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치열한 무력을 -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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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의 제목에 상반된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치열함과 무력감은 서로 이질적이지요. '본디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2. 저자는 현대사상과 이론종교학을 전공한 사사키 아타루란 학자입니다. 로자 이현우는 이 저자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을 가라타니 고진의 [탐구]이후에 그를 가장 놀래킨 일본인 비평가라고 하는군요. 이 책은 내가 아직 못 만나 봤군요.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말입니다. 제목이 좀 세게 나가는군요. 잘라라~. [치열한 무력을]은 '잘라라'이후의 강연과 대담을 엮었습니다.  '잘라라'도 곧 읽어봐야겠습니다.


3.  이렇습니다. 독서 생활이란, 이렇게 책이 이어지는 것이지요. 읽을 만한 책이 없다는 사람의 말은 제 귀에는 '난 책을 읽을 줄 모르오'로 들립니다.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진짜 읽을만한 책이 없다면, 내가 사부로 모시지요. 책을 제대로 읽다보면, 이 땅에 살아가는 동안에 한 권이라도 더 읽겠다는 욕심이 생겨야 정상이라고 생각듭니다만, 내가 너무 유별난가요? 


4. '말(言)이 태어나는 곳'이라는 주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곳에 잠시 앉아 있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서 타자의 말과 만나고, 자기 안에 말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표현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군요. 말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문제이긴 합니다. '언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언어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지요. 언어의 경계를 긋는 다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는 표현이기도 하지요. 비트겐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양쪽에서 접근할 수 있지 않으면 경계가 아니다."


5. 회화에서의 언어 예술도 언급이 되는군요. 하긴, 꼭 문자로만 기록되어야만 언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은 무리가 있지요. 실제로 언어로 기록되지 못하는 작은 부족민들의 언어도 있습니다. 그들에겐 추장은 있어도 (세종)대왕이 없어서 그렇겠지요? 말이 태어나는 곳에 이미지도 태어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합니다.


6. 책의 부제로 적혀있는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를 봅니다. 소크라테스 시대의 아테네에선 물리적인 부와 번영이 중시되고 '앎'은 멸시 대상이었습니다. 그 당시 시민이라 함은 무기를 소지하고 적과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지칭했지요. 그런 형편이다보니 철학자들에 대한 홀대가 얼마나 심했을 지 이해가 되시지요? 아뭏든 그 악조건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 중에 소크라테스가 단연 돋보입니다. 


7. 저자가 좋은 조언을 해주는군요. '지혜'란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 세상의 한 부분으로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 또 사랑할 것인가? 이에 대해 항상 용기를 갖되 지배하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친구 처럼 잘 지내기를 당부하는군요. 유치원 선생 같군요.


8.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대담자가 사노 요코라는 사람이 쓴 책에 "돈이 있으면 일 따위 그만 두고 싶어"라는 구절이 있어 놀랐다는 말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이런 고민은 안 할 거라고 생각했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좋하하는 일, 즐기면서 하는 일, 나아가서 놀면서 하는 일에 보수가 주어지고 먹고 살만 한 사람은 진정 행복하겠지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일에 평생 목을 메고 가기엔 우리 삶은 너무 아름답지요. 


9. 사사키 아타루란 이 저자 매력있군요. 번역을 그리 한 건지 몰라도 어투가 참 편합니다. 아는 것도 많구요. 1973년생 젊군요. 뭐랄까 그의 말은 탄산 음료같이 톡 쏘는 강렬한 뒷맛이 있군요. 무겁고 재미없는 주제들을 가볍고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사유의 길을 터주고 있군요. 앞으로 학문적으로 많은 성과를 기대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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