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어떤 날은
아무 걱정도 없이
숲의 소리를 듣고 있었으면
바람이 그칠 때까지 듣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집착을 버리듯 근심도 버리고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나뭇잎을 다 만나고 올 때까지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소쩍새 소리를
천천히 가지고 되 오는동안 밤도 오고
별 하나 손에 닿는 대로 따다가
옷섶으로 닦고 또 닦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나뭇잎처럼 즈믄 고뇌의 나무에서 떠나
억겹의 강물 위를 소리없이 누워 흘러갔으면
무념무상無念無想 흘러 갔으면......
/ 詩 도종환
J'aime(그대를 사랑해) - Salvatore Ada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