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탄 오쉬에서 테마파크 같은 동네 공원에 들어섰을 때 갑자기 요란한 새소리가 울려퍼졌다. 떠들썩하고 왁자한 새소리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어서 새소리가 나는 스피커를 찾아보았으나 눈에 쉽게 띄지 않았다.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니 비로소 조용해졌다. 한바퀴 돌고 다시 공원 입출구로 나왔을 때도 어김없이 요란한 새소리가 들려왔다. 흠.. 스피커는 이쪽에만 설치했군.

오늘은 히바에 도착. 짐을 대충 풀고, 장을 보고와서 맥주나 한 잔 하자고 정원에 있는 정자로 향하는데 요란한 새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도 분위기 내려고 스피커를 설치했구나 싶은 생각에 눈으로 스피커를 찾기 시작했다. 그때 한 남자가 손뼉을 탁탁 쳤다. 순간 보이지 않던 새들이 나무 위로 날아올랐다.

비로소 깨닫고 보니 머쓱해졌다. 새소리를 새소리로 듣지 못한채 지레 인공적인 것으로 판단해버리는 어리석음이라니. 나는 의심 덩어리구나 하는 자각. 첩첩이 껴입은 옷처럼 의심으로 똘똘 뭉쳐있구나.

장염(게실염)으로 과식을 하면 금방 탈이 나는 걸 잘 알면서도 음식을 절제하지 못하는 것도 부끄럽다. 여행 내내 절제한다고 하면서도 과식 끝에 배탈, 약을 먹는 일이 여러번 반복되었다.

여행을 하면 사람이 좀 달라져야 하는 거 아닌감?

생각일랑 집어치우고 자, 퀴즈 나갑니다.

사진1. 우즈베키스탄 들녘에 쌓아놓은 이것은 무엇일까요?
사진2. 아무다리야 강을 가로지르는 이 철교의 용도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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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10-04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번 다리 사진을 보니 위의 전선과 밑의 홈을 보니 혹시 트롤레 버스라고 전기로 다니는 버스를 위한 용도의 다리가 아닌가 싶네요.

nama 2026-10-05 01:50   좋아요 0 | URL
다목적 철교인데요. 기차도 다니고 자둥차도 다니는 교량입니다. 기차가 지나갈 땐 양방향에서 자동차가 대기하기 때문에 교통체증이 생기는 곳이라고 하네요. 일방향이라서 번갈아 통과해야 하고요. 고육지책이었겠죠.

2026-10-04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10-05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하라의 옛 성터와 박물관을 둘러보고 한때 이곳이 세상의 중심이었음을 갑자기 깨달았다. 멀고도 먼 곳을 찾아온 많은 관광객들을 보고 다시 깨달았다. 여전히 세상의 중심임을.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경험이다.

중국집에서 거나하게 점심을 먹고 오는 길에 한국인 노부부를 만났다. 원숭이띠(71세)와 양띠(72세) 부부로 전라도 광주에 살며, 나주에 주말 농장이 있어서 유기농 채소를 먹으며, 부부 모두 공무원으로 퇴직한 후 산티아고 순례길을 비롯하여 중남미 등 세계 각지를 다녀왔으며, 지금은 자유여행 중이라면서, 자식한테 재산 물려주는 거 소용없는 일이라며 열변을 토하는 아주머니. 옆에 멀뚱히 있는 남편분은 세번이나 그만 가자고 재촉하는데 아주머니는 삼십년 지기라도 만난듯 수다삼매경에 몰입. 광주에 오면 무등산을 안내해 주겠노라는 약속 아닌 약속까지 했다. 나는 서너 문장 정도 답변만 했을 뿐인데 어름어름하다가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엥...이건 뭐지?

박물관에선 스페인 발렌시아에 사는 할아버지가 말을 걸더오더니, 오늘은 말에 굶주린 사람들을 만나는 날인가보다.

사진1. 부하라 성의 성벽
사진2. 이스마일 사마일 묘. 벽돌로 뜨개질한 듯한 느낌. 10세기에 지어진 건물로 중앙아시아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건축물 중 하나.
사진3. 동영상으로 보면 좋았을 거리 공연. 한참동안 넋을 잃고 보았다.
사진4. 중학교 영어 교과서에도 실렸던 현자, 나스레딘 호자 동상.
사진5. 누룽지계의 신라면, 김치 누룽지.
사진6. 쪼그라든 아랄해 변천사. 내 일생과 딱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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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10-03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하늘이 넘 아름답네요.그런데 성벽 사진이 누어진 느낌인데 핸드폰이 아니라 카메라 광각렌즈를 쓰시는지 궁금해 지네요.

nama 2026-10-03 19:31   좋아요 0 | URL
그냥 핸드폰으로 찍었어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고요.
 
중앙아시아, 막이 오른다 - 초원에서 찾아낸 12개의 이야기
김주연 지음 / 파롤앤(PAROLE&)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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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를 소개하는 마중물 같은 기행문으로 술술 읽히면서 관련 도서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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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이라서 뒷북 치는 기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어서 아주 조금만 베껴놓으려고 한다.
















p.38~39

 "어머니와 그 스티븐이라는 사람 - 그들이 정말로 사랑했기 때문에 슬퍼요. 그들은 어렸고, 깊은 사랑에 빠져 있었어요 - 아이를 낳으면 이름을 뭐라고 지을지 이야기하고, 그런데 그의 어머니가 두 사람을 갈라놓았고, 두 사람은 결코 서로를 잊지 못했죠. 그래서 어머니가 아버지와 결혼해서 살았던 내내 아버지가 어머니의 마음에 들지 않는 뭔가를 하면, 그때마다 어머니는 스티븐을 떠올리고는 그가 그 상황에서 얼마나 훌륭했을지 생각했을 거예요. 그리고 스티븐의 아내라는 그 루스라는 여자도 - 아마 같았을 거예요. 그녀가 그를 실망시킬 때마다 그는 예쁘고 발랄했던 사라를 떠올리며 두 사람이 같이하는 삶은 얼마나 멋졌을지 생각했겠죠. 그러니 두 부부는 평생 방에서 이 유령들과 함께 살았던 거예요. 그래서 그것이 슬퍼요. 모두에 대해 슬프지만, 특히 유령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당신 아버지와 루스가 슬퍼요."


p.429

 "아니, 그건 악이 아니야, 래리. 부서진 사람들이지. 부서진 사람이 되는 것과 악이 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어. 혹시 네가 그걸 모른다면 말이다. 그리고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부서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한 거야. 내가 네게 이걸 말해주는 이유는, 너는 그런 부서진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를 정도로, 살면서 운이 아주 좋았기 때문이야,"


p.433

 "이 글을 읽었던 게 잊히지 않는데 - 오래전에 읽은 거지만 - 그 글에서 유명한 영화감독이 말했어. 대화보다 더 섹시한 건 없다. 나는 늘 그걸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너와 루시가 하는 게 그거야 - 대화를 하지. 좋아, 이제 잘 들어, 보비.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마. 그런 대화는 하지 마. 그렇게 하면, 서로 마음을 고백하기 시작하면, 토끼처럼 섹스를 하게 될 테고, 너희의 세상 전체가 무너져내릴 거야. 마거릿이 그것 때문에 죽게 될지도 모르고, 심지어 윌리엄도 죽게 될지 몰라. 그러니 하지 마, 보비. 그럴 만한 가치가 없어. 그러지 마."

 "알고 있어. 하지만 그녀를 원해, 지미. 오, 맙소사."

 "이겨내야 해. 진지하게 하는 말이야. 내 말 새겨들어. 내가 유경험자야. 그리고 너를 아는데, 너는 그 사실을 끌어안고 살 수 없을 거야. 아주 어렵겠지만, 그녀를 계속 사랑하면서 살 수는 있어. 하지만 그녀를 안으면, 그런 너로는 살 수 없을 거야. 너는 밥 버지스야. 나는 너를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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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56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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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 소설. 카사노바의 추락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역사소설로 읽히는 짜릿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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