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코람 하이웨이의 종착점이자 실크로드의 진정한 시작점인 카슈가르. 옛 흔적을 찾을 수 있을 듯한 고성은 온통 상점들이 꽉 들어찬 쇼핑거리가 되었다. 그래도 실크로드라는 불후의 명성을 지닌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다.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지만.

이곳을 찾는 유럽인은 주로 프랑스인들이라고 한다. 왜일까?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라는 책 때문이란다. 1권조차 읽다 말았으니 아는 체 하기도 부끄럽지만 이제는 제대로 읽을 수 있으리라. 읽어보리라.

오늘은 명성이 자자하다는 일요시장에 다녀왔다. 이곳은 상상력을 가미할 필요가 없는 곳, 단박에 실크로드의 땅이었음을 직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장소이다.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우리는 운 좋게 일정이 따라주었다.

역시나 눈에 띄는 외국인은 프랑스인들이었다. 샤슬릭을 허겁지겁 먹고 있는 프랑스 아줌마에게 맛있냐고 물어보니 고기를 씹으면서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맛있다고 한다. 단체여행만 아니라면 나도 먹어보련만. 혹여 배탈이 나서 민폐를 끼칠까 두려워 먹는 것을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호텔로 돌아온 후 길잡이가 알려준 식당에서 양고기 샤슬릭을 먹었는데... 그동안 억어본 양고기 구이 중 최고였다. 이럴줄 알았으면 어제도 먹을 걸.. 뒤늦은 후회.

남들 여행기에 먹는 얘기 나오면 인상 쓰곤 했었는데 진짜 맛있는 거 먹으면 입이 근질거리는구나...겸손한 깨달음. 카슈가르에서는 실크로드 흔적보다 양고기 꼬치구이를 찾아야 하는구나. 가격은 또 얼마나 착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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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소스트에서 4,693m의 쿤제렙 고개에 있는 국경을 넘는데 하루가 걸렸다. 오늘은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종착점인 신장 위구르의 카스가르에 도착했다. 국경에서부터 따지면 이틀 걸린 셈인데 중간에 산천유람하느라 시간이 더 걸리긴 했다.

어젯밤에는 위의 세 문장을 쓰고 너무 피곤해서 침대에 눕고 말았다. 고도가 높아 쉽게 지치고 점점 여독이 쌓여간다. 카라코람 하이웨이, 곤륜산맥, 파미르 고원을 거쳐오는 길이 만만할 리가 없다.

역사적인 오아시스 도시인 카슈가르(카스)에 도착하자마자 밥부터 먹고 야시장을 탐방했다. 급한대로 사진 옃장 올린다. 짬이 없다.

아래 사진 중 노란색 과일은 여기 특산물인 무화과.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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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9-20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장 위구르 지역은 중국당국의 소수민족탄압으로 외국인은 쉽게 여행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용케 파키스탄을 통해서 입국하셨네요.신장지역의 양고긴는 유명한 것은 알았는데 바다에서 먼 시장지구에서 생선도 시장에서 팔 줄은 몰랐습니다.아마 민물생선인가 보네요.

nama 2026-09-20 23:58   좋아요 0 | URL
신장 위구르도 사람 사는 곳이라서 못 갈 것도 없어요. 저는 8년 전에 우루무치에 갔었어요. 그때보다는 공기가 가볍게 느껴져요. 위구르족이 한족에게 동화된 건지, 감시국가 기능이 더 강화된 건지는 잘 몰라요. 이곳은 오지라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건 분명해요.

잉크냄새 2026-09-20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이 참 좋네요. 오리 위에 피어오르는 김까지 순간 포착되었네요.

nama 2026-09-21 00: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소스트는 중국과 접한 파키스탄의 국경도시. 내일 중국 입국을 앞두고 50분에 걸쳐 길잡이의 주의사항을 들었다. 지도, 의약품, 과일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물품들을 체크했다. 여기서 지도는 중국 국경선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지도를 말한다. 여행 안내책에 있는 작은 지도조차 가차없이 찢어냈다.

이렇게 엄격한 이유는 우리가 가는 곳이 신장위구르 지역이어서다. 자세한 건 쓰지 않으려 한다.

44,000원 주고 12기가 해외로밍을 해왔는데 이쪽 동네에서는 별 소용없이 인터넷이 자주 끊어진다. 사진 업로드 계속 실패. 설마 지도가 그려진 부분이어서 검색에 걸렸다? 간신히 한 장 올린다.

지도 없는 여행가이드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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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자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나. 이곳은 아들보다 딸 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고 한다. 아들을 교육시키면 겨우 제 앞가림하는 한 인간을 만들뿐이지만, 딸을 교육시키면 한 집안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란다. ‘교육 받은 딸이 가정과 지역사회에 더 큰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다는 경험적 신뢰가 쌓이면서 딸의 교육을 우선시 하는 풍토가 정착‘(제미나이)되었다. 실제 여성 문해율이 파키스탄 평균을 훨씬 웃도는 약 90% 이상이라고 한다. 아가 칸이라는 이슬람 이스마일파 수장이 20세기 중반부터 훈자 지역에 여학교를 설립하고 교육 인프라에 집중 투자했다고 한다.

오늘은 주차장에서 일행을 기다리다가 대여섯 명의 여학생들이 손에 공책을 들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말을 걸었다. 9학년으로 우리로 치면 중학교 3학년?
손에 들고 있는 건 영어공책. 시험공부하는 중이라고 한다. 보여달라고 했더니 선뜻 보여준다.

The outdoor activity was cancel. 이라고 쓴 문장이 눈에 띄어 살짝 알려주었다. cancel을 canceled로 바꿔야 한다고. ‘수동태‘라는 말이 입에서 맴돌았다. 웬 선생질...

진지하게 공부하는 여학생들이 어찌나 예쁘던지.. 거리마다 온통 남자들만 돌아다니는 모습만 보다가 나란히 앉아 공부하는 여학생들을 보니 훈자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러고보니 이번 여행 중 호텔 프론트에서 여성 직원을 본 건 여기 훈자가 처음이고 영어도 잘하는 듯싶었다. 역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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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9-17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이슬람 문화권이지만 파키스탄은 차도르를 안쓰고 있네요.중동만큼은 아니지만 이슬람을 믿는 동남아 여성들도 얼굴에 헬멧처럼 얼굴만 내놓은 모자 비슷한 것을 쓰던 것 같은데 파기스탄 여성들이 저렇게 얼굴을 내놓는 것이 좀 생소한 느낌이 드네요.

nama 2026-09-18 09:57   좋아요 0 | URL
다른 데서 저런 맨얼굴은 거의 못봤어요. 교복입은 저 여학생들은 동네에서 자유롭게 있다가 우리 눈에 띄었던 것이구요.
대체로 엄격하지 않아 보여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훈자 여행. 차라리 카메라가 없다면 좋겠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상념이 흐트러진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순간순간이 사랑스럽고 아깝고 안타까운 걸. 영원을 향한 무의식적인 집착.

오늘은 호퍼 밸리라는 산악 빙하 지대를 보러 갔다. 거대한 계곡을 밀고 내려온 빙하는 흙으로 덮여있어 거무튀튀하고 거칠어 보였다. 남미 파타고니아에서 보았던 푸른색과 회색의 강렬한 인상의 빙하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바다와 산악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터.

어제 예약했던 백숙을 먹었는데 예상 밖이었다. 함께 먹은 일행에 따르면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닭가슴살 부위가 소고기 장조림처럼 작은 결로 찢어지는 게 국내에서 먹은 것보다 훨씬 맛있다나...양도 넉넉해서 네 명이서 한 마리를 다 못 먹고 남겼다.

여기서 퀴즈 하나.
질문) 파키스탄 훈자에서 파는 한국식 백숙 한 마리는 가격이 얼마일까요? (아래 사진 참조)
a. 2299 루피(약 14,500원)
b. 3399 루피(약 17,000원)
c. 4499 루피(약 2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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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9-16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광활한 대자연이네요.사진을 보니 마음이 탁 트이는 것 같네요^^

nama 2026-09-16 20:45   좋아요 0 | URL
삭막하면서도 묘한 아름다움이 있어요.

잉크냄새 2026-09-16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빙하도 온난화로 자꾸 작아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 되겠네요.

백숙은 고도와 접근 난이도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므로 가장 비싼 ‘C‘ 로 갑니다.

nama 2026-09-16 21:21   좋아요 0 | URL
빙고! 문제의 난이도를 높여야겠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