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Book〉
《 서평가의 독서법 》 - 분열과 고립의 시대의 책읽기
_미치코 가쿠타니(지은이), 김영선(옮긴이) / 돌베개 2023-03-13
“‘무인도’에 가져갈 책(외딴섬에 난파될 경우 가져가고 싶은 책)으로 뭘 선택할 것인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언제나 셰익스피어 극을 이야기한다. 셰익스피어 극은 대단히 흥미로우며 다층적이고 복잡하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언어가 단순해서 구조선이 도착할 때까지(또는 도착하지 않을 때까지)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셰익스피어 극은 인간의 상상력에 가장 기본적인 물리학 법칙을 거스르며 불러일으키는 기적을, 다시 말해 무(無) 거의 무(無)(낡은 줄거리의 재활용)로부터의 창조를 상기시킨다. 또 현재 전 세계 학생들이 잘 아는, 인간들이 바글바글 들끓는 세속 세계의 발명을 상기시킨다.” (P. 329)
위의 글에서 ‘무인도에 가져 갈 책’이라는 질문은 사실 어처구니없다. 난파될 경우를 대비해서 가져갈 책이라는 것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나도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얼떨결에 성경책(어차피 한 번 읽어서 이해도 안 되고, 읽은 부분들은 기억에서 지워져버리므로)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다른 벽돌책들(베개 대용으로도 쓸 겸)이 떠오른다. 위의 질문은 이렇게 고쳐야한다. “어쩌다 무인도에 정착했는데, 곁에 있었으면 하는 책은 어떤 것인가요?”
그나저나 서평가는 책을 다르게 읽어야 할까? 어떤 방법으로 읽어야 잘 얽었다고 소문이 나고, 어떻게 서평을 써야 잘 썼다는 소리를 들을까? 이 책의 지은이 미치코 가쿠타니는 업계(서평, 문학비평가 그룹)에선 널리 알려진 존재이다. 1998년에 비평 분야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워싱턴포스트》 《타임》을 거쳐 1979년 《뉴욕타임스》에 합류해 1983년부터 2017년까지(34년간?) 서평을 담당했다. ‘영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가’로도 알려져 있다.
지은이는 이 책에 99권의 책 제목을 달아서 글을 썼지만, 글 내용 중에는 다른 책, 다른 작가이야기도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수백 권의 책을 만날 수 있다(당연히 내가 읽은 책보다 안 읽은 책이 더 많다). 가쿠타니 자신이 "여기서 나는 비평가보다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책을 소개하려 한다."고 했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독설과 혹평을 자제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은이의 책 소개는 예리하다. 내가 같은 책을 읽으며 못 느꼈던 부분들을 메우는 시간이 된다. 서평을 쓰거나 독서계획을 세우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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