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하나 때문에, 문장 하나 때문에 책을 구매하고 싶을 때가 있다. 




조현병



무탈하시라고 말하고 싶지만 빈 껍데기 같은 말. 말 대신 책 한권 사드리는 게 낫다.













올여름의 인생 공부


                                  최승자


모두가 바캉스를 떠난 파리에서

나는 묘비처럼 외로웠다.

고양이 한 마리가 발이 푹푹 빠지는 나의

습한 낮잠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졌다.

시간이 똑똑 수돗물 새는 소리로

내 잠 속에 떨어져 내렸다.

그러고서 흘러가지 않았다.


엘턴 존은 자신의 예술성이 한물갔음을 입증했고

돈 매클레인은 아예 뽕짝으로 나섰다.

송*식은 더욱 원숙해졌지만

자칫하면 서**처럼 될지도 몰랐고

그건 이제 썩을 일밖에 남지 않은 무르익은 참외라는 뜻일지도 몰랐다.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그러면서 모든 사물의 배후를

손가락으로 후벼 팔 것

절대로 달관하지 말 것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아이처럼 배고파 울 것

그리고 가능한 한 아이처럼 웃을 것

한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 다른 한 아이처럼 웃을 것.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6-07-21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7-22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6-07-21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탈하시라는 말 대신
책 한 권 사드리는 것!
저도 실천하겠습니다^^

nama 2026-07-22 14:06   좋아요 0 | URL
책 읽는 사람이 행동에 나설 때가 이럴 때 아닌가 싶어요.
 

저녁을 먹은 후 동네 산책에 나설 때, 투명한 보안경을 쓰거나 나뭇가지를 꺾어 부채를 만들어 손에 쥔다. 눈에서 알짱대는 눈초파리가 무서워서다. 사람의 눈분비물에 환장하는 눈초파리가 눈에 들어간 적이 있다. 양양 읍내까지는 여기서 자동차로 40여 분 거리인데 안과가 없으니 속초까지 가야 했다. 대기하는 환자는 또 얼마나 많은지. 눈초파리가 눈에 알이라도 까면...상상만 해도 겁이났다.




다래나무를 확실하게 구분하게 되니 온통 보이는 게 다래나무다. 남편이 나뭇가지를 꺾어 부채를 만드는데 옅은 노란색 뭔가가 선녀처럼 나폴거렸다. 쌀알만한 크기로 앙증맞고 신기했다. 이렇게 아름답고 우아한 벌레라니. 검색해보니 갈색날개매미충 또는 미국선녀벌레로 약충(새끼벌레)이 몸에 보호용 왁스(실 같은 물질)를 두르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해충이란다. 농작물에 해로운 벌레로 처분 대상이다. 그저 태어났을 뿐인데 환영 받지 못하는 존재. 하늘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볼 때 인간이나 저 벌레나 먼지이긴 마찬가지인데...


수년 전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했었다. 차담 시간에 스님의 말씀을 듣다가 해충 이야기가 나왔다. 한 참가자가 스님에게 물었다. "불교에서 살생을 금지하는데 모기 같은 해충의 생명도 존중해야 합니까?" 스님의 대답은 이랬다. "그건 예외입니다. 해충이잖습니까?" 깊이가 부족한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괜히 눈초파리나 미국선녀벌레한테 미안해지는 산골 저녁 한 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는 이슬람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이슬람의 아잔 기도소리에는 마음이 끌린다. 아잔은 '기도 시간을 알리고 알라의 위대함과 유일성을 선포하고 무슬림들을 예배로 초대하는 신성한 외침'이지만 내게는 묘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처럼 들린다. 이슬람 지역을 여행할 때마다 아잔 기도소리에 매료된다. 페낭에서도 그랬다. 아잔의 의미와는 전혀 관계없는 감상이고 왜곡일 수도 있지만, 할 수 없다. 경건한 순간을 갖고 싶을 때가 있다.


새벽마다 모스크에서 흘러나오는 아잔은 얕은 잠을 슬그머니 깨워 아련한 감상에 젖어들게 한다. 기도소리에는 신에게 갈구하는 간절함과 신이 가까이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보호해주고 보살펴주고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때로는 갈구하고 때로는 하소연하는 기도소리는 노래 같기도 하고 어머니의 자장가 같기도 하다. 얘야 걱정말아라. 오늘도 무사할거야. 이런 속삭임처럼 들린다.새벽 5시, 낮고 느린 음조로 읊조리는 아잔은 어느날엔 한 시간 넘게 간헐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도의 내용은 모르지만 한 시간 내내 '어서 예배에 참여하라'라고 다그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어둠 속 침대에서 잠결에 가만히 듣다보면 돌아가신 부모형제가 떠오르기도 하고, 묵묵히 견디며 주어진 일을 해야 하는 자식들의 안쓰러움에 마음이 가라앉기도 하고, 몸이 아픈 사람들의 고통이 떠오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차분해지며 조용히 명상에 잠기는 것이다. 순한 마음이 되기도 한다. 아잔에는 이슬람 신자가 아니어도 신앙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신을 향해 조용히 기도를 드리고 싶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아잔에 자극 받은 마음들은 아침이 밝아오면 자신들의 신을 찾아 불상 앞에서 향불을 올리거나 길모퉁이 작은 힌두 사원을 찾아 푸자를 올리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기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간절한 기도를 알아본다. 기도 대상이 다를지언정 그 마음은 다르지 않다. 자신이 믿는 신에게 경외감을 갖듯 다른 신을 믿는 사람들의 경외감을 존중할 줄 안다. 그러니 한 거리에 모스크, 불교 사원, 기독교 성당, 힌두 사원이 공존하며 이백 년을 이어올 수 있었을 것이다. 새벽의 아잔은 내가 페낭을 오래 기억하게 하고 그리워하게 하리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잉크냄새 2026-07-09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안개 자욱한 마을 골목 위로 스며들던 아잔의 그윽한 소리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늑함을 전해주던 여행길의 어느 밤이 떠오릅니다.

nama 2026-07-09 19:59   좋아요 0 | URL
어떤 분위기였을지 감이 옵니다. 쓸쓸한 듯 나지막하게 흐느끼는 듯한 소리에 위로와 위안을 받는 느낌이 있지요. 낯선 도시에서 듣는 아잔은 더 마음에 와닿기도 하고요.
 

즉흥적인 결정으로 페낭을 다녀왔다. 6월의 어느 날, 페낭을 가야겠다고 마음 먹고는 오전에 항공권을 오후에 호텔을 예약했다. 페낭은 2012년 말레이시아 말라카를 여행할 때 이미 마음 속에 있었다. 페낭과 말라카를 저울질하다가 말라카를 선택했었다. 그후 대부분의 여행이 그렇듯 오랜 시간 꿈의 씨앗을 뿌리고 지속적으로 관심이라는 물을 주었다. 그러니 즉흥적인 결정이라기 보다는 결정적인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야겠다.


항공권이나 호텔 예약증은 종이로 출력할 필요가 없는데도 여유분까지 2부씩 프린트했다. 이번엔 WhatsApp까지 깔았다. 호텔 체크인 문제로 호텔주인과 연락을 주고받아야 했다. WhatsApp은 또 하나의 신세계. 국내에선 카톡이라면 해외에선 WhatsApp이 유용하다. 자동번역 기능도 있어서 사용법도 쉽다. 영작문으로 메일을 보내던 게 옛날 일이 되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뭔가를 깔아야 하고 배워야 한다. 지난번엔 스마트패스앱 설치하느라 애를 먹었다. 실제 사용해보니 스마트하긴 했다.


Grab 택시도 이용했다. 딱 두 번. 늦은 시각 비행기에서 내려 호텔 갈 때, 이른 새벽 호텔에서 공항터미널 갈 때. 그 외에는 일반버스와 무료셔틀버스를 거의 날마다 이용했다. CAT(Central Area Transit) 버스는 조지타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구역을 순환하는 무료셔틀버스인데 어떻게 알게 되었냐 하면...제미나이 덕이다. 버스 타는 방법을 물었더니 CAT버스도 소개해주었다. 관광객보다 현지인에게 인기가 있는 듯했다. 외국인으로서 무료버스를 타는 게 고맙기도 했고 이런 복지 시스템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하기도 했다. 


섬 전체 면적이 울릉도 정도밖에 되지 않는 페낭에서 9박을 했는데 예상보다 갈 곳이 많았다. 차이나 로드와 리틀 인디아 사이에 있는 호텔을 중심으로 골목을 샅샅이 탐색했다. 신시가지에 있는 거니 플라자와 거니 파라곤 몰도 빠뜨리지 않았다. 물론 무료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심심하게 다니는 게 우리(남편과 나)의 여행 의도였다. 여행 중 한국인은 딱 두 번 마주쳤다. 페낭 힐과 아르메니안 거리에서. 둘 다 유명한 관광지이다. 


아침 식당. 커다란 식당에는 주인이 둘이다. 도로변에서 영업하는 식당은 주인이 인도인이고, 안쪽에 위치한 식당은 주인이 화교이다. 음식 주문은 양쪽에서 받는다. 인도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나면 중국식당에서 주인이 다가와 무슨 음료수를 마시겠느냐고 묻는다. 커피? 차? 작은 체구의 인도인 노부부가 운영하는 인도식당에서는 밀가루 반죽을 수십번 치대는 주인 영감의 고된 노동이 눈에 들어온다. 주인 마나님이 쌀가루로 만든 전병도 두 장 주문한다. 공이 많이 들어간 작업에 비해 가격은 터무니없이 저렴한 음식들이다. 여기에 차 두 잔 값을 더해도 우리 돈으로 오천 원이 안된다. 인도인 주인과 중국인 주인이 가족처럼 가게를 운영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먹는 아침밥이 평화롭다.


혼종의 도시, 페낭인지라 먹거리는 다양하지만 입이 짧아진 나는 조심스러웠다. 점심을 온전하게 먹은 날은 저녁을 거의 굶다시피 했다. 별로 하는 일도 없으니 배가 고프지는 않았는데 덕분에 무탈하게 지낼 수 있었다. 동남아에서 금식이라니. 먹는 것과 별개로 기운은 남아돌아서 피곤한 줄 모르고 다녔다. 조금만 먹고도 잘 걷고 잘 다녔으니 이젠 어떤 경지에 오른 건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을 떠올린다면? 다양한 종교의 공존이다. 거리 이름 자체가 하모니 스트리트에는 여러 종교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쪽 거리에 성공회 교회, 중국 사원, 이슬람 모스크가 거의 나란히 이웃하고 있고, 길 건너편에는 힌두교 사원이 있다. 새벽 5시만 되면 어김없이 모스크에서 아잔이 흘러나오고, 중국 사원인 관음사에서는 종아리만한 굵기의 대형 향이 매캐한 향을 뿜어내고, 사원 옆 길 모퉁이 간이 힌두교 사원에선 작은 푸자를 올리고 있다. 아침마다 듣고 보는 풍경이다. 지난 이백 년 동안 이어온 풍경이리라.



모스크



힌두 사원



관음사



성공회 교회



관음사 옆 길 모퉁이 힌두교 간이 사원. 아침 풍경.



관음사 앞 대형 향.



이 모두가 하모니 스트리트에 면해 있다. 그것도 서로서로 아주 가까이에 있다. 페낭의 하모니 스트리트에 평화가 있는 한 세계 평화가 유지 되지 않을까. 반대로 이 평화가 깨지는 날 세계의 평화도 깨지지 않을까...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페낭에 관한 책.















여행 전에는 도통 눈에 들어오지 않더니 이젠 머리에 쏙쏙 박힌다.















흠...이 책은 페낭에 다섯 번쯤 다녀오면 눈에 들어올라나...너무나 전문적임.
















페낭 출신 유명 작가의 소설. 일단 구입 완료!



값비싼 인디고 블루를 안팎으로 칠한 갑부의 집, 블루맨션. 인원 제한 입장이 있어서 처음 기회를 놓치고 두번째에야 들어간 곳.




블루맨션을 다녀간 유명인들 사이에 소설가 탄 트완 엥이 있는 걸 발견. 책은 한 구절도 안 읽어봤지만 이름만 알고도 알아보다니...내 눈썰미에 감탄.



페낭 안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러 책을 집적대며 읽다가 시그리드 누네즈를 만난 순간 그에 꽂혀 내리 다섯 권을 읽었다.






























두 권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세 권은 구매했는데, 그 중 두 권은 다 읽은 후 중고매장에서 팔아치우고, <우리가 사는 방식>은 기내에서 읽으려고 남겨두었는데, 정말로 기내에서 끝까지 읽었다. 기내에서 책을 완독하기는 처음이다. (이제는 책을 쟁여두지 않으려고 한다. 나중에 누군가의 손을 빌려 처분하느니 그냥 내 손으로 깨끗하게 정리하고 싶다.)


다섯 권을 읽었으나 한 권 읽은 느낌이랄까. 소설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한, 친구들의 수다보다 더 재밌는 얘기들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남는 것? 재밌게 읽고 읽는 순간 즐거웠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우면 되지 않을까요? 그래도 남는 게 있다면,


*엘모어 레너드(Elmore Leonard)의 글쓰기 십계명 얘기가 나오는 데 그래서 찾아봤다.

1. 절대 책을 날씨 이야기로 시작하지 마라. 

2. 프롤로그는 피해라.

3. '말했다'외의 동사로 대화를 장식하지 마라.

4. '말했다'를 수식하기 위해 부사를 절대 쓰지 마라.

5. 느낌표를 통제하라.

6. '느닷없이', '갑자기' 같은 단어의 사용을 삼가라.

7. 지역 방언이나 속어를 과도하게 쓰지 마라.

8. 등장인물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피해라.

9. 장소와 사물에 대해 너무 자세히 설명하지 마라.

10. 독자가 건너뛰어 읽을 만한 부분을 과감히 빼라.


책에서 누네즈가 소개한 부분은 '절대 책을 날씨 이야기로 시작하지 마라' 였는데 나머지도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한마디로 지루한 묘사나 불필요한 설명 따위를 하지 말라고 한다. 마음에 든다.


영화 <도쿄 이야기>.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1953년 일본 영화. 유튜브에서 무료로 감상했다. 작중 인물들의 짤막한 대사가 귀에 잘 들어와서 내심 놀랐다. 내가 일본어를 알아 듣다니..보다는 너무나 이해가 잘 되는 내용이라서 그렇다. 수전 손택은 해마다 이 영화를 보았다나. "매년 최소 한 번은 영화관에서 봐."


<친구>에는 178쪽에 비트겐슈타인 이야기가 나온다. 세 형제가 자살로 생을 마감해서 비트겐슈타인만큼은 그렇게 죽지 않으려고 했다는 인상적인 부분.


내가 읽은 다섯 권 중 <어떻게 지내요>가 가장 아름다워서 원서를 구입했다. 언젠가는 읽으리오.
















<우리가 사는 방식>은 수전 손택의 얘기라서, 맨 마지막에 읽은 책이라서 기록해보기로 한다.


p.93

버지니아 울프는 문학이 종교이고 자기는 사제인 것처럼 살았다. 수전은 작가가 곧 영웅이라는 토머스 칼라일의 해묵은 과대 표현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었다. 이보다 더 고귀한 추구, 더 위대한 모험, 더 보람 있는 도전은 있을 수 없었다.


p.95

아무리 좌절하고 위축될지라도, 책을 쓴다는 게 마치 기나긴 형벌처럼 느껴질지라도, 수전은 절대 다른 길을 택하지 않았으리라는 게 명백했다.


p.96

20쪽짜리 글을 쓰기 위해 책장 한 칸을 다 채울 만큼 많은 책을 읽고, 몇 달을 들여 글을 쓰고 또 고쳐 쓰고, 타자 용지 한 묶음을 다 털어 쓰고야 비로소 완성했다고 하는 것. 진지한 작가에게는 이게 보통이었다.(중략) "내가 쓰는 글이 반드시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해." 이건 이해할 수 없었다. 필요하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한 줄도 못 쓸 것 같았다.


p.149

수전은 뉴욕 그 자체였다. 열렬한 격찬, 정력과 야망,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어떤 난관도 물리치겠다는 정신, 어린아이 같은 본성. 또한 자신만을 예외이며 뭐든 의지의 힘으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 스스로를 만들어낼 수 있고 다시 태어날 수 있으며 새로운 기회가 끊임없이 주어져 모든 것을 누리리라는 믿음을 지닌 사람으로서, 내가 만나본 누구보다 더 미국적인 사람이었다.


p.151

수전이 하는 작은 의식중에서 많은 사람이 따라한 것이 있다(그것 말고도 많은 것들을 따라했지만).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서가를 훑어서 아직 읽지 않은 책을 찾아 들고 가는 습관이다.


p.155

수전이 가장 좋아하는 책 가운데 하나가 발자크의 <잃어버린 환상>이다. 수전은 나에게 그 책을 당장 읽으라고 했다.


















p.67

수전이 나에게 추천한 책 중에서 읽고 후회한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을 즈음에는 W.G.제발트이 <이민자들>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이 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가운데 하나가 되었고 나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제발트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것도 수전한테서 였다.
















누네즈의 책에는 부르디외를 인용하는 부분도 있어서 부르디외도 들여다보고 싶었다. 잘 읽힌다.















p.88

마르크스 자본주의 이론은 ..(중략) 초기 저작에서 그는 물적 조건과 의식의 관계에 대해서 '돈이 없으면 여행의 욕구조차도 없다'는 '이중적 제약'의 명제를 제시한다. 오랫동안 주어진 물적 조건에 적응하면서 생활하다 보면, 의식만이 아니라 몸 자체가 그에 적합한 성향의 신체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테제는 부르디외가 아비투스 개념을 이론화하는 데 기여하였다.


p.252

부르디외는 사회학이 사람들을 주어진 사회적 조건에 의한 무의식적인 심리적 규정성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신을 옥죄는 한계와 제약들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주어진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됨으로써, 쉽게 순응하거나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 바로 사회학의 해방적 힘이라고 부르디외는 말한다. 그는 모든 필연성에 대한 인식의 성찰적 확장은 자유의 가능성을 넓혀 준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누네즈를 읽고 영화와 책을 발견하는 기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