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보다 긴 하루 열린책들 세계문학 44
친기즈 아이트마토프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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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작가의 카자흐스탄 배경 소설. 광대하고 황량한 스텝 지역의 외딴 간이역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처절하고 애틋하고 끈끈한 인생살이 이야기에 SF의 우주 정거장과 외계인이 등장하는 병렬 구조. 중앙아시아 이해와 공부에 도움이 되면서 무더위를 잊기에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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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요일마다 꼭 하는 일이 있다. 한겨레신문에서 김진해의 <말글살이> 칼럼을 찾아서 읽기다. 오늘 제목은 '되묻기'.


' 예컨대, 누군가가 미워질 때, 뭔가에 즐거움을 느낄 때, 화가 치밀 때, 다시 말해 불현듯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 때 되물어보라. "그게 그렇게 미워할 만한 일인가? 그게 그렇게 즐거워할 만한 일인가? 그게 그렇게 화낼 만한 일인가?" 공식처럼 이런 문장을 되뇌는 순간, 조금 전까지 당연했던 내 판단은 다시 의심의 대상이 된다. '그게 아닐 수도 있구나!'

 우리는 대개 자기 생각을 의심하지 않는다. 남은 쉽게 틀렸다고 하면서도, 자신은 늘 옳다고 생각한다. 되묻기는 그 자명함에 금을 낸다. 자신에게 되묻기를 반복하다보면 우리는 고집스러운 꼰대에서 유연한 어른 쪽으로 다가가게 될 것이다.'


2. 















수피즘에 대해서 대강 알고는 있지만 입으로는 매끄럽게 나오지 않을 설명. 이 책에서 깔끔한 문장을 만났다.


p.46~47

수피주의는 종래의 현학적이고 이론적인 정형화에 맞서, 명상과 몰아의 체험을 통해 절대자에게 다가가려는 대중적 종교 운동이었다. 수피 사상의 요체는 존재의 통일로서, 모든 피조물은 유일한 정점인 알라에 귀속되고, 가장 완벽한 피조물인 인간은 알라의 한 작은 부분이라고 보았다. 그리하여 수피라 불리는 수피주의자들은 세속적, 물질적 욕망을 버리고 영적인 세계를 추구하고 자신의 내면세계를 정화시킴으로써 그 안에 절대자(알라)가 도래하기를 기다렸다. 또 수피주의 현자들은 형이상학적인 이성을 통해서가 아닌, 무한한 명상과 영감의 길을 통해서 존재의 실체, 즉 알라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설파하였다(신양섭 2000: 26).


수피즘 창시자인 메블라나 루미(1207~1273)의 7가지 교훈도 음미할 만하다.


* 연민과 사랑을 태양처럼 하라

* 남의 허물을 덮는 것을 밤처럼 하라

* 분노와 원망을 죽음처럼 하라

* 자신을 낮추고 겸허하기를 땅처럼 하라

* 너그러움과 용서를 바다처럼 하라

* 있는 대로 보고, 보는 대로 행하라


3. 














이웃서재 님의 글을 읽다가 흥미가 당겨 읽었는데, 한여름 무더위에 몰입하기 알맞은 책이다. 

과거 일본의 무사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면서 더위를 잊는 것도 좋고. 그게 그렇게 고결한 세계였나?


p.305

 이제는 알겠다. 성 내에서 신고와 칼부림 사태를 벌였을 때 자신은 아무런 각오도 없었다. 그때는 할복해야 할 것이 두려워 그저 살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그러나 무카이야마 촌에서 슈코쿠를 접하며 차차 생각이 달라졌다.

 사람은 마음이 정하는 곳을 향해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마음이 향하는 곳에 뜻이 있고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목숨을 잃는 것도 두렵지 않다.


p.324

 "이상한 일이야. 너는 눈에 띄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너와 관여하는 자는 모두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는 것 같더란 말이지. 마음가짐이 선한 자는 더욱 선한 길을, 마음가짐이 악한 자는 더욱 악한 길을 가는 것 같더구나."


p.336

 "미련이 없다는 말은 이 세상에 남을 이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는다는 뜻이나 다름없는 것. 이 세상이 정겹다, 떠나고 싶지 않다, 이리 생각하며 가야지, 그러지 아니 하면 뒤에 남는 자들이 힘드네."

 (중략)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 대로 미련 없이 저세상으로 간다고 해서는 설익은 깨달음이라고 욕을 먹어 마땅하군요. 역시 저세상으로 가려니 가슴이 아픕니다."


4. 

산골 생활에는 씨를 뿌리지도 않고 돌보지도 않았는데 거저 얻는 수확이 있다. 6월에는 오디를 얼마다 줏었는지 오디잼을 대여섯 병이나 만들었다. 재작년에 심었던 봉선화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한무더기 피어서 발톱에 봉선화물을 들였다. 역시 재작년에 심었던 들깨가 여기저기 씨앗을 날린 덕에 깻잎찜을 해먹고 또 해먹고 있다. 감자는 또 어떤가. 잔디밭에서 캐낸 잡초 무더기와 음식물쓰레기가 쌓여 퇴비가 된 곳에 겨울을 나며 퍼렇게 된 감자를 한 소쿠리 버렸었는데 진흙속의 연꽃처럼 파란 감자순이 올라왔다. 꽃도 피웠다. 당연 감자를 수확했다.


    



그러나 애지중지 물도 주고 약도 주고 비료도 주면서 살갑게 키우는 과일나무는 도무지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다. 사과 하나 먹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절감하고 있다.


무더위에, 널뛰는 주식에 어찔어찔한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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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지 수 년이 지나니 이제는 일했던 기억도 가물거린다. 일부러 기억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면도 없지 않다. 그래도 사람은 남는 법. 어쩌다가 한때의 동료를 만나기는 한다. 한번은 옛동료를 만났는데, 나를 아는 누군가가 말하길, 내가 아마도 책방을 하고 있을 거라고 했다고 한다. 후훗. 현직에 있을 때 내가 떠벌리고 다녔다보다. 이 또한 기억을 끄집어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뭐, 그런 추측들을 하고 있다면 고맙다. 책방은 아무나 하나. 그저 책방에 관한 책을 읽는 것으로 만족한다.
















어쩌다가 검색에 걸려들어 책을 구입했다. (작가에겐 미안하지만) 읽어도 안 읽어도 그만인 책인데 그래도 끝까지 읽은 건 바로 이 문장 때문.


p.74<맨스필드 파크>의 주인공 페니는 작가 제인 오스틴과 비슷하다. 소설 속 부자 친척 집에 더부살이하는 내용은 바스에서 살던 제인 오스틴의 삶을 상상하기에 충분하다. 바스에 오려면 이 책을 읽고 오길 추천한다.


<맨스필드 파크>를 읽지 않은 나로서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문장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고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을 간 사람의 이야기는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바스는 가봤다. 30년도 더 전에. 그러나 책방에는 못가봤으니 어쨌거나 계속 읽어나간다.


소소한 책은 소소한대로 읽을 만하다. 읽다보면 나름 여러가지 생각에 젖는다. 책을 읽는 사람은 책의 소비자가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소비자 마인드는 요구사항이 많다. 서비스 내용을 따지고 가성비를 따진다. 이쯤되면 독자가 되기도 쉽지 않다.















기대가 컸었나.




책은 잘나거나 못나거나 누군가 읽어줘야 한다. 책이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





예민한 장을 가진 사람에게는 잊지 못할 한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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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하나 때문에, 문장 하나 때문에 책을 구매하고 싶을 때가 있다. 




조현병



무탈하시라고 말하고 싶지만 빈 껍데기 같은 말. 말 대신 책 한권 사드리는 게 낫다.













올여름의 인생 공부


                                  최승자


모두가 바캉스를 떠난 파리에서

나는 묘비처럼 외로웠다.

고양이 한 마리가 발이 푹푹 빠지는 나의

습한 낮잠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졌다.

시간이 똑똑 수돗물 새는 소리로

내 잠 속에 떨어져 내렸다.

그러고서 흘러가지 않았다.


엘턴 존은 자신의 예술성이 한물갔음을 입증했고

돈 매클레인은 아예 뽕짝으로 나섰다.

송*식은 더욱 원숙해졌지만

자칫하면 서**처럼 될지도 몰랐고

그건 이제 썩을 일밖에 남지 않은 무르익은 참외라는 뜻일지도 몰랐다.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그러면서 모든 사물의 배후를

손가락으로 후벼 팔 것

절대로 달관하지 말 것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아이처럼 배고파 울 것

그리고 가능한 한 아이처럼 웃을 것

한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 다른 한 아이처럼 웃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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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1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7-22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6-07-21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탈하시라는 말 대신
책 한 권 사드리는 것!
저도 실천하겠습니다^^

nama 2026-07-22 14:06   좋아요 0 | URL
책 읽는 사람이 행동에 나설 때가 이럴 때 아닌가 싶어요.
 

여러 책을 집적대며 읽다가 시그리드 누네즈를 만난 순간 그에 꽂혀 내리 다섯 권을 읽었다.






























두 권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세 권은 구매했는데, 그 중 두 권은 다 읽은 후 중고매장에서 팔아치우고, <우리가 사는 방식>은 기내에서 읽으려고 남겨두었는데, 정말로 기내에서 끝까지 읽었다. 기내에서 책을 완독하기는 처음이다. (이제는 책을 쟁여두지 않으려고 한다. 나중에 누군가의 손을 빌려 처분하느니 그냥 내 손으로 깨끗하게 정리하고 싶다.)


다섯 권을 읽었으나 한 권 읽은 느낌이랄까. 소설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한, 친구들의 수다보다 더 재밌는 얘기들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남는 것? 재밌게 읽고 읽는 순간 즐거웠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우면 되지 않을까요? 그래도 남는 게 있다면,


*엘모어 레너드(Elmore Leonard)의 글쓰기 십계명 얘기가 나오는 데 그래서 찾아봤다.

1. 절대 책을 날씨 이야기로 시작하지 마라. 

2. 프롤로그는 피해라.

3. '말했다'외의 동사로 대화를 장식하지 마라.

4. '말했다'를 수식하기 위해 부사를 절대 쓰지 마라.

5. 느낌표를 통제하라.

6. '느닷없이', '갑자기' 같은 단어의 사용을 삼가라.

7. 지역 방언이나 속어를 과도하게 쓰지 마라.

8. 등장인물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피해라.

9. 장소와 사물에 대해 너무 자세히 설명하지 마라.

10. 독자가 건너뛰어 읽을 만한 부분을 과감히 빼라.


책에서 누네즈가 소개한 부분은 '절대 책을 날씨 이야기로 시작하지 마라' 였는데 나머지도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한마디로 지루한 묘사나 불필요한 설명 따위를 하지 말라고 한다. 마음에 든다.


영화 <도쿄 이야기>.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1953년 일본 영화. 유튜브에서 무료로 감상했다. 작중 인물들의 짤막한 대사가 귀에 잘 들어와서 내심 놀랐다. 내가 일본어를 알아 듣다니..보다는 너무나 이해가 잘 되는 내용이라서 그렇다. 수전 손택은 해마다 이 영화를 보았다나. "매년 최소 한 번은 영화관에서 봐."


<친구>에는 178쪽에 비트겐슈타인 이야기가 나온다. 세 형제가 자살로 생을 마감해서 비트겐슈타인만큼은 그렇게 죽지 않으려고 했다는 인상적인 부분.


내가 읽은 다섯 권 중 <어떻게 지내요>가 가장 아름다워서 원서를 구입했다. 언젠가는 읽으리오.
















<우리가 사는 방식>은 수전 손택의 얘기라서, 맨 마지막에 읽은 책이라서 기록해보기로 한다.


p.93

버지니아 울프는 문학이 종교이고 자기는 사제인 것처럼 살았다. 수전은 작가가 곧 영웅이라는 토머스 칼라일의 해묵은 과대 표현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었다. 이보다 더 고귀한 추구, 더 위대한 모험, 더 보람 있는 도전은 있을 수 없었다.


p.95

아무리 좌절하고 위축될지라도, 책을 쓴다는 게 마치 기나긴 형벌처럼 느껴질지라도, 수전은 절대 다른 길을 택하지 않았으리라는 게 명백했다.


p.96

20쪽짜리 글을 쓰기 위해 책장 한 칸을 다 채울 만큼 많은 책을 읽고, 몇 달을 들여 글을 쓰고 또 고쳐 쓰고, 타자 용지 한 묶음을 다 털어 쓰고야 비로소 완성했다고 하는 것. 진지한 작가에게는 이게 보통이었다.(중략) "내가 쓰는 글이 반드시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해." 이건 이해할 수 없었다. 필요하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한 줄도 못 쓸 것 같았다.


p.149

수전은 뉴욕 그 자체였다. 열렬한 격찬, 정력과 야망,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어떤 난관도 물리치겠다는 정신, 어린아이 같은 본성. 또한 자신만을 예외이며 뭐든 의지의 힘으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 스스로를 만들어낼 수 있고 다시 태어날 수 있으며 새로운 기회가 끊임없이 주어져 모든 것을 누리리라는 믿음을 지닌 사람으로서, 내가 만나본 누구보다 더 미국적인 사람이었다.


p.151

수전이 하는 작은 의식중에서 많은 사람이 따라한 것이 있다(그것 말고도 많은 것들을 따라했지만).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서가를 훑어서 아직 읽지 않은 책을 찾아 들고 가는 습관이다.


p.155

수전이 가장 좋아하는 책 가운데 하나가 발자크의 <잃어버린 환상>이다. 수전은 나에게 그 책을 당장 읽으라고 했다.


















p.67

수전이 나에게 추천한 책 중에서 읽고 후회한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을 즈음에는 W.G.제발트이 <이민자들>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이 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가운데 하나가 되었고 나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제발트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것도 수전한테서 였다.
















누네즈의 책에는 부르디외를 인용하는 부분도 있어서 부르디외도 들여다보고 싶었다. 잘 읽힌다.















p.88

마르크스 자본주의 이론은 ..(중략) 초기 저작에서 그는 물적 조건과 의식의 관계에 대해서 '돈이 없으면 여행의 욕구조차도 없다'는 '이중적 제약'의 명제를 제시한다. 오랫동안 주어진 물적 조건에 적응하면서 생활하다 보면, 의식만이 아니라 몸 자체가 그에 적합한 성향의 신체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테제는 부르디외가 아비투스 개념을 이론화하는 데 기여하였다.


p.252

부르디외는 사회학이 사람들을 주어진 사회적 조건에 의한 무의식적인 심리적 규정성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신을 옥죄는 한계와 제약들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주어진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됨으로써, 쉽게 순응하거나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 바로 사회학의 해방적 힘이라고 부르디외는 말한다. 그는 모든 필연성에 대한 인식의 성찰적 확장은 자유의 가능성을 넓혀 준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누네즈를 읽고 영화와 책을 발견하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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