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섭생 - 5가지 색으로 전하는, 삶을 다스리는 컬러 푸드 이야기
홍영재 지음 / Mid(엠아이디)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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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학교 인근에 '청국장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레스토랑이라는 이름값을 하느라 청국장 특유의 포스(냄새)가 안납니다. 지인들과 두어번 간 적이 있지요. 음식값은 좀 비싸지만, 청국장을 주재료로 한 특유의 식단이 코스로 제공되더군요.

 

2. 산부인과 전문의인 이 책의 저자에게 58세 되던 2001년에 두 가지 암이 동시에 찾아오게 됩니다. 대장암 말기에 신장암까지 합세했습니다. 대장을 30cm를 넘게 잘라내고 항암치료를 받으며 체중이 15kg까지 빠집니다.

 

3. 암 치료를 이겨내고 십 년이 훌쩍 지난 지금 누구보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며 듣게되는 말은 "어떻게 건강 관리를 하고 계시길래 이렇게 건강하신가요?"라고 합니다.

 

4. 건강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여러 조건들 중 단연 음식이 우선이지요. 그래서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고 합니다. 의사인 저자조차도 방향 감각을 잃을 지경인 건강음식의 미로에서 네비게이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음식요법을 통해 건강을 되찾은 저자의 진솔한 음식이야깁니다.

 

5. 저자가 심사숙고하여 지표로 삼은 것은 자연 생태의 색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색'입니다. 식품의 색에는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이라는, 식물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방어물질이자 천연색소를 만드는 물질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그 파이토케미컬을 우리 삶에 최대한 적용해보자는 이야기지요.

 

6.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었습니다. RED, YELLOW & ORANGE, GREEN, WHITE, PURPLE & BLACK 등입니다.

 

7. 간략하게나마 옮겨 볼까요?  RED. 빨강색은 색 중에서 가장 극단적인 상징성을 지녔다고 합니다. 불과 태양, 심장과 피의 이미지가 신과 생명으로 이어지지만, 한편 죽음을 연상시키기도 한다는군요. 과거 이집트에서 "빨갛게 만는다"는 말은 '죽이겠다'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건 그렇고 음식이야기로 넘어가지요. 빨강 음식으로는 토마토, 레드와인, 수박, 고추를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굳이 그 효능은 옮기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몰라서 못 먹는 것은 아니니까요. 오늘은 그냥 색깔 공부 좀 해봅시다.

 

8. YELLOW & ORANGE. 노랑과 주황 이야깁니다. 당근, 호박, 고구마 그리고 저자를 암의 공격에서 살린 청국장입니다. 저자는 청국장을 건강을 위한 황금덩어리라고 표현하는군요. 이 청국장 이야기를 하면서 저자는 특별히 더 힘을 주는 듯 합니다. 여러 장 중에서도 청국장은 귀하디 귀한 대접을 받았다지요. 신라시대 왕실 결혼식 예물 품목에 청국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다른 장들과 청국장은 활용도 면에서도 달랐는데 고려시대에는 갑작스런 자연재해 등으로 백성들이 먹을 것이 부족하다 싶으면 왕이 청국장을 구황식품으로 백성들에게 내렸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전쟁 등의 상황에서 청국장을 군량 및 비상식량으로 활용했다고 합니다. 이 모두 청국장이 훌륭한 영양식품임을 알려주는 반증이라는 것입니다.

 

9. GREEN. 초록이야기로 가볼까요? 자연과 생명의 색, 초록이지요. 브로콜리, 매실, 매생이, 시금치 등이 등장합니다.  WHITE. 하얀색. 마늘, 버섯, 양파, 인삼 등이 무대에 오르구요. 마지막 PURPLE & BLACK 에선 보라, 가지, 블루베리, 오징어먹물, 초콜릿 등이 소개됩니다.

 

10. 북리뷰에 더 상세한 내용을 담을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이분 음식점 사장님도 겸하실 만 하군요. 어느 관록 있는 요리사가 썼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재밋게 풀어주고 있습니다. 건강한 삶은 누구나 원하는 것이지만, 사실 동서남북 둘러보면 반 건강인, 반 환자입니다. 50 : 50 에서 어디로 더 기울어지느냐에 따라 호칭이 달라집니다. 제 아무리 큰 그룹의 회장님이나 초등학생 손주나 병원에 가면 똑같은 호칭인 '환자'로 통일됩니다. 건강한 삶을 위한 '색감'과 '먹감'공부를 해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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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치열한 무력을 -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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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의 제목에 상반된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치열함과 무력감은 서로 이질적이지요. '본디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2. 저자는 현대사상과 이론종교학을 전공한 사사키 아타루란 학자입니다. 로자 이현우는 이 저자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을 가라타니 고진의 [탐구]이후에 그를 가장 놀래킨 일본인 비평가라고 하는군요. 이 책은 내가 아직 못 만나 봤군요.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말입니다. 제목이 좀 세게 나가는군요. 잘라라~. [치열한 무력을]은 '잘라라'이후의 강연과 대담을 엮었습니다.  '잘라라'도 곧 읽어봐야겠습니다.


3.  이렇습니다. 독서 생활이란, 이렇게 책이 이어지는 것이지요. 읽을 만한 책이 없다는 사람의 말은 제 귀에는 '난 책을 읽을 줄 모르오'로 들립니다.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진짜 읽을만한 책이 없다면, 내가 사부로 모시지요. 책을 제대로 읽다보면, 이 땅에 살아가는 동안에 한 권이라도 더 읽겠다는 욕심이 생겨야 정상이라고 생각듭니다만, 내가 너무 유별난가요? 


4. '말(言)이 태어나는 곳'이라는 주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곳에 잠시 앉아 있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서 타자의 말과 만나고, 자기 안에 말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표현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군요. 말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문제이긴 합니다. '언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언어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지요. 언어의 경계를 긋는 다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는 표현이기도 하지요. 비트겐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양쪽에서 접근할 수 있지 않으면 경계가 아니다."


5. 회화에서의 언어 예술도 언급이 되는군요. 하긴, 꼭 문자로만 기록되어야만 언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은 무리가 있지요. 실제로 언어로 기록되지 못하는 작은 부족민들의 언어도 있습니다. 그들에겐 추장은 있어도 (세종)대왕이 없어서 그렇겠지요? 말이 태어나는 곳에 이미지도 태어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합니다.


6. 책의 부제로 적혀있는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를 봅니다. 소크라테스 시대의 아테네에선 물리적인 부와 번영이 중시되고 '앎'은 멸시 대상이었습니다. 그 당시 시민이라 함은 무기를 소지하고 적과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지칭했지요. 그런 형편이다보니 철학자들에 대한 홀대가 얼마나 심했을 지 이해가 되시지요? 아뭏든 그 악조건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 중에 소크라테스가 단연 돋보입니다. 


7. 저자가 좋은 조언을 해주는군요. '지혜'란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 세상의 한 부분으로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 또 사랑할 것인가? 이에 대해 항상 용기를 갖되 지배하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친구 처럼 잘 지내기를 당부하는군요. 유치원 선생 같군요.


8.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대담자가 사노 요코라는 사람이 쓴 책에 "돈이 있으면 일 따위 그만 두고 싶어"라는 구절이 있어 놀랐다는 말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이런 고민은 안 할 거라고 생각했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좋하하는 일, 즐기면서 하는 일, 나아가서 놀면서 하는 일에 보수가 주어지고 먹고 살만 한 사람은 진정 행복하겠지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일에 평생 목을 메고 가기엔 우리 삶은 너무 아름답지요. 


9. 사사키 아타루란 이 저자 매력있군요. 번역을 그리 한 건지 몰라도 어투가 참 편합니다. 아는 것도 많구요. 1973년생 젊군요. 뭐랄까 그의 말은 탄산 음료같이 톡 쏘는 강렬한 뒷맛이 있군요. 무겁고 재미없는 주제들을 가볍고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사유의 길을 터주고 있군요. 앞으로 학문적으로 많은 성과를 기대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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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섬옥수
이나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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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을 읽다가 이 詩가 마음에 꽂힙니다. 그래서 우선 옮겨 놓습니다.  이생진 시인의 시라고 합니다.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 난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 방파제에 앉아서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2. 그럴수 있을까? 딱 한달 만 살고 떠날 수 있을까?  한 달만에 그리움이 사라질 수 있을까? 가는 듯 다시 오는 파도 처럼 그리움도 그렇게 왔다 갔다 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 시가 이 책, 소설의 분위기를 한껏 표현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3. 책 제목도 참 잘 지었습니다. [섬, 섬옥수] 짐작하시겠지요. 이 책의 키워드는 '섬'입니다. 섬에 거주하는 섬주민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몰라도 나 같이 뭍에서 나고 뭍에서 자란 사람은 때론 섬에가서 위 시에 나오는 화자처럼 한 한 달쯤 있다가 나왔으면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섬주민들에겐 죄송한 마음이지요. '내 삶의 현장이 너에겐 고작 쉼터냐?' 하는 힐문도 들리는 듯 합니다.


4. 섬처럼 자연과 기후에 민감한 곳이 없을 듯 합니다. 젊은 시절 여름 휴가를 섬으로 가게 되면 충분한 시간의 여유가 있지 않으면 웬만해선 섬을 휴가지로 안 잡았습니다. 언제 배가 묶일지 모르는 일이지요. 책의 첫 부분 역시 바람으로 시작하는군요. "목탁 소리가 들려온다. 광풍이다. 미친 바람이 목탁을 친다. 바다가 또 뒤집어졌다."


5. 섬 원주민들과 어찌어찌하다 섬에 흘러 들어온 타지인들의 어우러짐 속 풍경이 그려집니다. 결국은 사람입니다. 사람들의 이야깁니다. 아, 물고기 이야기도 나오구요. 그런데 이 소설의 작가 이나미님, 여류 작가님. 낚시의 고수같이 낚시에 대해 어찌 그리 섬세하고 예리한 표현을 하셨는지 감탄입니다. 


6. 물살이 들고 나듯이 그저 그런 일상이 이어지던 섬나라의 어느 날. 폭풍을 뚫고 섬에 들어온 한 사내가 스토리 중심을 스쳐 지나갑니다. "디지기 전에 전국 팔도 유람이나 해보자 싶어 나섰당께. 다녀봉게 우리나라도 구석구석 안 예쁩디여? 히히히."  맞는 말입니다. 구석구석 예쁘다는 말.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세 달 밖에 못 산다는 말을 들은 그는 전 재산 정리해 절친한 친구에게 택시 한 대랑 전셋집 얻어준 후 여행 삼아 떠돌다 때 되면 아무데서나 죽을 작정으로 나섰다고 합니다.


7. 섬이라는 곳이 그런 곳이었던가? 언제든 시퍼런 바닷물로 뛰어들 수 있는 포인트가 빈틈 없이 널려 있기에 그랬을까?  "직장 날리고 사기 당하고 돈 떼이고 이혼하고 부도 맞고 보증 서서 집 날리고......한 마디로 인생 실패자들이 오갈 데 없으면 섬으로 들어왔다."  섬은 산과 달리 오히려 포근함은 없다. 그저 사선(斜線)으로 내리찍는 바람밖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섬이 종착역이 되는가? 아마도 이런 의문에서 이 소설의 모티브가 정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8. 책 말미에 문학평론가 최용호는 이 작품에 대해 이런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이나미의 소설은 세계를 보는 관계적 이해의 지평에서 자신의 신체적 사유로 사고하고, 인간의 생명과 자연 생태에 관여하는 생태적 윤리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소설의 무대가 되는 땅끝섬. 땅끝이라는 공간 개념의 기점은 어디인가? 서울인가?  나는 너와 다르다는 마음의 표현인가?  원은 시작도 끝도 없지요. 우리의 삶 역시 끝이 시작이고, 시작이 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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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 구본형의 자기경영 1954-2013
구본형 지음 / 김영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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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2년 봄. 나는 10여년 동안 몸 담았던, 비교적 안정된 직장을 그만 두고 나와서 남행열차를 타기 위해 짐을 꾸립니다. 내가 가방 싸는 모습을 심란하게 보고 있던 아내. 열린 가방 틈으로 보이는 책 한 권을 보고 눈빛이 변합니다. 그 책 제목은 [떠남과 만남]이었지요.


2. 왜 그럴까? 잠시 생각해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는 책 제목이긴 하군요. 집을 떠나 도대체 어디가서 누구를 만나겠다는 거야? 그 책 첫머리엔 이 책의 저자인 구본형이 어딘가 회사 수련회인가를 떠나 있다가 홀로 숙소 주변을 거닐면서 홀로서기의 결단을 내리는 모습을 그려주고 있습니다. 


3. '변화경영 전문가' 아마도 이런 생각과 표현은 국내에선 저자가 처음인 듯 싶습니다.  '변화경영 사상가'라는 표현도 좋아했군요. 아니, 궁극적으로는 '변화경영 시인'이라는 호칭을 듣고 싶었던 그 분. "시는 젊음의 그 반짝임과 도약이 필요한 것이므로 아마도 그 빛나는 활공과 창조성을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시처럼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시처럼 아름답게 살 수는 있지 않겠는가. 자연과 더 많이 어울리고, 젊은이들과 더 많이 웃고 떠들고, 소유하되 집착이 없는 자유로운 행보가 가능할 것이다."


4. 이 책은 저자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구본형 칼럼]이라는 제목으로 남긴 604편의 원고 가운데 저자의 생애와 사유의 스펙트럼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작 60편을 선별해서 묶은 것입니다. 저자의 삶의 주된 주제였던 변화와 자기경영을 표현하기 위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 상징하는 이미지를 가져와 각 글들을 재분류하여 구성되어 있군요.


5. 저자의 여러 장점 중 실천과 나눔을 생각합니다. 그는 삶을 풍요롭게(일단 정신적으로)해주는 어떤 좋은 아이디어나 이론이 떠오르면 일단 먼저 그가 실천과 적용을 해봤다고 합니다. 그리고 쓸만하다 싶으면 다른 이들도 적용 할 수 있도록 활용의 폭을 넓힙니다. '음식 공급을 중단함으로써 생각 없이 진행되는 일상에 제동을 걸어라. 무슨 일이 있어도 새벽 두 시간은 자신에게 투자하라. 다른 사람이 아닌 어제의 나와 경쟁하라. 책 쓰기를 통해 전문성을 인정받아라. 직장인의 생명은 필살기다. 시처럼 사는 인생.....' 같은 방법론은 자신을 일차적인 도구로 실험하여 탄생했습니다.


6. 저자가 홀로서기(변화경영가 1인 기업)를 하면서 초기에 가장 주력한 것은 여행과 독서입니다. 차츰 바쁜 일상이 거듭되자 여행은 지방이나 해외 강연을 오가는 것으로 대체합니다. 그러나 책은 손에서 놓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한 해에 약 1,000권의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고 하니 대단하지요.


7. 저자가 '책을 읽는 한 가지 방법'이라는 글(詩 비슷한 형식으로..)을 썼는데, 좀 길지만 읽어보시렵니까? 그래도 리뷰에서 하나라도 건져봐야 안되겠습니까?  "책을 읽는 방법"  아마도 저자의 체험기로 짐작됩니다.


"먼저 방에 처박혀 읽고 읽고 또 읽는거야  / 그저 시간을 모두 읽는 데 쓰는거야  / 물론 TV는 끄고 쓸데없는 모임을 끊어야지 / 끊을 때는 베틀에 짜던 실들을 일격에 쳐 없애듯 단호해야지  시퍼런 칼날 같아야지 


그리고 제대로 된 놈이 쓴 제대로 된 책을 읽는 거야 / 마음에 드는 작가 놈의 책을 모조리 읽는 거야 / 그놈을 읽을 때는 그놈만 들이파야 해 / 처마 끝 낙수가 돌을 뚫듯 활을 잡고 과녁을 삼킬 듯 빛나는 눈으로 붙잡은 그 놈 / 그놈만 물고 늘어져야 해 / 딴 놈은 절대 기웃거려서는 안 돼 / 그 다음에는 그놈이 읽은 책들로 다가가 모조리 읽어치워야 해 


사흘을 굶은 놈이 음식을 탐하듯 모두 먹워치워야 해 / 펑 하고 배가 터지듯 단단한 돌머리가 깨지고 / 정신이 깨어 차원이 달라지면 마음이 즐거워져 / 잃어버린 마음이 되돌아오듯 / 알 수 없는 기쁨으로 그득하게 돼  세상이 보이듯 눈이 밝아지는 거야 / 오, 깨달음만이 깨달음을 불러오고 / 다른 차원만이 이전의 차원을 버리게 해 


잡다하게 구걸한 지식으로는 지혜에 닿을 수 없어 /  용맹정진 하는 선사처럼 눕지 않고 자지 않으니 / 매와 호랑이처럼 사납지 않고는 / 돌고도는 게으름을 벗어던질 수 없어 / 다른 세계로 들어갈 때 우리는 늘 이렇게 해 / 먼저 다 버리고 하나만 남겨 / 오직 하나의 초점에 집중해 / 모기가 쇠가죽을 뚫듯 온몸으로 돌파하는 거야."


8. 좀 길지만, 무언가 가슴이 후련해지는 것 같지 않으시나요? 나는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책을 읽는 행위가 더 이상 정(靜)적인 것이 아니라 동(動)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위의 "책을 읽는 방법"을 읽고도 아무런 느낌, 책을 좀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정말 대단한 사람일 것이라 생각들긴 합니다만..


9. 혹 알고 계시겠지만, 저자 구본형은 2013년 4월, 59세로 이 땅을 떠났습니다. 그는 갔지만 그의 나눔을 분양받은 멘티들이 그의 뜻을 이어가며 씨앗을 뿌리고, 나무를 키우고 있습니다. 2005년 부터 연구원을 선발, 꿈벗들과 동행하며 '나'답게 살아가려는 이들을 도왔습니다. 100여 명의 제자들과 함께 공부하고, 함께 여행했던 그. 이제 그 멘티들이 그 뜻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자의 기본적인 생각의 근원은 '나 스스로가 변화되어야 한다'였습니다. 구본형을 알던 사람은 아는 대로, 모르던 사람은 모르던 대로 좋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조언대로 '제대로 된 놈이 쓴 제대로 된 책'을 고르는 안목을 길러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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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 시선 - 초판본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
신석정 지음, 권선영 엮음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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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을날 노랗게 물드린 은행잎이 / 바람에 흔들려 휘말리듯이 / 그렇게 가오리다 / 임께서 부르시면... //  湖水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 그렇게 가오리다 / 임께서 부르시면...// 포곤히 풀린 봄 하늘 아래 / 구비구비 하늘가에 흐르는 물처럼 / 그렇게 가오리다 / 임께서 부르시면...// 파 - 란 하늘에 백로가 노래하고 /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해볕처럼 / 그렇게 가오리다 / 임께서 부르시면...      ['임께서 부르시면' 전문]


2. 다소 현 시점의 철자법에 안 맞는 단어가 눈에 띄시지요. 시집의 원전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옮긴 탓입니다. 저절로 마음이 스산해지는 계절에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는 詩입니다. 여기서 의미하는 임은 오래 전 또는 현재, 미래의 그 임(님)일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나는 이 詩를 대하면서 내 삶의 여정의 가을을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표현 한 것이 어찌 그리도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 


3. 가을이 오면 내려놓는 것이 많아집니다. 정작 내려놓는 연습을 충실히 해야 할 내 인생의 여름(청년기)엔 그 욕심과 야망의 두께가 줄어들 생각을 안하지요. 그 기세가 하늘을 가리고도 남지요. 그래서 여름 날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햇살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지지요.


4. 그러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다 벗어놓게 됩니다. 겨울엔 눈이라도 덮어주지만, 가을은 앙상한 몸을 다 노출시키는 시간입니다. 그러니 겸손해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어깨의 힘을 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5. 그렇게 가을은 사람들의 마음을 겸허하게 해주지요. 그렇다면, 그 임이 계신 곳은 어딜까요? 아니, 그 님은 무어라 표현할까요. 나는 그 '님'이 결국엔 내가 돌아갈 그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심코 썼던 돌아간다는 말을 다시 생각합니다. 그 돌아가는 곳은 어디인가? 본향(本鄕)이라고 생각듭니다.  내가 이 땅에 왔으니 내가 기억을 못해도 분명 온 길이 있겠지요. 그 길로 다시 가는 것은 어쩌면 이 땅에서의 일상의 과정과는 다른 또 다른 無記憶속 행진일지도 모르지요. 아니면 그 님은 각자가 믿는 신(神)일 수도 있겠군요. 나를 이 땅에 보내 주신 분이니, 임께서 나를 다시 부르시면 가야지요. 그 분 앞에 서면 '애썼다' 하시면서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미소를 지어주시겠지요. 그리곤 포근히 안아주시겠지요.


6. 시집을 리뷰하면서 詩 하나 붙잡고 이렇게 길게 써 보는 것도 처음인 듯 합니다. 그러나, 막상 써놓고 보니 그런대로 괜찮네요. 여러 편의 시를 정신 없이 늘어놓는 것보다 훨씬 좋네요. 읽으시기엔 어떠신지 궁금해집니다.


7. 시인 신석정(辛夕汀)은 1907년 7월 7일 전북 부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시인이자 한학자였던 조부와 부친 슬하에서 당시(唐詩)와 한학을 공부하며 엄격한 가풍 속에서 성장했다고 합니다. 첫 작품 [기우는 해]를 '소적'이라는 필명으로 1924년 11월 24일자 조선일보에 발표합니다.  1930년에 상경해서 동국대학교의 전신인 불교전문강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불전(佛典)공부를 합니다.  서울에 있는 동안 '시문학' 제 3호에 [선물]을 발표하며 정식으로 문단 데뷔, 박용철, 정지용, 이하윤,김기림 등과 함께 순수시를 전개합니다. 


8. 시인이면서 동시에 존경받는 교육자였다고 합니다. 1974년 7월 6일 영면합니다. 시인의 시 세계를 김기림은 "유토피아를 흠모하는 목가 시인"이라고, 서정주는 "도교적 자연주의" 또는 "전원시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해방을 전후한 무렵부터는 이른바  지사 정신을 바탕으로 현실 참여적 성격이 강한 시편들을 지속적으로 생산합니다. 


9. 신석정 시 세계의 특징은 어렵고 난해한 용어 대신에 일상어, 우리말로만 시화(詩化)하는 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 가슴 속에는 / 바람에 사운대는 꽃이파리가 있다. / 꽃이파리가 마련하는 머언 세월이 있다. // 내 가슴 속에는 / 五層塔을 넘어 石鍾을 스쳐 간 하늘이 있다. / 별들을 간직한 하늘의 착한 마음이 있다. // 내 가슴속에는 / 벚꽃 흐드러진 속에 젖먹일 업고 山菜ㄹ 캐는 '정상두'아낙네가 있다. / 그 아주머니의 싸늘한 젖꼭질 물고, 땅을 허비던 어린 것의 뭉캐진 손톱이 있다. //  내 가슴 속에는 / 바다같이 울던 金山寺 매미 소리와 귀촉도가 있다. 항상 異邦이라서 설리 우는 귀촉도의 더운 피가 있다."               - '내 가슴속에는' 第二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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