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에 대한 예배
학교 뒷산 산책하다, 반성하는 자세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이 地表 위에서 가장 기품 있는
建木 ; 소나무, 머리에 눈을 털며
잠시 진저리친다.
-황 지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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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이들과 시를 읽었다. 원고지에 시를 베껴 쓰고 느낌을 나누면서 황지우시인이 느꼈던 소나무에 대한 경외심같은 존경을 우리도 느끼었다. "오. 날마다 진저리쳐지는 살아 있음의 모욕이여."라던 김용택 시인처럼 우리도 마음 속엔 끊임없이 용서해 주어야 할 한 사람을 품은 가혹한 삶이다.
"자, 우리가 용서해야 할 한 사람을 생각하며 다시 읽어보자."
한 여름에 앉아, 매서운 겨울날 눈을 뒤집어쓴 소나무의 기품있는 모습에 우리는 예배드리는 자의 심정으로 다시 낭랑한 목소리로 시를 읊조렸다. 시를 읽는 아이들 목소리가 차분하다못해 자못 침통하다. 나도 가슴 속 짱돌로 눌러 두었던 억한 감정이 울컷 솟구치려는 순간이다. 저 겨울 눈을 털며 진저리치는 소나무를 마주 대하면 내가 품은 미움도,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련다,하며 순순히 녹아지려는가.
......
낭송이 끝나니 지표 위에서 가장 기품있는 건목 사이로 후두끼는 눈발도 끝났는지 고요만이 우리를 에워싼다. 그런데 나는 어쩌자고 그 기품있는 분위기를 깨뜨리는 파한집에나 실릴 말로 침묵을 깼는지. 학생들이 누굴 닮겠는가 선생닮지. 그 선생의 그 학생. 내가 한 말? "흠.......너희들.......용서할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닌가보구나. 너무 침통해." 한 마디 했을 뿐인데 방금까지 내면 세계에서 힘들게 용서의 작업을 하던 숭고하며 진지하던 아해들은 얼굴이 벌개지며 쓰러지며 웃어제꼈다. 이런.
/050820ㅂㅊ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