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 세월과 내공이 빚은 오리진의 힘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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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식당의 저력

 

 

()를 이어 장사가 잘 되는 음식점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비용, 이론, 효율적인 면에서 그 위대한 역사를 모두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관록의 요리사 박찬일이 '노포 탐사 프로젝트' 10년의 결정판으로 이 책을 내었다. 서울 중구의 전설적인 평양냉면집 우래옥부터 3대째 이어지는 해장국집 청진옥’, 음식자재에 까칠한 대구 상주식당’(겨울엔 문을 닫는다), 하루 삼천 그릇을 판다는 서울 부원면옥’, 세대 초월 사랑받는 부산 마라톤집’, 주인의 굳은살이 증명하는 최고의 갈비 맛 서울 연남서서갈비’, 위치가 바뀌어도 손님이 끊어지지 않는 서울 열차집등등 20곳의 오래 된 식당들이 소개된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변화를 뒤로 미루는 우직함이다. 단골집이라는 것은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한결같다는 느낌이 들어야만 진짜 단골집이다. 음식 맛은 물론이거니와 간판모양이 바뀐다던가, 실내외 인테리어가 바뀐다던가 하면 "! 주인이 바뀌었나?"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직원들도 자주 바뀌지 않기 때문에 오랜만에 가도 얼굴을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해준다는 것도 단골집의 특징이다. 백년 식당은 대체적으로 식자재 거래처를 잘 바꾸지 않는다고 한다. 그 만큼 서로 신뢰감으로 함께 간다는 이야기다. 웬만해선 음식 값도 잘 올리지 않는다. 초심을 잃지 않고 대를 이어 간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노포'라는 단어 자체가 복고풍 분위기를 흠씬 풍겨준다. 새로운 트렌드에 밀려 '노포'가 많이 사라져갔지만, 최근 유명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을 중심으로 '노포 순례'가 유행하게 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식당 개업 후 3년 내에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은 요즈음이라 더욱 그렇다.

 

 

장사가 잘 되는 집들은 잘 되는 데로, 안되면 안 되는 데로 다 이유가 있다. 오래 전 직장 근처(서울 안암동)에 만둣국집이 새로 생겨서 직원들과 자주 점심식사를 그 집에서 했다. 그리고 모두들 가까운 곳에 먹을 만한 집이 생겨서 좋다고 했다.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식당인 그 집은 개업 후 한 달도 안 되어서 줄을 서서 먹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얼마 안가서(6,7개월?) 음식 맛이 변하기 시작했다. 국물이 처음과 달리 영 아닌 것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물탄 육수국물이었다. 밍밍한 국물 맛에 더 이상 그 식당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 초심을 잃은 탓이다. 결국 그 식당은 1년도 못되어서 문을 닫았다. 왜 손님이 끊겼는지 알았을까?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때는 늦으리...

 

고 씨는 부원면옥의 카운터를 지키면서 하루 한 끼는 냉면으로 먹는다. 먹어봐야 팔 수 있다는 소박한 영업 방침이다. ‘먹어봐야 맛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체크되겠지요. 애들 가져서 입덧 할 때 빼고는 늘 먹었어요. 아마 세계에서 제가 냉면 제일 많이 먹은 사람 중 한 명일 거예요.’” 주인은 그 음식을 가장 많이 먹어본 사람이어야 한다 서울 부원면옥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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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3-15 17: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직함.
요즘은 이 단어가 사전에서 사라져가나 싶었는데, saint님의 리뷰에서 노포의 비결에서 다시 만나니 훈훈합니다.
우직함이 조롱받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을 향해!

쎄인트 2021-03-15 18:00   좋아요 1 | URL
예...그러네요...얍상한 세상에서 ‘우직함‘이란 단어가 생경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미련한듯 보이지만, 속이 꽉 찬...‘우직함‘을 자주 만나볼 수 있게 되길 소망합니다.

붕붕툐툐 2021-03-15 2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할머니 때부터 대를 이은 우래옥 단골~ㅎㅎ 사서 다 가봐야겠습니다. (먹는 욕심 최고~ㅋㅋ)

쎄인트 2021-03-15 21:39   좋아요 2 | URL
예..그러시군요~대를 이어 운영하는 음식점은 또한 대를 이은 단골들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지요~ㅎㅎ

scott 2021-03-15 2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장기화로 이런 가게들 사라지면 안되는뎅 ㅠ.ㅠ

쎄인트 2021-03-15 21:40   좋아요 2 | URL
저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대부분 이런 백년 식당들은 배달을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이 시기를 잘 버텨주길 바랄 뿐입니다.
 
1970, 박정희 모더니즘 - 유신에서 선데이서울까지
권보드래 외 지음 / 천년의상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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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를 읽는 것은 시대를 읽는 것이다. 그 당시엔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였던 여러 사건들을 다시 들여다보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도 많았다. 1960~1970년대 그리고 그 후까지 이어지던 독특한 사회구조와 문화는 현재 진행형인 것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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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대망론
이성민 지음 / 강단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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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7년 전 출간된 책이다. 현재 절판으로 뜬다. 어쩌다 이 책이 내 서가에 꽂혀있는지 기억이 가물하다. 그리고 왜 지금 이 시점에 내 눈에 띄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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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생각들 - 변화할 줄 아는 삶을 위한 3개의 조언
바바라 오클리 지음, 이은경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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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변화를 원하는 사람이 많지만, 정작 변화를 시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저자는 180도 달라진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특징을 추려보았다. 저자는 평범한 인물이 평범한 삶 속에서 어덯게 가능성을 찾고 변화했는지를 이야기해주며 누구나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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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의 맛 - 은퇴전문가 한혜경의 지지고 볶는 은퇴 이야기 28가지
한혜경 지음 / 싱긋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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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의 맛 】- 은퇴전문가 한혜경의 지지고 볶는 은퇴 이야기 28가지

_한혜경 / 싱긋


“은퇴 그 후”


이 책을 읽다보니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 실존인물이다. 오래전 일이다. 사원으로 입사해 이사까지 된 사람이다. 성격은 좀 까칠하지만 부지런한 사람이다. 이 양반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입버릇처럼 한 말이 있다. 나한테만 할 말이 아니었겠지만, 퇴직하면 여행이나 실컷 다닐까라고, 그동안 시간 없어서 못 먹었던 팔도의 맛집을 다 다녀보고 싶다는 말을 하길래 그러시라고 맞장구를 쳐줬다. 내심 당신이 다녀봐야 얼마나 다니겠냐 싶어서 한 소리였다. 그런데 진짜 그는 그렇게 떠났다. 아예 퇴직금 수령 통장을 따로 만들어서 통장과 카드만 들고 집을 나갔다고 했다. 그래도 식구들은 며칠 바람 쐬다 오려니 했는데, 아예 폰도 꺼놓은 상태로 2년 만에 홈리스처럼 집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그 기간 동안 식구들은 기가 막혔다. 실종신고까지 할뻔 했다. 전화는 안 받아도 가끔 집으로 전화는 했더란다. 나 아직 살아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 2년이라는 시간동안 대학원 다니는 막내딸이 등록금을 못내 휴학을 하고, 아내가 무슨 수술인가를 받았는데도 돈도 안 보내주고, 집에도 안 다녀갔다. 퇴직금을 다 쓰고 거꼴로 집으로 기어들어온 아비라는 작자에게 자식들은 등을 돌렸다. 아내도 막내딸 결혼시키고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들렸다. 그리곤 내가 집과 직장을 옮기면서 내 관심 밖에서도 멀어져갔다. 그 사람, 집 떠난 2년 동안 진정 행복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은퇴 후 ‘나의 은퇴일기’라는 제목의 글로 한 저널에 연재했던 글을 수정 보완했다. 은퇴한다고 말했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들은 이야기가 ‘여행’이다. “이제 여행도 마음껏 다니실 수 있겠네요. 좋으시겠어요. 부러워요.” 그러나 막상 앞 기수 은퇴선배들은 “한 1년은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고 그러느라 정신없을 거야.” 좋다는 이야긴지, 안 좋다는 이야긴지 헷갈리는 마음이 들더란다. “지금은 말해도 소용없어. 한 1년 지나면 너도 알게 될거야.” 그런데 은퇴 직후에 연구실 정리를 모두 끝내고 교문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그날따라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아, 이제야 길고 긴 여행이 끝났구나. 이제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앞서 소개한 싸나이가 이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자리 잡았다면 2년씩이나 집을 비우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책엔 저자가 은퇴 후의 삶에 좌충우돌 적응해나가는 과정이 진솔하게 담겨있다. ‘공간문제로 이혼까지?’라는 대목이 그 중 흥미로웠다. 은퇴자들(특히 남성. 저자가 만난 인터뷰이들의 90%가 남성이었다고 한다.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이 은퇴시기까지 직장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으로 이해한다)이 마음에 깊이 담고 실천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저자가 친구들과 만나 수다타임을 갖던 중, 그 날의 수다 주제는 ‘은퇴와 공간문제’였다고 한다. 지방에 있는 연구원에 다니던 친구 A의 남편이 은퇴 직후 연구실에 있던 한 살림을 용달차에 싣고 집으로 가져왔다고 한다. 문제는 4식구 살기에도 빠듯한 공간에 방 하나도 모자라 여기저기 쌓아놓은 잡동사니(친구 A의 표현)를 보며 남편을 제외한 식구들 모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저자 역시 비슷한 시기에 은퇴한 남편과 집안에서 공간(이라 쓰고 영역이라 읽는다)다툼 신경전을 벌이게 되었다고 한다. 은퇴남들이여! 아내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지어다. ‘동물의 왕국’을 보면 동물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자신의 영역을 침입한 무리외의 수사자에게 암사자가 목숨을 걸고 영역을 지키려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심하게 물리거나 쫓겨나지 않으려면 집안에서도 아내의 영역을 존중해줘야 할 것이다. 천지사방에 늘어놓고 함부로 영역표시하고 다니지 말일이다.


“부디 이 책이 은퇴 후에 또는 100세 시대에 어떤 일상을 보내야 할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공감과 위로 내지 작은 이정표가 될 수 있기를,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작은 신호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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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14 0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은퇴후 집을 나가신 그분의 이야기를 읽는데 한편으로는 기가 차고 한편으로는 짠하네요. 어떠면 그분은 집에서 많이 외로우셨던게 아닐까요? 한국남자의 특성상 평생을 돈버는 기계처럼 살다가 이게 뭔가 싶은 억울한 마음이 은퇴와 동시에 진하게 들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아래의 인용문 “아, 이제야 길고 긴 여행이 끝났구나. 이제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구나”라는 문장이 더 마음에 와닿습니다.

쎄인트 2021-03-14 09:33   좋아요 0 | URL
예..공감합니다. 저도 지인의 에피소드를 옮기며 그분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도 가끔 갖는 생각 중 ˝내가 돈 벌어주는 기계인가?˝ 하는 자괴감에 빠질 때가 있었는데..그분도 내내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요. 단지 2년이 아닌, 2달 정도만 밖에서 그리 지내다 들어오셨으면 좋았겠다 하는 마음이 들어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