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그 자체 - 40억년 전 어느 날의 우연
프랜시스 크릭 지음, 김명남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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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그 자체프랜시스 크릭 / 김영사

 

 

1. ‘화성통신이 화제다. 화성에서 흐르는 물, 소금천 개천의 발견이 관심에 모인다. 이는 곧 인류의 화성 거주 가능성 때문이다. ‘나 홀로 화성 생존기를 그린 영화 마션에선 부족한 식량을 얻기 위해 자신의 배설물을 이용해 감자를 키운다. 물은 우주선 연료에 화학반응을 일으켜 만들어낸다. 인간이 화성에서 살고 싶다면, 산소와 물, 식량, 에너지 그리고 주거 공간이 필수요소로 준비되어야 한다. NASA2020년 화성에 산소발생기 목시를 보내 화성 대기 중 산소비율을 높일 예정이다.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비슷하다는 행성인 화성은 계속해서 인간의 관심 영역 중 제일 가까운 곳에 위치할 것이다.

 

 

 

2. 이 책의 저자 프랜시스 크릭은 좀 독특한 과학자다. 1916년 영국 태생인 크릭은 분자생물학과 신경과학에서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내놓았다. 물리학을 공부한 뒤, 영국 해군에서 무기개발에 참여했다. 전쟁 후엔 생물학을 공부했다. 1962년 크릭과 제임스 왓슨은 DNA 분자구조의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크릭은 생명의 기원에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정향 범종설(定向 汎種設) 이라는 이론을 제안했다.

 

 

 

3. 정향 범종설은 생명이 지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지구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있는 외계 생명체에 의하여 생명의 씨앗이 지구에 뿌려진 것이라는 이론이다. 물론 학계에 대단한 충격을 주었다. 1981년 크릭이 정향 범종설을 널리 알리기 위해 펴낸 저서가 바로 이 책 생명 그 자체 : 40억 년 전 어느 날의 우연(Life Itself) 이다.

 

 

4. 이 우주 천지에 지구 말고 다른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할까? 에 대한 궁금점은 인류의 영원한 화두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이탈리아의 물리학자인 엔리코 페르미는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물리학자들과 담소를 나누면서 우주에 사람처럼 생각할 줄 아는 생물체가 존재할지 모른다는 주장에 대해 아마도 그런 생물체는 지구를 식민지로 만들려 했을 것이라고 거들면서, “정말로 그런 일이 모두 벌어졌다면, 지금쯤 그들은 벌써 이곳에 도착했겠지. 그래서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요컨대 페르미는 외계의 지능을 가진 존재가 지구를 방문하여 식민지로 만든 증거가 없으므로 우주 속에 우리가 홀로 존재한다는 논리를 펼친 셈이다.

 

 

 

5. 크릭은 서문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페르미의 논증을 당연시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페르미 논증의 각 단계를 자세히 따져 보는 것이라고 집필동기를 밝혔다.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 우리가 확신 할 수 있는 사실은 단 하나다. 생명이 언제 어디에서 생겨났든 그 시작은 아주 오래전이었다는 점이다.” 하도 오래 전 일인지라, 확실한 것보다 불확실한 것들이 많다.

 

 

 

6. “생명의 기원 문제는 기본적으로 탄소 화합물의 화학, 즉 유기화학의 문제다. 다만 특별한 틀 속의 유기화학이다.” 이 말은 자연스럽게 DNARNA 이야기로 넘어간다.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대부분의 화학자들은 RNA가 먼저 생겨났고 DNA는 그 다음에 나타났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RNADNA보다 반응성이 더 크기 때문에 원시 지구의 환경에서도 쉽게 합성되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함께 한다. “적어도 지구의 생명은 단백질과 핵산이라는 두 고분자 체계를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단백질은 다재다능함과 높은 반응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반대로 핵산은 복제에 안성맞춤이지만, 섬세하고 재주 많은 단백질에 비해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다. RNADNA는 생분자 체계의 멍청한 금발 미인이나 다름없다.”

 

 

 

7. 화학, 생물 공부는 일단 이쯤에서 멈춘다. 크릭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크릭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생각은 하나로 이어진다. 생명이 지구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영원히 알아내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우리는 다음과 같은 현실적인 질문에 맞닥뜨릴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우주의 다른 곳으로 우리와 같은 형태의 생명을 퍼뜨려야 할까? 퍼뜨려야 한다면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할까?’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크릭의 복잡한 이론과 생각도 나름 도움이 되지만, 그의 염려가 더 진솔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동감이다. “내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바는 단 하나, 서두르지 말자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우리에겐 앞으로도 수천 년의 시간이 더 있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는 더 많이 알게 될 것이고, 어려운 숙제를 더 잘 다루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 세계의 정치적 안정이 무한히 오랫동안 유지된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 어쨌든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라면 너무 밀어붙이지 말자는 것이다. 은하를 함부로 오염시켜서야 곤란하지 않겠는가.” 화성 바라기들이 마음에 담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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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 -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
말콤 글래드웰 지음, 선대인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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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말콤 글래드웰 / 21세기북스

 

 

1. “내게로 오라. 내가 네 살점을 공중의 새들과 들짐승에게 주리라.” 고대 팔레스타인의 중심부인 세펠라 지역. 다윗과 골리앗의 한판 승부가 펼쳐졌다. 거인 골리앗은 양치기 소년 다윗을 향해 코웃음을 친다. “내게로 오라.” 덤빌 테면 덤벼 봐라 는 뜻도 있지만, 저자의 이 부분 해석이 흥미롭다. “그가 내게로 오라고 한 말뜻은 근거리에서 맞붙어 싸울 수 있도록 바로 자기 앞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백병전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윗은 일대일 결투의 관행을 존중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다윗은 골리앗을 향해 달려갔다. 그는 물매에 돌을 장전하고 휙휙 돌렸다. 골리앗은 자만심으로 꽉 차있었다. 45킬로그램이 넘는 갑옷을 입고 근접 전투에 대비하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고 서서 갑옷으로 적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찌르기 창으로 일격을 날릴 수 있는 전투 상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골리앗에게 결과는 허망했다. 역사학자 로버트 도렌웬드는 다윗과 맞선 골리앗이 가진 승산은 칼로 무장한 청동기 시대의 전사가 45구경 자동 권총을 맞섰을 때와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하긴 이런 장면은 영화에서 자주 쓰인다. 인디아나 존스에서도 써먹었다.

 

 

 

2. 왜 다윗과 골리앗인가? ‘다윗과 골리앗스토리는 보통사람들이 거인을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한 것이다. 여기에서 거인이란 군대와 힘센 전사에서부터 장애, 불운, 그리고 압제에 이르는 모든 종류의 강력한 적을 뜻한다. 이 책에서 저자 말콤 글래드웰이 치밀하게 수집한 자료를 치우침 없는 시각으로 잘 풀어나가고 있다. 저자는 거인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스스로 묻는다. 아니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규칙에 따라 싸워야 할까, 내 직감을 따라야 할까? 굴하지 않고 싸워야 할까, 포기해야 할까? 당한 만큼 반격해야 할까, 용서해야 할까?’

 

 

 

3. 저자는 두 가지 생각에 초점을 맞춘다. “첫째,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많은 것들은 이런 식(다윗과 골리앗)의 일방적 우위를 점한 충돌 속에서 나온다는 생각이다.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맞서는 행동이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둘째 , 우리는 항상 이런 종류의 충돌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충돌을 잘못 읽고, 잘못 해석하고 있다. 거인은 그런 존재가 아니다. 거인에게 힘을 주는 원천인 것처럼 보이는 요소는 종종 커다란 약점을 낳은 원천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신이 약자라는 사실은 때때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바꾸어놓을 수도 있다.”

 

 

 

4. 약점의 유리함, 강점의 불리함 : 비벡 라다니베라는 농구 코치 이야기는 약자와 강자를 구분하는 것에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과연 누가 강자이고, 누가 약자인가? 비벡 라다니베는 딸 안잘리 가 속한 농구팀 코치를 맡기로 하면서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 번째는 절대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주위사람들은 그저 웃고 말았을 것이다) 열 살~ 열 두 살의 농구팀을 이끌면서 소리를 안 지르고 어떻게 아이들을 끌고 갈 것인가? 라다니베는 자신이 소프트웨어 회사를 경영하는 방식을 농구에도 적용해보겠다고 결심했다. 침착하고 부드럽게 말하며, 이성과 상식에 호소하는 지혜로운 접근법으로 소녀들을 설득해보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은 더 중요했다. 라다니베는 미국인들이 농구하는 방식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뭄바이 출신인 그는 크리켓과 축구를 하면서 성장했는데, 농구 게임을 처음 보았던 때를 결코 잊을 수 없다. ‘농구란 참으로 단순 무식하구나’. A팀이 득점하면 곧바로 자기편 진영 끝으로 돌아간다. 반면 상대 B팀은 사이드라인에서 공을 패스해서 A팀 진영의 끝을 향해 드리블해 들어간다. 그동안 A팀은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그러고 나면 그 과정을 뒤바꿔서 되풀이하는 것이다. 라다니베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의 팀에게 상대 팀을 기다리는 시간을 없앴다. 다소 오합지졸 인 듯 보이는 작전의 결과는 최 약체팀을 전국선수권대회 결승전까지 올라가게 했다. 딸이 하는 말이다. “정말로 막무가내였어요. 그러니까, 아빠는 한 번도 농구를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이 에피소드는 경력이 많다는 것이 꼭 장점이 되란 법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 해보는 것은 이미 그 세계에 푹 빠져 지내는 사람들한테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된다.

 

 

 

5. 잃을게 없는 지점 :난독증(難讀症)을 가진 사람의 뇌를 스캔할 경우, 출력되는 이미지는 기묘하게 보인다. 난독증 환자는 글을 읽고 단어들을 처리하는 뇌의 특정한 중요 부분의 회백질을 적게 갖고 있다. 이들은 그 영역에 원래 있어야 할 만큼의 뇌세포를 가지고 있지 않다.”분명히 난독증은 이 세상을 살아갈 때 도움이 안 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전통적인 관점에서 단점은 우리가 피하고 싶은 부분이다. 그 단점을 안고 간다면, 더 나쁜 일상이 이어질 수 있다. 시련 또는 역경이라고 표현된다. 그러나 반드시 꼭 그렇지는 않다. 저자는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그 단점이 곧 역경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성공한 기업가들 가운데 놀랄 만큼 많은 수가 난독증을 갖고 있다는 점에 급 관심이 간다. 그 중 몇 명만 거론하다면, 영국의 억만장자 기업가인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과 그의 이름을 딴 증권중개회사의 창립자인 찰스 슈워브, 휴대전화의 선구자인 크레이그 맥코, 미국의 저가 항공사 제트블루 창립자인 데이비드 닐먼, 기술 산업계의 거인 시스코의 CEO 존 체임버스, 킨코스의 창립자 폴 오팔리아 등이 난독증 환자다.

 

 

 

6.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마무리도 그렇게 해본다. 성경에 보면, 다윗이 시내에서 매끄러운 돌 다섯 개를 주머니에 넣어 골리앗에게 나아갔다고 되어있다.(삼상 17:40) 왜 다윗은 골리앗과 한 판 승부를 앞두고 물맷돌을 다섯 개씩이나 준비했을까? 한 개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기록상으론 원 샷에 끝났다). 만약 첫 번째 돌이 빗나갔다면 다윗과 골리앗의 스토리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상황이 반대로 나타났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수긍이 가는 해석이 있다. 이지웅 목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실 우리는 골리앗을 블레셋의 대표 장수로 알고 있지만, 성경 본문(삼상 17:4, 23)을 잘 살펴보면 골리앗이 블레셋의 대표 장수가 아닌 가드 부족의 대표 장수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이 블레셋과 전쟁 중이라는 말은 블레셋을 구성하는 다섯 부족과 전쟁 중이라는 의미입니다. 골리앗은 가드의 대표 장수였으므로, 가사와 아스돗, 에그론, 아스글론을 각각 대표하는 장수가 네 명 더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윗은 아마도 골리앗(물론 블레셋의 모든 장수 중에서도 가장 센 사람이었을 겁니다)외에 나머지 네 명의 대표 장수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입니다.” ( 『말씀을 읽다이지웅 / 예수전도단, 2014) 다윗은 강자였다.

 

 

 

 

 

7.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OTVN 비밀독서단첫 방송에 소개가 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이 갑질에 고달픈 이들에게 힘과 위로와 해결책이 되길 바란다는 언급이 있었다. 옮긴이 선대인은 이 책은 말콤 글래드웰의 책 중에서 아주 특별하다. 적어도 한국 독자들에게는 그러하리라 믿는다. 한국 사례를 언급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지금 한국 사회를 염두에 두고 쓴 책처럼 느껴질 정도로 절절히 와 닿는다. 이 책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 우리가 무심코 하는 선택, 또는 당연한 듯이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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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와 미켈란젤로 - 종교개혁과 가톨릭개혁 신준형의 르네상스 미술사 2
신준형 지음 / 사회평론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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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와 미켈란젤로신준형 / 사회평론

              _ 신준형의 르네상스 미술사(2)

 

 

1. 16세기 유럽 미술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두 가지 중요한 움직임이 있다. 종교개혁과 가톨릭개혁(반종교개혁)이다. 종교개혁이 천 오백년 교회의 전통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한 이후 두 세기 동안 가톨릭 미술은 자신이 그려내는 천상과 지상의 모습을 재확립하고 교회의 의식과 신도들의 신앙수행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기능함으로써 결국 가톨릭의 교세를 복구하는 사업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2.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종교 개혁의 도전 이후 가톨릭 미술이 전개되어 나간 방향과 양상, 즉 가톨릭개혁의 미술사를 이야기한다.

 

 

3. 르네상스와 바로크는 흔히 미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정점의 시기로 생각되고 있다. 미술사를 배우지 않았어도 라파엘로, 티치아노, 루벤스 같은 거장들의 이름은 그리 낯설지 않다. 이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에는 미술이 아니라 이름을 보려고 찾아온 관람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4.  그러나 이들을, 적어도 내가 이 책에서 다루는 그리스도교 주제의 작품들을 보안장치와 인공조명의 무대에서 떼어내 당시의 시대로, 원래의 장소로 돌려놓고 보자. 16~17세기, 종교투쟁의 시기에 만들어진 이 작품들은 미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들이 말해주는 것은 천상의 구원을 향한 열망과 투쟁으로 점철된 인간의 삶이다. 구원과 투쟁, 천상과 지상이라는 양극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공존하는 패러독스의 세계, 이것이 바로 르네상스, 바로크의 작품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당시의 세계이고 삶이다.”

 

 

5. 이 책의 제1부는 그리스도교가 미술과 관련하여 첨예하게 부딪쳤던 일련의 문제들로부터 시작한다. 종교개혁과 가톨릭개혁시기의 성상논쟁을 다루고 있다. 2부는 16세기와 17세기의 미술사를 논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미술의 문제를 다룬다.

 

 

6. 루터가 제기한 가톨릭교회의 전통에 대한 비판 중 성인숭배와 성상에 대한 문제제기는 성상파괴운동으로 이어진다. 이 운동은 주로 독일어권과 네덜란드에서 극렬하게 전개된다. 그러나 사실 루터 자신은 성상파괴를 무질서한 폭력적 불법행위로 간주하여 반대했다. 성상파괴운동의 이론적 정당화와 선동은 다른 설교자들이 의해 주도되었다. 이에 맞서 가톨릭 신학자들은 성상옹호론을 편다. 이들의 논리는 8세기 비잔틴제국의 전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7. 미켈란젤로와 티발디, 주카로 등은 교회가 원한 전성기 르네상스의 전형에 충실했던 이들이지만, 한편 교회의 요구와는 조금 다른 방향의 그림을 그리면서도 교회와 그의 군주들로부터 환영받은 화가가 있다. 바로 베네치아의 티치아노다. “티치아노가 내용적으로 특별히 가톨릭개혁을 표방하는 그림을 그렸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미술사학자들은 양식적인 면에서 그의 작품들이 가톨릭개혁의 기상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또한 티치아노는 매우 정치적인 인물이었다고 한다. 교회의 강력한 후원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경력을 쌓아갔다. 작품제작과 인간관계의 균형감을 잘 유지했다고 평가된다.

 

 

 

8. 저자는 이 책의 전편을 통해 전성기 르네상스, 매너리즘, 바로크의 이백 년 세월 동안 가톨릭 서유럽의 미술가들이 어떻게 격변의 종교투쟁 시대를 살아내었는지를 돌아보고 있다. 천상의 황홀경과 지상의 투쟁과 고통은 큰 차이가 있다. 예술가들이 품고 있는 자존의식과 혼란의 사회가 부과했던 요구 사이 역시 거리감이 없을 수 없다. 아울러 이들이 짊어져야 했을 삶의 무게는 어땠을까? 이젠 그 시절의 그림들을 봐도 예사롭게 보고 지나치질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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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러와 미켈란젤로 - 주변과 중심 신준형의 르네상스 미술사 1
신준형 지음 / 사회평론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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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형의 르네상스 미술사(1)

 

뒤러와 미켈란젤로신준형 / 사회평론

 

 

왜 뒤러와 미켈란젤로인가? 이 두 사람은 미술사에서 크게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이 서로 태어난 곳은 너무 멀리 떨어져있다. 북유럽과 이탈리아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두 화가의 그림을 소개하는 안내서에서 넘어 좀 더 인문학적인 질문을 다뤄보고 싶다고 한다.

 

 

우선 저자는 한국에서 서양 인문학을 한국어로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스스로 묻고 답한다. “학자들은 두 가지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한국어로 된 인문학 저술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다면 최선을 다해서 한국어로 양질의 연구 저술을 써나가는 것이다. 물론 서양 언어로 쓰이는 논저들에 필적하는 수준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우리보다 더 유구한 서양학의 전통을 가진 일본의 학자들이 취하고 있는 바이다. 두 번째 방식은, 서양의 문학, 역사, 철학을 일반인이나 비전공자들이 접근하기 쉽게 소개하고 가르친다는 자세로 저술에 임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연구라기보다는 교육의 측면을 중시한 저술일 것이다. 어찌 보면 첫 번째 방향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과제일 수 있지만, 현행 제도 하에서 국내 대학의 연구자들은 이러한 고급 교양서를 쓰는 것으로는 연구업적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책의 저자인 고고미술사학자 신준형 교수는 여기에 한 가지 방식을 더 보탠다. 뒤러와 미켈란젤로의 미술에 대한 책을 기획하며 잡은 방향은 조금 다른 각도라고 한다. 그것은 서구의 학자들이 하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것, 이방인의 시각으로, 즉 유럽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사람의 시각으로 솔직한 옥시덴탈리즘(Occidentalism)의 책을, 옥시덴탈리즘을 인정하는 책을 써보자는 것이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는 책을 한번 써보자는 것이다.

 

 

@ 옥시덴탈리즘(Occidentalism) ;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났지만, 동일한 인식 구조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오리엔탈리즘이 서양에 의해 구성되고 날조된 동양에 관한 인식이라면, 옥시덴탈리즘은 동양에 의해 구성되고 날조된 서양에 관한 인식이다.

 

 

 

 

이 책은 다면적이고 다층적인 종교, 정치, 문화, 교역의 시대에 세계의 수도에서 최고의 조각가, 화가, 건축가로 추앙받았던 미켈란젤로와, 알프스 이북에서 로마에 버금가는 르네상스의 도시를 세우고자 일군의 지식인들과 투합했던 뒤러를 테마로 잡았다. 미술은 기본적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자신을 바라보고, 이것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해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두 도시의 예술가는 세계와 자신을 어떻게 그려냈을까? 이들이 바라보고 그려내는 방식에는 자신들이 살았던 두 도시의 다른 환경과 조건이 어떻게 작용했을까? 이것이 나의 질문이다.”

 

 

 우주의 중심 예수 

 

종교개혁과 가톨릭개혁(반종교개혁)으로 뒤흔들린 종교적 격변의 16세기. 과연 이 시기를 대표하는 두 미술가 뒤러와 미켈란젤로는 그토록 심오한 의미를 갖는 예수의 몸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뒤러는 매우 르네상스적인 예수의 몸을 그려냈다. 중세의 도상 전통을 이어받되 르네상스 미술이 제공한 여러 시각적 기법들을 사용해 메시지의 호소력을 극대화시켰다. 반면에 미켈란젤로는 르네상스를 뛰어넘는 예수의 몸을 만들어냈다.” 미켈란젤로는 르네상스미술가라고 단정하기엔 너무나 개성이 강한, 독특한 이미지를 남겼다. 일탈된 행동의 에피소드도 많다. 자연히 그의 작품에도 과도한 면이 담겨있다는 해석이다.  

 

 

 

책의 전반부의 주인공이 신과 성모 마리아였다면, 후반부의 주인공은 인간이다. 시작은 역시 몸, 하지만 이번에는 신이 아닌 인간의 몸이다. 저자의 관심은 양식적, 형태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미술적인 몸이 아니라 인간 존재를 담고 있는 형상으로서의 몸, 더 정확하게는 인간상(人間像)이라고 해도 좋을 인간의 몸이다. 즉 화가들이 자신을 포함한 인간을 어떻게 인지하고 어떻게 표현했는가 하는 약간은 추상적인 이야기가 이어진다.

 

 

뒤러나 미켈란젤로가 지닌 인간에 대한 상은 어떤 것이었을까? 우선 뒤러는 르네상스적인간의 육신을 표현하고자 상당히 노력했다. 인체비례에 대한 책을 네 권이나 썼고, 베네치아로 두 번의 여행을 떠난 것도 고전적인 인체비례를 터득하려는 목적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그렇게 균형 잡힌, 혹은 의외로 균형을 벗어난 몸의 표현을 통해 뒤러가 어떤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느냐 하는 것이다. 반면 미켈란젤로는 당시의 규준적인 인체상을 끝없이 벗어나는 다소 기괴한 인체 이미지를 추구했다.(....) 두 미술가가 육신의 물적 요소에만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표현하는 미술 기법을 완성하는데 전념했다고는 볼 수 없다. 이들이 인간의 몸을 통해 그리고자 한 것은 인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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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획의 철학 - 미루는 본성을 부정하지 않고 필요한 일만 룰루랄라 제때 해내기 위한 조언
카트린 파시히.사샤 로보 지음, 배명자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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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계획은..계획의 또 다른 이름이다. 잔가지가 정리된 매끈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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