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제주도 가는 배 Beyond Trust를 탔다. 이 배는 월, 수, 금 오후 7시에 출항해서 제주항에는 다음날 오전 9시 30분에 닿는다. 화, 목, 토는 제주에서 오후 7시 30분 출항, 다음날 오전 10시에 인천에 도착한다.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닿을 거리를 열 시간 넘게 배에서 뒹굴다보면 제주가 아주 멀리 떨어져있는 것 같고 우리나라가 큰 땅덩어리로 다가온다. 여행 기간이 엿가락처럼 늘어나는 것도 좋다. 여행이란 이동 시간이나 여행 기간이 좀 길어야 여행맛이 난다.

 

작년에 이어 이번엔 8코스부터 시작한다. 보통 하루에 최소 2만 보는 걷게 되는데 생각보다 지치지 않는다. 제주 올레길이 워낙 다양하고 아름다워 여간해서 여독이 쌓이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솔비투르 암불란도. 걸으면 해결된다. 이 문장 하나 마음에 담고 걷고 걷다보면 어느새 끝이 보이고 길은 다시 그 다음 코스로 이어진다. 14코스까지 걸었는데 벌써 14-1 코스가 궁금해진다. 사진 몇 장 올려본다.

 

 

 

 

 

 

 

 

 

 

 

 

 

 

 

 

 

 

 

 

 

 

 

 

 

 

 

다음은 모슬포 이야기.

 

 

 

 

하루에 다섯 번 운행되는 마을순환버스를 타려면 눈이 밝아야한다. 카카오맵으로 행선지를 확인하는 건 기본, 버스정류장을 찾을 것, 정류장 유리에 붙어있는 버스노선표를 자세히 확인할 것, 또한 버스라는 게 반드시 버스모양이 아닐 수 있음을 염두에 둘 것 등.

 

아담한 녹색 마을버스를 기다리다가 하마터면 저 버스를 놓칠 뻔 했다. 리무진 밴이라니. 저런 차는 동남아를 여행할 때 현지 당일 패키지에서나 타봤지 국내에선 타본 적이 없다. 손님이라곤 남편과 나, 단 둘. 요금은 일인당 1,150원. 40여 분을 달리는데 도무지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무엇엔가 홀린 것 같다. 여행맛이 제대로다.

 

 

이 노선표를 찾아낸 우리가 기특하다. 전날 버스 때문에 우왕좌왕 고생을 한 덕에 눈이 밝아졌다.

디지털 세상에 살다보니 아날로그가 참신하게 다가온다. 마치 아날로그 세계에 처음 진입한 것처럼. 디지털 세상에선 아날로그가 디지털이다.

 

 

 

상점 중에서 다방이 가장 많은 동네, 모슬포.

 

 

 

요건 <골목다방>의 메뉴판. 이름에 걸맞게 골목처럼 쏙 들어가 있는 다방.

 

 

 

70~80년대 동네에서 흔히 보던 잡화점을 으례 연쇄점이라고 불렀다. 이 단어가 반가워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냈더니 다들 '연쇄점'이 뭐냐고 묻는다. 옆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같은 지역에서 성장했는데....거 참...

 

 

 

모슬포에 숙소를 잡으려고 여러 호텔 예약앱을 들여다보았으나 별로 만족스럽지 못해 그냥 현지답사를 했다. 두어 군데 호텔을 둘러보았으나 내키지 않아 이리저리 발길을 돌렸다. 모슬포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을 터덜터덜 오르며 "깨끗하고 있을 것 다 있고, 전망 좋고, 가격은 한 삼만 원하는 그런 민박집 어디 없을까?"하는 순간 눈 앞에 예쁘장한 간판이 보였다. <다락민박>. 심지어 집 앞은 올레길 11코스다. 내가 원하는 게 그대로 이루어지다니....그런 일도 다 있다니....게다가 주인아주머니는 어찌나 친절하신지 어느날엔 떡 한 접시와 잡채 한 접시를 갖다 주셨다. 체크아웃할 때는 물이 필요하냐고 물어주셨다. 제주도 한달살기는 이런 곳에서 해야 되겠구나, 다짐했다.

 

 

 

 

100km 쯤 걸었더니 양말이 닳았다. 내 연골은 안녕하신지...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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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5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25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nama > 구절구절 격하게 공감하게 되는 시원한 책

다시 읽어봐도 맞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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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명화 일력 (스프링) - 하루의 시작이 좋아지는 그림의 힘
김영숙 지음 / 빅피시 / 202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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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함께하는 하루가 기대됩니다. 달력 대신 사용해도 좋을 듯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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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천으로 북파우치를 만들다. 가뜩이나 온갖 물건으로 넘쳐나는 세상에 쓰레기를 더한 건 아닌지 조심스럽다. 부디 오래 애용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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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10-09 2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투리 천이 저렇게 변신할 수 있군요. 놀라워요! ^^

nama 2021-10-10 07:08   좋아요 0 | URL
저렇게 변신은 했는데 쓸모가... 있겠지요?

서니데이 2021-10-10 0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빔원단이라서 파우치 하기 좋을 것 같은데요.
nama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nama 2021-10-10 07:53   좋아요 1 | URL
적당히 도톰해서 책을 보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늘 즐거운 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막시무스 2021-10-10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너무 이쁜데요! 책 넣어다니면 완전 간지나서 애독가로 주목 받겠어요!ㅎ 즐건 연휴되시구요!

nama 2021-10-11 04:50   좋아요 0 | URL
가방에 책 넣고 다니며 틈틈이 읽기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주려고 했는데 받기를 꺼려하네요. 평소 물묙이 적고 물건 쌓이는 걸 꺼려하는 친구거든요. 예쁘다고 다는 아니네요. ㅎ

2021-10-14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14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14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14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14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14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양의 서피 비치. 서핑으로 유명한 발리의 꾸따 해변과 라오스의 해방구, 방비엥을 섞어놓은 것 같은 분위기. 우리에게도 해방구는 필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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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10-02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늘색이 정말 미쳤습니다! 어디 외국같아 보이네요!ㅎ 즐건 휴일되시구요!

nama 2021-10-02 20:45   좋아요 2 | URL
어디 외국이라고 해도 그냥 믿을거예요. ㅎㅎ
늘 막시무스님 글을 즐겁게 읽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