 꼭 들고, 내 몸에 꼭 맞는
그런 집이 어디 있을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