량치차오, 조선의 망국을 기록하다
량치차오 지음, 최형욱 옮김 / 글항아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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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치차오, 조선의 망국을 기록하다최형욱 엮고 옮김 / 글항아리

 

 

 조선망국사략(朝鮮亡國史略)

 

장대(章臺) 궁전의 버들이여! 옛날에는 무성하더니 지금도 그러한지? 설사 긴 가지 옛날과 같았더라도, 필경 남의 손에 당겨져 꺾였으리라! 청일전쟁 전의 조선과 청일전쟁 후의 조선을 비교해볼 때, 더구나 청일전쟁 후의 조선과 러일 전쟁 후의 조선을 비교해 볼 때, 나는 눈물이 눈썹에 넘쳐흐름을 금치 못하겠다. 이제 조선은 끝났다. 지금부터 세상에 조선의 역사가 다시 있을 수 없고 오직 일본 번속 일부분으로서의 역사만 있을 뿐이다. 전적(典籍)에 이르기를, 상례(喪禮)의 지극한 애도는 군자가 그 근본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3000년 된 이 오래된 나라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멸망하는데 그와 친속의 관계를 가진 이로서 어찌 그 종말을 장식하게 된 사실에 대해 기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이로써 비애를 생각하니 가히 그 비애를 알겠다.’

 

 

외국인(중국인)의 눈에 비친 망국(亡國)의 기록이다. 이 글은 지은이 량치차오가 1904924일에 기록한 조선망국사략이다. 지은이는 비애를 느낀다고 하지만, 나는 분통을 금치 못하겠다. 어찌해서 나라를 그 지경까지 만들어놓았을까. 화가 치민다.

 

조선망국사략은 량치차오의 대표작이다. 조선의 지식인들이 그를 높이고 그로부터의 영향을 적극 받아들인 데는 무엇보다 그가 조선 망국에 대해 동정을 나타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선망국사략은 일제의 강점 시도가 본격화되는 1904년 발표한 글이다.

 

여기서 표현되는 장대(章臺)는 원래 전국시대 진나라 함양에 세워진 궁궐로, 그 뒤 궁전이나 유곽의 의미로 쓰였다. 장대류(章臺柳)는 장대에 심은 버들을 가리키며 아름다운 여인을 상징한다. 여기서는 조선을 비유했고, 이로써 속국을 일본에게 빼앗긴 것으로 인식한 중국 지식인의 감정을 암시적으로 느낄 수 있다.

 

 

청일 양국의 조선

 

광서(光緖)11년 청일과 맺은 톈진조약(天津條約)에서 이미 기울어진 나라꼴을 볼 수 있다. 그 조약문중 일부는 이렇다. ‘앞으로 조선이 유사시에 처할 때 청국은 군대를 파병함에 있어 먼저 일본에 교서로 자문하며, 일본이 파병함에도 청국에 교서로 자문한다.’ 무슨 말인가, 도대체 이 말이. 국제법 이론에 따르면, 조선은 이미 청일 양국 공동의 보호국으로 되었음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갑오전쟁(1894~1895년의 청일전쟁)은 결국 조선이 번속이냐 자주국이냐의 문제로 양국이 서로 전쟁을 벌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은이는 전 중국이 다부지게 조선을 장악하지 못한 실수로 조선 땅을 일본에 빼앗긴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양국이 공동으로 내정에 간섭한다는 논의가 타협을 이루지 못하게 되자 일본은 거리낌 없이 독점의 기세를 드러냈다.” 이건 뭐 조선 땅이 먼저 먹는 자가 임자라는 이야긴가?

 

일본이 조선을 점령하려고 마음먹은 것은 오래 되었다. 그 시작은 위와 같이 조선을 청나라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조선을 일본에 병합시키고 완전히 접수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 작업을 매우 끈질기고 교묘하게 진행했다.

 

 

조선을 망하게 한 것은 누구인가?

 

량치차오는 조선을 망하게 한 자는 중국인이었고, 이어서 러시아인이었으며, 끝은 일본인이었다고 하면서 덧붙이길 , , 일이 조선을 망하게 한 것이 아니라 조선이 스스로 망한 것이다.’라고 했다.

 

특히 조선 멸망의 시작과 최대 원인을 궁정에 두고 있다. 대원군에 대한 언급은 온갖 안 좋은 수식어는 모두 동원되다시피 한다. ‘대원군이라는 자는 본디 천성이 각박한 사람이다. 그 음험하고 사나운 성질은 온 한국의 조정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했다. 교만하고 흐리멍덩하면서도 조급하고 시샘이 많으니 주권자의 그릇이 못 된다. 조선은 본래 오래 되었지만 중도에 이미 쇠미해졌음에도, 섭정 초기에 그는 기강을 정돈해야 할 바를 생각하지 않고 오직 경관 토목공사를 일으켜 숭엄하게 할 생각만 하여, 전국 백성의 피와 땀을 짜내어 경복궁을 중수했다. 전후 5년에 걸쳐 백성에게 가렴주구(苛斂誅求)한 바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른바 결두전, 원납전 등등 여러 명목으로 남김없이 잔혹하게 착취했다.’

 

 

양반에 대한 평가

 

량치차오가 조선의 양반들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과 표현 역시 만만치 않다. ‘조선은 귀족과 미천한 집안의 구분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매우 엄격하다. 이른바 양반이라는 자들이 나라의 정치, 사회, 생계상의 세력을 모두 농단했다. 양반이 아니면 관리가 될 수 없고, 양반이 아니면 학업에 종사할 수 없으며, 양반이 아니면 사유재산도 안전하게 지킬 수 없다. 사실상 조선국 내에서 자유의지를 가진 자, 독립 인격을 가진 자는 오직 양반뿐이다. 그러니 양반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 저 양반이라는 자들은 모두 높이 받들어지고 넉넉한 곳에 처하며, 교만하고 방탕하여 일하지 않고, 오직 벼슬하는 것을 유일한 직업으로 삼았다. 다른 나라에서 관리를 두는 것은 국사를 다스리기 위함인데, 조선에서 관리를 두는 것은 오직 직업 없는 사람들을 봉양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량치차오는 이 글의 목적을 중국인들을 겨냥해서 썼다. 그래서 조선의 상황을 거울삼아 중국인들에게 교훈을 담아주고자 노력했다.

 

 

일진회

 

량치차오는 한국을 멸망시킨 것은 일본이요, 일본을 도와 한국을 멸망시킨 것은 한국의 일진회라고 못을 박는다. ‘일진회라는 것이 무엇인가? 정당의 이름을 사칭하고 적에게 아부함으로써 부귀를 얻은 자들이다.’ 일진회의 우두머리는 송병준, 이용구라고 지목한다. 송병준이 특히 주동자다. ‘병준이라는 자는 전에 국사(國事)와 관련된 범죄로 일본에 10년 동안 도망쳐 있다가, 러일전쟁 때 일본군 향도가 되어 귀국한 자다.’ 송병준을 표현하길 본래 음흉하고 악랄한 재주를 지니고 있었으며, 기회를 틈타는데 교묘했다고 한다. 량치차오가 유일하게 좋게 평한 조선인은 안중근이다. 조선의 풍토에선 1억 만 명 중에서 한둘 정도밖에 안 나올 정도로 귀한 존재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일진회가 일본을 도와 나라를 넘겼는가. 일본 메이지 378월 한성에서 일진회가 열렸다. 그 제1정강(政綱)은 바로 일본에 대한 찬조를 명시한 것이었다. 몇 달 되지도 않아 전국적으로 호응하여, 회의 참가자가 수십만이 되었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참으로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일병합조약

 

드디어 모두 다 일본에 넘어간다. 협정 조항 제1조는 이렇다.‘한국 황제 폐하는 앞으로 한국 정부의 일체 통제권을 완전히 영구적으로 일본국 황제 폐하에게 양여한다.’ 일본인들이 조선인 나아가서 한국 사람들을 우습게 볼만하다. ‘완전히 영구적으로라는 문장이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조선은 이로부터 다시는 국가가 아니었다. 조선은 이로부터 황실이 없게 되었다. 조선의 주권자는 10년 전에 본래 임금이었다. 이제 망해서도 임금 자리는 얻게 되니 가히 한은 없으리라. 다만 그 황실 재산을 향유할 수 있는지 여부는 조약 가운데 명문화되어 있지 않았다.’ 다분히 비꼬임이 들어간 언급이다.

 

이 책의 글들은 전체적으로 량치차오 개인의 시각이다. 중국인들의 보편적인 관점을 나타내고 있진 않다. 다소 제국주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 눈에 띈다. 조선에 대한 동정에서 벗어나 비난과 비판을 넘어 조소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 존망의 위기 속에서도 개인주의적이고 대의의존적인 안일과 무지, 무능에 젖어 있던 조선의 상황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이는 결국 현재의 국제정세와 미래 우리가 나아갈 길을 바로 보는 시각이 될 것이다.

 

 

지은이 량치차오는

 

아편전쟁이 일어난 지 33년 뒤, 태평천국의 난이 진압된 지 10년 뒤, 서구의 충격이 중국으로 한창 물밀 듯이 거세게 쳐들어오던 시기에 태어났다. 격동의 근대 전환기를 살면서 끊임없이 시대를 주도해나간 유신파 계몽주의 지식인의 대표이론가이자 실천가로 소개된다. 그의 계몽 사상과 학술, 문화계의 혁신 노력은 중국에서뿐만 아니라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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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9 14: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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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9 15: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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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산책시키는 방법 꿈꾸는 작은 씨앗 10
클로딘 오브룅 글, 보비+보비 그림 / 씨드북(주)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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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산책시키는 방법클로딘 오브링 외 / 씨드북

 

 

1. 보통의 어린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주체다. 그러나 이 책은 엄마다. 오히려 엄마가 아이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다. “나는 엄마를 산책시키길 좋아해요. 산책은 엄마한테 좋은 거니까요.” 아이는 엄마도 숨을 쉬어야한단다. ‘바람도 쐬어야한단다. 착한 아이다. “좀 움직여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쌓여요.”

 

2. 엄마들은 바쁘다. 전업주부는 전업주부대로. 워킹 맘은 워킹 맘대로 분주하고 피곤하다.

 

그래서 아이는 엄마가 걱정된다. 엄마 건강이 걱정된다. 엄마가 건강해야 밥이라도 제대로 얻어먹지. 준비물도 챙겨주지. 옷도 갈아입혀주지. 안 그럼 난감하다. 아이는 밥도 할 줄 모르고 빨래도 할 줄 모르는데..

 

 

 

 

 

 

3.난 집을 나서기 전에 엄마에게 쉬~는 했는지, 간식은 챙겼는지 물어요. 난 엄마가 외투를 입었는지, 모자를 썼는지, 손가락이 뚫린 장갑은 꼈는지(스마트 폰용?), 목도리는 둘렀는지 꼼꼼하게 확인을 하지요.”

 

 

4. “난 엄마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엄마는 자주 정신을 딴 데 팔거든요. 공상에 잠기기도 하고요엄마는 일부러 정신을 딴 데다 팔지 모른다. 엄마 마음은 복잡하다. 엄마의 가슴에도 분명 꿈이 있을 것이다. 그 꿈은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며 꾹꾹 눌러놓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새록새록 올라오는 생각들과 옛 추억들 속에 잠기게 된다.

 

 

5. 아이는 엄마가 전화기만 붙들고 있는 것도 마음이 안 놓인다. “엄마는 전화를 하고...또 전화를 해요....또 전화를 하고......또 전화를 해요.....”  아이야~  너는 모른다. 엄마는 전화로나마 수다를 떨지 않으면 숨 쉬기도 힘들다는 것을 너는 모를 거다.

 

 

 

 

6. 아이가 엄마와 산책을 나간 후, 아이는 엄마를 자주 잃어버린다. 엄마가 아이를 잃는 건지도 모른다. 아이는 엄마가 툭하면 길을 잃는다고 걱정한다. 놀이동산에서, 동물원에서, 슈퍼마켓에서 엄마를 잃는다. 그러면 아이는 안내소에 가서 엄마를 찾는 안내방송을 해달라고 한

 

모두가 엄마를 찾아요. 엄마를 찾았어요. 엄마는 얼이 빠져 있었어요.”

 

 

7. 이 땅의 엄마들을 위한 그림동화다. 엄마는 힘들다. 엄마는 외롭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그런 생각조차도 사치다. 작가는 그림동화 속 아이를 통해 딱 한가지만이라도 실천하며 살아가라고 권유한다. 책에선 산책이라고 표현되었지만, ‘걷기. 책 말미에 이런 글이 적혀있다. * 산책 : [명사]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신체 유연성을 길러주며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 아울러 머리도 맑게 해준다.

 

엄마가 행복해진다!

 

8. ‘걷기에 힘을 주는 좋은 말을 하나 추가해본다. “걷는다는 것은 지구를 조심스레 만지는 일입니다. 지구를 조심스럽게 만지면서 걷다 보면 이 지구를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구를 사랑하는 일은, 누구보다 우선 나를, 나의 가족과 이웃들을 사랑하는 첫 걸음이다. 그 사랑의 힘으로 우리 모두가 다시 일어서게 되길 소망한다. 무엇보다 이 땅의 엄마들의 몸과 마음이 평안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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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和! 일본 - 응집하는 일본인의 의식구조 해부
성호철 지음 / 나남출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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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성호철 / 나남

 

 

2015년은 일본과 치욕의 역사가 엮어진 후 70년이 된 해이다. 친일(親日), 지일(知日), 克日(극일)등의 단어들은 지금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일본은 가깝게 지내자니 불편하고 멀리 지내자니 불안한 존재다. 이번 중국 항일전승기념일 열병식에 박대통령과 반기문 사무총장의 참석에 일본은 그 불쾌감을 매우 리얼하게 드러냈다. 그 표현이 좀 심했다고 생각한다.

 

 

일본을 어찌할까? 외면하고 살까? 그러지 못할 바엔 알고 지나가는 것이 좋겠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70년 전과 많이 달라졌다. 양국 모두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깔린 양국민의 정서는 크게 변화는 없을지라도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기존의 분위기와 바뀐 마인드 그 흐름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저자 성호철은 국내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일본에 건너가 일본 근대문학을 공부했다. 국내에 들어와 기자 생활을 했다. 한 동안 일본을 떠나 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다시 일본 열병이 들었다. 세상이 아는 일본을 혼자 모르고 있었던 듯, 다시 일본을 파고든다. 닥치는 대로 읽고, 눈이 충혈 되도록 고민하고, 다음날 일본인 지인을 만나 물어볼 질문을 생각하며 설렜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내가 읽은 책 중 일본을 이만큼이나 깊게 파고 들어간 책은 아직 없었다.

 

 

 

지금까지 일본, 일본인을 이야기한 책들은 모두 퍼즐 맞추기의 한 과정이자 그런 몇 장의 퍼즐 조각일 따름이라고 한다. 이 책이 찾은 몇 장의 조각은 메센’(目線), ‘부의 향유 세대’, ‘균일론(均一論), ’‘()와 전()의 세계, ()의 지배 등이다. 저자는 이런 퍼즐 조각들이 일본이 앞으로 가려는 길과 방향 그리고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적고 있다.

 

 

 

() 큰 바다 저쪽의 세계

 

일본인의 잠재의식 속에선 안의 세계인 일본은 섬나라다. 밖의 세계는 큰 바다 저쪽에 위치한다. ‘의 존재는 일본의 안의 세계밖의 세계와 구분 짓는 절대적 요소이자 밖의 세계가 쉽게 안의 세계에 근접하지 못하게 막는 고마운 장벽이다.” 원나라와 고려의 연합군이 일본을 공격했을 때 큰 바다에서 태풍이 불어와 이들의 배를 침몰시켰다는 가미가제’(神 風 : 신의 바람)안의 세계의 방패 역할을 수행한 실제 사례였다. 가미가제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 패색이 짙어진 일본군의 자살특공대로 바뀐다.

 

 

메센의 정의와 형성 과정

 

숱한 눈()들이 보는 시선의 합()인 메센은 안의 세계’(집단)의 입장에 서서 세계를 보는 자세다. 한번 정해지면 안의 세계를 지키는 논리로서 하나의 행동지침이 되기도 한 메센.”

현대 일본의 메센은 치열한 갈등 속에 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메센이 부딪히며 일본이란 거함의 항로가 흔들리고 있다. 일본인에게 메센은 정치적 지지를 묻는 여론과 달리 생활 전반에 걸친 행동지침이다. 비 오는 날 전철을 타면 모든 일본인이 우산을 다 접어 끈으로 잘 묶는다. 전철에선 신문을 활짝 펴지 않고 읽을 기사만 보이게 접어서 읽어야 한다. 전철 맞은편에 앉은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 안 된다. 이 일본인들은 한국과 중국에 차마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른 일본인과 다른 종족인가?

 

 

 

일본과의 ()’

 

일본과의 를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_류성룡의 징비록중 신숙주의 유언

 

조선시대의 문신 신숙주는 성종(成宗)에게 이 같은 유언을 남겼다. 징비록에 따르면 성종이 죽음을 앞둔 신숙주에게 유언을 물었고 그의 대답이 이와 같았다고 한다. 성종은 유언대로 일본에 사절을 파견하고 교린 관계를 유지하며 일본과의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후 일본과의 교린은 흐지부지 된다. 그 사이 일본은 하나의 힘(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전국 통일)으로 합해진다. 임진왜란이 일어났고 7년간 전란을 겪었다. 강화도에 들이닥친 일본 함선을 보고 놀라서 작성된 불평등조약인 강화도조약, 그리고 치욕의 한일합병으로 이어지는 일본과의 관계역사다. 1980년대에 들어서 한국은 극일을 선언했다.

 

 

욘사마의 등장과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 케이팝의 인기 등 2000년 이후 변화가 생겼다. 한류븀이 일었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덴노에 대한 사죄 발언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경제 불황에 따른 애국론의 부상은 한류를 혐한으로 바꿔놓았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냉온요법처럼 왔다 갔다 한다. 이런 행보 속에 한일 관계가 지혜롭게 운영 되어나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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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 혁명 - 지구별 여행 중 길을 잃은 그대에게
김재진 지음, 정일모 그림 / 프리뷰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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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 혁명김재진 지음, 정일모 그림 / 프리뷰

 

1. 철학의 근본은 물음이다. 정답은 못 찾아도 좋다. 그저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더욱 소중하기 때문이다.

 

2. ‘마침표형 삶이 있는가 하면, ‘물음표형 삶이 있다. ‘마침표는 더 이상 물음을 원하지 않는다. 그 생각 그대로 끝까지 밀고 가겠다는 의지만 살아있다.

 

3. “우리의 삶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커다란 마침표. 이제 우리를 가두고 있는 마침표에서 벗어날 시간이다. 그 마침표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 여러분의 삶의 혁명은 시작된다.”

 

4. 이 책의 지은이 김재진은 시골 초등학교 교사이다. 아이들과 함께 물음표 꽂기 놀이를 하고 있다. 틈날 때마다 손에 책을 들고 하루도 빠짐없이 낯선 것과의 조우를 통해 이성이 시작된다.’는 하이데거의 말을 실천하고 있다.

 

 

5. “머리에도 마침표, 가슴에도 마침표를 찍으며 기계처럼 살 것인가? 머리에는 물음표, 가슴에는 느낌표가 살아 숨 쉬는 사람으로 살 것인가?”

 

6. 지은이는 기계문명의 발달로 첨단시대를 살고 있지만, 정신문명은 퇴보되고 있다고 염려한다. 생각하지 않는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신경생리학자인 폴 맥린의 삼위일체 모델을 근거로 뇌간, 대뇌변연계(혹은 대뇌구피질), 대뇌신피질을 이야기한다. 대뇌신피질 중 전두엽 이야기에 공을 들인다.

 

7. “전두엽은 인간 진화의 성과가 집약된 곳으로 의식적 인식의 중추이며 사람만이 가진 특성이 발휘되는 곳이다.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학습할 때 최초로 관여하는 곳이다. 전두엽이 활발할수록 의식이 깨어나기 때문에 충동적 행동과 반응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높아진다. ‘내가 원하는 나를 만드는 과정에 불이 켜지기 때문에 스스로를 잘 통제할 수 있게 된다.”

 

8. 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독서를 권장하고 있다. 지극히 공감한다. 책을 읽는 것은 저자의 정신을 만나는 것이다. 그 사람의 의식을 만나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내 안에 다른 이를 초대하는 것이다. 시간나면 읽어야지 하는 마음보다 시간을 내서 책을 읽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독서를 통해 가 바뀌면 가 바뀐다.

 

9. 지은이는 생각 뒤에 마침표를 찍는 습관을 버리고, 물음표를 꽂아 생각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 ‘7일간의 포로젝트내최프:내 생애 최초의 프로젝트를 시작해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6학년을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앞으로 중고생~20대 후반의 일반인까지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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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바람 속에 있단다 꿈꾸는 작은 씨앗 7
록산느 마리 갈리에 글, 에릭 퓌바레 그림, 박정연 옮김 / 씨드북(주)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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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바람 속에 있단다

                  록산느 마리 갈리에즈 지음. 에릭 퓌바레 그림

                                 박정연 옮김 / 씨드북

 

 

1. 아이들에게 죽음은 익숙하지 않은 감정이다. 하긴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긴 하다. 아이들이 좋아하던, 기다리던 존재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때, 처음엔 웬일인가?’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찾는 회수가 많아지면 그때서야 주변의 어른들은 멀리 가셨다또는 하늘나라 가셨다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2. 첫 장을 열면 전망대가 멋진 집 한 채, 바다가 보이는 언덕과 푸른 하늘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계절을 준비했단다. 여느 해처럼 봄 다음엔 싱그런 여름이 찾아올 거야.” “정원은 걱정 말으렴. 늘 꽃들이 피어날 테니까. 좋은 이웃이 잘 돌봐줄 거란다.” 마치 할아버지가 먼 여행을 떠날 것처럼 그렇게 아이에게 당부하신다.

 

 

 

3. “언제나 구름이 떠 있을 거야. 널 태양으로부터 살짝 가려줄 테지. 그리고 비도 뿌려 줄 거야. 네가 신나게 첨벙 놀이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나 여행을 떠나는 할아버지치곤 당부말씀이 이상하다. 계절, 구름, 비도 보내주신다니 좀 의아하다.

 

 

 

 

 

 

 

 

 

4. 네 입술과 뺨엔 언제나 미소가 떠있을 거야. 그리고 반짝이는 별들이 널 비출 거란다. 걷다보면 돌멩이에 걸리기도 하겠지만.”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아무리 힘들어도 미소를 잃지 말길, 어둠의 날에도 하늘에서 별을 찾아보며 희망을 갖고 살기를 당부한다. 혹시 삶의 길을 걷던 중 넘어지는 경우에도 너무 낙심하지 말고 툭툭 털고 일어나라는 염려의 마음이 담겨있다.

 

 

 

5. “난 바람 속에 있단다. 이젠 내 몸이 훨씬 가벼워졌단다. 매 순간 여행을 할 수가 있지. 떠나는 것, 돌아오는 것, 참 재미있단다.” 아이에겐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하다. 마치 잠을 자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할아버지의 메시지는 사뭇 철학적이다. 아이는 이 뜻을 지금은 이해 못할지라도 커가면서 어쩌면 속 깊은 뜻을 이해할 것이다. “떠나는 것, 돌아오는 것, 참 재미있단다.”

 

 

 

6. “난 너를 붙잡을 수 없을 거야! 나를 붙들어 둘 수도 없을 거야. 하지만 눈을 감아보렴. 언제나 날 느낄 수 있을 거란다.” 눈을 감고 느낄 수 있다면, 마치 곁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포근해질 것이다.

 

 

 

 

 

 

 

 

 

 

 

7. “약속해주렴, 약속해주렴. 펑펑 울지 않겠다고, 네 눈에 바다가 가득한 건 싫단다. 약속해주렴. 내 웃음을 생각하겠다고, 가끔 내가 즐거울 수 있도록 말이다.” 소년의 울음은 할아버지의 염려로 바뀐다. 소년의 웃음은 할아버지의 기쁨으로 바뀐다.

 

 

 

8. 산들바람이 네 머리카락을 간지럽게 하면 할아버지를 떠올려주렴. 너무나 재미있던 이 할아버지를, 영원히 너를 사랑할 이 할아버지를. 할아버지는 바람 속에 있단다.” 참 애틋하게 따뜻한 그림책이다. 책 판형이 비교적 큰 편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은 하염없이 더 확장된다. 바다, 하늘, 나무 그리고 바람이 한껏 느껴진다. 소년이 자라 어른이 된 후 이 땅을 떠날 때가 되면 아마도 할아버지의 이 메시지를 반복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내 손자, 손녀에게 이렇게 남기련다. 바람으로 떠나고 바람으로 아이들에게 다녀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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