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분의 책을 읽었고 그 분들과 친구가 된 기분이 들었다. 코로나로 친구도 만나기 어려운데 새 친구들을 만났으니(누구 맘대로 친구야!) 요즈음은 책 만한 것이 없는 듯하다.

 

 

 

 

 

 

 

 

 

 

 

 

 

 

 

초년 시절의 고생담은 마치 소설을 읽는 듯 놀랍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다. 친부한테 인정 받지 못하는 열여 명의 이복 형제들 틈새에서 눈칫밥을 먹어야 했던 얘기에선 나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평생을 딸에게 모질게 대했던 친모 이야기는 설상가상. 내 인생도 참으로 구구절절하구먼, 하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이 책의 저자처럼 자신만의 길을 척척 개척하기야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살아가야지 하는 용기를 얻을 것이다. 인생의 고난 앞에서 살아갈 의지를 다잡아주는 건 이 책의 제호처럼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 때문이 아닐까.

 

 

 

 

 

 

 

 

 

 

 

 

 

 

 

 

암 투병기라 하기엔 너무나 맑고 아름다운 문장들. 밑줄 긋고 싶은 문장들이 여기저기서 자주 톡톡 튀어나와 그만 밑줄 긋기를 포기한다. 얼마전 북플에서 알려주는 과거의 나의 기록을 확인하다가 이 분의 책 <배를 놓치고, 기차에서 내리다>를 6년 전에 읽었다는 것을 알았다. 감명 깊게 읽었다고 써놨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한 건 또 뭐지....내 참....

 

하여튼, 그 책에서 읽은 다음 구절.

 

삶에 대해서든, 디자인이나 글쓰기에서든 군더더기를 붙이거나 과장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여러번 떠올리곤 했다.   (268쪽)

 

군더더기와 과장이 없는 글은 분명 삶이 그러했기에 가능했을 터. 이런 마음가짐이 이런 글을 낳았을 것이다. 이런 삶과 글을 재차 확인하는 기분이 묘하다. 게다가 이 책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마음이 구질구질하고 가난해질 때 두고두고 읽어야겠다.

 

 

 

 

 

 

 

 

 

 

 

 

 

 

 

 

TV에 이 분이 나왔을 때 나는 열광했다. 교수답지 않은(?) 외양,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 낯선이와도 금방 친구가 되는 친화력....마력같은 매력을 발산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으로 접하니 역시나 그랬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길을 도모하고 개척한 여정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주류에 들어서기 위해 세상 탓을 하며 세월을 보냈던 나 같은 인간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도전정신과 과감한 실천력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요리도 인생도 하다 보니 되더라'로 요약되는 이 분의 삶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만하다. 이 분과 밥 한끼 나누고 싶다.

 

 

 

 

 

 

 이런 책들은 빌려보는 게 아니라 구매해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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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3-01 1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 번째 책은 표지 그림부터가 너무 아름답네요! 물결이 일렁이는게 금방이라도 빠질것같아요. 다 읽으면 내용을 잘 담았다고 생각되는 표지들이 더러 있던데 내용도 궁금해집니다!

nama 2021-03-02 14:54   좋아요 1 | URL
첫 번째 표지는 인생이란 바다에 파도가 치는 걸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파도를 잘 막아내는 삶이란 얼마나 고달플까요....

hnine 2021-03-01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계숙 교수가 나오는 TV 프로그램은 저도 봤어요. 유쾌하고 시원시원한 입담과 행동가운데 언뜻 날카롭고 예리한 눈빛이 번뜩이는 걸 저만 봤을까요?
이런 책을 내셨군요. 저도 읽어볼래요.

nama 2021-03-02 14:55   좋아요 1 | URL
이 분은 글도 삶도 시원시원한 것 같아요. 한번 읽어보세요. 울림이 남아요.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고집쟁이 농사꾼의 세상 사는 이야기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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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때리는 채찍같은 글. 글만 잘 쓰면 무슨 소용인겨. 몸과 글이 하나가 되어야지.
생각의 눈을 번쩍 뜨게 하는, ‘고집쟁이 농사꾼‘이 꾹꾹 눌러쓴 글. 두고두고 되새기며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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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2-22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이 바뀌어 나왔나봐요? 저는 전우익 선생님 웃는 얼굴 나와있는 책 가지고 있어요. 그게 더 좋은 것 같아요. 😅

nama 2021-02-23 16:3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전우익 선생님 웃는 얼굴이 참 인상적이지요. 근데 책이 새록새록 나오는 것도 좋아요. 읽는 사람이 계속 있다는 거니까요.
 

 

아주 예전 우리 집 전화번호는 128번이었다. 동네(읍단위)에 전화기가 몇 대 없던 시절이었다. 부자였냐고? No~~. 얼리 어답터이셨던 아버지 덕분에 전화기만 있었다. 송수화기를 들면 교환수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원하는 번호를 말하거나 '**가게'라고 말하면 전화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었다. 세월이 좀 흘러 세 자리였던 전화번호가 네 자리로 바뀌면서 전화기에 부착된 원반에 구멍이 송송 뚫리고 숫자가 적힌 다이얼식으로 바뀌었다. 교환수를 상대로 가끔 장난을 치던 오빠들, 만취하신 아버지가 툭하면 청와대를 연결해달라는 억지 같은 것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쏙 들어갔다. 다시 몇 년 후 국번호 6이 붙으면서 6-**** 가 되더니 다시 얼마후 국번호가 두 자리로, 다시 얼마후 국번호가 세 자리가 되었다. 역사가 깃든 28번은 끈덕지게 살아남아서 지금도 오빠가 그 번호의 집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임용고시라고 부르지만 예전에는 순위고사라고 불렀다. 내가 시험을 치르고 가까스로 교사가 되었던 건 마지막 순위고사를 통해서였다. 한동안 순위고사 시험 자체가 없다가 어느 해 느닷없이 많은 수의 교사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9시 뉴스 마무리를 하면서 보도했다. 내가 지원한 과는 42명을 선발했는데 나는 그 중 28번으로 합격해서 교사가 되었다. 그리 자랑스러워할 순위는 아니었으나 팔백 명 이상 지원했으니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한 지 7년 만이었다. 그리고 교사 생활 28년 끝에 명퇴를 했다.

 

옛날 얘기를 하다보니....이래서 라떼가 되는구나!

 

 

 

 

 

 

 

 

 

 

 

 

 

 

 

 

김연수의 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좋아한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확인했다. 김연수 소설에서 느끼는 모호한 느낌 같은 게 거의 없었다. 어차피 여행을 못 떠나는 시절, 철 지난 여행담조차도 반갑게 다가왔다. 게다가 문장은 깔끔하고 적당히 낭만적이니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한장 한장 넘기며 읽는 맛이 꽤 괜찮았다. 그러나 아무리 재밌게 읽었어도 내일이면 거의 잊어버릴 터. 마치 치매를 예행연습하는 것처럼. 꼭 하나만이라도 기억해서 읽은 보람을 남겨야 하지 않을까 하던 차에 으례 숫자 28이 눈에 들어왔다.

 

리스본이 내게 꿈의 도시가 된 건 파스칼 메르시어의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와 파두 그룹 마드레데우스와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의 영향이 크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내가 리스본에 가게 된 건 이들이 아니라 28번 트램 때문이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나오는 종착역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 구글 어스로 찾아보다가 그만 28번 트램을 찍은 사진을 본 것이다. 사진 속에는 개나리의 노랑보다는 겨자의 노랑에 가까운 노란색 전차가 좁은 골목 사이에 서 있었다. 동화 속 풍경 같았다. 세상에 저렇게 예쁜 전차가 있단 말인가! 나는 그 사진을 보며 반드시 그 노란색 전차를 타고야 말겠다고 맹세했다.            

                                               -p.101 <밀물처럼 밀려오던 리스본의 노스탤지어>에서

 

글은 계속 이어진다. 그가 묵었던 숙소는 포에츠 호스텔(Poets Hostel), 유서 깊은 예술가들의 카페 아 브라질레이라( Cafe a Brasileira)가 있는 거리, 빔 벤더스의 영화<리스본 이야기>의 사운드트랙 앨범 <Ainda>를 들으며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는 일....

 

리스본이 하구의 도시, 석양의 도시기 때문에 그랬던 것일까? 파두 때문이었을까? 장난감 같은 트램과 골목의 풍경이 하도 애틋해서였을까? 마치 한 시대가, 한 생애가 끝나는 순간의 감정처럼 막대한 노스텔지어였다. 얼마나 대단한 그리움이었던지 그 순간 리스본에 있으면서도 나는 리스본이 그리웠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는 리스본이 그립다.  -102~103쪽

 

 

어제는 18,293 걸음, 14.41km 를 걸었다. 평소보다 좀 더 걸었다고 오늘은 몸이 말이 아니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몸이 사그라들겠지. 더 사그라들기 전에 '언젠가, 아마도' 나도 리스본에 가서 28번 트램을 탈 수 있겠지. 28번은 나의 인생 숫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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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강변의 작은 책방 로맨틱 파리 컬렉션 1
레베카 레이즌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시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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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혹해 도서관에서 빌려왔으나 내가 읽을 책은 아닌 것 같음. 또다시 손에 집어들지 않기 위해서 기록해 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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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가 사랑한 천재들 - 하루키에서 하야오까지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8
조성관 지음 / 열대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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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투박하고 상투적이지만 읽다보면 친근감이 느껴져서 끝까지 몰입하게 된다. 이 시리즈를 더 찾아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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