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 구본형의 자기경영 1954-2013
구본형 지음 / 김영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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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2년 봄. 나는 10여년 동안 몸 담았던, 비교적 안정된 직장을 그만 두고 나와서 남행열차를 타기 위해 짐을 꾸립니다. 내가 가방 싸는 모습을 심란하게 보고 있던 아내. 열린 가방 틈으로 보이는 책 한 권을 보고 눈빛이 변합니다. 그 책 제목은 [떠남과 만남]이었지요.


2. 왜 그럴까? 잠시 생각해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는 책 제목이긴 하군요. 집을 떠나 도대체 어디가서 누구를 만나겠다는 거야? 그 책 첫머리엔 이 책의 저자인 구본형이 어딘가 회사 수련회인가를 떠나 있다가 홀로 숙소 주변을 거닐면서 홀로서기의 결단을 내리는 모습을 그려주고 있습니다. 


3. '변화경영 전문가' 아마도 이런 생각과 표현은 국내에선 저자가 처음인 듯 싶습니다.  '변화경영 사상가'라는 표현도 좋아했군요. 아니, 궁극적으로는 '변화경영 시인'이라는 호칭을 듣고 싶었던 그 분. "시는 젊음의 그 반짝임과 도약이 필요한 것이므로 아마도 그 빛나는 활공과 창조성을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시처럼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시처럼 아름답게 살 수는 있지 않겠는가. 자연과 더 많이 어울리고, 젊은이들과 더 많이 웃고 떠들고, 소유하되 집착이 없는 자유로운 행보가 가능할 것이다."


4. 이 책은 저자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구본형 칼럼]이라는 제목으로 남긴 604편의 원고 가운데 저자의 생애와 사유의 스펙트럼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작 60편을 선별해서 묶은 것입니다. 저자의 삶의 주된 주제였던 변화와 자기경영을 표현하기 위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 상징하는 이미지를 가져와 각 글들을 재분류하여 구성되어 있군요.


5. 저자의 여러 장점 중 실천과 나눔을 생각합니다. 그는 삶을 풍요롭게(일단 정신적으로)해주는 어떤 좋은 아이디어나 이론이 떠오르면 일단 먼저 그가 실천과 적용을 해봤다고 합니다. 그리고 쓸만하다 싶으면 다른 이들도 적용 할 수 있도록 활용의 폭을 넓힙니다. '음식 공급을 중단함으로써 생각 없이 진행되는 일상에 제동을 걸어라. 무슨 일이 있어도 새벽 두 시간은 자신에게 투자하라. 다른 사람이 아닌 어제의 나와 경쟁하라. 책 쓰기를 통해 전문성을 인정받아라. 직장인의 생명은 필살기다. 시처럼 사는 인생.....' 같은 방법론은 자신을 일차적인 도구로 실험하여 탄생했습니다.


6. 저자가 홀로서기(변화경영가 1인 기업)를 하면서 초기에 가장 주력한 것은 여행과 독서입니다. 차츰 바쁜 일상이 거듭되자 여행은 지방이나 해외 강연을 오가는 것으로 대체합니다. 그러나 책은 손에서 놓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한 해에 약 1,000권의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고 하니 대단하지요.


7. 저자가 '책을 읽는 한 가지 방법'이라는 글(詩 비슷한 형식으로..)을 썼는데, 좀 길지만 읽어보시렵니까? 그래도 리뷰에서 하나라도 건져봐야 안되겠습니까?  "책을 읽는 방법"  아마도 저자의 체험기로 짐작됩니다.


"먼저 방에 처박혀 읽고 읽고 또 읽는거야  / 그저 시간을 모두 읽는 데 쓰는거야  / 물론 TV는 끄고 쓸데없는 모임을 끊어야지 / 끊을 때는 베틀에 짜던 실들을 일격에 쳐 없애듯 단호해야지  시퍼런 칼날 같아야지 


그리고 제대로 된 놈이 쓴 제대로 된 책을 읽는 거야 / 마음에 드는 작가 놈의 책을 모조리 읽는 거야 / 그놈을 읽을 때는 그놈만 들이파야 해 / 처마 끝 낙수가 돌을 뚫듯 활을 잡고 과녁을 삼킬 듯 빛나는 눈으로 붙잡은 그 놈 / 그놈만 물고 늘어져야 해 / 딴 놈은 절대 기웃거려서는 안 돼 / 그 다음에는 그놈이 읽은 책들로 다가가 모조리 읽어치워야 해 


사흘을 굶은 놈이 음식을 탐하듯 모두 먹워치워야 해 / 펑 하고 배가 터지듯 단단한 돌머리가 깨지고 / 정신이 깨어 차원이 달라지면 마음이 즐거워져 / 잃어버린 마음이 되돌아오듯 / 알 수 없는 기쁨으로 그득하게 돼  세상이 보이듯 눈이 밝아지는 거야 / 오, 깨달음만이 깨달음을 불러오고 / 다른 차원만이 이전의 차원을 버리게 해 


잡다하게 구걸한 지식으로는 지혜에 닿을 수 없어 /  용맹정진 하는 선사처럼 눕지 않고 자지 않으니 / 매와 호랑이처럼 사납지 않고는 / 돌고도는 게으름을 벗어던질 수 없어 / 다른 세계로 들어갈 때 우리는 늘 이렇게 해 / 먼저 다 버리고 하나만 남겨 / 오직 하나의 초점에 집중해 / 모기가 쇠가죽을 뚫듯 온몸으로 돌파하는 거야."


8. 좀 길지만, 무언가 가슴이 후련해지는 것 같지 않으시나요? 나는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책을 읽는 행위가 더 이상 정(靜)적인 것이 아니라 동(動)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위의 "책을 읽는 방법"을 읽고도 아무런 느낌, 책을 좀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정말 대단한 사람일 것이라 생각들긴 합니다만..


9. 혹 알고 계시겠지만, 저자 구본형은 2013년 4월, 59세로 이 땅을 떠났습니다. 그는 갔지만 그의 나눔을 분양받은 멘티들이 그의 뜻을 이어가며 씨앗을 뿌리고, 나무를 키우고 있습니다. 2005년 부터 연구원을 선발, 꿈벗들과 동행하며 '나'답게 살아가려는 이들을 도왔습니다. 100여 명의 제자들과 함께 공부하고, 함께 여행했던 그. 이제 그 멘티들이 그 뜻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자의 기본적인 생각의 근원은 '나 스스로가 변화되어야 한다'였습니다. 구본형을 알던 사람은 아는 대로, 모르던 사람은 모르던 대로 좋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조언대로 '제대로 된 놈이 쓴 제대로 된 책'을 고르는 안목을 길러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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